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7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90g | 140*198*30mm |
ISBN13 | 9788931021219 |
ISBN10 | 8931021216 |
출간일 | 2020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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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90g | 140*198*30mm |
ISBN13 | 9788931021219 |
ISBN10 | 8931021216 |
프랑스 르퓌에서 출발해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킬로미터의 길.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네 개의 순례길 중 하나인 르퓌 순례길은 그 역사성과 정취로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을 쓴 이재형은 25년간 프랑스에 거주하며 번역가로서 프랑스의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왔다. 2010년 처음 순례 여행을 한 이후 여러 차례 순례길에 오른 그는 순례를 ‘새롭게 태어남’이라고 정의한다. 길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있게 한 야고보 성인의 일화에서부터 프랑스-영국 간 백년전쟁의 자취, 프란츠 리스트와 카롤린의 사랑, 현재까지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알제리 전쟁의 흔적까지, 이재형이 들려주는 프랑스 역사?정치?문화 이야기와 함께 낯선 그 길을 걸어본다. |
프롤로그 ·여행으로의 초대 ·르퓌, 순례의 시작 ·또 하나의 길, 스티븐슨의 당나귀 길 ·르퓌에서 생프리바달리에까지 ·생프리바달리에에서 소그까지 ·소그에서 소바주까지 ·소바주에서 오몽오브락까지 ·오몽오브락에서 나즈비나스까지 ·나즈비나스에서 오브락까지 ·오브락에서 생첼리도브락까지 ·생첼리도브락에서 생콤돌트까지 ·생콤돌트에서 에스탱까지 ·에스탱에서 골리냑까지 ·골리냑에서 콩크까지 ·콩크에서 리비냐크르오까지 ·리비냐크르오에서 피자크까지 ·피자크에서 카오르까지 ·카오르에서 몽퀴크까지 ·몽퀴크에서 무아사크까지 ·무아사크에서 오빌라르까지 ·오빌라르에서 렉투르까지 ·렉투르에서 콩동까지 ·콩동에서 에오즈까지 ·에오즈에서 에르쉬르라두르까지 ·에르쉬르라두르에서 아르테즈드베아른까지 ·아르테즈드베아른에서 나바랑스까지 ·나바랑스에서 생장피에뒤포르까지 ·다시 파리로 에필로그 |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1-025) 이재형의 프랑스 산티아고 순례 걷기 “프랑스를 걷다”
이재형은 프랑스 전문 번역가이다. 그가 번역한 책으로는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가 있고,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걷는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등 걷기와 여행에 관한 책이 다수 있다. 아마도 그는 번역을 하면서 프랑스 걷기에 대한 매력에 빠졌으리라. 나도 <나는 걷는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꾸뻬 씨 여행> 시리즈 중 하나 정도는 읽어보았기에 그의 책이 사실 첫 책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가 번역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글로 최초로 펴낸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의 그간의 경험들이 농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최소 프랑스 르퓌에서 출발하는 산티아고 순례 걷기를 5회 이상 하였고, 드디어 그 결과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글과 사진을 실어냈다.
우리는 왜 걷는 걸까
왜 떠나고 돌아오는 걷기를 반복하는 걸까
골고루 섞여 있는 돌의 세계처럼, 순례자의 세계에도 차별과 배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중요하지 않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중요하지도 않으며, 가난한지 부유한지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순례자의 세계는 완전히 평등한 세계다. (46쪽)
그것은 완전한 평등, 완전한 평화, 완전한 자유, 완전한 고독, 완전한 고립, 완전한 침묵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과 관계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혼자 걷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창조주의 놀라운 신비인 자연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순례는 걷기의 한 종류일 수 있지만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걷기 장르이다. 순례는 종교심과 경건이 포함된 걷기이며, 최종 목적지가 분명하다. 건강을 위해 걷는 올레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 도처에 있다. 나는 아직 한번도 순례를 위한 걷기는 경험해보지 않았다. 천주교인이 아니기에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꼭 종교적인 신앙심 때문이 아니라도, 순례 걷기는 그 자체만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큰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순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순례는 하강과 상승의 반복이다.
