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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플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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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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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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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0.75MB ?
ISBN13 978895444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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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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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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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내가 너를 어떻게 잡아 왔는데. 파킨슨병으로 감퇴된 운동 기능은 꿈에서도 오류 없이 반영되기에. 양계진 씨는 두려웠던 것이다. 아가야, 너를 잃으면 이제 다시는 널 잡아 올 수 없어. 나에게는 이제 그런 힘이 없어. --- p.27, 「마그눔 오푸스」 중에서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는 열기로 자꾸 땀 흘리는 손자와 달리, 양계진 씨의 체온은 천천히―그러나 끊임없이 내려간다. 아래로, 아래로. 양계진 씨가 수백 번 넘게 다녀왔던 지하 세계까지. 익숙한 냉기가 후두와 기도를 넘어와 복장까지 닿을 때, 양계진 씨는 깨달을 것이다. 자기 몸 안에서 어떤 온기가 영영 사라져버렸음을. 말없이 조용히. --- p.42~43, 「마그눔 오푸스」 중에서

다만 우리가 생명뿐 아니라 죽음마저도 훔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 내 옆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신경 다발들을 두 손으로 붙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혈관 장애와 인슐린 부족으로 시종일관 부풀어 있는 두 손에서 손 떨림과 근육 강직, 운동완서를 다 쫓아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p.44, 「마그눔 오푸스」 중에서

우리가 작가의 말 따위로 불러주곤 하는 작은 글 상자. 그는 아마도 태어나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었을 이 공란 안에 들뜸과 떨림을 기록하는 대신 두뇌 안의 정언명령 한 줄을 적어 넣었다. 테두리 없이 오른쪽 정렬된 이 짧은 문장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조차 읽히지 않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부정확한 언어 사용으로부터 우리의 손을 지키는 방법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뿐이다. --- p.60, 「아나톨리아의 눈」 중에서

결국은 무엇 하나 효과가 없었는데. 색도 맛도 달랐던 그 모든 물의 효능과 쓰임새, 가능성, 미래를 따져볼 때. 내가 다만 60킬로그램 무게의 질그릇은 아닐까 되묻게 됩니다. 채워지고, 비워지고, 채워지고. 재채기라는 환영. 가슴을 누르는 메아리 속에서. --- p.65, 「아나톨리아의 눈」 중에서

불협화음은 난류를 조성한다. 도시의 공기가 해로운 이유는 환경오염 때문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새들을 찬송하라. 바로 그들이 나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소설로써 음향을 끝내는 지난한 여정 가운데 나는 나의 날개 달린 교육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 p.68, 「아나톨리아의 눈」 중에서

처음에는 언제나 어둠뿐이다. 그러므로 어둠은 목소리를 기입해도 좋다는 첫 번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어둠은 컬러 차트 위에 펼쳐진 모든 색상 조합식을 통틀어 첫 자리에 놓이기에 가장 알맞은 색이다. 수만 가지 빛의 파장이 소리 없이 침몰하는 장소. --- p.91, 「고스트 프리퀀시」 중에서

나에게는 이 어둠이 또 다른 시간선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그것을 수 초 이상 들여다본다면 시제 혼용을 겪게 될 것이다. 평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는 가운데 현실로부터 나가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멀미는 일종의 전조 증상으로 읽혔다. --- p.107, 「고스트 프리퀀시」 중에서

소설가가 부지런히 받아썼던 어둠 속의 소리들. 곧, 폐가 안에 갇혀 있던 떨림들이 낭독 공연자들의 성대를 빌려 재현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이 낭독 텍스트가 검은 고양이의 그림자다. 과거 시제 음향들의 파흔이다. 소설가는 검은 고양이의 표피를 덮고 있던 케라틴 체모들이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습을 본다.
--- p.111~112, 「고스트 프리퀀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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