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올릴 수 있는 SNS ‘트위터’(계정은 @hiroloosaki)로, 감사하게도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팔로우해주고 있어요. 거의 매일 글을 올리는데 고맙게도 어린 친구들부터 해외에 사는 분들과 외국인들,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까지 저를 팔로우해주고 있어요. ‘좋아요’를 눌러주고 DM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이 나이에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컴퓨터를 시작한 건 2011년 3월, 78살 때의 일입니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런던에 사는 외동딸이 “컴퓨터를 19 이용하면 일본과 런던에서도 무료로 통화할 수 있어요.”라고 한 말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국제 통화료가 굉장히 비쌌거든요. 그리고 좋아했던 동방신기의 유튜브를 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고요.
---「78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웠습니다」중에서
수어를 배우고 싶어 동네 구청에서 주최하는 수어 강좌에 일주일에 한 번, 하루도 빼먹지 않고 3년을 다녔습니다. 지금도 일상 대화 정도는 수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단지에도 농인 부부가 계셔서 그분들과 수어로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다니는 성당에서 농인들의 통역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당에서의 제 지정석은 언제나 수어석입니다. 컴퓨터와 트위터, 태극권과 산책, 넷플릭스, BTS와 매일매일을 진심으로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홀로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면 거창하진 않아도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든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깁니다」중에서
집 근처 공원은 집에서 걸어가기 딱 좋은 거리에 있습니다. 왕복 4000보, 공원을 한 바퀴 빙 돌면 7500보입니다. 거기에 장을 보러 나가면 8000보. 그래요, 매일 8000보를 걷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걷기를 시작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걸을 수 없게 된 뒤에는 걷겠다고 노력해봤자 어려울 테니까요. 여기저기 아픈 뒤에는 늦습니다. 서둘러 자신의 나이 듦을 인정하고 가능한 일찍부터 걷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걷기는 건강의 기본이에요. 걷지 않아서 걸을 수 없게 되고, 운동을 안 해서 골절 신세를 면치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건이 없어 나가 걸을 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용건을 만들어서라도 걸어야 합니다.
---「매일 8000보씩 걷다 보니 건강해졌지 뭐예요」중에서
태극권은 정말 몸에 좋아요. 움직임은 느려도 전신을 사용하는 데다 무리가 가지 않아 나이 드신 분들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통통했던 사람도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요. 살이 빠졌다기보다 탄탄해지는 느낌이에요. 몸의 근력도 놀랄 정도로 단련됩니다. 결코 격한 운동이 아닌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태극권을 마치면 다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을 걷는 게 일과입니다.
---「매일 해도 질리지 않는 운동을 만들어두면 좋습니다」중에서
식사에 관해서는 딱히 의사의 지시가 없어 엄격한 식사 제한은 두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섣불리 제한하면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으니까요. 무리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 매일의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직접 해 먹지만, 기성품도 고민하지 않고 삽니다. 집에서는 볶음 요리는 해도 튀김 요리는 안 합니다. 돈가스나 튀김 요리는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요리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먹고 싶을 때마다 사서 먹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매일의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중에서
술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뭐든 마시지만 비싼 술은 안 마십니다. 와인의 경우에는 700엔 정도의 레드와인을 좋아합니다. ‘레드우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레드도 화이트도 좋아하지만 이 브랜드에 한해서는 레드가 맛있 습니다. 한 번 살 때 세네 병을 묶음으로 삽니다. 76 캔맥주(300ml)는 매일 마십니다. 여기서 끝낼 때도 있지만 부족할 때는 하이볼을 마시기도 합니다. 와인을 마실 땐 맥주는 마시지 않고 와인만 마십니다. 보통 사흘에 한 병을 비우네요. 이따금 안줏거리를 담은 작은 그릇을 쟁반에 올려 느긋하게 반주하는 시간은 말할 수 없이 행복합니다. 결코 과음은 하지 않기에 간을 쉬게 해주는 날은 딱히 마련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제게 술은 활기를 가져다주는 ‘약’ 같은 존재여서 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이지요. 물론 많이 마시는 사람은 간을 쉬게 해주는 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캔맥주 한 캔과 다른 술 한 잔 정도라면 쉬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매일 저녁 마시는 술 한 잔은 약이에요」중에서
흰머리는 노르스름해지지요. 윤기도 없고. 그걸 눌러주면서 깔끔하게 보이게 해주는 것이 이 색이어서 라벤더색으로 염색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버석버석한 피부나 나쁜 안색, 푸석푸석한 머리를 가만 놔두는 건 깔끔해 보이지 않아 도무지 별로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청결함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이제 성가신 건 할 수 없어요. 쉬우면서도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관리하려고 합니다.
