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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배우 윤여정] 난 공부는 못해도 숙제는 해 갔어요 [일본인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나의 운은 타인의 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디자이너 노라노] 능력도, 체력도 10프로는 남겨 둬야 해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적당히 두려워하고 약간 비겁해지세요 [요리 블로거 정성기] 치매 어머니와 산 9년, 후회 안 해요 [배우 이순재] 손해 보듯 살아야 좋은 인생이에요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반드시 여러분의 ‘때’가 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이제는 불완전한 내가 불만스럽지 않아요 [일본인 디자이너 하라 켄야] ‘이것으로 충분하다’면 충분합니다 [재독 화가 노은님]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 [기업가이자 목회자 하형록] 내가 희생하는 순간, 사람들이 변합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공부해서 얻은 지식은 사람들과 나눠야죠 [시인 이성복] 일이 안 풀릴 땐 시동을 꺼야 해요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송승환]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슬럼프가 없어요 [철학자 김형석]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에요 [노인의학자 마크 E. 윌리엄스] 우리는 그렇게 나이 들지 않습니다 |
저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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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카페에 나가 노트북을 열었지만, 불행히도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때 나는 간절히 궁금했다. 지금 허둥대는 내 손을 잡아 줄 아량 있는 어른은 없는가. 그 많던 어른들은 정말 이 세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걸까.
질문의 답을 찾은 것은 책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면서부터였다. ‘거대한 자가 에너지로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행성을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한다’는 의도로 온라인의 바다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 [작가의 말] (니시나카 쓰토무) 가령 늘 이용하는 철도나 도로도 이를 건설할 때 사고로 생명을 잃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어요. 도덕과학에서는 이것을 ‘도덕적 부채’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도덕적 부채를 깨닫지 못하고 평소에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부족하면 타인에게 작은 피해를 입어도 못 참고 달려들어요. 이웃의 상한 감정은 언젠가는 불운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 [일본인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나의 운은 타인의 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재천의 지혜는 동물에게 배운 것이다. 관찰을 통해서였다. 관찰이란 무엇인가. 섣불리 그 질서에 개입하지 않고 가만히 오래 지켜보는 것. 글을 쓸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아이를 키우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도, 대상을 알고 이해하려면 얼마의 시간 동안은 가만히 바라보고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그 가만히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자세를 낮추고 지루함을 견뎌야 비로소 보인다. 생물과 사물이 지닌 그들만의 무질서와 혼돈이, 질서와 아름다움이. -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적당히 두려워하고 약간 비겁해지세요] (정경화) 하하. 내가 기가 막혀. 나더러 행복한 인생을 살았냐니? 아냐, 아냐. 대신 난 기가 막히게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어요. 그런데 지구에 태어난 수많은 인구는 다 제 각자 기막히게 축복받은 인생이잖아. (김지수) 그래도 특별히 행복한 순간들이 많으셨지요? (정경화) 아니요. 그렇다면 그건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70년을 살면서 가슴이 찢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야. 울음을 너무 울어서 난 울음이 안 나온다고.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이제는 불완전한 내가 불만스럽지 않아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희망과 창조’를 전하는 노인 앞에 섰자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젊어졌는데, 나는 어쩌자고 두 손 놓고 늙기로 했던가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 [철학자 김형석: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에요] 나는 늙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젊고 싶지도 않았다. 그나마 안정적인 중년이 길게 이어지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이제까지 일본과 한국의 언론은 앞다퉈 고령 사회의 절망적 풍경을 제시하며 노인을 부양과 간병만 기다리는 사회적 짐으로 묘사해 왔다. 그런 식의 비관주의적인 상상은 현재의 우리를 작아지게 만든다. 노년은 대체로 불우하며 노인은 반드시 약한가? 그런 고민의 와중에 노인학 권위자 마크 E. 윌리엄스 교수와의 인터뷰는 행운이었다. 그는 노인에 관한 우리의 오랜 편견을 상쾌하게 뒤집는다. 노인은 청년보다 불행하지 않다. 늙을수록 우리는 더 독특해진다. - [노인의학자 마크 E. 윌리엄스: 우리는 그렇게 나이 들지 않습니다] --- 본문 중에서 |
평균 나이 72세, 여전히 현역으로 사는 16인의 어른들
