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4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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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576g | 154*213*20mm |
ISBN13 | 9788934986942 |
ISBN10 | 8934986948 |
발행일 | 2021년 04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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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576g | 154*213*20mm |
ISBN13 | 9788934986942 |
ISBN10 | 8934986948 |
MD 한마디
식물학자이자 영국왕립원예협회 국제전시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작가 신혜우. 그의 식물 노트에는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식물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지. 식물의 입장에서 들려주고 싶었던 식물 이야기와 직접 그린 그림 속에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된다. 푸른 이파리들과 하얀 꽃들이 건네는 위로와 응원. - 자연과학 MD 김태희
chapter 1. 빛나는 시작 숨은 조력자들 / 빛을 보기까지 / 이제는 꽃을 피울 시간 /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입자 / 고사리의 4억 년 / 대지로 내려온 잎사귀들 chapter 2. 들녘에 홀로 서서 물 위를 떠도는 용기 / 이런 곳에도, 초록 / 나무의 갑옷 / 살아남은 것의 역사 / 그럼에도 독도의 식물 chapter 3. 억센 몽상가들 방향을 돌려 더 가까이 / 잎새들의 이유 있는 행진 / 물을 다스리는 식물 / 식물 맹수들 / 세 개의 씨앗은 어디로 / 우아한 독기 chapter 4. 함께 모여 하늘을 향해 어울림을 향하여 / 향기의 숲 / 국화꽃 한 송이 / 산수국 꽃잎의 비밀 / 다윈이 사랑한 난초 / 지구를 물들이는 식물들 chapter 5. 숲의 마음 작은 창으로 쏟아지는 세상 / 뿌리의 사유 / 이타적 식물 / 친구가 내 곁에 오기까지 / 이름에 존중을 담다 / 다시 만날 수 없다면 / 식물의 마음 / 바람 앞의 등불 |
시골에 살다보면 많은 식물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어디에 살던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지만 사는 일이 고단한지라 선뜻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시골에 살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많은 식물들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대부분의 마을이 산 밑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마을 앞으로는 들판이 펼쳐져 있어서이다. 그럼에도 식물이나 나무에 관해 쓴 책이 있으면 우선은 반갑기만 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산과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물의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식물학자인 저자가 세리CEO에서 2년8개월 동안 매달 한편씩 ‘식물학자의 노트’란 제목으로 방영한 내용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저자는 식물연구를 식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의 입장에서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보다는 식물의 입장에서 지구에 생존하는 형태, 생태, 진화과정을 그림과 함께 책에 담았다고 한다. 흔히 인간은 자신들에게 유익한 것은 따로 이름을 지어 불러주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잡초라 뭉뚱그려 부른다. 그렇지만 모든 식물은 인간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고 담대하게 살아간다. 저자는 그런 식물들이 적응하고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종을 퍼뜨리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치는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총5개 챕터로 나눠 31종의 식물의 삶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식물 또한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식물은 바람이나 물 또는 동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열매를 멀리까지 스스로 날려 보낸다. 씨앗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세상 밖으로 나갈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 혹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곰팡이에 의존하고,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운다. 우리 인간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타인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살아가고, 필요한 시기마다 인고와 결단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식물은 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부평초는 땅에 고정된 식물이나 수생식물과도 달리 잎과 줄기로 분화하지 않고 작고 간단한 형태로 부유하며 살아간다. 귀화식물은 원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여 삶을 이어간다. 