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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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50g | 140*215*25mm |
ISBN13 | 9788962623512 |
ISBN10 | 896262351X |
발행일 | 2020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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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50g | 140*215*25mm |
ISBN13 | 9788962623512 |
ISBN10 | 896262351X |
MD 한마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의학이 장애를 진단하고, 장애는 치료받거나 도움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본다. 그런데 사실 장애는 늘 변화하는 개념이었다. 이 책은 미국사회에서 몸의 정상성을 둘러싼 담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적하며, 구성된 담론에 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손민규 인문 MD
옮긴이의 말 들어가며 차례 1장 영혼은 자신이 머무를 몸을 선택한다 : 북아메리카의 토착민들, 1492년 이전 2장 가난한, 사악한, 그리고 병약한 사람들 : 식민지 공동체, 1492~1700 3장 가여운 이들이 바다로 던져졌다 : 후기 식민지 시기, 1700~1776 4장 비정상인 자와 의존하는 자 : 시민의 탄생, 1776~1865 5장 나는 장애가 있어서 중노동이 아닌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해 : 장애의 제도화, 1865~1890 6장 저능아는 삼대로 충분하다 : 진보의 세기, 1890~1927 7장 우리는 양철컵을 원하는 게 아니다 : 토대를 다지고 무대를 만들다, 1927~1968 8장 난 운동가인 것 같다. 운동은 마음을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 권리와 부정된 권리, 1968년 이후 에필로그 주 찾아보기 |
『장애의 역사』는 Neil Marcus의 「Disabled Country」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펼쳐진다. 우리말로 옮기면 「장애라는 나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In my life's journey
I am making myself
At home in my country.
내 인생의 여정에서
나는 내 집으로 삼으려 하고 있어
내 나라를.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장애라는 나라」가 단순히 장애인의 정체성을 소재로 삼은 시인가보다 싶었는데, 책을 덮을 때가 되어서야 “그것은 나의, 우리의, 당신의 집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장애의 역사』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선주민(*인디언)이 주로 살던 때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역사를 장애(disability)에 초점을 두어 서술한다. 기존의 정치·사회·문화적 서술과는 달라서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집중하며 읽을 수 있다.
북미 선주민(토착민)들에게는 유럽인들이 세운 장애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자연에서 살아가며 신체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빈번하게 존재했지만 그들 모두가 손가락질 당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예컨대 나바호족 토착민은 신체적, 인지적 결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동체의 호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낙인 없이 잘 살 수 있었다. 태생적 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부모가 금기를 위반하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금기로 여겨지는 행동이나 장소를 매번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낙인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유럽인들이 북미로 이주하고 식민지를 건설하면서부터 장애와 관련한 사회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은 전염병과 멸시를 가져왔고,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끌고 왔으며,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나라를 세웠다. (청교도적 가치관과 민주주의 위에 미합중국을 세웠다고는 하나, 적어도 내가 보기엔 자본주의가 더 세다.) 돈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인종과 젠더에 따라 위계를 공고히 했다. 그 과정에서 장애는 ‘노동능력의 부재’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미국 초기에 참정권을 가진 시민과 ‘참정권을 가질 자격이 없는’ 존재를 나누면서 빈자, 유색인종, 여성은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었다. 정치에 참여하기엔 부족한, 달리 말하자면 장애를 가진 것으로 취급된 것이다.
103쪽
노예제의 근간을 이루는 인종차별 이념에 따르면, 북아메리카로 온 아프리카인은 그 자체로 장애인이었다. 노예 소유자들과 노예제 옹호자들은 노예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인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열등하게 태어났고 그들의 몸이 비정상적이고 혐오스럽다고 가정했다.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여성 참정권 문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고통당한 노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내 주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없어서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차별의 근원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나는 장애가 없고 너는 장애가 있으니까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 라는 논지의 비장애중심주의는 미국사회의 전면에 스며들어서 교묘하게 차별을 더욱 조장했다. 그 편견 어린 시선을 타파하려는 노력은 많은 발전을 일구어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책에서 기독교가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나라가 저토록 장애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에 대해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오늘날에도 종교라는 미명 하에 포용이 아니라 배제를 정당화하는 미국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구어주의자들 때문에 수어를 금지당하고 오히려 더 낙인 찍인 농인들의 사례와 「Oralist(구어주의자)」라는 시를 읽으며 그 기분을 직접적으로 느꼈다.
190쪽 (시의 일부만 발췌, Google Scholar에 검색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
구어주의자여, 너의 고개를 돌려라, 당신 같은 이들의 죄를 위해 죽어간 가엾은 예수를 알고 있는가
Oralist, O oralist, turn your head aside, Know you not the pitying Christ for sins like yours has died?
『장애의 역사』를 읽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장애 개념이 시대의 이념에 따라 변화한다” 라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당연시했던 수용소와 단종수술 등이 폭력임을 깨닫고 장애인을 연민과 혐오로만 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라는 나라’는 ‘우리 모두의 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분명 우리나라도 미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이식 받으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도 함께 수입했을 것이다. 내 나라를 장애라는 렌즈로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아직은 나도 비장애중심주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공동체를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 본 책은 미주대륙에 청교도 이주 전 원주민들이 장애인과 몸에 대해 어떻게 보았는지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 관점이 본격적인 식민지 시대-저자가 현대 미국인으로서 원주민이 유럽 이주민에게 지배당한 시기를 식민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신기하다-를 거치며 장애인과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3장까지 전개된다.
