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EACCH 지금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폐와 더불어 사는 법>, <아임 파인-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한낮의 우울>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었고, 2023년 하반기 <정상은 없다>라는 책을 현재 낭독모임에서 읽고 있는 와중에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제목에 마음이 가서 이 책을 샀습니다. 부제인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
리뷰제목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EACCH 지금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폐와 더불어 사는 법>, <아임 파인-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한낮의 우울>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었고,
2023년 하반기 <정상은 없다>라는 책을 현재 낭독모임에서 읽고 있는 와중에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제목에 마음이 가서 이 책을 샀습니다.
부제인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을 보고
예기치 못한 딸의 정신질환 발병에 적응해나가는 일상을 그린 에세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책은 딸의 투병과정은 물론이고, 굉장히 폭넓은 내용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저자가 딸의 질환을 마주하며 조사하고 공부한 정신질환에 대해 소개하고
정신질환을 앓았던 유명인들(고흐, 뭉크,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고 헤밍웨이, 비비안 리, 안젤리나 졸리, 드류 베리모어,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매를린 먼로, 윈스턴 처칠, 일론 머스크 등)의 사례를 보여주며
환자 가족에게 필요한 조언을 주고
정신질환자를 보호하기는 커녕 낙인찍고 양산하기까지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책이 정신질환자 가족의 신세한탄이나 넋두리 혹은 가족의 사랑과 배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감동스토리가 아니라 좋습니다.(처음 이 책은 살 땐 그런 스토리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 폭넓은 이야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저자가 당부한 정신질환(특히 양극성 장애-조울증)을 가진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이 유의해야 될 사항들은 꼭 정신질환을 가진 자녀가 아니라도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가져야할 태도로 자녀양육에 귀중한 팁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정리해서 공유해 놓겠습니다.
?? 양극성 장애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pp.183-187)
① 부모가 먼저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양극성 장애는 높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 중 어느 한쪽이 환자와 비슷한 성향을 지닐 수 있는데, 이는 때로 마주보는 폭주 기관차처럼 파괴적인 결과는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정신질환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은 부모 마음속에도 깔려 있기 때문에 흥분하게 되면 자칫 대화 중에 그런 생각을 드러내는 "이 미친년아......"같은 말이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 이 질환이 ... 뇌에 생기는 병이라는 사실을 되풀이해서 마음에 각인시켜야 한다. 그런 인식 아래 아이의 생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 아이의 병에 대해 부단히 공부해야 한다.
② 아이의 걱정과 공포를 이해하고 아이를 다독여주어야 한다
아이는 병이 없는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절망하고 두려워한다. 이는 아이의 의지 부족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고 외부의 위협을 처리할 수 있는 외 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어 아이를 안심히키고,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뇌의 신호 전달에 생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최대한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아이를 다독여줘야 한다.
③ 입 밖에 냈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말들이 있다
- 변명하지마 : 변명이 아니다. 아이는 정말 아프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아플 뿐이다.
- 요즘 상태가 어떠니? 좀 좋아졌지? : 듣는 순간 아이는 불안해진다.
- 네가 뭐가 부족하다고 우울한 거니? : 당신이 아이의 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말이다.
-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 : ... 아이에게는 프라이버시 침해이다.
- 왜 이렇게 방이 더러운 거야? 게을러가지고...
④ 듣고 또 듣는다
대화를 시작하면 부모는 아이의 말에 수시로 토를 달고 싶어진다. ... 하지만 끝까지 듣는다. 말을 끊지 않는다. 그래야 아이의 생각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가급적 부모는 말을 아껴야 한다. 열마디 하고 싶으면 가려서 한마디 한다. 지레짐작이나 속단에서 나온 말은 금물이다.
⑤ 함부로 화를 내지 않는다
...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맞서지 않는다. 사실 부모는 많은 일들에 화를 내는데 생각해보면 대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짜증을 내는 것에 가깝다. 정 화가 나면 "내 생각이 너와는 같지 않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정도로 마무리한다. ... 하지만 정말 화를 내야 할 순간들, 아이가 남에게 해를 끼쳤다든지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낭비를 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정선된 언어로 아이에게 그런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말한다.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어떤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항상 상황이 훨씬 나빠진다.
⑥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처럼 말하기를 배운다
"그렇니?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길래 그러고 싶었지?"(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반응)
아이가 문제를 보일 때 금지, 자책의 언어보다는 이해의 언어를 구사하도록 노력한다.
⑦ 발화점을 찾고 피한다
부모는 무해하다고 생각하는데 환자에게는 참을 수 없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환자는 그대로 촉발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상황을 일으키는 발화점trigger을 찾고 대화목록에서 삭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 부모 서바이벌 가이드(pp.224-242)
① 과도한 연민 대신 이해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② 나의 마음을 먼저 다스린다
③ 돈 계산을 확실히 하자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리스크이다. 자식에게 병이 있건 없건,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중략)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을 언제까지나 가족이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수는 없다는 점을 환자 자신도 인지하도록 환자 스스로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환자가 적은 돈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벌어보는 것은 본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어엿한 사회의 성원으로 사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 시기는 당연히 빠를수록 좋다.
