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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래

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아무튼, OO-049이동
이슬아 | 위고 | 2022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14건 | 판매지수 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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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X이찬희 노래책 (포인트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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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62g | 110*178*11mm
ISBN13 9791186602713
ISBN10 118660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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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노래방에서는 뭔가를 들키고 만다
태어나보니 노래방이 있었다
엇박적 인간과 정박적 인간
가정 노래 교육

강부자와 정향자와 프레디 머큐리의 기분
투 머치 러브 윌 킬 유
축가
히트곡을 향하여
비문학적 노래방
네가 먼저 1절 불러
세월과 노래
노래를 본다는 것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모를 거야 누나는
아이 돈 라이크 워칭 유 고
앞으로 걸으니 바다가 가까워졌어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일주일에 한 번 구민회관 노래 교실에 다니는 여자와 거실 중앙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한 남자가 있었다.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노래 교실에 다니는 여자를 위해 남자가 반주 기계를 산 건지, 아니면 남자가 사놓은 반주 기계 때문에 여자가 노래 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건지. 아무튼 나는 그들의 손주로 태어났다.
--- p.17

가왕들이 화려한 열창으로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세 평 남짓한 방을 뒤흔드는 동안 나는 소심하게 리모컨을 들고 다음 곡을 고른다. 예약 버튼을 누른 뒤엔 목을 가다듬고 다른 이의 노래를 경청하며 기다린다. 드디어 차례가 다가오면 마이크를 두 손으로 쥔다. 좀 송구스러운 모습으로 첫 소절을 부른다. 에코 섞인 내 목소리는 내가 아는 나보다 어리고 여린 것만 같다. 가슴을 진정시키고 최대한 집중해서 두 번째 소절을 부를 때쯤 가왕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기 시작한다. […] 지금은 그저 가왕들이 쉬어 가는 시간일 뿐이란 걸 1절 후렴을 부르며 깨닫는다.
--- p.7

새삼스럽지만 나는 오늘의 신랑 신부도 잘 몰랐고 결혼식이 뭔지도 몰랐고 결혼이 뭔지는 더욱더 몰랐다. 어디 가서 축가를 불러본 적도 없었고 직접 녹음한 반주도 실은 엉성했고 노래 제목은 하필 〈사랑밖엔 난 몰라〉인데 사랑이라도 알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사실은 사랑마저 잘 몰랐다. 이 자리에 섭외되기에는 내가 너무 덜 살았으며 그러므로 축가 수락은 여러모로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설 무렵 점잖은 사회자의 준엄한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
--- p.54~55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내가 노래하자마자 그가 물 흐르듯 양손 검지를 흐르게 하더니 두 손바닥을 부르르 떨고선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상냥함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울 뿐이라고 내가 노래하자마자, 그가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턱끝에 살짝 톡톡 친 뒤 상심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까처럼 양손을 떤 뒤 고개를 끄덕였다.
--- p.91

그게 동원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정말로 불러드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임종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감각이 청각이라는데, 내가 노래를 미루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찬송가가 끝나자 하마가 영정 사진을 들었다. 하마의 발치에는 동원과 합장하기 위해 고이 모셔둔 할머님의 유골함이 놓여 있었다. 식구가 적은 장례라 그것을 들 손이 부족했다. 망설이지 않고 얼른 가서 소중히 안아 들었다.
--- p.106

“모를 거야, 누나는.” 무슨 일인지 다 말해놓고선 꼭 그렇게 마무리한다. 우리 사이의 유행어 같은 거다. 얼마나 우스웠는지 얼마나 서러웠는지 얼마나 앞이 캄캄했는지 누나가 어떻게 다 알겠냐는 푸념이다. 그럼 나는 한순간에 모르는 누나가 되어 웃는다. 웃으면서 똑같이 대꾸한다. “모를 거야, 너도.” 그럼 걔가 한 번 더 응수한다. “아니, 누나는 진짜로 모를 거야.” 우리는 서로가 얼마나 모르는지 강조하며 웃는다. 몰라도 괜찮다는 듯이 웃는다. 나는 그 순간이 “넌 내 마음 다 알잖아.” 같은 말을 주고받을 때보다 더 좋다. 그냥 우연히 남매가 되었을 뿐이다. 가족이어도 다 알 수가 없다.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 p.117

우리는 그런 순간을 알아볼 수 있다. 겪으면서도 아쉽다. 흔치 않아서. 영영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서. 시간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좋은 곳에서만 계속 멈춰 있을 수는 없다. 현희진은 여기에 쭉 머물고 싶은지 자신이 이대로 더 깊이 떠내려가도 붙잡지 말라고 했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은 안 돼. 힘차게 그의 튜브를 끌고 해변을 향해 헤엄쳤다. 친구가 표류하거나 익사해서 죽게 놔두기엔 나는 수영을 너무 잘했다. 현희진은 순순히 뭍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함께 깊은 물에 머물던 순간은 이 모든 걸 모래 위에서 지켜보던 이훤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 여름 한 장의 사진만 세상에 남아야 한다면 그 사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한 곡의 노래만 세상에 남아야 한다면 그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 p.134

