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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36g | 133*200*30mm
ISBN13 9791164051847
ISBN10 11640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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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크레이겐퍼톡 수녀는 숨찬 소리로 경멸을 담아 말했다. “남자다!”
“왜 얼굴에 털이 났어요?”
크레이겐퍼톡 수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자란 어린 남자아이가 자라서 되는 거야.” 그녀는 애매하게 돌려 대답했다. “하지만 넌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남자들은 다 없어졌으니까.”
“남자아이가 뭐예요?”
크레이겐퍼톡 수녀는 대답했다. “남자아이란 여자아이가 아닌 아이야.” 아이가 여자가 아니면 몹시 끔찍한 일이라는 말투였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중에서

그때 애런이 누군가의 인기척을 의식했다. 기울어져 올라간 문간을 바라보니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프레야를 돌려서 그의 몸에 딱 붙여 동작을 멈추게 했다. 아이의 가벼운 체중 정도로는 균형을 잃을 리 없었다. 문간의 남자는 피트 맥너리였다.
“안녕하시오!” 피트가 숨죽인 놀라움을 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애런이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그는 프레야를 놓아주고 약간 웃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했다.
“여기서 뭐 하세요?”
피트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슴푸레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최고로 멋진 아침」중에서

제럴딘은 손에 클로로포름 병을 들고 뒤쪽 현관 포치에서 잠들어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깊은 잠에 빠졌다는 걸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수염을 통과해 휘파람 소리를 내는 짧은 숨, 한낮까지 일어나지 않을 때 쉬는 숨. 남자는 새벽에 들어와서 내내 자고 있었고, 밤새 술 마시고 들어온 날은 무슨 수를 써도 오전에 깨울 도리가 없었다. 확실히 때는 지금이었다. (중략) 그녀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다른 길이 있었다면 이런 짓은 꿈도 꾸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 사람은 나를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잖아!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중에서

엘스퍼스는 당혹스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아버린 느낌이었다. 순간 엄마도 안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이 집과 이 아침의 시간은 어딘가 통째로 잘못되어 있었다. 느끼고 듣고 맛보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불편한 무언가가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없을 뿐이었다. 그 무언가가 엘스퍼스로 하여금 웅크리고 앉아 숨을 죽이게 하고, 엄마에게 감정을 전달할 정확한 단어를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엄마가 그 무언가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아마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감정이 사라질까? 엘스퍼스는 생각했다. 아니면 뭔가 일이 터지고야 말까?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중에서

로버트슨 부인은 남자가 공원으로 들어오는 순간 즉시 눈을 들었다. 공원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대머리였고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시멘트 보행로에 잠시 멈춰 서서 벤치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로버트슨 부인의 첫 반응은 미미한 경계심이었다. 반쯤 미소를 지으며 벤치의 여자를 관찰하는 남자의 집중도에 어쩐지 불길한 구석이 있었다. 남자는 추위라도 타듯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이 한 가지 공통점을 깨달은 그녀는 두 사람이 인사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남자는 뻣뻣하고 신중하게, 훨씬 밭은 걸음으로 여자를 향해 걸어와 여자 옆에 편하게 앉았다. 호주머니의 손을 빼지도 않고 여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았다. 로버트슨 부인이 어제도 오늘도 눈여겨보았던, 그 어리둥절한 만족감이 서린 여자의 표정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남자의 입술이 움직이자, 여자가 그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고, 로버트슨 부인은 다시 자기가 보고 있는 광경에 미묘한 불편감을 느꼈다. 남자가 들어와서 벤치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막연하게 마음에 걸렸다. 모르는 남자가 여자에게 접근하는 거라는 생각이 찰나에 스쳤으나 곧 사라졌다. 친밀감의 오라가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두 사람은 아주 살짝 서로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벤치를 너덧 자리로 나누는 철제 팔걸이가 있었다. 그때 남자가 손을 뻗어 호주머니에 넣고 있던 젊은 여자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철제 팔걸이 아래로 손목을 잡아 끌어와서 꼬고 있는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자기 손으로 감싼 것이다. 그때 불현듯 로버트슨 부인은 깨달았다. 두 사람은 연인이었다.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중에서

