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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매혹이 될 때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인플루엔셜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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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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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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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빛을 탐구하는 두 시선이 맞닿는 곳에서

1장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눈을 통해서 물체에 반사된 빛을 본다. 그리고 눈으로 들어온 자극은 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되어 물체를 인식한다. 그렇다면 ‘본다는 것’은 지각의 영역일까, 인식의 영역일까? 빛을 분석한 과학자들과 이 빛을 재현한 미술가들의 집요한 탐구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본다.
눈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 | 펜로즈의 계단이 예술가들에게 준 영감 | 흰 고양이의 그림자는 파란색? | 뉴턴이 일곱 가지 무지개색을 찾아내기까지 | 파랑은 멜랑콜리, 감정을 전하는 색채 | 빛을 분석한 과학자들, 빛을 재현한 화가들 |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더욱 빛난다 | 쇠라와 고흐가 열어준 새로운 미적 경험의 세계

2장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가
빛은 전자기파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 엑스선, 전파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여러 종류의 빛이 우리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밝혀낸 과학자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담아내기 위한 미술가들의 끈질긴 노력과 시도를 들여다본다.
볼 수 없지만 존재하는 빛을 발견하다 | 꿀벌이 꽃잎의 무늬를 보는 이유 | 적외선으로 되살린 페르메이르의 밑그림 | 엑스선, 빛의 혁명이 시작되다 | 빛의 성질을 모두 이용한 세기의 발명품 | 테라헤르츠파가 보여주는 그림의 생애 | 세잔이 사과를 그리면서 탐구한 것 | 〈게르니카〉에서 꿰뚫어본 삶의 본질

3장 빛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빛은 언제나 직진한다. 물질을 만나면 반사되거나 투과하거나 흡수되기도 하고, 모서리를 만나 돌아가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빛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관찰과 실험을 반복했고, 미술가들은 빛의 도구를 다채롭게 이용하며 창조적인 표현과 기법을 통해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냈다.
빛은 언제나 지름길로 달린다 | 에스허르의 가상현실, 거울 속 작은 우주 | 빛의 간섭이 만들어내는 무지개색 |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게 하려면 | 신이 만든 빛, 인간이 만든 메타물질 | 빛의 도구로 그린 그림 | 카라바조의 반전, 또 반전 |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빛

4장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이 세상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세계를 설명하면서 등장한 양자역학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또 같은 시기에 기본적인 조형적 요소를 찾아냄으로써 사물과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려 한 미술계의 변화를 따라가본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 보어의 원자모형과 불연속적 선스펙트럼 | 전자가 존재할 확률, 전자구름 모형 | 태양광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알 수 있는 것 | 현미경으로 미시세계를 탐험하다 | 양자화된 세계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 | 세상에서 가장 귀한 파란색 | 체셔 고양이의 웃음과 형태의 본질 | 호안 미로의 거대한 파랑과 원초적 자연

5장 무엇이 미래를 결정하는가
빛은 파동일까 입자일까? 이 질문을 둘러싼 수 세기에 걸친 과학자들의 논쟁은 고전역학에서의 결정론과 인과율을 부정하고 모호하기 그지없는 불확정성과 이중성을 내놓았다. 미술가들 또한 무한한 상상력으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입자와 파동, 빛의 성질에 대한 끝없는 논쟁 | 빛의 이중성에 합의하다 | 측정하는 순간 측정값은 변한다 | 슈뢰딩거 고양이의 중첩과 역설 |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미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 관찰자에 의해 완성되는 예술, 레디메이드 | 양자 세계를 시각화한 미술가들

6장 빛은 시간의 흔적일까
빛의 속도는 언제나 같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 상대성이론이다. 이를 통해 빛을 활용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과학자들과 시공간의 상대성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 미술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을 만나본다.
언제나 일정한 빛의 속도 |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블랙홀의 검정 | 빛의 이론이 응축된 레이저 기술 | 찰나의 순간에 극강의 에너지를 만들다 | 빛이 재현한 기억, 홀로그램 | 시간의 흐름을 붙잡고자 한 미술가들

에필로그_빛을 따라가는 긴 여정을 마치며
그림 목록
참고 문헌

저자 소개1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 연구원 및 고려대학교 융합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주제는 테라헤르츠 광학과 나노 과학이다. 전 세계 미술관을 누비고 수많은 명화를 만나며 르네상스 이후 ‘물리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화가들이라는 주제로 쓴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가 2020년 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및 세종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이후 전통 회화 기법을 벗어난 인상주의 화가들의 등장과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 연구원 및 고려대학교 융합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주제는 테라헤르츠 광학과 나노 과학이다.