극지방이나 사막 혹은 외딴 섬과 같이 시련이 많고 살기 어려운 곳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사는 식물에게는 버텨야 하는 삶의 터전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때때로 환경을 탓하기도 하고, 어긋난 삶의 궤적을 타인에게 전가하기도 하지만 식물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갈 뿐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식물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에게서 위안을 얻고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런가하면 저자는 식물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전요식물은 자신의 줄기를 스스로 꼬아 밧줄처럼 이용하는 식물로 다른 식물에 기대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높이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나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식물에 따라 방향성이 다르다. 댕댕이덩굴·칡·나팔꽃·마 등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등나무나 인동은 시계방향으로 감는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는 두 전요식물의 방향성을 보고 만들어졌다. 또 식물은 환경조건에 따라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을 선택한다. 경쟁자가 없는 환경에서 사람이 관리까지 해주면 번식을 위해 꽃을 피울 필요가 없어져 자신의 몸을 키우는 영양생장에 집중한다. 그래서 집에서 키우는 난초가 꽃을 피우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식물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식물과 인간의 관계이다. 산수국은 가짜 꽃과 진짜 꽃을 가지고 있다. 번식을 위해 식물은 삶의 형태를 그렇게 정했지만, 인간은 아름다움을 위해 식물의 삶에 개입한다. 수국은 사람이 가짜 꽃만 피우도록 만든 원예종이고, 우리가 불두화로 알고 있는 수국백당 또한 백당나무를 가짜 꽃만 피우도록 만든 원예종이라고 한다. 은행나무나 소철, 메타세쿼이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지만 야생에서는 모두 멸종된 희귀한 존재들로, 우리가 보고 있는 나무는 인간에 의해 번식된 종이라고 한다. 우리는 식물을 통해 위안을 받고 삶의 지혜를 배우지만 그런 식물에게 가장 큰 천적 은 바로 우리 인간인 셈이다.
저자의 글과 그림을 읽어가면서 식물의 아름다움과 삶을 배운다. 또한 식물과 우리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식물을 우리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행성이 되지 않을까? 아마 저자의 바람 역시 그러하지 싶다.
식물의 동물성에 대하여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
이야기는 말없이 전해지기도 한다. 타자의 몸짓은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야기에 눈 기울이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 상대와 키를 맞춰야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도 그러하다. 쪼그려 앉거나 때로는 까치발을 해야 제대로 식물을 마주하게 된다. '식물학자의 노트'는 식물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을 받아쓴 전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식물의 관점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통해 식물의 생태가 곧 인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책 속에 뿌리내린 식물처럼 실제로 그들은 땅속에 고정된 채 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식물(植物)이라는 이름만 봐도 동물과 대척점에 서서 스스로가 심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으로 심겨지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책에서 만난 식물들은 상상 이상으로 생동감이 넘치다 못해 심지어 동물성(動物性)마저 느껴진다. 다양한 방법으로 씨앗을 퍼뜨려 그 속의 잠재력을 싹틔우려는 일에서부터 식물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씨앗이 거처를 땅으로 삼아 정착하는 것이 식물성의 한계로 보이려던 찰나, 줄기와 가지는 정주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식물의 성장과 생존에 직결되는 광합성 작용을 하기 위함이다.
식물과 동물 모두는 중력 앞에서 평등하다. 인간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하늘을 날 수 없고 새들 역시 영원히 날지 못한다. 중력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세로 본능을 추구하는 나무나 풀에 비해 힘이 없는 줄기를 가진 덩굴식물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괴테의 말을 몸소 실천한다. 칡과 등나무의 관계처럼 각기 다른 방향성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그들 역시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덩굴식물이 이웃한 식물에 기대어 살긴 해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일만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반면 식물의 본성인 광합성 능력까지도 버리고 다른 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생활하는 기생식물과 생존을 위한 자기 방어 혹은 공격용으로 독기를 품고 사는 독성식물로부터 동물의 향기를 맡게 된다.
식물 사회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부류가 있다. 논두렁 옆을 지날 때면 마치 개구리떼가 평형 영법을 구사하며 물 위를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개구리밥을 볼 수 있다. 삶의 터전을 흙에서 물로 옮겨 그 위를 부유하는 풀, 즉 부평초가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꽃 피우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 그 에너지를 잎과 줄기로 분화하지 않고 잎의 기능을 하는 엽상체로 환원하여 번식에 집중하는 부유식물이 수상(水上)한 노마드의 후예 같기도 하다.
