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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나라

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리뷰 총점9.6 리뷰 39건 | 판매지수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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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726g | 149*205*28mm
ISBN13 9791192107929
ISBN10 119210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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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가장 볼만한 것은 중심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무엇과 만나는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해안선, 기상전선, 국경이 좋다. 이런 곳에서는 흥미로운 충돌과 부조화가 일어나며 경계에 서 있으면 어느 한 쪽의 중심에 있을 때보다 양쪽이 더 잘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문화일 때는 특히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 p.18

머세드 병원 역사상 최악의 분쟁이었던 리 부부의 딸 리아의 사례에 대해 듣고 그 가족과 의사들을 알게 된 후, 나는 진심으로 양쪽 모두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기가(내가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건 하느님이 아신다.)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나는 상황을 너무 직선적으로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리 말해 나도 모르게 조금 덜 미국인처럼 생각하고, 조금 더 몽족처럼 생각하던 사고방식을 그만두게 되었다.
--- p.18

댄 입장에선 푸아와 나오 카오가 딸의 증세를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으로 이미 진단했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푸아와 나오 카오 입장에선 댄이 리아를 뇌전증으로 진단했으며 그것이 가장 흔한 신경질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 양쪽 다 증상을 정확히 알아보긴 했으나 그 원인이 혼을 잃어버린 탓이라는 말을 댄이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리아의 부모 역시 리아의 발작 원인이 비정상적인 뇌세포 자극에 의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인 격발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 p.61

미국에선 치 넹을 모셔다가 병을 고치는 게 금지되어 있나요? 왜 미국 의사들은 환자의 피를 그렇게 많이 뽑아내나요? 미국 의사들은 왜 사람이 죽으면 머리를 열어 뇌를 끄집어내나요? 미국 의사들은 몽족 환자의 간이나 콩팥이나 뇌를 먹나요? 미국에선 몽족이 죽으면 토막을 내어 깡통에 담아 식품으로 판다는 게 사실인가요?
--- p.67

이들에게 익숙한 무속적인 치유의 체험에 비한다면 더욱 부족한 게 서양 의술이었다. 치 넹은 아픈 사람의 집에 찾아가 여덟 시간 동안 있기도 했다. 그에 비해 서양 의사는 환자가 아무리 아파도 병원으로 오도록 했고 병상 곁에 와서 기껏해야 20분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치 넹은 정중하고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의 생활에 대한 온갖 무례하고 은밀한 것들, 심지어 성적 습관이나 배변 습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 p.67

“저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어요. 그들이 아주 결연한 표정을 지었던 게 기억나네요. 말하자면 ‘우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고 있다.’라는 표정이었어요. 허튼수작 말라는 태도였지요. 전 그들이 리아를 정말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었지요. 적어도 전 그렇게 느꼈어요. 화가 났던 기억은 없어요. 그보다는 서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며 약간의 경외감을 갖게 됐지요.”
--- p.99

몽족 환자들은 얘기할 때 ‘예스’ 같은 단음절만 말하며 바닥만 쳐다보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예스’가 환자가 공손히 듣고 있다는 뜻일 뿐 의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사 앞에서 소극적이며 고분고분한 듯하지만(말하자면 자신의 무지를 숨김으로써 자기 위신도 세우고 공손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의사의 위신도 세워주는 것이다.) 병원문을 나서자마자 모든 걸 무시해버리는 게 몽족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 p.122

“한마디로 몽족에겐 제가 가지고 있는 개념이 없었어요. 이를테면 췌장에 문제가 있어 당뇨를 앓는다는 얘기를 몽족에겐 할 수 없었지요. 그들에겐 췌장을 가리키는 말이 없거든요. 췌장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죠. 그들 대부분에겐 동물에게 있는 기관이 사람에게도 있다는 개념이 없어요. 사람이 죽으면 해부하지 않고 그대로 묻으니까요. 심장의 경우엔 박동을 느끼기 때문에 그들도 알았어요. 하지만 그 밖의 것, 그러니까 폐 같은 기관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었지요. 폐를 본 적이 없는데 그 존재를 어떻게 직관으로 알겠습니까?”
--- p.123