전 세계 미술관을 누비고 수많은 명화를 만나며 르네상스 이후 ‘물리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화가들이라는 주제로 쓴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가 2020년 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및 세종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이후 전통 회화 기법을 벗어난 인상주의 화가들의 등장과 현대물리학 발전의 기폭제가 모두 ‘빛’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과학에서의 빛과 미술에서의 빛을 함께 탐구해 나가는 『빛이 매혹이 될때』를 펴냈다.

수림문화재단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최신 과학 연구 성과를 작가들과 함께 예술 작품으로 전달하는 기획 전시 의 <사용된 미래展, 2019>, <재난 감각展, 2020>, <데이터 정원展, 2022>에 참여했다. 여러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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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54g | 145*205*20mm
ISBN13
9791168340121

책 속으로

빛에 관한 과학자들과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연구를 위해 3년 반 동안 머물렀던 미국 뉴멕시코주에서였습니다. 태초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뉴멕시코주의 별명은 ‘매혹의 땅(Land of Enchantment)’입니다. (…) 유난히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거대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 앞에서 강렬한 매혹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곳에서 빛에 관한 연구를 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이 다시금 아름다운 빛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 p.11~12

고흐는 다른 빛의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빛을 좇으며 끓어오르는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어쩌면 빛과 색채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물리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없었다면 고흐가 즐겨 사용한 강렬한 색의 대비와 점묘법은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뉴턴에게 ‘본다는 것’이 하나의 자연현상이라면, 괴테에게는 인간의 심리적 작용이 더해진 인식 활동이었다. 고흐와 같은 미술가들은 그 영역을 더 확장해 우주와 인간 내면의 탐구를 더하고 재해석해 다시 우리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집요하리만큼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탄생한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빛에서 출발하지만 빛이 닿지 못하는 인간 심연의 어떤 곳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p.66~68

엑스선은 적외선보다 투과력이 매우 좋아 그림의 더 깊은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여러 겹으로 층층이 쌓인 연필 스케치를 보여주는가 하면, 뒤에 숨어 있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한창 방황하던 젊은 시절에 그린 〈파란 방〉을 들여다보자. (…) 전문가들은 이 그림에 어색한 붓 자국이 있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1997년 마침내 전문가들이 모여 이 그림에 엑스선을 비추었을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 아래 전혀 다른 그림이 감춰져 있던 것이다. 몇 년 후인 2008년에 적외선 촬영을 추가하여 나비넥타이를 맨 수염이 있는 남자의 초상화가 공개되었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약간 비스듬히 앉아 있다. 젊은 시절 가난했던 피카소가 캔버스를 재사용했음을 짐작게 하는 부분이다. 엑스선과 적외선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감춰져 있던 미지의 영역들을 속속들이 비추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밀들을 드러내 보여준다.
--- p.89~91

메타물질을 활용하면 빛이 음의 굴절률로 굴절되어 반사되는 빛이 없으므로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이것이 투명망토의 원리이다. (…) 그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물체의 끝이 맞닿아 틈을 이루는 구조가 있다. 물체의 한쪽 끝은 공명을 일으키는 조건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쪽 끝에서는 틈이 무한하게 작아진다고 가정해보자. 두 물체가 서로 닿지 않는 한 아무리 가까워진다고 해도 틈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틈이 아무리 좁더라도 빛은 여전히 공명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틈보다 더 긴 파장을 지닌 빛이라 해도 그 틈을 통과할 수 있다. 공명하는 빛은 아무리 좁은 틈이라도 지날 수 있다! 이렇게 회절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이제 광학 현미경을 통해 바이러스나 단백질과 같은 아주 미세한 물질들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 p.131~133

