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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륜 선생 2

하륜 선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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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404g | 128*188*28mm
ISBN13 9791191215229
ISBN10 119121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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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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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렇습니다. 설교할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을 말하면, 설교나 일상적인 말뿐 아니라 삶 전체가 이 책 저 책에서 긁어와서 짜깁기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땀과 눈물이 스며 있는 ‘자기 삶’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많이 배운 인간일수록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고 이 책 저 책에서 베낀 짝퉁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또라이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고 있나요?”

나는 참 재수가 없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꼴이지만, 내 작품이 당선작이 아니라 하다못해 가작으로 뽑혔더라도 문단에 등단은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내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 바람에 기고만장하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나는 꼬랑지를 완전 내리고 말았다. 기가 죽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최선책이 신춘문예라면 차선책은 신인추천이다. 나는 문단에 선이 닿을 인연이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렸다.

그가 행복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엉터리 약장수가 만병통치약(?)을 선전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요즘 엉터리 약장수 같은 유명인사가 한둘이 아니고, 그들의 엉터리 만병통치약 선전을 곧이듣는 순진한 사람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제법 알려진 가톨릭 신부였습니다. 백보 양보해서 그가 아무리 유명 인사라 해도, 신부라는 직업의 특성상 아무래도 행복이 무엇인지 올바로 알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신부는 한마디로 ‘야생 사자’가 아니라 ‘동물원 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순간 초등학교의 운동장 조회가 생각났다. 매주 월요일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모여 조회를 했다. 조회 때마다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했는데, 학생들은 처음 한두 마디 정도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나중에는 다들 듣지 않았고, 옆의 동무와 장난을 치거나 발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딴전을 피웠다. 그래도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끝이 없었다. 훈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듣는 학생들은 줄었고, 마침내는 전교생 중에 듣는 애가 몇 명 될까 말까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교장선생님이 너무 딱해 보였다. 왜 아무도 듣지도 않는 이야기를 계속할까? 나중에는 이런 교장선생님이 딱하다 못해 바보같아 보였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 당장 누구를 용서해 주어야 할 사람은 없는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없는가 생각해야 합니다. 그 빚이 물질적이든, 마음의 빚이든 상관없습니다.
또한, 여러분은 지금 누구를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너무 부질없는 것에 너무 아등바등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에 눈과 귀가 멀지 않았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지금 정말 부질없는 것을 갖기 위해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다 쓰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지금 가려운 다리를 긁는 게 아닌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러한 철저한 자기반성, 내지는 자기 검정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내가 시집을 내는 것은 나와 여러분과의 약속입니다. 시는 고통이지만, 그런 고통을 통하여 값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은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시집을 내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시집을 낸다는 것은 지금까지 쓴 시를 한 데 묶는 의미도 있지만, 그런 소박한 의미 이상의 어떤 계기로 발전할 것같아 참 기쁩니다.

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 가슴에 꿈꾸고 있는 ‘사랑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뜻에 찬성하는 여자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주문이 더 있었다. 가나안농군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앞으로 한산섬에서 펼쳐나갈 ‘사랑의 집’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리기도 하고, 상상만으로도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위한 시를 쓰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제 삶의 담보보다 열배 백배 천배나 많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앞서 말한 수표 끊는 논리대로라면, 이런 자들은 모조리 잡아 가두어야 한다. 갚을 능력을 넘어 수표를 끊어대는 것은 금융 질서를 파괴하고 마침내 경제 질서를 무너지게 하는 범죄이다. 이처럼 제분수에 넘치는 글과 말을 하는 자들도 이와 꼭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그대가 한번 결혼에 실패했기 때문에 만약 다시 결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보다도 새로운 삶을 멋지고 소중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는 귀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실패를 거울삼아, 실패의 날들을 귀한 스승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삶을 살면,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그대는 가시 면류관의 여왕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영진 군이 하얀 팻말을 방금 기념식수한 나무 앞에 박았다. 그러자 학생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마침 물 뜨러 갔던 학생이 들통에 떠온 물을 질질 흘리면서 헐레벌떡 달려왔다. 나는 들통을 받아들고는 방금 심은 나무 주변에 물을 주었다. 그러자 학생들이 또다시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하륜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때 문영진 군이 내게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학교 운동장에 기념식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제가 학생들을 대표해서 큰절을 올립니다.”