2. 이후 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거치며 올바른 몸을 지닌 시민 개념과 '자율:비장애 의존:장애' 개념이 어떻게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배제했고 이주민, 장애인 등에 대한 극단적인 단종정책 및 탄압의 역사가 이루어졌는지 6장까지 서술된다. 마지막 7, 8장에서는 장애인들이 단체를 만들고 투쟁을 통해 비장애중심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주체로서의 장애인을 조망한다.
3. 올바른 몸을 가지지 않았던 원주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노인, 소아 등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사회적인 차별 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인 폭력과 성적 학대가 이루어진 역사가 적나라하게 써져있어서 읽는 중에 많이 불편했다. 현대 자유와 인권의 상징인 미국이라는 나라가 좋게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느꼈고 나쁘게 말하면 그러한 이미지와 거의 반대가 되는 추악한 역사를 지닌 위선적인 것인지 동시에 느꼈다.
4. 하지만 책을 읽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서론부터 저자는 몬트리올 학술대회에서 만난 맹인과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하는 몬트리올에서는 소위 비장애인인 저자가 프랑스어에 능한 맹인보다 장애에 가깝지 않은가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는데 장애라는 단어의 외연을 굉장히 넓게 생각하는 오류가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물론 동시에 모두가 장애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장애로 인한 고통을 덮는 행위라고 저자 또한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간적 맥락이 없는 고정된 정의와 이념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로 나타났기 때문에 정의를 유동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말하긴 했다만..)
5. 책에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잔인했던 차별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쉽게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자자가 생각하는 대로 현실에서 대부분의 소위 정상인을 '비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견 성적 지향성 스펙트럼에서 소위 대다수의 일반인을 이성애자라고 칭하는 것과 비슷해보인다) 마치 의료계에서 비주류인 한의사가 자신을 기본으로 두고 (양)의사를 비한의사라고 칭하면 과연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을까?
6. 물론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개념들이 많은 사람들이 투쟁을 통해 이뤄낸 결과고 투쟁할 당시에는 나같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했지만 현재는 당연해진 만큼 '비장애중심주의' 또한 앞으로는 보편적으로 쓰일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물음표를 붙이는 것조차 굉장히 공격받을 수 있는 걸 보면 인권분야는 무조건 배우고 납득해야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일종의 백래시로만 이해되야하는지 조금 의아하다.
7. 그럼에도 장애는 또 하나의 현실이기도 하다. 많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리프트 추락사고에서 이동권을 부르짖어서 생긴게 지하철 엘레베이터의 보편화이다. 비록 정작 장애인보다는 어르신들이 주로 많이 타긴 하지만.. 인지 못한 사이에 세상이 빨리 바뀐다.
8. 아쉬운 점도 있다. 미국 장애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벌어졌던 지하철 이동권 투쟁처럼 먼나라의 일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불편감을 겪었고 의아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책이 있다면 보다 우리 삶에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시아 #김승섭 #장애의역사 #비장애 #비장애중심주의
제목: 장애의 역사
저자: 킴 닐슨 / 옮긴이: 김승섭
출판사: 동아시아
가독성 ★★★★☆
유익함 ★★★★★
흥미도 ★★★★☆
난이도 ★★★★☆(비전공자 기준)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3기 활동- 2편>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흔히들 미국의 역사는 짧다고(실제로 짧다) 이야기하는데 그 짧은 역사 속에 이토록 복잡한 역사가 또 하나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소 학술적인 책이고 내용도 쉽지 않아 흥미도는 살짝 떨어지지만,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해주듯, ‘장애’라는 렌즈를 통해 미국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정말이지, 흥미로운 역사적 사례가 무진장 많이 등장한다. 다양성 존중을 기치로 내세우는 미국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토록 큰 억압, 차별, 편견 등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어떠한 몸이 장애가 있는지 규정할 수 있는 권력이 규정당하는 몸을 가진 이들이 경험했던 예속과 억압을 정당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헬렌켈러 정치 연설을 10년 전에 우연히 접하면서, 장애의 역사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헬렌켈러의 활동들이 역사 기록에서 누락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장애학 연구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정말 흥미롭게도(물론 상당히 아쉽고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쓰기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십 대였던 딸이 심각한 병에 걸려 장애 여성이 되었다. 저자에게 이 책은 특별할 수밖에 없고, 책을 접하는 독자에게도 이 책은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장애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놀라운 점은 저자가 기술한 내용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데에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정상적인 몸을 가진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법적, 경제적 혜택과 오랜 낙인 때문에 장애인이 겪는 법적, 경제적 차별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한 현실이자 개념으로 살아있다.
마지막으로 옮긴이는 이 책을 번역하는데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옮긴이의 말에 나오듯, 옮긴이는 저자가 활용한 단어의 미세한 차이를 분석하고 특히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단어를 번역하느라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옮긴이가 번역과정에서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 곳곳에 묻어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