하지만 어떻게 다시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듯이. 누가 보고 있어도 괜찮다는 듯이. 내가 나여서 다행이라는 듯이. 언제든 네가 될 수도 있다는 듯이. 노래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영혼을 들켜버리고 만다. 좋은 가수는 좋은 작가가 해낸 것과 비슷한 일을 해낸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투명하고 담대한 사람이 되면 음악의 사랑을 받으며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 p.14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_노래와 함께 점점 더 오래된 사람이 된다
“노래방을 장악해보지도 않은 내가 왜 노래에 관한 책을 쓰는가?” 이슬아 작가는 스스로 던진 이 물음에, 생각해보면 몹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답한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사인 볼트가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복희가 요리에 관한 글을 쓰지 않듯, 가왕들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슬아는 가왕들이 차폭을 정확히 인지한 운전자처럼 두려움 없이 다음 소절로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에 감탄한다. 그런가 하면 잘 못 불렀는데도 좋아죽겠는 노래를 맞닥뜨릴 때마다 음악을, 삶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된다. 어느덧 “나를 까먹으며 남의 노래를 보고 듣”게 된다. 『아무튼, 노래』는 아무튼 시리즈 마흔아홉 번째 책이자 이슬아 작가의 열 번째 책으로, 노래에 대한 오랜 사랑의 고백이면서 노래와 함께 점점 더 깨끗하고, 아름답고, 오래된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_태어나보니 노래방이 있었다
삼대가 함께 모여 사는 이슬아의 집 거실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었다. 할아버지 한우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날이면 어김없이 집안 식구들을 호출하고 노래방 기계를 틀었다. 할머니 향자는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겠다”고 노래했고, 당숙모는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라고 노래했다. 어른들이 깜빡 잊은 사각지대에서 어린 이슬아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노래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린 이슬아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따금 노래를 잘하는 게 제일 멋진 일인데 글쓰기 같은 게 대체 무슨 소용이냐 싶었다. 술에 취해 노래할 때만 명곡의 힘을 빌려 마음을 내보이는 애인 때문에 꾸역꾸역 새벽의 시간을 견디기도 했다. 글쓰기가 두렵고 힘들 때 노래로 도망가곤 했다. 그때마다 노래는 넉넉한 품으로 노래에 대한 이슬아의 짝사랑을 받아안았다. 어느 날에는 한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며 자신이 노인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랑밖엔 난 몰라”라고 노래하지만 사랑 말고도 많은 것을 알게 된 노인으로서 축가를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알지 못하는 채로 스물아홉의 이슬아는 미래의 자신을 향해 까치발을 하고선 2절까지 꿋꿋하게 불렀다.

_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다 수영을 하며, 〈눈사람〉을 들으며
우리 모두가 그렇듯, 이슬아는 노래와 함께 순간들을 산다. 할아버지를 잃어 외롭고 상심한, 이제는 헤어진 오래된 연인에게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나직이 노래를 불러준다. 죽음 곁에서 생의 의지를 다지며 그와 함께 삶을 구석구석 사는 벗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눈도 닮고 코도 닮고 입도 닮았지만 이제 서로를 속속들이는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동생과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노래 〈밤운전〉을 만든다. 살아가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친구가 처음으로 바다 수영을 하며 삶의 기쁨에 잠기는 것을 바라볼 때 단 한 곡의 노래만 세상에 남아야 한다면 〈안식 없는 평안〉이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한 해가 끝나던 어느 날 정미조의 〈눈사람〉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하얗고 커다란 벌판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지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노래와 함께 점점 더 오래된 사람이 되고 싶다.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8.9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노래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혜********밤 | 2022.06.13 | 추천20 | 댓글24 리뷰제목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삶의 요소요소마다 자리를 잡으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노래’를 향한 예찬을 담고있다. <아무튼, 노래> 속 이슬아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삶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들을 향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샘솟게 된다. 특별히 나는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
리뷰제목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삶의 요소요소마다 자리를 잡으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노래’를 향한 예찬을 담고있다. <아무튼, 노래> 속 이슬아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삶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들을 향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샘솟게 된다. 특별히 나는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던 마음에 관한 기억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척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4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즐기듯 노래를 부르며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백 미터 전’과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같은 발라드곡부터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와 같은 트로트곡까지 섭렵했다고 전해진다. 아버지의 작은어머니, 즉 나에게 작은 할머니라 불리던 할머니의 환갑잔치 때 나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남행열차)를 부른 유일한 꼬맹이이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태생부터 (이슬아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지극히 ‘노래방적인 사람’이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MP3 플레이어를 소유했었다. 총 서른 두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었기에 한 곡 한 곡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당시 마음 깊이 좋아한 친구가 선호할 곡들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나의 MP3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을 틈타 내 옆자리에서 나의 MP3 플레이어를 통해 노래를 듣던 그녀가 MP3에 담긴 조성모의 ‘To Heaven’을 듣고선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불러줄 수 있다고 답한 나는, 그녀 앞에서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부담감에 얼마 남지 않은 쉬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더해져 “괜찮은 거니”로 시작되는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버벅대고 말았다. 이에 그녀는 “괜히 부담을 줬다보다”라고 말하며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둔 채 수업 준비에 몰두했다. 그 이후 언젠가 그녀가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다시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을 날을 고대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그녀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조성모의 ‘To Heaven’을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될 때마다 미련 비슷한 감정이 샘솟곤 한다.

