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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남자

길 위의 남자

: 최광규 장편 자전소설

[ 양장 ]
최광규 | 청어 | 2021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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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580g | 161*232*18mm
ISBN13 9791158609436
ISBN10 1158609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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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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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나를 보고 인성이 티 없이 맑은 순수미를 지니고 있다고들 한다. 또 행동에서는 범 같은 용기가 있고 판단력이 명석하였으며 매사에 끈질긴 노력과 불타는 열정으로 목표를 향하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를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상담을 자주 해오곤 했다.

나는 늘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불의를 보면 용서하지 않았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직장에서 윗사람의 명령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할 때 일부 동료들은 안되는 방향을 자꾸 제시하여 그 목표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데 반해 나는 가급적이면 이루어지는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인 내용을 말하곤 했다. 놀 때는 화끈했고 술을 살 때는 상대가 흡족하도록 베풀면서 기분 좋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나를 대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키가 작아서 얕잡아보다가 속된 말로 코가 깨지는 창피를 당하곤 했다. 나는 그렇게 차돌같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선린상고를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셋이서 대천 해수욕장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여름의 오후 해변에는 서울지역에서 온 유도부 20여 명이 합숙야영을 하면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걸어가자 유도부 중의 한 학생이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었다.
“야! 두 놈은 덩치가 큰데 그 중간에 걸어가는 놈은 왜 키가 작아?”
“왜 시비야?”
내가 한마디 하자 10여 명이 우리 셋을 둘러쌌다. 주먹으로 따지면 낭패를 볼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 내가 입을 열었다.
“서울 유도부 야영훈련이라고 플래카드를 붙인 것을 보니 유도를 하는구만! 유도(柔道)의 유(柔)자의 뜻은 부드럽다는 뜻이고 도(道)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의 뜻이 담겨있는 거야. 부드러움으로 도리를 지켜가는 아주 신사적 운동이 유도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것은 유도(柔道)가 아니지. 그 신사도에 먹칠하지 말아라.”
--- 「나의 어린 시절(동대동 오랏마을)」 중에서
――――――――――――――――――――――――

내가 첫 취직을 한 제일생명(주)의 회사생활은 취직한 지 5개월 만에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최인규 내무장관을 비롯한 일부 각료들이 부정선거를 조작했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승만 대통령과 부통령 이기붕은 퇴진하라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정의를 부르짖는 젊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많은 교수와 역시 정의를 부르짖는 국민들의 동조로 일어난 역사적인 ‘4·19혁명’이었다. 국민의 저항과 함께 거국적인 데모가 일어나자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 26일 하야 성명을 발표하고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다. 그리고 그 이틀 후인 1960년 4월 28일 새벽 5시 40분경 경무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이기붕의 장남인 이강석이 권총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을 차례차례로 쏜 다음 자신도 자살을 한 것이다.
--- 「군복무와 대학시절의 낭만」 중에서
――――――――――――――――――――――――

때는 1969년 1월 13일이었다. 결혼을 앞둔 2일전이었다. 내가 모레 결혼을 한다고 인사를 다니자 그날 많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보고 한 마디씩을 했다.
“넌 여기 현장에 온 지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어떻게 벌써 성환 아가씨를 꼬셔 결혼까지 하는 것이야?”
(...)

나는 약혼식을 마치고 나서부터 성북구청에 다니랴 대학 4학년 학업을 수강하랴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쁜 중에서도 틈을 만들어 성환에 있는 처갓집을 자주 찾아갔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장차 아내가 될 박초옥 양을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여 서울의 창경궁, 경복궁, 덕수궁, 비원, 인사동의 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서울구경을 시켜 주었고 함께 남산에 올라 서울의 경치를 보았으며 한강변을 거닐기도 했다. 또 아내가 다니던 수원여고 인근의 성곽과 팔달산을 오르면서 달콤한 데이트를 했다. 나는 초옥이와 데이트를 하면서 그 바쁜 시간을 틈내는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교양담당 교수가 강의시간에 우리들에게 물어봤다. 그 당시 갓 입학한 학생들이 여자와 사귀는 등 소위 흔히 말하는 연애라는 것을 많이 하자 교수가 웃으면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공부 하랴, 보고서 쓰랴, 신입생 시절에는 바쁜데 어떻게 남녀가 데이트 시간을 갖나요?’라고 물었을 때 학생들이 대답했던 말이 생각났다.
“교수님! 데이트를 영순위로 하면 돼요.”
나도 무척 바쁜 시간의 생활 속에서 초옥이를 만나는 자신이 그때 학생들의 대답처럼 바쁜 생활 속에서도 영순위로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 「현장에서 결혼을 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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