라틴어 ‘새벽’에서 온 이름인 오로라는 로마 신화에서 새벽의 여신이며, 그리스신화에서는 에오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프랑스 화가 알퐁스 아폴로도르 칼레(Alphonse Apollodore Callet)의 〈오로라의 기상〉에서 두 마리의 말이 끄는 금빛 전차를 탄 오로라는 장밋빛 손가락을 뻗어 밤의 장막을 걷어내고 아침이 오는 것을 알린다. 고대와 중세의 화가들에게 무지개가 신의 선물을 상징했던 것처럼 오로라는 ‘최초의 순수한 빛’을 상징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로운 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과 잠재력이기도 했다. 양자 세계에서 보자면 오로라 역시 안정적인 바닥 상태를 좋아하고, 낮은 에너지 계단으로 이동할 때 빛을 방출하는 전자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다. (…) 대기권에 도달한 태양풍은 산소와 질소 등의 분자들과 충돌해 들뜬 상태로 만들고, 들뜬 상태의 분자들은 안정된 바닥 상태로 내려오고자 한다. 바닥 상태로 내려오는 분자들은 에너지 계단의 높이에 해당하는 빛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빛이 오로라이다.
--- p.176~179

양자역학의 세계관에서 예술적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 활동을 하는 현대 미술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앤서니 곰리(Anthony Gormley)는 소통의 미학을 추구하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실험하는 미술가이다. 대표작에 지금까지 총 30점을 선보인 ‘양자 구름’ 시리즈가 있다. (…) 곰리는 인체의 영역이 우주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연결된다는 자신의 철학을 정교한 계산을 바탕으로 철제 유닛의 조합으로 구현했다. 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의 중요성은 실제로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얽힘(entanglement)’이라는 개념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입자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에 일어난 변화가 다른 입자에도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곰리는 조각을 이루는 철제들의 띄엄띄엄한 분포를 통해 양자화된 입자의 속성을 성공적으로 시각화해냈다. 인체는 인간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양자 구름’ 시리즈를 통해 피부에 갇힌 사람의 본질, 즉 영혼을 외부 환경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완벽한 자유와 해방에의 의지를 표현했다.
--- p.224~226

최근에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극도의 검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는 물질인데 빛을 99.965퍼센트 흡수해 사실상 우리가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완벽한 검정을 구현한다. 이 극도의 검정은 빛을 모두 흡수해버려 산란과 반사가 없으므로 물질의 입체감을 완벽하게 없애버리고 2차원의 평면으로 보이게 한다. (…) 카푸어는 반타블랙 도료를 2.5미터 구멍에 칠해 무한하게 낙하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반타블랙에서 빠져나오는 빛이 전혀 없어 구멍은 2차원 그림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 관람객이 바닥에 그려진 원인 줄 알고 무심코 발을 내디뎠다가 이 구멍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카푸어가 극도의 검정을 이용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비어 있으나 비어 있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조차 암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모순적이고 역설적이다. 숨김으로써 더 잘 드러나 보이거나 혹은 숨김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검정의 역설, 그것을 통해 카푸어는 모든 빛을 흡수해버린 암흑 속에 감춰진 우주의 생명력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 p.244~245

출판사 리뷰

뉴턴과 모네는 왜 빛에 매혹되었을까?
뉴턴의 색채 혁명에서 양자역학, 인상주의에서 하이퍼리얼리즘까지
빛을 탐구한 물리학자와 미술가들을 따라가는 여섯 번의 여정

수학자 김민형 교수, 물리학자 박규환 교수,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추천!

물리학과 미술 '빛'으로 만나다
우리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빛!
빛은 우리가 삶과 자연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무수한 순간들마다 언제나 함께한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파란 가을 하늘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노을, 비 온 뒤 물안개 사이로 떠오르는 무지개… 우리는 빛이 부리는 마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한다. 이러한 빛의 존재를 밝혀내고자 오랜 시간 집요한 탐구와 해석을 시도했던 이들이 바로 과학자와 예술가들이다. 《빛이 매혹이 될 때》는 물리학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빛과 본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광학 연구자이자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인 서민아 교수는 빛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의 놀라운 발견들과 빛의 아름다움을 재현하고자 했던 미술가들의 작품을 찾아보며, 빛의 본질을 이해하고 ‘빛의 물리학’이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는지를 살펴본다.
빛의 본질에 더욱 깊숙이 다가가기 위한 이 특별한 여정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프리즘을 통해 분광에 성공한 뉴턴이 만든 최초의 색상환을 괴테가 심리적 해석을 더해 확장시켰을 때, 형태에 비해 부수적 존재였던 색채는 감정을 드러내는 낭만주의 예술의 중요 도구로 부상했다(44쪽). 또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는 언제나 같다는 사실에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밝히자, 예술가들의 뛰어난 상상력은 여러 시점이 중첩되어 있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과 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258쪽). 그 밖에도 양자역학으로부터 직접적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표현한 앤서니 곰리, 빛마저 흡수하는 블랙홀의 검정을 재현한 아니쉬 카푸어 같은 동시대 화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과학이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탐구하는 영역이라면 미술은 그 진리를 향하는 방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표현하는 영역이다. 과학과 예술은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이며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223쪽)

