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곤충은 수억 년 살아오는 동안 생존에 꼭 필요한 비밀 병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진화해왔습니다. 개체마다 특화된 기능을 적응 방산adaptive radiation함으로써 가장 오랫동안 지구상에 번성하며 곤충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독침술의 대가 말벌, 날카로운 톱니발*전사 왕사마귀, 방패막이 갑옷을 입은 딱정벌레, 의태의 마술사 대벌레, 화학전사 폭탄먼지벌레, 높이뛰기 선수 벼룩, 자체발광 늦반딧불이, 소프라노 애매미, 차력사 한국홍가슴개미, 물속의 폭군 물방개 등은 기후변화에 의해 빙하기가 오는 등 서식환경이 바뀌어도 비장의 기술을 발휘하여 어려운 시기를 견뎠답니다. 그런데 이들에 비해 나비들은 천적에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공격 모드가 전혀 없습니다. 고작해야 날개로 도망가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죠. 물론 날개를 작게 오므려 의태색으로 위장한 다음 숨바꼭질 작전을 펴는 나비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무늬박이제비나비의 생존전략은 조금 다릅니다. 날개에 독특한 문양을 새겨 넣어 묘기를 부리는 것을 비장의 무기로 삼거든요. 비밀은 날개에 마술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노란색 부채꼴 반달무늬에 숨어 있습니다. 검은색 바탕에 있는 노란색 무늬는 명시성을 높여주어 아주 잘 보입니다. (……) 무늬박이제비나비가 날개에 커다란 무늬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첫째, ‘적의 적은 나의 친구이다’라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나비의 천적은 새잖아요. 그런데 일반적인 새들은 맹금류를 무서워합니다. 이 같은 자연의 원리를 활용해서 새의 포식자인 맹금류 눈매를 자신의 날개 마술로 만들어 공포효과를 내는 것이지요. 둘째, 새들이 눈알무늬를 쪼도록 하여 나비에게 중요한 부분인 머리, 가슴, 배를 보호합니다. 새들은 본능적으로 피식자의 머리 쪽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요. 무늬박이제비나비는 바로 이 점을 이용했습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날개만 일부 다치게 하고 목숨을 지킴으로써 자손번식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지요. 셋째, 평상시 짝짓기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사랑의 마크로 이 커다란 무늬를 이용하고 있답니다. 넷째, 멀리 있는 짝을 빨리 찾기 위한 성표性標로도 활용합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 무늬는 생존과 자손번식을 위하여 오랫동안 몸부림쳐온 흔적이겠지요.
--- 「바람 따라 제비처럼 무늬박이 제비나비」 중에서
곤충은 종마다 주변 온도, 습도, 날씨, 계절, 토양, 기후조건, 지리적, 지역적 특성 등 서식환경에 따라 음식물, 생명주기Life cycle, 성장단계, 성장속도, 행동양식 등이 다릅니다. 이런 특성들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학수사의 증거지표로 삼기에 딱 좋습니다. 곤충은 사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당시의 진실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어떤 곤충이 과학수사를 하는 데 유용할까요? 이들은 시신의 사망 시기를 어떤 방법으로 알려주는 걸까요? 살인 현장에 있는 시신은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곤충에게 시간차로 공격을 당합니다. 제일 먼저 달려오는 곤충은 신선한 살을 좋아하는 금파리예요. 사망한 지 불과 한두 시간 내에 찾아옵니다. 그다음으로 검정파리, 쉬파리, 집파리가 순서대로 나타나 눈, 코, 입, 귀 등 상처 부위에 알을 낳습니다. 파리목의 애벌레인 구더기는 습하고 연한 조직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시체의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7일 정도 지나면 딱정벌레목의 송장벌레가, 10일 정도가 되면 건조한 조직과 연골을 좋아하는 딱정벌레 등이 현장에 나타납니다. 1개월이 지나면 피부와 뼈에 남아 있는 질긴 살이나 근육에 개미, 반날개, 밑쑤시기, 수시렁이, 나방, 말벌과 같은 여러 육식성 곤충들이 기웃거리며 수사에 도움을 줍니다. 이때쯤에 우리의 주인공인 먹그림나비가 네발나비과 친구들인 신선나비류, 오색나비류들과 함께 등장하여 사건 현장을 먹그림으로 남길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은 부패한 동물의 사체 냄새를 맡고 날아와 모여들기 때문이죠. 발이나 날개에 묻은 죽은 사람의 흔적이나 입으로 흡습한 망자의 DNA가 이 친구의 뱃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시신의 사망 시기와 장소 등을 알려줄 수 있는 CSI과학수사대 명탐정이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 「묵향 따라 천리 길, 먹그림나비」 중에서
예부터 농민들은 곤충 특히 개미나 나비들의 행동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예측하고 농사를 지었습니다. 특히 날씨변화에 민감한 호랑나비는 농사철 기상 예보관이랍니다. 이 친구들은 날이 흐리기만 해도 나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비가 오려고 바람이 몰아칠 즈음이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방송에서 기상 캐스터가 하루 전에 내일의 날씨가 흐리다고만 해도 호랑나비를 찾아볼 수 없어요. 요즈음엔 기상위성 등 여러 가지 첨단 장비들을 활용한 덕분에 기상청의 예보가 거의 정확합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어민들은 날씨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데요. 기상 이변으로 어쩌다 예보가 빗나가게 되면 농민들은 오랫동안 기상청을 원망하곤 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기억장치인 ‘해마’에서 나쁜 기억을 오래가게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나요? 호랑나비를 현미경으로 보면 머리, 가슴, 배 심지어 날개며 다리까지 온몸이 작은 털로 뒤덮여 있어요. 이 털들은 더듬이, 눈, 피부와 함께 기온, 습도, 기압, 바람의 흐름 등 날씨를 정확히 감지하여 각종 감각신경을 통하여 컴퓨터 칩이 들어 있는 작은 뇌로 전송해줍니다. 그러면 컨트롤타워인 뇌에서 주변 날씨 환경변화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체내의 호르몬 변화를 유도하여 생체 내 기상예보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거죠. 이 정도면 날씨 변화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상 예보관이라고 할 수 있죠? (……) 지표면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대부분 1기압 즉, 1013hPa헥토파스칼이라는 공기의 압력을 사면팔방에서 받고 살아갑니다. 사실 엄청난 세기로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인데도 우리는 별로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습니다. 만약 기압이 1005hPa 정도로 낮아진다면 우리 몸은 압박이 풀려 관절에 미세한 틈이 생기고 벌어져 몸의 각 마디가 쑤시고 아플 것입니다. 호랑나비를 주의 깊게 관찰해보세요. 아침부터 텃밭에서 호랑나비가 춤을 춘다면 그날은 맑을 겁니다.
---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