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12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76g | 138*205*30mm |
ISBN13 | 9791168340039 |
ISBN10 | 1168340039 |
발행일 | 2021년 11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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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76g | 138*205*30mm |
ISBN13 | 9791168340039 |
ISBN10 | 1168340039 |
MD 한마디
기대수명 연장은 노년 빈곤이 심각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냥 희소식만은 아니다. 물질적 빈곤과 함께 심리적인 불안, 허무, 무기력도 노년을 힘들게 한다. 프랑스 대문호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쓴 이 책은 인생 후반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읽어야 할 지침서다. - 손민규 인문 MD
프롤로그 ― 나이가 들었다고 꼭 그 나이인 건 아니다 포기 ― 포기를 포기하라 인생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벼락 생의 마지막 날까지 도전하기를 *필요 이상을 욕망하라* 자리 ― 아직은 퇴장할 때가 아니다 나는 은퇴를 원하지 않았다 철학하는 나이 인생의 마지막 사춘기 *“넌 하나도 안 변했다!”* 루틴 ―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사는 게 지겹다 시시한 것의 찬란함 우리는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난다 반복, 새롭게 데자뷔의 가면을 쓴 새로움 황혼은 새벽을 닮아야 한다 백조의 노래인가, 아침놀인가 *인생은 부조리하고 멋진 선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시간 ―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당장 죽을 것처럼 매 순간을 살아라 과거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인생은 움직이는 모자이크화 다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너는 네 열매에 걸맞게 성숙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24시간 서비스인 줄 아나* *사다리를 내려갈 수는 없다* 욕망 ― 아직도 이러고 삽니다 연애하기 좋은 나이 비너스 제국으로부터의 탈출 카사노바도 나이를 먹는다 *여전히 인생은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허풍선이와 징징이* 사랑 ―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백발의 왕관을 쓴 사랑 잉걸불은 재가 되었다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노부부의 이별 공식* 기회 ― 죄송해요, 늦으셨습니다 우리가 잡지 않은 기회들 필멸자의 시간 ‘아직도’ 춤을 추고자 한다 내세라는 백지 위에 *신문 부고란을 보고 있노라면* *3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한계 ―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이게 나인 걸 어쩌겠어 자유의 세 얼굴 미지를 향해 문이 열리고 완전히 성공하지는 말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요즘 누가 그런 말을 써요* 죽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갉아먹고 부스러뜨리는 무뢰한 죽음의 죽음 죽을 수 있다니 운이 좋기도 하지 다시 보지 못할 것을 사랑하라 죽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 안의 좀비 *늙은 아이와 젊은 노인* 영원 ― 불멸의 필멸자들 병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고통의 위계 초라한 위안 망나니 양반,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오 영원은 지금 여기에 *논리적 개소리를 피하는 위로 기술* 에필로그 ― 사랑하고, 찬양하고, 섬기라 주 |
한창 겁 없이 일을 벌이던 40대 무렵에 ‘우아하게 늙어가기’를 화두로 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우아하게 늙어가기’는 7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열 꼭지를 넘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게 늙어가기’는 여전히 쥐고 있는 화두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여전히 쥐고 있는 ‘우아하게 늙어가기’를 배우기 위한 책읽기였습니다.