반사되거나 반짝이는, 빛에 관한 모든 것!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기 위한 빛과 그림의 물리학 수업
빛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대물리학을 배우는 일인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한강 물결의 윤슬은 직진하던 빛이 강물을 만나 ‘반사되는’ 것이지만, 예술의 눈으로 보면 반사된 빛이 아름다운 색으로 ‘반짝이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과 예술의 분야에서 빛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던졌던 질문들을 여섯 가지로 추려내고, 그 답을 찾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우리 눈이 빛에 의해 사물을 지각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의 의미를 탐구하고, 2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외 다양한 파장을 지닌 빛의 정체를 밝혀낸 과정과 보이지 않는 본질을 담아내기 위한 예술가들의 시도에 주목한다. 3장 ‘빛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직진, 투과, 반사, 회절되는 빛의 다채로운 성질들을 살펴보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과학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장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와 5장 ‘무엇이 미래를 결정하는가’는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원자에서 출발해 양자역학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촉매제가 되었던 ‘입자와 파동’ 논쟁에 대해서 다룬다. 마지막 6장 ‘빛은 시간의 흔적일까’에서는 빛과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다루며 이를 담아낸 예술작품과 함께 레이저, 홀로그램 등 인간이 만든 빛을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은 각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광학에서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주요 이론들을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미시세계와 우주를 종횡무진하며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빛을 탐구하는 이 흥미진진한 여정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을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과학자든 미술가든 자연에서 주어지는 빛에만 만족하며 머무르지 않는다. 빛을 좇으며 빛을 이용하고 한편으로 빛을 만들어낸다.”(114쪽)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빛 이야기
“본질을 부드럽게 꿰뚫어보는” 여성 물리학자의 시선
서민아 교수는 실험실에서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실험실 밖에서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일요일의 화가’이기도 하다. 연구를 위해 네덜란드 델프트를 비롯한 유럽 곳곳을 오가며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고흐 등 ‘빛의 화가들’에 매료되었고, ‘매혹의 땅’ 뉴멕시코주의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사막과 협곡을 누비며 빛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실험물리학자로서 집요하게 질문하고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물리학자의 눈과 화가의 마음으로 빛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그의 주요 연구 주제이자 부드러운 투과력을 지녀 ‘꿈의 주파수’로 불리는 ‘테라헤르츠파’처럼, 서민아 교수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섬세한 시선과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빛의 세계로 안내한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빛에 대해 우리가 알아갈수록, 지나쳤던 자연의 어떤 모습도 전혀 새로운 경이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요.”(269쪽, 에필로그 중에서)

추천평

뛰어난 과학자이자 화가인 서민아 교수의 글은 사물의 본질을 부드럽게 꿰뚫어보는 섬세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이 책의 독자는 과학적, 미학적, 시적 영감을 동시에 경험하며 세상을 살펴보는 무의식적 사고와 행동이 깊고 넓어지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 김민형 (수학자, 《수학이 필요한 순간》 저자)
빛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달리며 세상을 지배하는 시간과 공간마저 결정짓는다. 과학자의 눈으로 보고 화가의 마음으로 그려내는 서민아 교수는 현대물리학과 미술을 넘나드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단지 사물을 비추던 빛을 자연과 우리 삶의 마당으로 이끌어낸다. 빛을 따라가는 여정에 길잡이가 되어준 저자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 박규환 (물리학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태초에 빛이 있었다”라는 말을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최초의 미술가인 조물주가 만물의 형상을 빚어 그것이 ‘보이게’ 하려면 먼저 빛이 있어야만 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과학과 예술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뉴턴과 괴테, 르누아르와 마네 등을 오가며 색채에서 과학과 인문학, 미술을 함께 읽어낸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이국의 어느 전시장에서 ‘망막의 빛 수용체 세포’를 한껏 가동시켜 페르메이르의 노랑과 파랑을 만끽하고 싶다. - 곽아람 (《조선일보》 기자, 《미술 출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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