교무과 교무실에서 긴급 직원회의가 소집되었다. 지칠 대로 지친 선생들이 다들 무슨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교장선생님이 크게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 선생님들이 평소에 애들을 어찌 가르쳤기에 오늘과 같은 불상사가 생긴단 말입니까!”
교장선생의 첫마디였다. 순간 나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마치 이 말은 날 보고 나무라는 것 같았다. 순하고 물러터진 학생들이 나에게 나쁜 영향을 받아서 오늘 너무나 엉뚱한 일을 벌일 만큼의 사나운 학생으로 변했다고 나무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교장선생은 오늘 스트라이크를 주동한 학생 대표들은 담임선생이 학생의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주문하였다. 또 경찰서에 부탁하여 통행금지가 지나더라도 아무 문제도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하였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부산의 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던 하륜은 새학기에 자기 반의 반장으로 재벌 아들이 뽑히자 “석 달 동안 화장실 청소하기”를 반장 당선 선물로 준다. 이 소식을 듣고, 아들 입학식에도 오지 않았던 재벌이 다음 날 학교에 와서 하륜 선생에게 인사하고 한마디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아들놈이 하필 이름 없는 엉터리 학교에 당첨되었나 하고 낙심하여 입학식에도 오지 않았는데, 어제 선생님이 우리 아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선물’로 준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 같은 훌륭한 분이 계시는 이 학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학교 발전을 위해서 최대한 돕겠습니다.”
그 뒤 그 재벌은 학교 발전에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하륜 선생은 문단에 등단하는 것이 꿈인 문학청년이다. 그때 존경하는 함석헌 선생이 유신반대 삭발을 했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 중등학교 교사로서 유일하게 하륜도 삭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S고등학교에 국어 선생 자리가 비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상경한다. 빡빡머리로 S고등학교를 찾아가서 수위실에서 “교장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하니 대번 거절당한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계시기나 합니까?” 하자, 수위가 “계신다”고 한다. ”그럼 해가 지면 퇴근합니까?” 하자, 수위가 “그렇다고 하자 ”잘되었습니다. 퇴근하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하고 하륜은 수위실 앞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십 분쯤 뒤에 수위가 말했다.
“교장실이 저쪽이니 올라가 봐!”
드디어 교장실에 가서 교장에게 말했다.
“저는 부산서 중학교 국어 선생을 하는 하륜입니다. 이 학교에 국어 선생 자리가 비었다는 소문을 듣고 저를 좀 채용해 달라는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제가 일류대학은 못 나왔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실력은 그들에게 조금도 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 실력의 증거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것입니다!”
탁자 위에 200자 원고지 2천 매짜리 장편소설 원고 뭉치를 놓으면서 “한 시간만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할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수업하는 것을 보시고 마음에 들면 채용해주시고, 아니면 고개만 가로저으면 아무 소리 않고 부산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하자, 마침내 교장선생은 그에게 수업의 기회를 준다. 교장선생이 한 시간 수업하는 것을 보고 신학기부터 채용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하륜은 S고등학교 국어 선생으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도전을 한다. 제일 먼저 수업 시작 전과 마칠 때 반장이 “차렷! 경례!”라고 구령하고 인사하는 것이 낡아빠진 군대식 잔재라고 당장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인사법으로 바꾼다. 그리고 수업시간을 「교과서 공부시간」과 「교과서 밖의 공부시간」으로 구분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교과서 밖 공부시간」에 열광한다. 그 외에 하륜은 수많은 것들을 개선하고 도전한다. 거기다가 미당 서정주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하여 문학청년의 꿈을 이루고 《참회록》이란 시집도 낸다. 이 시집의 제호를 함석헌 선생이 써주었다.
식목일이 되자 학생들이 모여서 학교 운동장에 기념 식수를 한다. 다음과 같이 새긴 하얀 팻말을 박았다.
-하륜 선생님의 훌륭한 뜻을 받들어 이 나무를 심는다.
일개 교사의 훌륭한 뜻을 받들어 교정에 기념 식수를 한 일은 이 나라 교육 현장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수많은 학생들과 안일한 교사들을 일깨우는 천둥 번개가 되고 핵폭탄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이 작품을 선물하는 것은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가 한글 타자기에 대한 수필 한 편을 잡지에 발표하였다. 우연히 이를 본 한글타자기 발명가 공병우 박사가 그에게 만나자고 제의하였다. 마침내 하륜은 공박사의 프러포즈를 받고 학교에 사표를 내고 교단을 떠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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