한편 한경일의 ‘내 삶의 반’을 하루에 서른 번 넘게 들을 정도로 좋아했던 학원 친구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오락실 노래방에서 5천원 넘는 금액을 ‘내 삶의 반’을 연습하는데 사용한 적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연습에 들이는 노력과, 그렇게 연습한 곡을 누군가에게 불러주는 용기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외에 봉사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잠시 몸 담았던 노숙인을 위한 무료병원의 직원들과 함께 했던 회식자리에서, 청춘을 오롯이 이 병원을 위해 쏟아 부은 실장님에게 헌사하듯 불러드렸던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와 세월의 무상함 앞에 주눅들어 보이는 선배들에게 불러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픈 마음이 샘솟는 요즘이다. 평소 코인노래방에 홀로 방문하거나 유튜브 노래방 채널을 통해서 노래 연습을 즐기며 ‘노래방적인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이 다행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가라오케를 발명한 이노우에 다이스케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아시아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것에 더해서 코인노래방에과 유튜브 노래방 채널에도 가라오케와 맞먹는 영예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한 곡 한 곡을 노래를 연습해나가는 내 모습이, MP3 플레이어에 심혈을 기울여 노래를 채우던 오래 전 나의 모습과 맞물려서 아련하게 다가온다.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는 이슬아 작가의 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여담으로 살아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친구를 향해 ‘그래도 최대한 늦게 죽어줘’라는 말을 건냈다는, 이야기 속 이슬아 작가의 마음이 노래가 우리네 삶에 선사하는 위로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노래는, 우리가 최대한 늦게 죽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주는지도 모르겠다.
2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0 댓글 24
그 많던 시간은 누가 다 불렀을까 - [아무튼, 노래]를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2.05.22 | 추천7 | 댓글2 리뷰제목
그 많던 (노래방 기기에 입력된) 시간은 누가 다 불렀을까 <아무튼, 노래>를 읽고       아직도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고교시절, 한 달에 한 번꼴로 토요일 오전 수업을 파하면 친구들과 찾았던 대학가에 자리한 노래방이.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알코올의 에너지를 빌어) 입장시간대가 낮에서 밤으로 바뀌고 조금 더 자주 갔다는 차이를 빼면, 그때 노래방;
리뷰제목

그 많던 (노래방 기기에 입력된) 시간은 누가 다 불렀을까

<아무튼, 노래>를 읽고

 

 

  아직도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고교시절, 한 달에 한 번꼴로 토요일 오전 수업을 파하면 친구들과 찾았던 대학가에 자리한 노래방이.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알코올의 에너지를 빌어) 입장시간대가 낮에서 밤으로 바뀌고 조금 더 자주 갔다는 차이를 빼면, 그때 노래방은 내 청춘의 안식처 가운데 하나였다. 아무튼 시리즈의 최신작 <아무튼, 노래>태어나보니 노래방이 있었다92년생 이슬아 작가의 노래와 노래방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보다 10년 먼저 태어난 82년생 김ㅇㅇ(이라 쓰고 흙바람이라 읽는다) 독자는 살다보니 노래방이 생겼기에 얼핏 보기에는 작가와 독자로서 둘의 접점은 없어 보이지만, 우리 사이에는 90년대 대중음악이라는 거대하고 힘찬 강이 흐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강에서 건져 올린 노래(는 곧 이야기)를 같이 부르고 듣다보면 저마다의 인생곡은 무엇인지 되묻고 노래는 우리의 인생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노래방은 만화경처럼 영롱하고 오묘하게 우리를 가두고 드러낸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사람조차 노래방에서는 뭔가를 들키고 만다. 말로도 글로도 못할 얘기들을 입 밖에 꺼내도록 노래가 인도하니까. 대중가요의 특수한 악력에 이끌리면 누구든 평소보다 더 열렬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니까.(9쪽)