2015년 7월부터 토요일마다 온라인 매체 [조선비즈]에는 철학자 김용옥, 작곡가 진은숙,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건축가 비니 마스 등을 인터뷰이로 한, 분량과 깊이, 인물면에서 모두 압도적인 인터뷰가 게재되기 시작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는 이름의 이 코너에 지난 3년간 누적된 인터뷰는 120여 편. 인터뷰 1편당 소요된 글자 수는 평균 1만 자로, 200자 원고지 50매에 달하는 분량이다.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 시리즈는 SNS를 통해 윤여정 인터뷰 2,200건, 마크 E. 윌리엄스 인터뷰 4,300건, 송승환 인터뷰 2,600건, 하라 켄야 인터뷰 2,100건, 이순재 인터뷰는 2,400건 공유되며 온라인 세상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2018년 11월 현재 [조선비즈] 홈페이지에서 집계되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페이지 뷰는 170만에 이른다. 3년간 어떤 인터뷰들이 주목받았을까? 2,000건 이상 SNS에 공유된 인터뷰들 중에는 60세가 넘은 인터뷰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주로 자기 영역에서 30년 이상 일해 오고 있었고, 그 때문에 삶과 일에 관한 통찰이 날카로웠다. 이 책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인물들의 인터뷰 16편을 수록하고 있다. 평균 나이 72세, 여전히 현역으로 사는 16인의 인생들이다. 예술가, 기업가,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 블로거…… 직업군도 다양한 어른들의 다섯 가지 닮은 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예술가, 기업가,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 블로거 등 이 시대의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정력적인 어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한 권의 책에 인터뷰들을 모아 놓고 보니,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1.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적당히 일한다 3. 경쟁보다는 공생을 추구한다 4.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한다 5. 겸손하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교훈이랄 수 있는 이 다섯 가지 공통점은 윤여정, 니시나카 쓰토무, 노라노, 최재천, 정성기 등 16인의 호흡에 실려 무게감을 얻는다.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들려준 말은 삶이 그 증거이기에 공허하지 않았고, 그들이 살아낸 삶은 그들이 살아낸 시간이 그 증거이기에 울림이 컸다. - [작가의 말] 이를테면 배우 윤여정은 “나는 공부는 못해도 숙제는 해 갔어요”라고 말하며(19쪽), 부족한 걸 알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자신의 인생론을 들려준다. 젊은 시절 《구약성서》의 한 구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은 그 구절을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해석하며 반드시 ‘때’가 온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말한다(124쪽). ‘노오력’이라는 말로 열심히 사는 자기자신 또는 타인을 희화화하는 요즘 세태와는 반대 방향의 말들이다. 완벽주의자 이미지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중요한 건 불완전한 내가 불만스럽지 않았다는 거예요”라며(139쪽)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라고 말한다(147쪽). 7,000여 제품을 취급하는 글로벌 기업 무인양품의 디자인 수장 하라 켄야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강조한다(162쪽). 더 나아갈 수도 있지만 약간의 포기와 함께 그 정도에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계가 인정하는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은 유구한 역사 속에 진화를 거듭해 온 동물들을 30년 이상 관찰한 결과를 들려준다. “혼자서 뛰면 어렵지만 섞여서 같이 뛰면 슬금슬금 앞으로 갈 수 있어요.”(75쪽) 생존경쟁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숨통을 틔어 주는 말들이다. 우리,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에게 주는 힘과 응원 지은이 김지수는 23년 차 기자다. [조선비즈] 이전에 패션지 [보그]에서의 경력까지 더하면 그가 진행한 인터뷰는 수백 편에 달한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상당수 인터뷰이들과도 이미 몇 차례 인터뷰 경험이 있다. 이제까지 노라노를 세 번 만났다. 70대 중반, 80대 초반, 그리고 90세가 되던 해. (중략) 나 또한 노라노 여사처럼 즐겁게 오래 일하고 싶다. 내 그릇을 알고, 야망을 앞세우지 말며, 에너지의 10퍼센트를 남겨 둔다면, 앞으로 100세가 되는 노라노 여사를 한 번 더 인터뷰할 수 있으리라. - [디자이너 노라노: 능력도, 체력도 10프로는 남겨 둬야 해] 40대 후반 여성으로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지수 기자, 60대, 70대…… 누군가는 너무 나이 들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나이에도 자신의 일을 즐기는 인터뷰이들. 그들의 행보가 여러 번 교차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이 인터뷰들은 어쩌면 필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자기 분야에서 오래 능력을 발휘해 온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진 만남의 결과물이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읽다 보면16인의 목소리와 표정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때문에 책 읽기가 한결 수월하지만, 이런 인터뷰 글을 쓰는 일에는 그만큼의 숙련이 필요하다. 120편의 인터뷰 중 왜 이 인터뷰들이 유독 사랑받았을까를 생각해 보면 독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가를 유추할 수 있다. 오래 일하는 삶,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삶, 하루하루가 경쾌한 삶. 우리가 바라는 삶이다. 고령 사회를 다루며 청년 세대에게 노년 세대를 짐 지우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패착이 될 것이라 예측하는 세태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사는 평균 나이 72세의 어른들 모습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우리의 동시대인으로서, 이미 우리에게 좋아하는 어른들이 있고, 그들이 우리에게 영감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또한 그들이 자기 인생을 오래도록 소중히 가꿨듯, 우리 자신의 인생도 소중함을 절감하게 한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타인과의 경쟁에 목매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에게 힘과 응원이 되는 책이다. “여러분은 아직 인생을 반도 안 살았잖아. 그러니 내 말을 믿어요.” - 92세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 |
“‘김지수’라는 이름은 내게 ‘믿고 읽는 인터뷰 기사’와 같은 뜻이다. 그는 인터뷰이의 매력을 언제나 정확하고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가 이번에는 한 분야의 거장들을 만났고,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물었다. 책을 읽다 저절로 정자세를 취하게 됐다. 수십 년 무게의 내공을 바로 앞에서 접하는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였다.
상대를 마냥 미화하거나 그의 말에 무조건 맞장구치지 않고, 따져 볼 것을 따지고 캐물을 것을 캐묻는 데서 인터뷰어의 내공도 느낀다. 내공 있는 사람들이 만나면 이런 충만한 대화를 나누는구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 장강명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