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많은 이들은 ‘도전’의 가치를 성장과 성공을 위한 과정만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도전이야말로 스스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이는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고,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지 않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도전은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없이는 이룰 수 없는 행동이다. 한 번 더 해보겠다는 ‘도전 의지’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그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든 값지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아갈 청춘에게(16쪽)」중에서
당시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의 마켓셰어 1등 기업이었고 독점적인 기술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로 보자면 완전히 ‘하늘’이었죠. 실제로 도시바의 기술을 쓰기 위해 삼성은 막대한 특허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조인트벤처를 같이 하자는 제안이 나쁠 리 없었죠. 누구라도 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왜 도시바가 2등인 우리랑 조인트벤처를 하자 했을까요? 미래의 새끼 호랑이를 미리 없애버리겠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삼성은 이미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일본보다도 앞섰죠. 당장은 2등이지만, 삼성이 또 다시 앞선 기술을 내놓는다면 1, 2위가 바뀔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경영진도 그렇게 생각할진 미지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많은 것을 가르쳐준 곳이 일본이었습니다. 퍼스트 무버가 함께하자고 먼저 손을 내민 거예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죠.
---「새끼 호랑이를 살려낸 자쿠로 미팅(45쪽)」중에서
처음에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너희 회사가 정말 대단한 회사고,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건 맞는데 삼성도 최근에는 엄청난 투자를 해서 미래 기술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니 기술 교류하자.” 그랬더니 굉장히 주저하는 내용의 답신이 왔습니다. “그래, 하기는 하는데….” 이런 식이죠. 그래도 하겠다 했으니 짐 싸들고 일본으로 갔습니다. 당시 반도체 연구소는 기흥 골짜기에 있었는데 기흥에서 연구하던 엔지니어들을 데리고 세계 반도체의 현장으로 갔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죠. 전 세계의 반도체를 장악하는 선진 기업체의 연구원들을 만나 개발 상태를 직접 보고 토의도 하면서 엔지니어들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승률을 높이는 세 가지 방법(55쪽)」중에서
“막대하게 R&D에 투자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은 같은데, 왜 어떤 곳은 마켓셰어를 잃을 거라는 쓴소리를 듣고 어떤 곳은 독점적 지위를 이어갑니까? 그 차이가 무엇입니까” 인텔이라고 새로운 투자를 안 하겠습니까?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대로 하다간 마켓셰어를 잃을 것’이라고 독설을 날렸잖아요?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혁신의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이야기하면 ‘새로운 기술’만 말하죠. 그러나 엄밀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의 진보만이 아닙니다.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과 기술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켓 풀의 힘(89쪽)」중에서
제가 KT에 가기 전에 있었던 국가 R&D는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곳입니다.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 기획하는 곳이죠. 그래서 4차 산업의 기술을 그때 다 검토했습니다.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IoT, 유전체 DNA 분석까지 모든 산업에 들어가는 새로운 기술을 살펴봤어요. 그때 확실하게 예측했던 것이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가 모든 산업의 바탕이 되리라는 거였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통신의 발전과 혁신이 선행되어야 하는 거죠. 여러분, 과거의 AI와 요즘의 AI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 줄 아세요? 요즘 AI는 머신러닝에 베이스를 두는데 컴퓨터 파워와 데이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컴퓨터 파워는 CPU, GPU 그리고 메모리반도체, 데이터는 5G 중심으로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AI는 끊임없이 발전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그 기반이 되는 것은 노드(node), 즉 네트워크의 확대입니다.
---「힘든 때일수록 위기는 기회다(177쪽)」중에서
제가 엔지니어에게 물어봤습니다. “작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냐?” 그러니까 엔지니어가 CPU가 전원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한대요. 그래서 저는 운영 체계를 모바일로 줄이고, CPU가 하는 거는 D램하고 같이 돌아가게 해야겠다 생각했고요. 돌아와서 전력이 조금만 필요한 저전력 D램을 고안합니다. 공식적으로는 ‘모바일D램’이라 이름을 붙였고요. 이걸 노키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해 냈습니다. 제가 자쿠로 미팅 때 질문을 받았다 했잖아요. “D램이 없어진다는데?” 그때 “모바일D램을 지금 기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은 노키아에서 만든 최초의 스마트폰을 보고 얻은 아이디어 덕분이었던 거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D램 매출하고 모바일D램의 매출은 거의 동일합니다. 모바일D램의 수요가 엄청난 거죠. 이 역시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 혁신 덕분입니다.
---「질문: 물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294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