 

  노래방은 묘한 시공간을 품고 있다. 입장하는 순간부터 낮과 밤의 경계가 흐려진다. 노래방 기기 화면에 "60분이 입력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동시에 노래방의 시간은 흐른다. 주어진 한 시간은 선곡에 따라 느리게 또는 빠르게 흐른다. 또한 노래방 사장님의 인심에 따라 그 시간이 무한대에 수렴할 수도 있다. 더불어 곡의 분위기에 따라 몇 평 남짓한 무대는 공연장이나 경연장 또는 무도회장으로 자유자재로 전환되기도 한다. (독자 마음대로 노래방의 3요소를 시간, 공간, '이것'으로 정해보자면) 여기에 사람, 즉 (마이크를 쥔 자와 템버린을 든 자로 나누고 싶으나 저자의 견해에 따라) 노래방을 장악하는 노래방적 인간(을 저자는 '가왕'이라 부른다)과 그렇지 못한 비(非)노래방적 인간도 빼놓을 수 없다.

 

잘 못불렀더라도 좋아죽겠는 노래를 맞닥뜨릴 때마다 음악이라는 것을 그리고 삶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다.(중략) 딱히 기대받지 않으며 순서를 기다리는 나 같은 친구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다. 비노래방적 인간은 심취하지 않으므로 모조리 느낀다. 그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9쪽)

 

  자신을 비노래방적 인간이자 정박적 인간이자 산문적 인간으로 규정한 저자, 그의 기억 속 노래(방)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이를테면, 어린 저자를 데려간 구민회관의 노래 교실을 주름잡았던 '엇박적 인간' 할머니, 거의 모든 노래 제목을 틀리게 말하지만 틀리지 않고 1절을 부르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은 뒤 2절을 부르는 엄마, 서로의 마음을 다 알지만 때로는 미지의 타인으로 느껴지는 밴드음악을 하는 '운문적 인간' 동생, 쟁반 노래방만큼이나 유쾌했던 비문학적 노래방을 빛낸 선후배 문인들, 저자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가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연인과 친구들, '그때 그 사람'들은 이제 저자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내사람들이 되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태초에 노래를 가르쳐준 어른들이 있었다. 노래와 그들을 번갈아 보며 세상을 배웠다. 그들은 내게 노래를 들려주었고 나 역시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이제는 내 노래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안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한다.(142쪽)

 

  글을 소리내어 부르면 노래가 되고, 어디든 노랫말을 써내려가면 글이 된다. 글감과 노래의 영감은 삶의 어느 시공간에서 구하면 된다. 누군가에게 글과 노래는 내 삶에 관한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도구이자 목적이 될 수 있다. 물론 저자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노래에 관해 쓰는 게 더 쉽다고 말하지만, 그에게 글과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은 각각이 아닌 하나의 일일지도 모른다. 대낮과 한밤의 노래(방)에 관한 지난 경험을 레퍼토리로 삼아 동전(코인) 노래방과 같은 자기만의 작업실에서 오늘도 계속 '혼자 쓰고 불러서' 자신에게 보여주고 또 들려주고 있을 작가를 상상해본다. 그의 노래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는 한 노래는 멀리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 노래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작고도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이웃과 벗들의 웃음속에는
조그만 가락이 울려 나오면
나는 부르리 나의 노래를
나는 부르리 가난한 마음을
그러나 그대 모두 귀기울일때
노래는 멀리멀리 날아가리

 

김광석, 「나의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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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노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심*****임 | 2022.07.06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아무튼, 노래 리뷰 이슬아 작가님이 아무튼 시리즈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서둘렀던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에 웃음을 짓게 되었다 다만 이전에 출간 되었던 몇몇 글들과 이 책에 삽입된 글들에 중복이 많아 새로운 글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워낙에 이슬아 작가님 글에 관심을 가져 왔기 때문일수도 또는 너무 중복적인 글을 여러 출판사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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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래 리뷰

이슬아 작가님이 아무튼 시리즈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서둘렀던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에 웃음을 짓게 되었다

다만 이전에 출간 되었던 몇몇 글들과 이 책에 삽입된 글들에 중복이 많아 새로운 글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워낙에 이슬아 작가님 글에 관심을 가져 왔기 때문일수도

또는 너무 중복적인 글을 여러 출판사를 거쳐 출판한 작가님의 욕심 때문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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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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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받기도 전에 전자책 나와서 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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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d*****m | 2022.04.28
구매 평점2점
기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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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a*****7 | 2022.09.04
구매 평점5점
웬지 제목만봐도 흥미롭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h*******1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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