그는 문을 열고 샬럿을 번쩍 들어 태웠다. 샬럿의 발이 좌석 끝에서 달랑거렸다. 그는 반대편에서 차에 탔다.
“준비 다 됐니?”
“음, 네.” 샬럿은 차의 실내를 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니?” 그는 이렇게 물으며 손등으로 코를 훔쳤다.
곧장 드라이브를 떠나지는 않았다. 샬럿은 화려하게 색칠한 대시보드, 초록색 숫자와 은색 침이 달린 시계를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다른 동그라미들은 샬럿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모두 아름답고 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남자가 덥석 샬럿의 손을 잡았고, 샬럿은 손가락이 뜨끈하고 축축하다고 생각했다.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지려는 듯 입가가 실룩거리며 말려 올라갔다. 오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에밀리와 앞쪽 포치로 돌아가면 좋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시동을 걸면서 연신 싱글거렸고 심지어 소리 내어 웃기까지 했다.
“빨리 달리는 게 좋아?”
샬럿은 대답하려 했지만 입술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는 다시 샬럿의 손을 꾹 힘주어 잡았다.
---「엄청나게 친절한 남자」중에서

십오 분 뒤, 루실 스미스는 집 뒤편 하인 숙소에 있는 자기 방 안에 서서 새하얀 새 유니폼의 허리띠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립스틱으로 입술도 살짝 두드렸다. “처음부터 새로 다시 시작하는 거야, 루실.” 거울 속의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행복하고 쓸모 있는 삶을 살면서 이제까지의 모든 과거를 잊자.”
그러나 자기 말을 스스로 부정하듯 그녀의 눈이 다시 지나치게 크게 떠졌다. 그렇게 휘둥그레 크게 뜨면 눈은 어머니를 아주 많이 닮아졌고, 어머니는 그녀가 잊으려는 과거의 일부였다. 눈을 치뜨는 이 버릇은 고쳐야 했다. 그러면 놀라고 불안한 사람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영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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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불안을 덫처럼 둘러친다. 그는 한밤중 느닷없이 매질을 당하는 것과 같은 악몽을 쓴다.
- 뉴요커
하이스미스는 친밀한 세계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함의 분위기를 혼미할 만큼 탁월하게 자아낸다. 이런 작가는 어디에도 없다.
- 타임
문체의 질감, 심리적 깊이, 매혹적인 가독성-하이스미스의 작품에는 서스펜스 그 이상이 있다.
- 선데이 타임스
이야기는 재미있고, 세상을 보는 눈은 예리하고, 인간에 대한 통찰은 섬뜩하다.
- 브리기테
하이스미스의 놀라운 기법은 그가 청년 시절 쓴 단편들에서 이미 빛나고 있다.
- 도이칠란트풍크
세련된 반전, 에로틱한 약탈, 가식 없고 심오한 심리학적 통찰… 하이스미스는 가장 파워풀한 20세기 작가 중 하나다.
- 월 스트리트 저널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범죄소설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도 대실 해밋도 아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다.”
- 애틀랜틱
나는 하이스미스를 사랑한다. 내가 그에게 받은 영향은 말할 수 없이 크다.
-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작가)
순수한 섬뜩함, 비도덕성을 바라보는 탁월한 시선―바로 이것이 하이스미스를 영어권 최고의 작가로 만들었다.”
- 리처드 오스먼 (『목요일 살인 클럽』 작가)
하이스미스가 가정생활, 교외의 광기, 유독한 가족, 어린 시절의 외로움에 대해 눈을 돌리면, 그 모든 이야기가 어둠 속 보석처럼 반짝인다.”
- 메건 애벗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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