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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 반양장 ] 꿈꾸는 돌-37이동
리뷰 총점9.9 리뷰 36건 | 판매지수 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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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7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38g | 140*210*13mm
ISBN13 9791192836256
ISBN10 119283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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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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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차미를 가운데 두고 서로 부둥켜안은 모양새로 엉거주춤, 서툰 춤을 추듯 걸으며 나는 우산 속에서 가만히 웃었다. 차미와 오란이 녹주, 녹주, 하고 불러 주는 게 어쩐지 좋아 자꾸 우산 밖으로 나가서 또 녹주야, 딱 붙어, 너 두꺼비야, 뭐야, 비가 그렇게 좋냐? 다 젖는다, 녹주야, 하는 소리를 자꾸자꾸 들으며 그러다 보니 나는 차미와 오란과 오래전에 만난 적 있고 그때 우리는 도서관 오두막집 안에서 무릎을 맞대고 책을 읽거나 소곤소곤 이야기하다 잠이 들고, 잠든 우리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고 모두 도서관을 떠나 밤새 도서관을 뛰어다니며 놀았던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가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책장 너머의 세상에서 우리는 만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우산은 내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우산을 든 차미의 가방은 흠뻑 젖고 오란의 앞머리가 축축해져 이마에 착 달라붙었다. 나는 어째 콧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젖혔고 눈길이 닿은 우산 안쪽에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그려져 있었다. 바람이 솨아아 불어 빗방울이 우산 속으로 들이쳐 팔과 얼굴을 적셨다. 차갑지 않고 시원했다. 우리 세 사람은 발을 맞춰 빗속을 걸었다. 그것은 어떤가 하면 느슨한 걸음이었다. 우산은 하나로 충분했다.
--- p.31~32

“나도 책장 속으로 사라진 적 있어.”
“진짜?”
대답 대신 차미는 묘한 웃음만 지었다. 그러고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차미가 사라진 그곳에는 가로등이 희미하게 서 있고 희붐한 빛 속으로 차갑고 부드러운 것이 떨어졌다. 빛줄기를 타고 눈송이가 어린 새의 깃털처럼 떠다니다 천천히 낙하해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나는 속눈썹을 찾았고 속눈썹을 찾은 건 어디였을까 기억을 더듬다 속눈썹을 잃어버린 곳을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이제 사라지는 것은 두렵지 않고 조금은 슬프지만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 눈이 온다고 차미와 오란에게 말하고 싶어 나는 어둠 속을 뛰었다.
--- p.41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푸른 하늘 가득 부연 점들이 쏟아졌다. 차갑고 부드러운 것이 눈썹에 닿자마자 사르르 사라졌다. 첫눈이었다. 나는 핀란드에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지만 오란이 가겠다면 함께 떠나 곰 젤리를 잔뜩 사고 얼어붙은 호수와 하얀 자작나무 숲을 지나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다. 깊고 어두운 밤 꿈처럼 어렴풋이 밝아지다 신비롭게 타오르는 빛을 올려다보며, 두 사람과 함께라면 두렵고 슬프더라도 완전히 혼자이진 않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노래 부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웃기고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하얀 입김을 후후 내뿜으며 나는 차미와 오란과 함께 나란히 눈 속으로 걸어갔다.
--- p.200~201

도서관은 내게 그런 곳이었다. 도서관은, 그 안의 책들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고 어쩌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도서관, 작은 책방과 책방을 찾는 고양이들, 검푸른 밤하늘에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노래 부르는 나지막한 목소리, 작고 상냥한 세계에 귀 기울이는 총명하고 씩씩한 소녀들, 그들은 마음을 나누지만 각자 비밀 하나쯤은 간직하며 서로의 비밀을 존중한다. 어쩌면 그렇게 세상은 유지되는지도 모른다. 작고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다정한 마음으로.
--- p.203~205
--- p.20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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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빨간 머리 앤』의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2023년으로 와서 쓴 것처럼
품격 있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소설이다.
나는 최상희의 소설을 사랑한다.
잠시 문학다운 문학을 읽어야겠다 싶을 때 그의 단편을 읽는다.
소설과 친구가 된다는 건 바로 이런 기분이다.
여러분에게도 이 고요한 다정함을 나눠 드리고 싶다.
- 김지은 (문학평론가)
어떤 이야기는 세계를 점점 더 사랑하게 만드는데
내게는 최상희의 소설이 그러하다.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다정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벅차올랐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끼워 둔
작가의 상냥한 사려들을 수집하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를 성장시키는 이야기는 언제나 필요하다.
- 유지현 (책방 사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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