④ 가족을 지켜라
, 조금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은 본질적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다. 선의를 가지고 내린 결정은 종종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가족의 한 구성원이 가족의 질병이나 그외의 잘못된 어떤 일의 원인을 꼬치꼬치 찾고 탓하기 시작한다면 지구상의 어느 가족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중략)
결국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려운 것임을 인정하고 서로 맞추는 도리밖에는 없는데, 질환을 가진 자녀가 부모의 요구 사항에 맞추기는 어렵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 부모가 맞춰줘야 한다.
⑤ 선을 긋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환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의 한계선, 내가 환자의 삶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경계선 등 수시로 수많은 임계선을 긋고 이를 지키느라 안간힘 써야 한다.
별점은 5점입니다.
********* 책갈피
ㅡ , 우리 아이는 그런 있을 수 있는 교우 관계에 마음을 너무 깊이 베었다. 'Frienemy'(friend enemy, 친구를 가장한 적)라는 개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이기도 했다. ... 우리 아이가 애꿎게 그들의 일그러진 모녀 관계에서 파생된 감정의 배설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나는 이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다 지난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아이의 고통을 더 세심히 살피지 못한 것이 절절히 후회되었다.
(중략)
그러나 우리 아이가 그 친구 때문에 병에 걸린 것은 물론 아니다. 병이 있기 때문에 그런 친구의 말과 행동에 면도칼로 베이는 것처럼 매일 마음을 베이고 피를 흘리며 산 것이다.(p.33)
ㅡ 정신질환의 진단은 때때로 매우 모호하다.(p.42)
ㅡ 누구라도 어느 질환이든 진단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일 것이다. 아마도 인간에게는 자신의 인생에 닥치는 많은 우여곡절에 똑 떨어지는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며 적절한 설명을 찾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그 기저에는 이유를 찾아서 어떻게 해서든 불행을 피하고 인생 경로를 고쳐야 한다는 본능이 깔려 있을 것이다. ... 원인이 규명된 병은 병원균이 밝혀진 감염병 말고는 몇가지 없다. 나머지는 다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이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되어 있다. 왜 생기는지 모른다는 뜻이다.(p 53)
ㅡ 놀랍게도 동물에게서도 자살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동물들의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물로 뛰어드는 개의 사례도 보고된 바가 있다. 하지만 동물의 자살 성향이 실제로 동물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 사람처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p.138)
ㅡ 일반적으로 '자살'이라 하면 오랜 기간 삶의 의미를 잃고 고뇌하던 사람이 숙고하고 숙고한 끝에 힘들게 결정을 내린 후 그간의 소회를 정리한 유서를 남기며 생을 마감하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 인식된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경우 자살은 충동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죽고 싶다'는 말을 한다든지,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다든지, 눈에 가라앉아 보인다든지 하는 신호는 충동적인 자살인 경우에는 당연히 목격하기 어렵다.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 자살을 시행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가급적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이 삶을 암시하는 말을 하는 것도 역시 별 의미가 없다. 자살한 사람이 죽기 직전에 다음 날 일어날 일을 지인과 논의한다든지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도 흔하다. (중략) 특히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우발적인 충동에 의한 자살이 많기 때문에 태연히 친구들과 밥 잘 먹고 잘 이야기하고서 그날밤에 목숨을 끊는 일도 있다. 물론 구체적인 죽음의 날짜, 방법까지 챙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살의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pp.139-140)
ㅡ 안나 담당의와의 면담 중 '아이가 자살을 하는 결과가 오더라도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정신질환에서 최악은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보다는 부모가 아이를 죽이는 것이겠지요."(p.172)
ㅡ 정신질환자를 주변에서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환자의 가족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렸지만, 나는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말 못 할 사연이 있지는 않았을지 내심 헤아리게 된다.(p.174)
ㅡ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것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때로는 그 가족에게 내려진 '천형'이리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나는 그것이 죄도 벌도 아닌 바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상 가족, 정상 신체 등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정상성 신화에 사로잡혀 인생이라는 잔혹한 도박에서 지는 패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것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정말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원래 인생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는 패보다는 지는 패를 잡을 일이 훨씬 더 많다. ... 인생은 지는 패를 잡았을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현실을 냉정하게 살피고 최악을 피하는 방법을 찾으며 인생의 층위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면 이기는 패를 잡는 것 못지않은 인생이 될 수 있다.(p.222)
ㅡ 모성은 결코 절대적인 것도 무조건적인 것도 아니다. 아이를 버리고 싶으면서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이다. 아픈 아이 앞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 엄마로서 양가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자책할 일이 아니다.
(중략)
아이에 대한 절대적 모성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으면 감정의 고갈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p.229)
ㅡ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타냐 루어먼 박사는 인도와 가나의 연구자들과 함께 조현병 환자의 환청을 연구해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가나의 환자들이 듣는 환청은 주로 신과의 대화, 삶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들이었던 반면 미국의 환잗르이 듣는 환청은 자신 혹은 타인을 해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인도나 가나의 환자들은 부정적인 환청을 듣는 비율이 각각 20퍼센트, 10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정신질환 환자들은 사회의 병폐를 가장 예민하게 떠안는 존재들이다. 정신병동이 통념처럼 사회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격리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위해를 당한 영혼들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말은 이런 사실에서 비롯한다.(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