요즈음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는 젊음을 유지하거나, 심지어는 더 젊어 보이는데 집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나이 듦에 관심이 쏠리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50세 이후, 젊지 않지만 늙지도 않은, 아직은 욕구가 들끓는 중간 시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인생의 계절에서 가을에 새봄을 꿈꾸고 겨울을 최대한 늦게 맞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저자는 모두 열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 죽음, 그리고 영원 등의 주제어를 살펴보면 저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주제어 ‘포기’에서는 ‘포기를 포기하라’ 그리고 두 번째 주제어 ‘자리’에서는 ‘아직은 퇴장할 때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 50대에 들어서도 열심히 살 이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곱 번째 주제어부터는 한계를 인지하고 그 한계를 수용하는 것이 또한 바람직한 삶이라고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보조식품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는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는데 큰돈을 쓰고 말았습니다. 제 건강을 걱정하는 아내, 그리고 아내의 건강을 걱정하는 제 마음이 하나가 된 까닭입니다. 여행 중에 읽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의 다음 대목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릅니다. “은퇴자 중에도 건강보조제로 자기 몸을 챙기는 등 젊은이보다 더 질병에 강한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중산층 이상에 해당하는 이들은 이전 세대 같으면 병석에서 골골댈 나이에도 여전히 거뜬한 신체로 팔팔하게 살아가고 싶어 한다.(56쪽)”
사실은 60을 넘어가면서 여기저기가 삐걱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지만 몸이 젊었을 적 같지 않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걷기와 볼링에 시간을 더 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같이 여행한 분들은 모두 60대 이상인 부부 5쌍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가 화제에 오른 날이 있었습니다. 물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의 위대한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스가 오디세우스의 귀향에 관하여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대는 여행을 속히 마치지 마시오. 여행은 오래 지속될수록 좋고 그대는 늙은 뒤에 비로서 그대의 섬에 도착하는 것이 낫소. 글 위에서 그대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를 읽다보면 집으로 돌아가는 일에 집착하는 듯하면서도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은 신의 뜻에 따라 이미 정해졌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것보다 여행을 즐기라는 카바피스의 주문이 마땅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것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붙여놓은 글에서 “마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처럼, 70세, 80세에도 황금기를 추가로 더 받아낸 사람처럼, 자기 신체와 정신과 애정에 허용된 능력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303쪽)”는 대목에 크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304쪽)”는 대목에도 그렇습니다.
결국, 까놓고 보면 사기다. 과학 기술이 늘려준 것은 수명이 아니라 노년이다. 죽기 직전까지 우리를 쌩쌩한 30대, 40대의 외모와 건강 상태로 살게 해준다면, 혹은 우리가 선택한 연령대로 살아가게 해준다면, 그게 진짜 기적일 것이다. '수명 연장 기술'이 세포 및 미토콘드리아 관련 요법, 수술, 연구를 통해 그러한 방향에 매진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먼 얘기다.
이 안식년은 독이 든 선물이다. 오래 사는 만큼 병도 오래 앓는다. 건강한 상태에서의 생존 기간은 그렇게까지 늘지 않았다. 의학은 장애와 치매를 만들어내는 기계가 되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삶을 20년이나 더 살라니! (p30)
수명 연장은 축복일까?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노후 준비를 위해 젊음을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닐까?
행복한 노후는 없다. 지금이 인생의 최고 황금기다.
┃책을 읽게 된 배경
요새 나이 들어가는 게 슬슬 무섭다. 건강적인 이상신호가 나타나면 슬슬 큰병이 날까봐 무섭기도 하다. 거울을 보면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반 죽는다. 20대 때처럼, 망나니처럼 놀 수 없는 나이가 된 것 같아 서글플 때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 지성으로 불리는 분이라고 한다. 심지어 나보다 2배 이상 사신 인생 대선배님이시다. 이런 인생 대선배가 인생에 대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표지에 붙어 있는 왠지 모를 갠지나는(갬성) 이 지성인 할아버지의 사진이 책을 선택하는데 한 몫했다.
내 10대 시절과 20대 시절을 돌아보면 30대인 지금과는 참 많이 다르다는 기분이 드는데, 내가 지금까지 산 시간만큼 한번 더 사신 분은 인생에 대해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 저자 소개
파스칼 브뤼크네르 (Pascal Bruckner)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48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1995년에 『순진함의 유혹』으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치상을, 1997년에 『아름다움을 훔치는 사람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학 에세이 『번영의 비참』으로 최우수 경제학도서상(Prix du livre d'economie)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르본대학과 디드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로서 파리 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과 뉴욕대학의 초청 교수를 지냈다. 현재 그라쎄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몽드』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책의 내용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이 책은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세계적인 한 철학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감히 삵이 책에서 저자가 풀어놓는 철학과 논리를 압축해서 표현하자면,
"늙는다는 것, 나이듦이란 것은 단지 시간이 지나쳐 갔을 뿐이다. 육체적 퇴화가 조금 있을 뿐, 남들이 받아들이는 '노인'이라는 프레임이 있을 뿐, 실상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인생은 그저 끝이 있을 뿐이고, 그 전에는 하루하루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며 그 하루하루, 오늘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내 욕망에 충실하고, 오늘의 나보다 진일보한 나를 위해 도전하며,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되, 시시한 루틴의 찬란함을 만끽하며 ,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산다."
이와 같이 책의 내용은 줄곧 현자가 알려주는 이야기 같이 느껴졌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와 같은 논조로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와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러한 이야기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모순적 사상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볼만한,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몇 개 남겨 함께 곱씹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포기, 퇴장
"옛날에는 이 세대나 저 세대나 어르신처럼 살았지만, 지금은 어르신이 애들처럼 살고 싶어 한다."
