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이 일을 겪으며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바로 ‘토털total’에 대한 생각이었다. 토털이 듣기에는 좋다.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해주는 서비스이니 당연히 좋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너무 편하고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걸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1인 회사 입장에서 다양한 영역의 전문 지식을 혼자서 다 갖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외부 자원을 활용해 조율자 역할을 하며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유경험자가 아닌 이상 그 과정이 쉬울 리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잘하고 있던 일의 전문성을 고도화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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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체성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야 어떤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당황하지 않고 온전하게 전하기 위해서라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구분은 무척 중요하다. 그걸 잘 지켜낼수록 나와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는 더욱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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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사업자나 프리랜서들은 더욱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만나야 고객들도 특별함을 느낀다. 여러 사람이 있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밝히는 것이 회사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연관성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1인 회사에서는 개인이 곧 회사이기 때문에 나의 얘기가 곧 회사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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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사업이 어떤 사업이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세세하게 친구에게 말하듯 알려보자. 직접 말하는 방법도 좋지만 홈페이지, 블로그, 각종 소셜네트워크 등의 온라인을 통해 하는 게 더 좋다. 때로는 실수하는 일을 공개해도 좋다. 이 또한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그 사이 나는 실력을 쌓고, 고객들은 마음을 열고 우리 말에 귀 기울이는 준비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게 되면 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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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회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조직에 소속되어 회사를 다닐 때부터 개인 브랜드 역량을 키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이라도 회사 간판을 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종의 부품이 아니라, 마치 독립 제품처럼 움직이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힘은 단번에 키울 수 없다. 그래서 회사에 있을 때 회사의 주인처럼 행동하고 일하는 태도를 미리 익혀 놓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미리 예행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도 충실하면서, 앞으로 독립해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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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펼쳤을 때 A4 정도의 크기가 되는 노트를 활용한다. 먼저 노트를 펼쳐 총 18개의 칸을 만든다(노트 크기가 한정될 수밖에 없으니 간단한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남기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순서대로 앞 3개의 칸은 초반부, 가운데 12개 칸은 중반부, 마지막 3개 칸은 마무리이다. 초기 3개의 칸에는 프로젝트의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고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의 목표와 기대되는 효과 등을 쓴다. 중반의 12칸은 프로젝트를 해결을 위한 방안과 접근 방법에 대해 쓴다. 그 방법은 브랜드 내부에서 찾을 수도 있고, 외부 고객이나 시장 환경 속에서도 찾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마지막 3칸은 앞의 내용을 요약하고 최종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이렇다, 라고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여기에 앞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도 추가한다. 각각의 썸네일들은 한눈에 직관적으로 들어오는 도형과 이미지도 좋고, 이미지 스톡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유사한 사진을 가져와 만화나 영화 장면처럼 구성해도 된다. 핵심은 이 흐름 자체가 마치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처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해, 그때 갑자기 이것이 나타났어, 사람들이 편하게 쓰기 시작해. 드디어 문제는 해결되고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평화가 찾아왔어.” 마치 히어로 영화 한 편을 만든다고 생각해도 된다. 당연히 히어로는 기획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제품(브랜드)이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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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사 결정 과정을 경험하면서 브랜드 결정이라는 것이 관계에 의해, 관계 속에서 선택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즉, 여러 주체의 ‘의사 결정과 선택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실질적인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시간과 노력보다 관련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에 대부분 에너지를 써야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순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진행된 프로젝트가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보장하느냐? 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낯설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던 안들이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디자인인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을 몇 번 경험해보고부터는 당사자들의 빠른 의사 결정을 유도하려면 우리의 제안이 선택하기 쉽도록 디자인될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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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글을 통해 대중들과 적극 소통하는 CEO(대표 혹은 창업가)도 많아졌다. 글을 쓰다 보면 너무 솔직한 속내가 드러나 때로는 실수를 하는 등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CEO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감정적인 교류를 한다는 것은 수억 원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는 것이기도 하다.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을 SNS를 통해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정서적 호감을 가지고 되고, 이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도 연결된다. 여기에서 연결 포인트는 바로 글이다. 그래서 글은 1인 회사를 하는 대표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마케팅 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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