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7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48g | 140*210*21mm |
ISBN13 | 9788971999691 |
ISBN10 | 8971999691 |
발행일 | 2019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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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48g | 140*210*21mm |
ISBN13 | 9788971999691 |
ISBN10 | 8971999691 |
들어가는 글 1. 인종에 갇힌 몸들 인종 개념의 기원과 형성 린네의 분류학 빙켈만의 미학 안면각과 두개측정에서 인종 사진까지 2. 검은 몸의 노예, 저항의 언어 누가 ‘흑인’인가? 노예무역, 노예제,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 노예제의 유산과 기억의 정치 3. 인종, 계급, 젠더가 교차하는 여성의 몸 사르키 바트만, 3중의 억압 아래서 메리 프린스, 여성 노예는 말할 수 있는가? 서저너 트루스, 흑인 여성의 여성성과 모성 4. 혐오스러운 몸에서 강인한 육체로 누가 ‘유대인’인가? 유대인의 몸 담론 파괴하기와 재생하기 5. 베일 안과 밖, 그리고 문화정치 테러의 세계화와 이슬람포비아 무슬림 ‘베일’ 논쟁과 이슬람포비아의 젠더화 무슬림의 ‘악마화’와 ‘인종화’ 6. 한국에서 다양한 몸과 함께 살아가기 한국인, 외국인, 이주민 ‘혼혈’에서 ‘다문화’로 이주노동자와 인종차별 다문화주의와 인종주의 나가는 글 미주 시각자료 출처 참고문헌 찾아보기 |
시선과 편견으로 낙인찍힌 몸들
그들의 인종화된 역사
영화 <봉오동 전투>에는 일본군인들이 조선인들을 경멸하는 표현들이 몇 차례 나온다.
그들은 조선인을 미개하다면서 멸시하고 있었다.
이는 감정적인 욕설이 아니었고 일제가 날조해서 만들어낸 역사에 기인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일본 극우 세력들의 망언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많이 들어본 레파토리가 다수지만,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열등하고, 일본인이 고대부터 중세, 근대 대대로 우월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논하기에 일고의 가치가 없는 발언이 대다수지만, 계속 듣다보니 의문이 들었다.
‘혹시 정말 저렇게 믿어서 저렇게 얘기하는 거 아닌가?’
사학자이면서 인종(차별)주의를 연구해 온 염운옥 교수. <낙인찍힌 몸>은 세계사에서
인종주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고찰하는 인문서이다.
저자가 다루는 이들은
흑인, 유대인, 무슬림, 이주민, 난민 이렇게 다섯 층이다.
처음부터 내게는 쇼킹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스웨덴의 과학자 카를 폰 린넨. 그가 1735년에 발표한 「자연의 체계」가 인종주의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18세기 스웨덴은 과학의 부흥을 이루었고 대표적인 자연학자가 린넨이다.
린넨은 동식물과 인류를 분류하여 발표했다.
영장류에는 호모 사피엔스, 원숭이, 나무늘보로 분류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즉 인류를 단 네 부류로 나누었다.
유럽인 백색, 아메리카인 홍색, 아시아인 갈색, 아프리카인 흑색이 그것이다.
린넨의 학업 자체는 ‘인종’(race)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대신에 인간 변종(human varieties), 인간 차이(human differences)라고 구분했다.
그러나 이는 점차 ‘인종’으로 굳어졌고 이후에 유럽 식민주의, 제국주의 시대에 인종주의를 낳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과학의 발전과 진보를 계속 이루었다.
그러나 식민주의, 탐험과 발견의 경쟁을 하면서 이들 과학은 점차 악용되게 되었다.
분명 그들은 뛰어난 지식과 능력이 있었고 이를 통해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유럽인들이 오만해지면서 자신들과 비유럽인들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염은옥은 지적한다.
더 악질적인 게 ‘과학적 탐구’의 명목으로 합리화하면서 인종주의(racism)을 체계화 시켰다는 것이다.
유럽은 ‘과학적 탐사’라는 중립적 이름 아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침탈하기 시작했다.
미학자 빙켈만은 미술과 미학의 영역에서 백인 유럽이 우월하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미학, 미술사는 인종주의와는 상관없는 학문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저자.
왜냐면 미학은 분류학, 해부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래 사실적인 인체 묘사를 추구했던 화가들에게 해부학 지식은 필수였다.
그리고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정하는 과정은 무엇이 추한가를 밝히는 과정과 다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의학과 해부학을 통하여 흑인이 열등하고 백인이 우월하다는 학문을 만들어갔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터무니없지만, 17세기, 18세기에는 저러한 이론들이 먹혔다는 걸 알 수 있다.
더 끔찍한 건, 국가에서 지원하고 학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자’들이 이런 일에 서슴없이 뛰어들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식민주의가 팽창하면서 노예 무역이 극에 달하며 과거의 ‘이론’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영국과 미국에서 19세기 중후반에 노예제도가 폐지되기까지, 흑인들은 공식적으로 차별받았다.
흑인들은 과학, 정치, 사회 전반에서 열등한 게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염운옥의 <낙인찍힌 몸>은 저자 스스로의 공부가 잘 정립되어 있음을 물씬 느끼게 했다.
흑인, 유대인, 무슬림, 이주민과 난민.
기득권 사회 계층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의 범주들.
이들이 역사에서 어떻게 ‘공식적’ ‘합리적’으로 차별을 받았는지를 드러낸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이며 범위인데, 책을 차근히 읽다보면은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나 나름대로 이런 주제에 민감했다고 생각했기에, 무수히 접하는 충격적인 차별의 역사에 소름 돋았다.
