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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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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284g | 135*200*20mm
ISBN13 9788925577821
ISBN10 892557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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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 건배!” 젓가락으로 두툼하게 썬 로스트비프를 집었다. 한입에 털어 넣기에는 다소 고기 조각이 커서 입으로 반씩 뜯어먹었다. 갈수록 야만족 같다. 찰진 식감. 씹을 때마다 육즙이 줄줄 흘러나왔다. 야키니쿠나 스테이크와는 맛이 달랐다. 고기를 삼키고 레드와인을 입에 머금는다. 대체 얼마나 많은 포도를 가지고 와인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혀에 닿는 과즙 느낌이 대단했다. 쇠고기 맛에 지지 않을 정도의 강한 맛. 그래, 로스트비프랑 찰떡이다.
--- p.21

좁은 우리 집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이들은 계속 묵묵히 만화를 보고 있고, 지금까지 수다를 떨던 어른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가에의 말뜻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스코.” 나기사가 침묵을 깼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기사는 뭔가가 마음에 안 들면 남편을 요스코라고 부른다. “무슨 뜻이긴.” 나기사의 남편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 쌍둥이는 초등학생이라고 생각 안 될 정도로 야무지다면서? 그러니까 그렇지.” “이해 안 돼.” 나는 그 즉시 대꾸했다. “설명해 봐.”
--- pp.70~71

“잘 마시겠습니다.” 사케를 한 모금 마셔봤다. 똑같이 북서쪽 지역이라도 아키타산은 니가타산과는 풍미가 다르다. 니가타산이 담백하고 깔끔하다면, 아키타산은 또렷한 느낌. 이 술도 야무지게 각 잡힌 듯한 맛이다. 오징어내장구이로 젓가락을 뻗었다. 아직도 뜨거워서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향긋한 맛이 입안에서 톡 터지며 퍼져나갔다. 내장과 약간의 된장이 오징어 본래의 맛에 깊이를 더해준다. 잘 씹어서 삼키고 다시 사케 한 모금. 자칫하면 너무 강할 수 있는 오징어내장의 맛을 사케가 깔끔하게 씻어냈다. 그러면서도 뒷맛에 내장과 사케의 맛이 또렷하다. 정말 맛있다. “이거 정말 괜찮네요.” 겐타도 감탄한 듯 말했다. “오징어는 원래 담백한 맛인데, 이렇게 세게 간을 해도 자체의 맛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 p.90

“이 요리의 포인트는 오징어 살을 내장으로 간하는 거야. 그런데 오징어 본래의 맛과는 좀 다른 것 같아. 아이디어랄지, 기술이랄지, 그런 것의 결정체 같달까.”
“뭘 그렇게까지.” 나가에가 웃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요리인 건 사실이야. 실제로 오징어를 손질할 때 한 번 내장을 빼잖아? 그다음에 간하는 단계에서 다시 몸통에 집어넣고. 일단 헤어졌다 중요한 순간에 다시 딱 합치는 느낌이랄까.” 제법 정확한 설명이다. 무슨 멜로드라마처럼 들리긴 했지만. 멜로드라마. 뭔가가 뇌 깊은 곳을 자극했다. 뭘까 생각하는 동시에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랬지.”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렸다.
“아, 회사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생각나서.”
“회사에서?” 나기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서 오징어내장구이라도 먹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한 손을 휙휙 내저었다. “일단 헤어졌다 다시 합치는 이야기.”
--- p.91

나도 닭고기를 집었다. 젓가락을 얹기만 해도 살점이 뼈에서 스르륵 발렸다. 살점이 크지는 않았지만 입에 넣기에는 딱 좋은 사이즈였다. 한 입 깨물자 맨 먼저 맵싸한 고추 맛. 곧이어 김치 전골 스톡에 든 어패류의 감칠맛.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소한 닭고기 맛이 입안에 퍼졌다. 따듯하게 데운 사오싱주도 한 모금. 뜨끈한 사오싱주는 설탕을 섞어 마시기도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넣지 않는다. 입에 술을 머금자 숙성된 감칠맛과 알싸한 맛이 닭고기 맛을 뒤따라 몸을 안쪽부터 훈훈히 데워준다. 그래, 정말 찰떡이다. “맛있네.” 나가에도 한마디 했다. “간이 너무 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고. 딱 맞게 새콤하고 간간해.”
--- p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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