"이 안식년은 독이 든 선물이다. 오래 사는 만큼 병도 오래 앓는다."
"노년은 지상의 즐거움을 탐하는 자세에서 차츰 벗어나 명상과 연구에 몰두하고 지혜의 말씀으로 신탁을 전하며 저승길을 준비하는 시간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요즘도 그러한 내려놓음이 일부에게는 먹힐지도 모르겠다. 사실, 행복한 노년의 기별은 오히려 정반대의 태도에 있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결국 우리는 쓰러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패배를 내면화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를 실현하는 삶이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휴식이 아니라 강하게 만드는 단련에 있다."
"스스로 배우려는 이 의지가 생생한 정신의 표시다. 새로운 앎은 무덤에 갈 때까지 계속되리라."
"관습에 도전하는 것보다 짜릿한 게 있을까? (...) 나이에서 황폐한 장식을 벗겨내고 노년을 유머와 멋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한계는 밀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 루틴, 시간
"어떤 강박관념은 우리를 고립시키고 쾌락을 맛보지 못하게 방해하지만, 적어도 더 큰 불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규칙성을 폐기하고 예측 불가능성과 영원한 창의성을 떠받들면 끔찍한 진부함은 없을지 모르겠으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나른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능력, 이 무심한 한가로움이야말로 아직 살 날이 창창한 첢음의 특권이다. 그것이 젊음의 재능이자 경박함이다."
"반복은 불모성과 생산성이라는 양가적 힘을 지녔다. 반복은 고갈시키는 동시에 변화시킨다. (...) 강조와 반복은 끔찍이도 지루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지 않는가. (...) 같은 자리를 계속 파고 들어가야만 위대한 발견이 나올 수 있다."
"진짜 삶은 영웅적이거나 기상천외하지 않다. 삶은 아주 세속적이고, 별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욕구를 느끼거나 해소하는 식으로 흘러간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만들기 위해 우연을 선택으로 바꾸는 일이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라도 잡은 사람이 옳다. (...) 우리는 늘 시험 삼아 살아본다. 삶은 무엇보다 일종의 실험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되 마음이 늙지 않게 지키고, 세상을 향한 욕구, 기쁨, 다음 세대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 (...) 삶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에게 달고 저주를 퍼붓는 자에게 매섭게 군다. (...) 어느 나이에나 삶은 열의와 피로의 싸움이다. 인생사는 그저 부조리하고도 멋진 선물일 뿐, 아무 의미도 없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낙관하지 않으면, 아직은 시간이 있고 상황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어느 나이에나 '잘 사는 법'에는 상호 보완적인 두 제안이 있다. 카르페 디엠은 날과 시간과 기회를 붙잡는 기술이다. 또 다른 제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계획을 품는 것이다."
"현재만 산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실존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뒤로 갈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살살 녹는 고기는 늘 처음이고, 이렇게 강렬한 오르가슴도 늘 처음이다. (...) 망각은 인간의 뇌라는 절묘한 지우개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희열의 조건이다."
"어떤 면에서 아이들의 무지는 복되다. 쓸데없는 지식만 꾸역꾸역 머리에 처넣은 어른들의 애매한 앎보다는 철저하게 직관으로 가득한 그 무지가 나아 보인다. (...) 아무도 다시 젊어지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함으로써 의식을 풍요롭게 채울 수는 있다."
"어떤 진리, 어떤 신앙을 강요당하기보다는 스스로 실수도 해보고 자기 판단을 돌아볼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인생의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처럼 가야 한다."
"노년은 베이비시터 역할을 하거나 그리운 추억을 하나하나 곱씹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함께 투쟁하고,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몸부림 친다."
- 욕망, 사랑
"이성애 커플이든 동성애 커플이든 파트너 사이의 나이 차이가 빈축을 사는 이유는 그 나이에도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통념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계속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므로 어느 선을 넘어서면 중고차 취급을 받고 값이 떨어진다. (...)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가혹한 법칙을 따른다. 자유연애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결코 대놓고 말하지 않는 이런저런 암묵적 금지가 있다."
"적어도 두 종류의 행복이 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행복과 아직도 뜨거운 행복. 전자는 괴로움이 없고 후자는 강렬한 만족을 추구한다."