---「흰머리에 잘 어울리는 머리색을 찾았습니다」중에서
뒷모습이라도 아름다우면 좋잖아요. 덕분에 지금도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습니다. ‘뒤에서 보면 절대로 노인처럼 안 보인다.’면서 말이지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아름다우면야 좋겠지만 아무래도 앞모습까지는 무리니까요. 배에 힘을 준다거나 하는 어려운 동작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등이 굽지 않도록 자세를 곧게 펼 뿐입니다. 몸이 아프면 등이 굽어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아서 자세는 항상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걷는 자세만 바꿔도 훨씬 젊어 보입니다. 손쉽게 금방 할 수 있는 일이라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걷는 자세만 살짝 바꿔도 젊어질 수 있습니다」중에서
저는 가계부는 쓰지 않아도 일기는 매일매일 쓰고 있습니다. 이건 70대에 암 수술을 하고부터 줄곧 해오고 있는 습관입니다. 그렇다고 장황한 문장을 엮는 게 아니라 정말로 짧은 글입니다. 매년 사용하고 있는 성당 수첩에 그날 있었던 일을 한마디로 짧게 쓰고 난 뒤 1000엔 이상 구매한 물건들을 기록합니다. 이것이 제 가계부를 대신합니다. 매달 꼼꼼하게 계산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 정도면 충분해요.
---「큰돈 없이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중에서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일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표정이 부족해지잖아요? 그걸 막는 데 한몫해주고 있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합니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일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에요」중에서
BTS도 처음에는 이름과 얼굴을 외우기까지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외국인 이름이라 좀처럼 외우기 힘들더군요. 하지만 이럴 땐 ‘뇌 훈련이 된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머리는 멍하게 두면 쇠퇴해지기만 할 뿐이니까요. 뭐든 긍정적으로 즐겨보는 것, 귀찮아하지 않고 딸과 손자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팬이 되었고 기운을 얻게 된 것, 좋은 일투성이잖아요.
---「BTS의 최고령 팬일지도 모르겠습니다」중에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면 다 좋아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단지에는 자유 공간이 있어 주민이 각자 좋아하는 식물을 심고 있는데 거기서 한 그루 받아와 가꾸거나, 동네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을 조금 꺾어와 작은 꽃병에 꽂고 있습니다. 그래서 꽃을 사는 일은 거의 없어요. 꽃병도 좋아해서 많이 갖고 있어요. 꽃병도 예뻐 보이면 다 좋습니다. 고물상에서 파는 것 중에 좀 좋다 싶으면 삽니다. 결코 비싼 것에는 손대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생일 축하 선물로 받은 것도 꽤 됩니다. 가끔 꽃병에 물을 넣지 않은 채로 꽃을 꽂아둘 때도 있습니다. 묶어서 베란다에 달아두기도 하고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드라이플라워가 되어 그건 그것대로 예쁘더라고요. 그렇게 1년 내내 꽃을 즐기고 있습니다.
---「꽃이 있는 생활은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중에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어떤 사진을 영정으로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요즘이야 하루면 여러 명이 찍혀 있는 스냅 사진을 확대해 영정 사진으로 뚝딱 만들 수 있는 모양이지만, 모처럼 깔끔하게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일찍 영정 사진을 준비해두어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영정 사진으로 아주 젊은 시절의 사진을 사용하는 분도 있는데, ‘어? 뭐야? 언제 적 사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좀 곤란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잘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는 제 사진도 이미 10년도 더 되었네요. 하지만 그때도 충분히 할머니여서 그렇게까지 인상은 바뀌지 않았을 테니 괜찮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영정 사진은 미리 찍어두었습니다」중에서
이 나이가 되면 잠깐만 이야기를 나눠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잘 안 맞네.’, ‘아, 결이 다르네.’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 사람에게는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습니다. 당연히 무시의 태도가 아닙니다. 그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미움받기 싫어서 무리하게 함께 있어 봤자 피곤하기만 할 뿐. 또한 마음이 안 맞는 사람과 만나면 헤어지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해지니까요. 제가 진심으로 즐겁지 않다면 분명 함께 있는 상대도 마찬가지로 즐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결과적으로 상대에게도 엄청난 실례이지요. 더구나 그런 걸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하루를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껄끄러운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도 괜찮습니다」중에서
즐기는 것에 돈은 안 듭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요. 그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지요. 이 얼마나 간편한가요! ‘걸어야 하는데.’ 하고 마지못해 집을 나와 등을 굽힌 채 터벅터벅 걷는 것과 ‘오늘은 어떤 꽃이 피었을까.’ 하고 들뜬 마음으로 걷는 것, 1년 후에는 얼마만큼의 차이가 나 있을까요? ‘즐기는 마음’을 하루하루 쌓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트위터를 만나고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루 8000보를 걸으며 건강과 친구를 곁에 두게 되었고요. 모두 마지못해 해온 것이 아니라 ‘즐기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입니다. 만일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 고개를 살짝만 들어보세요. 아름다운 하늘이 눈에 들어올 거예요.
---「나오며: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얼마나 다행인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