해가 뜨면 어머니 배 밖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고
해질 무렵이 되면 고단한 몸을 눕히기 위해 저 아래 마을로 내려가
다시 안온하고 평화로운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기를 되풀이 한다.
(160쪽)
산티아고 순례 걷기와 인문학의 결합을 위해 지나치게 욕심이 많았던 걸까.
내가 읽고 싶은 프랑스 걷기에 대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길과 풍경에 대한 이야기보다 지나쳐 가는 지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 많이 아쉬웠다. 내가 원했던 이야기는 짧게 박스 처리되어 각 장 후단부에 실렸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있다.
그럼 프랑스에서는 맛있는 바게트를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겉이 황금색을 띠고 바삭해야 한다. 그 안의 속살은 크림색을 띠되 너무 흰색이 아니어야 하고 만졌을 때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그뿐 아니라 작은 구멍들이 나 있어야 하고, 우유와 아몬드 맛 같은 고소한 맛이 살짝 나야 한다. 껍질이 떨어져 나가고 속살이 맛없으면 냉동된 반죽을 썼다는 확실한 증거다. (89쪽)
어쨌든 저자는 인문학적 사색으로 프랑스 지역에 대한 역사, 지역축제, 건축물에 관한 지식, 전쟁에 관한 글, 지역 인사, 지역 축산물 등에 관한 박학다식한 정보들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여져 나온다. 우리나라의 역사로 연결고리 삼아 또 다른 걷기를 시도하는데,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이 <사북항쟁>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드카즈빌 지역을 지나면서 석탄 광산과 광부들에 대한 역사적인 과거를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사북항쟁” 사건을 끄집어낸다. 사북항쟁은 제주 4·3사건이나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 아니면 최근의 세월호 사건처럼 사회적인 참사로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그분들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1869년 오방 지역에서 탄광 광부들의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대대적인 학살이 일어나는데, 빅토르 위고는 아버지가 군인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열여섯 살 여성 노동자를 주제로 <오방>이라는 시를 썼고, 졸라는 <제르미날>이라는 소설을 썼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에 있던 국내 최대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탄광 노동자와 그 가족 6천여 명이 노동 착취와 어용 노조,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하여 시위를 일으켰다. 이 사북항쟁으로 경찰 1명이 숨지고 경찰과 민간인 16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태를 진압한 전두환 군부는 계엄사령부를 통해 31명을 구속하고 50명을 불구속하여 군사법원에서 처리하였다.
봄도 되고, 이제 슬슬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봐야 될 것 같아 이 책을 읽었는데, 기대했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은 걷기에 중심을 둔 책이라기보다, 저자가 다섯 번이나 다녔던 프랑스 순례길 각 지역에 대한 인문학적 집필 도서라고 보는 게 맞다. 그 안에 걷기 조금, 숙박과 음식 조금씩 양념으로 들어가 있다.
내게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다섯 번의 순례길을 다 경험하고 이를 지식 전달 방식으로 걸어갔던 지역을 나누어 편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섯 번 걷기 중 한 번의 걷기 때 그 일정따라 죽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지역을 지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 같은 1인칭 개념의 자기경험 책이었으면 좋았으리라. 그런 글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몽퀴크에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 이 식당 주인 남자가 내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 한국사람이라고 대답했더니 자기가 태권도 선수라며 얼마 후에 한국으로 시합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 과연 그는 그 시합에서 이겼을까? (221쪽)
저자는 자신이 번역했던 책 니콜라 부비에의 <세상의 용도>에서 추려낸 글을 지역을 소개하는 각 장의 첫머리에 적어 놓았는데, 이 책도 꼭 읽고 싶어진다.