"나이가 들더라도 대놓고 드러내기 힘든 욕구가 불쑥불쑥 일어난다. (...) 늙다리가 작업을 걸고 싶으면 젊은이처럼 다짜고짜 직진하는 게 아니라 우아하게 미끼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 육신의 본능적 요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요, 자칫하면 추잡한 늙은이 소리를 듣는다."
"위대한 사람들에 대한 찬탄은 역경에 맞서는 그들의 역량과 단단히 결부되어 있다. 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독창성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생을 살았기 때문에 본보기로 남았다."
"평온하든 열정적이든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불완전한 모습을 너그럽게 봐주겠다는 의미다. 신체적 기대보다는 정신적 기대가 크다. 허영보다는 따뜻한 정과 공감이 더 중요하다."
"욕망만이 영혼과 마음을 도로 젊게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 진짜 비극은 언젠가 사랑하고 욕망하지 못하게 되는 것 (...) 존재는 무존재보다 귀하고, 욕망은 무욕보다 낫다."
- 기회, 한계
"우리는 종종 놓친 고기를 한없이 크게 생각한다. (...) 사건은 마무리되지 못했을 때만 가슴 아프다. (...) 가능했을 다른 삶들을 아쉬워하느라 단 하나의 진짜 삶, 진짜 자기 삶도 못 사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늦었다, 이제 와 내가 뭘 해, 겁쟁이는 그렇게 말한다. 20세든 80세든 하면 된다. 담대함이란 돌이킬 수 없는 숙명에 지지 않는 것이므로."
"성공한 삶보다는 자기를 실현한 삶이 중요하다. (...) 미래의 힘을 믿는 삶 말이다. 성공이라는 개념은 탐색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 같아 불편한 면이 있다. 가장 바랄 만한 상태에 도달했고, 그로써 모험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헛된 희망에 흔들리지 말자. 어느 나이를 넘어서면 인생을 주사위 던지듯 새로 시작할 수가 없다. (...) '성공한' 삶은 언제나 다시 태어남의 상태에 있다. (...) 세상이 우리에게 준 것에 만족하고 더는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안의 어떤 기적, 어떤 소용돌이에 대한 기대는 계속 파고들어야 한다."
- 죽음, 영원
"진짜 기적은 우리에게 지복을 약속하는 온갖 환상적인 종교적 구성물이 아니라 확실한 끝이 있는 인생이다."
"무미건조한 삶을 오래오래 살 것인가, 진짜 부딪히고 느끼는 시간의 충만함을 누릴 것인가."
"모든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영혼이 육신을 떠날 때 처음으로 죽고,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 다시 죽는다. (...) 죽기도 전에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에필로그
"우리에겐 생의 이용권만 있고 소유권은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으레 생각하듯 의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오래 살려면 새로운 의무를 질 각오부터 해야 한다. 자유는 느슨한 풀어짐이 아니요, 책임의 증대에 더 가깝다. 자유는 우리 어깨를 가볍게 해주지 않는다. (...) 생활은 벗어나고 회복되어야 할 병이 아니다. 어느 나이에나 구원은 일, 참여, 공부에 있다."
"우리는 존재를 긍정하고 무조건 찬동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아야 한다. 세상의 광휘, 그 눈부심을 찬양하라. 지상에 살아 있음이 기적이다."
"생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지다는 것. 우리는 어두컴컴한 오솔길에서 길을 잃은 채 이성과 아름다움의 빛에 비추어 더듬더듬 나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형제, 친구, 동지, 가족이라는 타자들 속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체념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갈 때만 자유롭다."
┃ 논의 및 삵 평
오랜만에 서평단으로 책을 받아보게 되었는데, 참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의무감보다는 책임감으로 서평을 작성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철학은 사람의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철학이 없는 사람은 그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흔한 동물과 같아서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주변에 '개똥철학이라도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는 낫다'라는 말을 하고 다닐 정도.
"고여서 썩은 물이 되느냐, 숙성된 와인이 되느냐."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철학자의 이야기에게는 잘 숙성된 프랑스 와인과 같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갬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할아버지처럼 늙어가면 참 좋겠다."
'꼰대'와 '틀딱'이라는 단어가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한국나이) 74세의 '48년생 파스칼' 브뤼크네르 작가. 저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나의듦의 태도는 이 책 내용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노년임에도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저자의 철학은 깊은 지성에서 나오는 산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삵이 책을 읽게 된 배경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나이 들어가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인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이 리뷰는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