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되어 가장 좋은 점은 이제 더 이상 같은 반에서 왕승연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왕승연이 날 놀리고 도망을 간 것도 그렇게 분하지 않았다. (…) 학교 교문을 나서는데 아까 봤던 동아리 포스터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뭘 하는 동아리일까?’ 동아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으니 더 궁금해졌다. 결국 나는 나효주 선생님께 메시지로 여쭤보기로 했다.
--- p.12~13, 「1장_새 학년, 새로운 만남」중에서
“엄마, 이 치킨을 학교에서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그렇게 치킨이 좋아? 치킨 시키길 잘했네!”
“사실 동아리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직접 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거든? 근데 뭘 해야 할지 아직 못 정했어.”
엄마가 양념이 가득한 닭 날개를 손에 들고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음…. 우리 민영이는 뭘 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랄까? 요리도 좋고, 화장품으로 꾸미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또….”
--- p.24, 「2장_고민이 있다고? 우리에게 맡겨!」중에서
동아리 부원들의 만장일치로 주제가 정해졌고, 동아리 활동명도 ‘고민해결사무소’로 결정되었다. 결국, 내 아이디어는 금진주와 공동으로 낸 아이디어가 되었다. 억울했지만 증거도 없고 본 사람도 없어서 더 이상 금진주에게 따져 물을 수 없었다.
--- p.34, 「2장_고민이 있다고? 우리에게 맡겨!」중에서
‘우리 학교 애들이 이렇게 고민이 많다고?’
나는 종이를 하나씩 펼쳐 사연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 사연 웃기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데 무지개 띠를 갖고 싶대. 근데 그런 게 있기는 해?”
--- p.40, 「3장_사연이 우수수」중에서
내가 화를 내도 왕승연은 계속 나를 옥동자라고 놀렸다.
“옥동자라고 하지 말라고!”
“옥동자를 옥동자라고 하는데 뭐가 어때서? 네가 옥동자처럼 생기지 말던가!”
금진주는 그 말을 듣고 ‘풉!’ 하고 작게 웃었다. 놀리는 왕승연보다 옆에서 비웃는 금진주 때문에 더 화가 났다.
--- p.50, 「4장_별명이 뭐길래!」중에서
나는 고민이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려는 민찬이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지만, 민찬이는 그냥 그렇게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민찬이의 뒷모습을 보며 현도가 말했다.
“고민 해결… 쉽지 않네.”
우리의 첫 대면 상담은 그렇게 김빠지게 실패하고 말았다.
--- p.69, 「5장_초보 상담사」중에서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큰 고민이 생겨 버렸다. 나는 아파트 공원에 떨어져 있는 아까시나무 나뭇잎을 발견하고 주워 들었다. 작은 잎을 하나씩 떼며 속으로 점을 쳤다.
원우가…… 나를.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 p.111, 「8장_두근두근 여름 방학」중에서
예전에 사연이 많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섰는데, 이제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앞섰다. 우리는 늘 그렇듯 책상을 모아 놓고 사연함을 거꾸로 들고 부었다. 사연 종이가 우수수 쏟아졌다.
앞으로 어떤 사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 p.173, 「12장_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