하지만 닐은 리아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해서 처방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확신했었다. 만일 그가 괜찮은 항경련제 하나를 골라 그것만 반복해서 처방했다면, 복잡한 처치를 기꺼이, 그리고 제대로 따를 수 있는 미국인 중산층 가정의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치료를 리아에게 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차별적인 행동이었을까? 리아에게 다른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처치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리아의 가족이 따르기 좋은 방식으로 치료를 단순화하지 않은 것일까?
--- p.137

전후 미국으로 온 몽족 난민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한 신문 기자의 표현처럼 “석기시대에서 우주시대로 이주했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견해는 몽족 전통문화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많은 몽족이 전쟁 동안 경험한 엄청난 사회·문화·경제적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여러 세기 동안 박해를 당하면서도, 19세기 라오스로 대규모 이주를 하면서도 살아남았던 생활양식이 불과 몇 년 만에,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돌이킬 수 없이 달라져 버렸던 것이다.
--- p.227

생활보호대상자가 된 것을 비난하는 것만큼 몽족을 화나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몽족이라면 누구나 ‘약속’이란 것에 대해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그것은 라오스 내전 당시 CIA 요원들이 서면 또는 구두로 했던 계약으로, 미국인을 위해 싸워주면 인민군이 전쟁에서 이길 경우 불리해질 몽족을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이었다. 몽족은 불시착한 미국인 조종사를 목숨 걸고 구했고 미국인의 폭격으로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감내하며 ‘미국의 전쟁’을 도왔기 때문에 살던 나라를 탈출해 미국에 오면 영웅 대접을 받으리라 기대했다.
--- p.330

우리는 누구한테 먹을 것을 받아먹고 살라고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에요. 지금처럼 남한테 의지해서 사는 건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지요. 우리 나라에서 살 때는 이렇게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본 적이 없어요. [……] 저는 영어를 배우려고 무진 애도 써보고 그러면서 일자리도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어떤 일이라도, 화장실 청소도 좋다고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믿어주질 않고, 일을 주지도 않아요.
--- p.332

“우린 돌아가고 싶어. 여기서 태어났다면야 여기 있을 수 있겠지. 여긴 참 좋은 나라이긴 하지만 우린 여기 말을 못해. 운전도 못하고. 외롭게 집에만 있어야 하지. 거기 가면 조그만 땅에 농사도 짓고, 닭이랑 돼지랑 소도 기르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고, 철 되면 수확도 하고, 그다음 수확 철까지 있는 걸로 먹고 살면 되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그러면 얼마나 마음 편하겠어. 여기선 우리는 이거다 싶어서 해도 저 사람들은 틀렸다고 해. 우리가 아니다 싶은 걸 하면 맞다고 하고.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나? 돌아가는 수밖에.”
--- p.336

MCMC의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 책임자가 된 댄 머피는 몽족 환자 하나를 잘못 치료하면 몽족 사회 전체에 대한 치료를 실패하는 것이라는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자기 아이가 리 씨네 어린 딸처럼 되는 걸 원치 않아서 병원을 멀리 한 몽족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알겠는가? 머세드의 리 씨 집안과 양 씨 집안에서 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나쁜 의사들 같으니!) 그건 MCMC 소아과에서 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나쁜 부모들 같으니!) 리아의 케이스는 몽족 사회에는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최악의 편견을, 의료계에는 몽족에 대한 최악의 편견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 p.418

메울 수 ‘없는’ 간극이었다고? 나는 리아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리 부부가 MCMC 의료진과 처음 마주치던 때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 통역자는 아무도 없었고 리아의 뇌전증은 폐렴으로 오진되었다. 만일 응급실의 전공의들이 ‘동물 병원 의사’가 되는 대신, 몽족이 믿거나 두려워하거나 바라는 걸 알려고 노력해 애초부터 리 부부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었다면(아니면 적어도 신뢰를 짓밟지 않았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 p.427

병원 차트를 읽고 리아와 그 가족을 이해한다는 것은(나는 차트를 이해하는 데만 수백 시간을 바쳤다.) 서정시를 일련의 삼단논법으로 축소해가며 해체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리아를 생후 3개월 때부터 맡았던 전공의들과 소아과 의사들에겐 ‘차트’ 말고는 리아의 세계를 안내해줄 길잡이가 없었다. 그들 각자가 그들이 아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문제들을 이해하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차트는 점점 더 길어져 결국 40만 단어가 넘는 기록이 되어버렸다. 그 단어들 하나하나는 기록을 남긴 사람들의 지식과 훈련과 선의를 반영하고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딸의 병에 대한 리 부부의 관점은 다루지 않았다.
--- p.427

