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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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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18g | 135*200*13mm
ISBN13 9791197504112
ISBN10 11975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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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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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자면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고기를 잡았다고 해서 왜가리가 특별히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왜가리에게는 그저 매번 잘 노려서 잘 내리꽂는 것만이 중요했고 그 뒤의 일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같았다. 그것이 멋있었다고, 가슴이 뻐근하도록 부러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 「왜가리 클럽」 중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절멸에 가까운 인구절벽 위에서 태어나는 이들의 ‘다름’을 ‘장애’로 규정하지 않고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으로 포괄하며 최대한 사회 구성원으로 포섭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들의 사회화를 위해 필수인 대면 훈련이 감염병 시대에 이르러 더는 당연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 「백채널링」 중에서

복수가 끝나면 나는 알래스카로 떠날 생각이다. 신호등보다 빙하가 많은 곳. 영영 녹지 않는다는 만년설이 반짝이는 곳. 그곳에서 남은 시간을 인간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얼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얼음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 「알래스카는 아니지만」 중에서

이 넓고 아름다운 곳에 아무도 없이 우리만 있으니 좋았다. 멀리 왔지만 이곳이 새로운 집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겉옷을 벗고 걸었다. 햇빛이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처럼 습도가 우리 옷을 벗게 하였다.
--- 「풀하우스」 중에서

노벨은 바이킹이지만 에디슨은 바이킹이 아니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바이킹이지만 레닌은 바이킹이 아니었고, 이소룡은 바이킹이지만 성룡은 바이킹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갱스터 힙합은 바이킹이었고 감성 멜로디 힙합은 바이킹이 아니었으며, 순풍산부인과는 바이킹인데 논스톱은 바이킹이 아니었고 심지어 홍대에 있는 프리모바치오바치의 빠네파스타는 바이킹이지만 신촌 쏘렌토의 카르보나라는 바이킹이 아니었다. 마찬가지 논리로 민형은 바이킹이지만 규영은 바이킹이 아니었다. 규영은 언제나 그 이유가 궁금했다.
--- 「바이킹의 탄생」 중에서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아까처럼 고개를 기괴하게 꺾은 상태로 다가왔다. 물 아래로 언뜻 비치는 몸은 인간과 물고기 그 경계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팔이 달려 있는 상반신은 인간의 형태였으나 온통 비늘로 덮여 살갗이 보이지 않았다. 꼬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가까이 다가온 인어는 수면 위로 천천히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그 위엔 잃어버린 혜민의 손목시계가 놓여 있었다.
--- 「인어의 시간」 중에서

나는 단 몇 분 만에 그의 계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그의 계정은 비공개 계정이었다. 나 또한 비공개 계정으로, 그에게 팔로우 신청을 해보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어쩌면 이건 나 혼자만의 의심이거나 망상일 수도 있다. 둘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그냥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일 수도 있다. 보고 싶다는 말과 하트 정도는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 「●Live」 중에서

식탁에서의 마지막 날은 갑자기 찾아왔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창피하다. 그날따라 유달리 열에 들떠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첨이 손을 들었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Q&A 시간이었다. 나는 기자의 질문을 받는 거만한 배우인 양 어디 들어나 봅시다,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는 어떻게 질의응답 시간은 때마다 좋을까, 생각했다. 누가 나를 궁금해하고 나의 눈길을 끌고 싶어 손을 치켜드는 것이 못 견디게 좋았다.
--- 「첨이 아닌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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