오랜 세월 식물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거듭하며 살아남아 진화했다. '식물의 동물성'은 환경 변화에 동물처럼 즉각 대응할 수 없는 식물적 한계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현된 기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몸과 마음을 돌볼 여유도 없이 쉼없이 움직이는 현대인들이 요즘 식물로부터 위로와 치유를 기대하며 식물성에 공감하고 있다. 인간에게 잠재된 '동물의 식물성'이 서서히 깨어나 식물과 동물의 차이를 넘어 생물로서 공통의 가치를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삶을 좀 더 유연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이야기를 그리고 쓴 노트를 서로에게 건네는 상상을 해본다.
#예스24X문화일보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기쁨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는 삶의 지혜
-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
집에서 키우는 스파티필룸이 하얀 꽃을 올리고 버킨은 싱싱한 잎을 보여줍니다. 모두 천남성과 식물들인데 아파트 베란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서 반려 식물로 많이 키웁니다. 그런데 독이 있어서 예전에는 모양이 예쁜 투구꽃과 함께 천남성을 섞어서 사약에 쓰기도 했답니다. '독을 품다'는 분명 무서운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독을 품고 있으니 인위적인 집안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도 복잡다단한 세상을 헤쳐가려면 식물의 독처럼 자신만의 무기 하나쯤 품고 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피톤치드를 맡으며 산림욕을 하러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식물을 죽이는''이란 무서운 뜻을 담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뿜어내어 다른 큰 식물들이 자라지 못 하게 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꾀하는데, 다른 식물에는 독이 되는 피톤치드가 오히려 인간에게는 이로운 물질이 됩니다. 수많은 식물의 향기와 활용법을 보면서 우리도 다사다난한 세상 속에서 각자 자신이 지닌 고유한 ‘향’과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식물의 세계에서 강하다는 것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를 뜻합니다. 우리 주변에 널린 하얀 개망초는 토끼풀과 더불어 개화기에 들어온 외래종입니다. 가을의 대표적인 꽃인 코스모스는 한국전쟁 시기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외래종의 시기와 특성을 알면 우리 역사의 변화를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곧 소멸을 의미하지만, 새로운 시간을 버텨내고 적응한다면 외래에서 온 것인 줄 모르고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입니다. 사람이 살기 힘든 독도에 사는 해국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뿌리로 척박한 땅을 붙잡고 견뎌냅니다. 독도의 사철나무는 성한 잎이 거의 없고 뿌리가 끊어진 경우도 많지만 힘겹고 어려운 상황을 버텨내며 자신의 삶을 살아냅니다. 산불이 일어나면 식물 대부분은 죽지만 그 속에서 두꺼운 씨앗과 줄기의 껍질을 태우고 새로운 가지를 내는 식물도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빠르고 과감하게 생존법을 찾아내는 식물들의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식물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이니”로 시작하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있습니다. 뿌리가 깊다는 말은 단단한 중심을 가졌다는 말이 됩니다. 단단한 중심을 지닌 사람은 쉬이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겠지요. 이처럼 <식물학자의 노트>는 식물의 삶을 통해 우리 삶의 지혜를 말합니다.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서 식물들의 삶을 세밀한 식물학자의 그림과 함께 알려주고, 아울러 식물의 삶과 비교하여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할지 질문을 던져줍니다. 사실 식물은 뇌도 없고 마음도 없습니다. 그래서 뇌가 있는 우리는 식물을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간의 감정이나 판단만으로 식물을 이해할 수는 없으며, 우리의 생각만으로 식물을 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우고 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 갑니다.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를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일찍 꽃을 피우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아닐까요.- 이 책 39쪽-
결국 식물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와 같이 또 다른 하나의 종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이끌고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식물을 보면서 우리 삶의 지혜를 떠올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식물을 보는 따뜻한 식물학자의 시선으로 그린 식물 그림은 우리 마음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이 책에는 풍성하고 세밀한 식물 그림이 담겨 있고 그림을 그린 식물학자는 식물의 생존과 인간의 삶을 비교하는 지혜를 말해줍니다. 이 책에 담긴 식물의 삶 속에서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우리 삶 속의 노력과 지혜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