“그건 횡포예요. 병이 영혼 때문에 생긴 것이라 믿어서 수술을 거부하는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이가 수술을 받다 죽으면 영영 저주받을 게 확실하다고 믿는다면요? 게다가 죽음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면요? 어느 게 더 중요하죠? 삶인가요, 혼인가요?”
빌이 말했다.
“둘러서 말할 것 없죠. 당연히 삶이 먼저죠.”
그러자 수키가 말했다.
“아니요. 혼이에요.”
--- p.457

온 가족과 스무 명 넘는 친척들이 리아를 둘러쌌다. 그들의 온 신경은 움직임 없는 리아에게 집중되었다. 마치 확대경으로 모은 햇빛이 대상을 태워버리기 직전 같았다. 디 코르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리아는 사랑할 줄도 알고 사랑받을 줄도 알아요.”
무엇을 잃어버렸건 리아는 아직 사랑받는 법을 알고 있었다.
--- p.469

나는 자신의 관점만이 옳은 관점이라는 가정과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나는 이것이 이 이야기에서 충돌하는 양극단이 빠져 있는 함정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내 책의 핵심 교훈이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함정이 아니었다. [……] 공감이라는 것이 참 어려워서 우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한 상태로 생을 살아간다. 공감은 분노보다 어렵고 연민보다도 어렵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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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패디먼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처음에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을 무대로 뇌전증을 앓는 어린 소녀와 영어를 못하는 부모, 그리고 이들에게 약 먹이는 법을 가르치려고 애쓰는 미국 의사들을 보여준다. 이어 이 가족이 어쩌다가 미국에 왔는지, 그들이 왜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지를 설명하며 라오스의 고원지대, 난민캠프, 캘리포니아의 몽족 공동체를 차례로 조명한다. 동시에 전쟁, 인종차별, 문화 간 갈등, 현대의학과 타자의 문제로 주제를 확장한다. 좋은 책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모두 갖춘 책이다. 유려한 번역 덕택에 마술처럼 책장이 넘어간다.
- 김현경 (인류학자,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미국 의료체제와 몽족 치유 주술 간의 폭력적인 왕복 운동 사이에 끼인 몽족 난민 아동 리아. ‘비문명적’ 존재로 낙인화되어 언어와 대표성을 박탈당한 난민은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신체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되는 문화 간 만남에서 고통받는 리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자고 호소한다. 그곳은 문화, 정체성과 질병이 배제와 혐오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는 ‘공동의 세계’다.
-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처음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책을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의료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읽었다. 그러나 책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이 책은 사이에 문화의 높다란 장벽이 있어 소통할 방법을 모르던 부모와 의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 아이를 소중하게 여길 때 발생하는 비극을 그린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서로가 이해의 자리로 나와야 하고, 뛰어난 통역이 필요하다. 『리아의 나라』와 같은 그런 통역 말이다.
- 김준혁 (의료윤리학자,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의 저자)
서정시의 우아함과 스릴러의 긴장감을 갖고 쓴 매우 인간적인 인류학 보고서.
- 애비 프룩트 (《뉴스데이》)
인간 삶의 한 현장을 면밀히 살핀 뒤 남들에게 전달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들이 있다. 제임스 에이지나 조지 오웰처럼 말이다. 앤 패디먼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 로버트 콜스 (아동심리학자, 하버드대학교 교수), 《커먼윌》)
불편한 공존을 해야 하는 두 문화에 대해 영감을 주는 흥미진진하고 특별한 탐사 보도다. 이 책이 특히 놀라운 점은 두 개의 전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치우침 없이 정밀하게 포착해냈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슈에 대하여 양측의 입장을 냉정하고 무심하게 보려는 공평함이 아니라 온정과 열정을 갖고 껴안으려는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탁월한 문화인류학 보고서다. 우리의 시야를 트여주고 잘 읽히며 대단히 매력적이다.
- 캐럴 혼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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