백인 유럽인들이 흑인, 유대인, 무슬림들에게 어떤 ‘구별’을 지었는지를 세세히 알아가게 되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저자의 시선은 한국인, 한국사회로 향한다.
이러한 흐름이 좋았고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세계의 역사를 아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현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앞부분의 고찰을 통해서 흑인, 유대인, 무슬림이 어떻게 인식되었고,
그들이 백인/유럽세계에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알았다.
그것들을 읽으면 정말 ‘반면교사’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2018년에 우리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뉴스 중 하나는 제주도 예멘 난민 이었다.
대한민국도 약소국으로 고통받은 기억이 있는 나라인데, 사회의 시선은 양분되었었다.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에게 온갖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날리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나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 <낙인찍힌 몸>을 읽으며 소름 돋았다. 이들의 논리가 다 역사 속에서 백인, 유럽이 자행한 논리들이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 범죄자로 난민을 ‘낙인찍는’ 현재의 한국 사회의 일부가, 몹시 우려되었다.
지난 역사에서 제국주의/식민주의자들, 유럽 백인들이 비유럽인들, 식민지 나라에 행한 그런 차별을, 우리가 하고 있었다.
염운옥은 우리가 인종주의에 민감해지기를 부탁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우선 일상의 차원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규정짓고 판단하는 말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새까만 애”, ‘무자비한 무슬림“, ”잔인한 조선족“ 같은 스테레오타입을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차별과 혐오는 농담처럼 던지는 사소한 말 속에도 깃들기 때문이다.
(379쪽)
이 책을 고르기 전에 잠깐 망설이는 순간이 있었다.
무척 어려워보였고, 굳이 내가 관심 가져야 하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읽기를 잘 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직접 사서 작가에게 도움이 되어서도 기쁘다.
이러한 이야기를 지금 이렇게 공개적으로 펴내는 것은
‘차별을 옹호’하는 일단의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할 타게트가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혐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어떤 이데올로기 진영에서 상대편을 반대하는 건 그나마 낫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인종’을 가지고, 이주민과 난민과 결부해서 살벌하게 공격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던가.
유튜브에 넘쳐나는 혐오발언들을 그냥 무시했다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주제에 민감했는데 ‘왠지 나만 그런 것 같아’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다 염운옥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안심했다.
오히려 나보다 더 ‘인종차별주의'에 예민한 분들도 있다는 걸 알았다.
기존의 역사서에서 거의 접해보지 못한 ‘인종주의’의 역사를,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으로 읽어서도 참 좋았다.
뒷부분에 65페이지에 걸쳐서
참고문헌, 미주, 시각자료 출처, 찾아보기 가 있다.
철두철미하며 꼼꼼한 이런 태도가 더욱 책에 신뢰감을 갖게 했다.
유익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한 <낙인찍힌 몸>이다.
책에서
모든 차별은 연결되어 있다. 인종차별, 여성차별, 계급차별은 어김없이 공존한다.
‘차별의 대연쇄’랄까? 차별받는 소수자가 다른 소수자를 더 아프게 차별하는 경우와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혹시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누가 더 아프고 누구의 상처가 더 많이 곪았는지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380쪽에서)
이방인의 나라에 와서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한지 벌써 9년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백인사회가 아닌 아시아권에서 그래도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에 생각만큼 인종 차별을 느낄 경험은 많이 없다. 그러나 이건 한국인으로써 느끼는 감상이고, 이곳 또한 무수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계급이 존재한다. 이번 코로나는 이러한 민낯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길 위의 트럭에 10-20명씩 모여 앉은 동남아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한 방에 20-30명씩 모여서 잠을 자며, 화장실도 공용공간의 하나 뿐이다. 그렇게 일하면서 받는 돈은 한달에 100만원 남짓. 이런 환경의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폭발적인 확진자수의 원인이 되었고, 또한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낙인찍힌 몸은 인종과 성별, 종교 등에 따라서 우리에게 뿌리내린 차별과 계급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풍부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한 책은 처음 피부색에 의한 차별이 시작된 것 부터 현재 예멘 난민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까지 과연 피부색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뿌리 내린 하얀 피부에 대한 선호와 검은 피부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부터 학습된 것일까. 무슬림포비아는 어떻게 나에게 형성되었을까. 영화 '겟아웃'의 마지막 장면은 통쾌하다기 보다는 소름이 돋는 장면이었다. 만약 진짜 경찰이었다면 주인공은 총에 맞지 않았을까?
요즘 들어 인종과 관련된 도서를 많이 읽게 된다. 읽으면 읽은 수록 나에게 스며든 인종에 대한 편견에 놀라곤 한다. 다양한 인종들의 모습을 전시하고 우리는 그들을 편견없이 모두 모델로 기용한다고 전시하는 것 자체가, 인종에 분류가 있고 인종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안에 내재된 편견과 차별을 인지하고 바꿀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부단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서문에서 말하는 베네통 광고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굉장히 참신하고 윤리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처음 봤다고 해도 받아들였을 것 같다
아아 나는 애송이였다
하지만 나!
이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
모조리 깨고 나온다!
*
인종은 셋으로도 넷으로도 다섯으로도 아니 무한대로도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 인종이란 없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다양한 인간의 몸을 인종이라는 틀에 억지로 구겨 넣었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백인, 흑인, 황인'이다. 그러니 베네통의 또 다른 광고인, 벌거벗은 모델 아홉 명이 옆으로 서서 서로의 몸에 손을 얹고 있는 광고 역시 백인, 흑인, 황인의 몸에 대한 단순한 스테레오 타입의 반복일 뿐이다. 백인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황인은 찢어진 눈에 도드라진 광대뼈, 흑인은 칠흑 같이 새까만 피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그 이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