여행은 몸을 털고 일어나 기운을 차릴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종의 축소를 경험하게 해줄 뿐이다. 일상적인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의 습성을 박탈당한 여행자는 마치 포장지가 벗겨지듯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는 크기로 줄어든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좀 더 왕성한 호기심과 날카로운 직관을 발휘하게 되고, 첫인상을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81쪽, <세상의 용도>에서 옮김)
(선한리뷰)
왜 걸어야 할까.
나는 물론 건강을 위해서 걷기를 시작했다.
지금도 몸은 편안함을 추구하는데, 건강을 위해서 억지로 걸으려고 한다.
하루 만보.
한 번에 채우려면 힘들지만,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1,200보, 사무실에서 양재 시민의숲 지하철역까지 1,500보. 점심 먹으로 왔다갔다 1,000보. 퇴근길 지하철 멀리 떨어진 역에서 내려 집까지 3,000보. 회사에서 오후에 주변 등산로 3,000보. 이런 식으로 걷는다.
거의 집 다 도착할 때쯤이면 손목에 채워둔 중국산 스마트 시계가 만 보 채웠음을 드르르르 진동으로 알려준다.
토요일, 일요일은 걷기도 좀 쉬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시간을 빼내어 걷기를 해야겠다. 5월이면 곧 더워져 걷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동기부여가 더 되는 빡센 걷기 책을 하나 더 읽어야겠다.
왜, 무엇 때문에 걸어야 할까.
걸으면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걷기는 자기를 사랑하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걷기는 자연을 사랑하는 최소한의 지구애이며,
신과 부모가 내려준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전인적 활동이다.
순례길 옆에는 순례자를 위해 과일이라든가 음료수를 놓아둔 걸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무아사크 근처, 수확이 끝난 자두밭에서 다음의 문구가 쓰인 표지판을 보았다. “길 옆 한 줄은 순례자 당신을 위해 일부러 수확하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마음껏 따 드세요.” 그리고 어느 집 앞에는 방울토마토가 수북하게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고, “순례자들이여, 토마토 맛있게 드시고 여행 잘 하세요”라고 쓴 쪽지가 있었다. 나눔이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341쪽)
순례길 주변에 살며 그들의 양식을 내놓은 그들은 성경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진짜 순례자들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눔인가. 저자는 말한다. 순례자는 소비를 줄이고, 느리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게 된다고. 걷기는 나눔과 축소의 실천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환상을 가진다. 물론 다양한 정보들이 있어 가보지 않아도 한 나라의 문화를 알고 마치 가본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다양한 영화와 책에서 만나는 프랑스는 낭만과 환상을 주는 곳이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여서 작가의 안내를 따라 함께 걷는다. 화려함이 아닌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소박한 여행같은 안내서이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례길을 따라가며 지금의 상황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프랑스를 생각하며 떠올리는 장면들 중 하나는 사람들이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다. 나 또한 한적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책에서도 그런 부분을 언급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블랙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아침에 출근도 커피와 함께 시작할 정도로 삶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단순히 프랑스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의 일부가 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간다.
지금 처한 상황들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치고 힘든 시간에 만난 <프랑스를 걷다>는 안식을 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잠시 멈춤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작가의 순례길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한다.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고 알아간다. 세계사에서 만나는 프랑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전에는 거대한 나라의 이야기였던 것이 이 책을 보면서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순례자의 세계는 완전히 평등한 세계다. 전라도 사람이라고 해서, 여성이라고 해서, 동남아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성소수자라고 해서 혐오하지 않는다. - 에필로그 중에서
대부분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담아오려고 한다. 일정 내에 조금은 무리하며 많은 것을 보았다 생각했는데 마음에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마음으로 출발한 것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례길이라고 해서 종교적인 느낌을 많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그런 부분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삶들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르지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며 배려하고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들의 상황을 돌아보게 만든다. 앞으로 한발 나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책을 보며 지금의 시간들을 소중함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