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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도날드

레이디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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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86g | 133*200*20mm
ISBN13 9788954685733
ISBN10 895468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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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면 할수록 상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상식이라는 단어는 상대적이고, 파괴적이고, 기만적이다. 모두의 상식이 다르다는 말이다.
--- p.24~25

신중호는 오늘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았다. 맥도날드는 밤이 돼도 조명의 조도를 낮추지 않는다는 것. 이게 정신을 매우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오래 있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 명백한 의도라는 것. 하지만 밤의 거리에서 이곳만큼 안전해 보이는 곳도 없다는 것. 불이 환하게 밝혀진 이곳으로 들어오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
--- p.35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패배다. 내 존엄을 스스로 해하는 일이니까. 김윤자는 이렇게 움츠러든 자신이 속상했지만 속상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더 펴고 로비로 걸어갔다.
--- p.42

누구나 젊었을 때는 타인의 삶을 단순화한다. 김윤자도 그랬다. 누군가 노년의 그녀를 그저 곱게 미쳐버린 맥도날드 할머니로 만들기도 하고 그러는 것처럼.
--- p.80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방식, 그러니까 흔히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삶의 방식 말고는 잘 상상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면서 말이다.
--- p.113

김윤자는 기분이 상한 이유를 알았다. 커피를 주면서 햄버거 광고가 인쇄된 종이를 깔아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아무리 천오백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라고 해도 손님은 손님인데……
(…)
좀더 섬세할 수는 없을까?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주문한 사람한테는 햄버거가 아니라 커피나 아이스크림이 인쇄된 종이를 깔아주면 안 되나?
--- p.135~136

김윤자가 인생에서 잃는 게 많아질수록 인생에 거는 기대는 커졌으므로 그 기대가 충족될 확률은 점점 줄어들었다.
--- p.255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죽이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김윤자는 자기가 평생에 걸쳐 매일같이 자신을 죽여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살고 싶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했다.
살고 싶지 않다면 죽을 필요가 없었다. 김윤자는 더 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더는 계속 죽고 싶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영원히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 p.29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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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맥도날드 할머니’는 워낙에도 개성 있는 인물이지만 그녀의 인생을 모티브로 쓴 『레이디 맥도날드』를 읽고 내 마음이 움직인 건 그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 ‘맥 레이디’는 조소나 동정의 대상으로 납작해지는 대신 한 송이의 백합처럼 향기롭게 피어난다. 그녀는 주거지와 가족을 잃었으나 스스로에 대한 예우와 우아한 삶의 태도를 잃지 않으며,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매일매일을 수행하듯 살아간다. 나는 이 잘 읽히는 소설을 아끼는 사탕을 녹여 먹듯 천천히 읽어야 했다. 그녀가 못내 사랑스러워서. 그녀의 삶이 너무 애틋해서. 어떤 이의 눈에는 과거에 갇혀 사는 허영심 많은 여자일 뿐이겠지만, 그녀의 특별함이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삶의 방식”만 강요하는 이 폭력적인 세계에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사는 일의 어려움과 귀함을 아는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
- 백수린 (소설가)
2010년 12월, 트렌치코트 하나로 추위를 견디며 커다란 유명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걸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호기심에 말을 걸면 욕을 하시던 할머니는 제가 처음 정중하게 말을 건넸을 때 너무도 상냥하고 우아하게, 영어 단어를 섞은 특유의 어투로 대답을 하셨습니다. 할머니에게 유명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을 했던 날도 잊지 못합니다. 할머니는 식사 전 화장실에 들러 자신의 옷매무새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나오셨습니다. 비록 밑바닥 삶을 살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기본 예의는 지켜야 된다는, 아니 그마저 지키지 않으면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아마도 할머니는 알고 계셨을 겁니다.
제가 취재중에 떠올렸던 할머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놀랍게도 책 속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할머니를 다시 만난 듯 기뻤습니다. 이 책을 통해 주어진 삶을 꾸려가는 각자의 움직임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 조완현 (PD, [SBS 궁금한 이야기 Y]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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