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3월 03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366g | 127*188*20mm |
ISBN13 | 9788937473838 |
ISBN10 | 8937473836 |
발행일 | 2023년 03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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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366g | 127*188*20mm |
ISBN13 | 9788937473838 |
ISBN10 | 8937473836 |
1 자서전 9 2 글쓰기의 과정과 기술 35 3 유년 59 4 사랑 79 5 대화 105 6 환상 125 7 일상 147 8 죽음과 애도 169 9 고통 195 10 합평 227 11 작품집 만들기 243 작가의 말 259 추천의 글 264 |
인간이 태어나 걷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듯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의 단어와 그 뜻을 알아가는 시간, 문학 작품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일.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한다.
『초급 한국어』가 아직 등단하지 못한 문지혁이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내용이었다면, 『중급 한국어』는 이후의 이야기다. 책을 두 권 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등단하지 못했으며 작가라고 말하지 못한다.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비정규직 강사로 나온다. 작가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듯 자전적인 소설이다. 작가의 경험과 상황 그대로를 가져오면서도 다른 에피소드를 입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게 글쓰기, 즉 소설이 된다.
학생들에게 문학 작품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각자의 작품을 써 토론하며 작품집을 만드는 게 문지혁이 맡은 커리큘럼이었다. 미국에서는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쳤다면,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글쓰기를 가르쳐야 했다. 글쓰기 강의와 함께 아내 은혜, 아이 은채의 이야기가 있어 내용은 더 풍부해진다. 은혜가 코로나에 확진되어 비대면 수업 시, 갑자기 들어온 아이 때문에 곤란했을 때 수업 내내 화면을 꺼놓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고 아이에게 인사를 했던 것처럼 아이가 주는 감정은 남다르다. 모르는 사람도 다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아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지만, 아직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어색한 문지혁의 글쓰기에 관한 고민은 여전했다. 그와 달리 말을 배우는 은채의 에피소드는 여전히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맞춤법이 틀린 아이는 그와 상관없이 글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수업을 배우는 이들도 은채와 다르지 않다.
그가 글쓰기 수업에서 사용한 문학 작품을 살펴보자. ‘고통’ 챕터에 사용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전에 읽었음에도 느낌이 달랐다.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아이의 생일에 맞춰 둔 케이크와 죽음, 항의하는 빵집 가게 주인이 건네준 빵이 의미하는 것들. 고통과 비극에 맞서 싸우는 게 다름 아닌 롤빵의 위로였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실패하는 이유는 자꾸만 멋지고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플롯을 짜고, 비유를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고 …… 이런 게 다가 아니에요 좋은 글은 거기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좋은 글은 뭐예요? 내가 잘 아는 글입니다. 나를 잘 드러내는 글입니다. 거짓말하지 않는 글이에요. 그러러면 어쩔 수 없이 나 자신, 내 주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삶이 곧 텍스트예요. (154페이지)
수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작품은 작가의 경험과 그에 관한 통찰이 묻어난다. 작가의 경험은 종종 소설의 토대가 된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자전적 소설을 읽을 때면 작가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
작가가 글쓰기 수업에 사용하는 작품 리스트를 살펴본다.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체호프, 카프카, 오코너, 카버, 오스터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고 2년을 써 내려간 메모를 모은 책이다. 바르트가 제과점에 빵을 사러 갔다가 어머니가 말했던 단어를 듣고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 운다. 5년 전 엄마를 잃은 나는 엄마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았다. 불시에 찾아온 감정에 통곡했던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엄마를 잃은 남편 또한 그러지 않을까. 순간순간 찾아온 감정에 혼자서 슬퍼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의 글쓰기도 이와 같아야 할지 모릅니다. 귀담아듣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새롭게 발견하는 것. 글쓰기란 그런 일이고 노력이고 태도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몰랐던 곳, 새로운 지점, 깊은 통찰에 이르게 됩니다. 바르트가 자신의 슬픔을 발견한 뒤, “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에 자신의 슬픔이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175~176페이지)
일상의 다르고 깊은 시선이 새로운 글쓰기의 태도라고 말한다. 작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점이 아닐까. 작가의 깊은 시선과 통찰이 글쓰기로 이어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여전히 글쓰기에 관한 고민이 보였고, 삶의 기쁨과 원동력이 되는 소중한 존재와 문학적인 성찰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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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지혁은 소설을 계속 쓸지 말지 고민한다. 이 와중에 투병 중인 어머니의 상태가 안 좋다는 연락이 오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희망이 보였던 한국어 강사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된다. 여기까지가 문지혁의 소설 <초급 한국어>의 줄거리이자 결말이다. 후속편에 해당하는 <중급 한국어>는 주인공 지혁이 한국에 돌아온 이후의 일들을 그린다.
