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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A.J. 라이언
관심작가 알림신청A.J. Ryan
역전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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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8, 지크자우어.” 그는 이 무기를 알았다. 그 사실을 반영하듯이 목소리는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총은 미국 군용 표준 권총이었다. 17발 장전 가능. 유효 사거리는 50미터.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사실은 그가 권총의 이름은 알면서,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 p.13 “무슨 이상한 실험 같은 건가 봐.” 헉슬리가 제안했다. “기억을 지운 다음 무기를 장전한 배에 태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는 거지.” […] “기억이라는 게 뇌의 깔끔한 개별 영역에 은밀하게 들어앉아 있는 게 아니거든. 개인사를 기억하는 능력은 없애버리고 축적된 지식과 기술은 그대로 남겨둔다, 그건 내가 지금껏 읽은 모든 신경과학 저널에서 주장하는 이론을 다 뛰어넘는 거야.” 그녀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면 내가 읽었다고 생각하는 저널이겠지. 지금은 단 한 건의 검사나 환자 상담도 기억해낼 수 없지만, 어쨌든 난 내가 그런 일을 했었다는 걸 알아.” --- p.27~28 “와서 봐.” 그들은 핀천을 따라 푹신한 좌석이 놓인 곳으로 갔고, 핀천은 좌석 사이로 손을 뻗어 계기반 중앙에 있는 회색 강철 패널을 손으로 두드렸다. “라이트급 경비정은 여기에 있는 조이스틱과 스로틀 배열로 조종해. 그런데 보시다시피 그게 없어. 이 배는 자동 조종장치로 운항되는 거야.” 그는 검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게다가 디스플레이도 없어. […]”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 안 되나 봐.” 헉슬리가 결론지었다. --- p.31 꿈은 기억이라는 직물로 짜여 있으므로 그들은 꿈을 꾸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꿈을 꾸었다. 색깔이 변하는 모호하고 덧없는 꿈이었다. 파란색과 금색이 중첩된 안개, 그의 시야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흰색의 유령 같은 형상. 그는 바닷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선체에 철썩이며 부딪히는 물소리가 아닌, 바다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였다. 그리고 더 가까이서 더 생생하게 들리는 목소리,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p.50~51 “이 안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헉슬리는 자신의 무기를 낮추고 분홍빛 안개 쪽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말은, 자연스럽지 않잖아, 안 그래? 안개는 이렇게 오래 머물지 않거든. 그리고 색깔도…….” “난 기상학자가 아니라서.” 핀천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조준경에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쩌면 그게 콘래드의 전문 분야였을지도 모르지. 누가 알겠어?” --- p.59 “좀 미친 짓 같지 않아?” 골딩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미심쩍음으로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내 말은, 저들이 우리와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잖아. 그런데 왜 굳이 우리가 가는 길에 부표를 떨어뜨리고 그걸 살펴보라고 명령하는데? 그냥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말해주면 안 되는 건가?” “이건 테스트야.” 플라스가 말했다. “기본적인 추론과 인지 능력을 보려는 거지. 메시지를 읽고, 모터를 찾아서 고무보트에 고정하고, 부표까지 가게 하려는 거야. 우리가 아직 살아 있고 지시를 따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 --- p.62 “사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구성원은 무조건 위험 요소로 간주해야 합니다. 배로 돌아가 그녀를 사살하십시오.” “그럴 순 없어.” 헉슬리는 전화기를 꽉 움켜쥐고 입술에 바짝 가져다 댔다. 분노가 신중함을 넘어 폭발하면서 침이 튀기 시작했다. “잘 들어, 대답을 들을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아무 짓도 하지 않을…….” 배에서 울려 퍼진 소리는 굉음과 건조한 균열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 출처만은 분명했다. 총소리였다. “배로 돌아가십시오.” 목소리가 전과 마찬가지로 단조롭게 말했다. “그녀를 사살하십시오.” --- p.68~69 지금까지 들었던 비명 중에 가장 격렬한 불협화음으로 해독이 불가능했다. 적어도 십여 개의 목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이라고 할 수 없는 길게 늘어진 단어들이 혼란과 고통과 불가사의한 황홀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조된 감정과 공명하며 울려 퍼졌다. 불협화음임에도 불구하고 헉슬리는 그 소리에 기묘한 통일성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 물론 음색에 일관성이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각 음량은 마치 합창단이 각자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같은 지휘자를 따르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면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 p.148 “[…] 기억이 없다면 우린 대체 뭔데? 아무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린 기원도 없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이유가 무엇이든 계속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우리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 […] 어쩌면 내가 이런 일을 당해도 싼 사람일 수 있어. 내가 몹시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자네도 마찬가지일지 몰라. 이 빌어먹을 악몽이 전부 다 합당한 처벌일 수도 있는 거야. 왜냐하면,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아주 역겨운 게임의 희생자에 불과할 테니까.” --- p.159 “이 사람들 흉터는 우리 것과 달라.” 헉슬리는 손전등 빛을 여자의 면도한 두개골 쪽으로 더 가까이 움직여 귀 위쪽에 봉합된 2.5센티미터짜리 절개 부위를 비추었다. […] “그렇다면 이름은?” 리스는 손전등으로 여자의 팔뚝을 비추었다. 살점이 여기저기 변색된 탓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문신을 해독했다. “칼로.” 남자의 것은 좀 더 알아보기 쉬웠는데, 리스는 피가 그의 팔이 아닌 양손에 응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터너.” --- p.181~182 “우리가 어떤 목적으로 여기에 왔든.” 리스가 말을 이었다. “그게 연구나 자료 수집, 또는 정찰은 아니야. 우리는 뭔가 다른 목적으로 여기 있는 거야. 살아 있어야만 이룰 수 있는 목적. 적어도 당분간은.” --- p.220 |
[월드 워 Z]와 [버드 박스]를 뛰어넘는 전율과 호러