지혁은 귀국 후 어머니의 상을 치르고, 헤어진 여자친구 은혜와 다시 만나 결혼했다. 한 권의 책을 냈고, 강원도의 한 사립대학에서 비정규직 강사 자리를 얻어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뉴욕에서 혼자 살면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던 시절에 비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지혁은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안 생기고, 책은 냈지만 여전히 등단하지 못했다. 강원도까지 출퇴근하기 힘들고 수업은 힘든데 이마저도 귀한 자리라서 그만둘 수 없다. 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소설은 지혁의 일기처럼 이어진다. 지혁은 매일 눈 뜨면 출근하고 수업하고 퇴근하고 잔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일상이지만, 분명 변화는 있다. 일단 오랜 불임 치료 끝에 지혁과 은혜 부부에게 첫 아이 은채가 태어난다. 지혁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의 실패를 딛고 세 번째 책을 집필한다. 지혁이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학생들과도 약간의 교류가 생긴다. 팬데믹을 겪으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 도중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은채를 보고 학생들이 환영해 주는 대목이다. 지혁의 학생들은 수업이라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모인 비자발적인 관계이고, 지혁은 이를 서운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은채를 보고 자발적으로 환영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을 보면서, 온전히 사랑받기에는 부족하고 불완전하다고 느꼈던 자신의 존재가 딸로 인해 채워진다고 느꼈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식을 가지나 보다 싶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아빠 껌딱지였던 은채가 얼마 후 BTS 오빠들 노래만 듣는 반전이 ㅋㅋㅋ)
지혁의 글쓰기 수업 장면들도 좋았다. 매 수업에서 지혁은 프란츠 카프카, 안톤 체호프, 레이먼드 카버, 롤랑 바르트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각각의 소설은 당시 지혁의 삶과 연결되고, 지혁은 그것을 소설로 쓰고 그 소설이 다시 지혁의 삶을 바꾼다. 소설이 삶이 되고 삶이 소설이 되는 가장 훌륭한 사례랄까. 작가 자신의 삶이 소재인 점, 그러나 에세이와는 다르고 자서전과도 다르다는 점에서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와 닮았지만, 글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둘 다 좋다). 얼른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까.
초급 한국어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이들과 살아가는 문지혁의 삶이 재미있었고 중간 중간 위트 넘치는 문구에 낄낄거리며 읽었다.
그리고 그 위트 사이 사이에 담담하게 전해지는 문지혁의 삶들이(실직, 엄마의 아픔, 결국 죽음까지) 여러 생각을 하게했다.
초급 한국어에서는 문지혁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중급 한국어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얻어가는 삶을 보여준다.
문지혁은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한국 학생들에게 글짓기를 가르치고, 아이가 태어나 아이를 기르고 있으며, 이제 또다른 아이가 생겼다.
이런 문지혁의 하루 하루는 드라마 처럼 막장 스토리는 없지만 잔잔하거나 약간 파도치는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소설이 되었다.
책 속의 문지혁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글쓰기 강의 노트에서 나오는 말처럼 삶이 곧 텍스트가 되어 중급 한국어가 탄생한 것 같았다.
자신이 잘 아는 삶을 이토록 위트있고 재미있게, 그리고 엄청난 대서사시는 아니지만 문지혁의 또다른 내일이 궁금해 다음장을 빨리 읽고 싶게, 또는 아까워서 아껴 읽게 쓸 수 있는 작가의 힘이 느껴졌다.
아마 책 속의 문지혁처럼 작가도 긴 시간을 투고와 응답 없음의 시간을 보내고 글쓰기에 대한 회의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존재론적 고민을 하며 보냈겠지. 아마 그 고민 속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중급 한국어가 쓰여졌겠지.
나는 읽은 책의 후기를 짧게 쓰는 것도 이토록 힘든데, 소설을 써낸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긴 시간을 들여 읽고 싶었고, 재밌어서 아껴가며 읽었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문지혁이 강의하며 느끼는 현타들을 나도 느껴서 더 공감할 수 있었고
나도 요즘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노력하는 중이라 시험관을 하고 은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더 잘 와닿았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워보지는 못했지만, 아이와 주고받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너무 귀여워서 더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소설 속에서 보니 작가님이 자꾸 자기 책을 검색해서 별점과 후기를 보시는 것 같은데,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내 별점은 5까지 있어서 5점을 드린다고 남겨주고 싶다.
위트와 재미가 넘치는 다음 문지혁의 고급 한국어가 기다려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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