당신이 알던 세상은 핏빛 강에 잠겼다. 기억으로 감염되는 전염병, 미치광이로 가득 찬 도시. 살고 싶다면 괴물을 쏴라! 기억을 통해 감염되는 신종 박테리아가 집어삼킨 도시, 일곱 명의 낯선 이들이 그곳으로 가는 섬뜩한 여정에 던져졌다! “집.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직업. 역시 떠오르는 게 없었다. 연인, 아내.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없었다.” 한 남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깨어난다. 자신의 신원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팔에 새긴 ‘헉슬리’라는 문신과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감각뿐.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포함해 일곱 명의 낯선 이들이 바다 위의 한배에 함께 있었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동시에 깨어났다. 여섯 명 전부 자신이 누군지 기억이 없으며, 어째서 이 배 위에 있는지, 이 배가 어디를 지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평범한 군복과 삭발한 머리, 신체 부위에 수술한 흔적을 공통으로 지녔고, 팔에는 이런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콘래드, 리스, 골딩, 플라스, 디킨슨, 핀천. 배는 원격으로 조종되고 있고, 그들이 직접 통제할 수 없으며, 많은 양의 총기들을 싣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비하여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각자 잘 알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는 자신들이 의사, 탐험가, 역사가, 군인, 물리학자, 형사로 이뤄진 전문가 집단이리라는 결론에 이른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 팀이라. 그건 임무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고, 그 임무는 결국 우리에게 목표가 있음을 의미하겠지.” “우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거야.” 헉슬리의 시선은 엔진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대는 천장으로 향했다. “뭔가를 하러.” “총이 필요한 어떤 일.” 리스는 탁자 위에 놓인 무기를 가리켰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도 못하는 매우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로 가득 찬 배도 필요하고.” 갑자기 제어판에 불이 들어와 지도가 표시되고 그들이 영국의 수도 런던으로 바로 이어지는 템스강에 접근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한편 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항로에서 걷히기는커녕 점차 짙어지는 분홍빛 안개의 정체가 수상하다. 모두의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비행기 한 대가 공중에서 비컨을 떨어뜨리고 그 안에서 위성 전화가 발견되는데……. 수화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들에게, 무엇이든 개인적인 것을 기억해내는 사람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지 않으면 나머지 일행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라면서. 어째서 그들은 아무것도 기억해선 안 되는가?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누구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안개 저편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비명 소리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웃음소리와 횡설수설하는 와글거림이 여러 층으로 뒤섞인 듯한 웅얼거림으로 시작되었다. […] 외침 속에서 그는 분노와 엄청난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포, 즉 공포에 질린 집단의 고함 소리를 들었다. 우리를 위협하는 걸까, 아니면 경고를 보내는 걸까? […]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그들을 향해 돌진해오는 동안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난 알아…… 네가 누군지 알아!” ‘전염병은 악몽이 아니야. 우리 인간이야말로 늘 악몽 자체였어.’ 『붉은 강 세븐』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끔찍한 전염병의 원흉이 되고, 불안과 공포로 촉발된 나쁜 기억이 감염자를 자신의 악몽의 이미지로 변형시킨다는 설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인간의 사랑과 연대야말로 종말 직전의 위기 상황을 구할 수 있음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의 자발적 희생을 끌어내는 요인이 그들이 더 이상 기억해낼 수 없는 각자의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은, 기억을 통해 감염되는 전염병이라는 이 독창적 서사에 숭고함의 색채를 더한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과학 기술의 눈부신 진보의 다른 한편으로, 그릇된 집착과 망상으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 불확실해진 이 시대에 대한 강렬한 우화로 남을 『붉은 강 세븐』은 장르적 쾌감과 더불어 잊지 못할 감동의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 |
압도적 서사가 돋보이는 괴물 같은 아포칼립스 스릴러. 세심한 캐릭터 설정, 익숙한 주제의 혁신적 변형으로 감탄사를 터지게 하는 경이로운 호러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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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려진 등장인물, 몰입도 높은 서사, 장엄한 결말. 이 작품은 하나의 업적이다. - [북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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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톱 액션 라이드. - [그림다크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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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미스터리에서 시작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포칼립스 스릴러로 거듭나는 소설. 손에서 놓을 수 없으며 끝내주게 재미있다. - 크레이그 디루이 (『에피소드 13Episode Thirteen』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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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드 워 Z]와 [버드 박스]가 장르를 교란하는 『붉은 강 세븐』에서 만났다. 밀실 미스터리, 숨 가쁜 스릴러, 공포의 호러 쇼가 미친 듯이 결합해 마지막 장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독자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것이다. - 필립 프라카시 (『보이스 인 더 밸리Boys in the Valley』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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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젖고 안개에 휩싸인 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책. 인류 절멸에 임박한 세상의 어두운 심장부로 향해 주저 없이, 독창적인 경로로 질주한다. 말 그대로 ‘종말이 지금’인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계류장에서 뜯겨 나온 ‘지옥의 묵시록’이다. - 앤디 마리노 (『창백한 말을 탄다It Rides a Pale Horse』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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