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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차별
취재 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
전혼잎
느린서재 2023.10.18.
베스트
사회비평/비판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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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다정의 노력

1부 차별한 적 없는데요?

가장 보통의 차별
‘오빠 취재’와 ‘흡연 연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가는 ‘딸 부잣집 셋째 딸’
춤 파티 37세 女 총리 실각
좋은 활동으로 보답하기
‘늦게 다니지 마’라는 2차 가해
여성 장관이 잘 되면 여성의 삶은 변한다
쌈 싸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여자도 군대 가’면 세상이 바뀔까
교실 속 페미니즘
시간을 달리는 ‘소년들’
신(新) 모계사회에 ‘여성의 낙원’은 없다

2부 마땅히 혐오할 만한 존재들

전세라는 이름의 신분증
‘우리도’ 아이는 낳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별은 다수결이 아닙니다
영원히 나이 들지 않을 우리들
기자 없는 기자회견
마땅히 혐오할 만한 존재들
‘선한’ 약자라는 망상
대학가의 ‘청출어람’
‘누칼협’이라는 시대정신
요양보호사가 된 ‘아줌마’들
난민이 그렇게 좋으면
어른이 되면

3부 그렇게 차별이 하고 싶으세요?

‘흑인 인어공주’가 필요해
‘정원 외’ 존재들
‘전라디언’과 사투리
‘우리’에게 가는 길
창문이라는 혁명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의원님, 그렇게 차별이 하고 싶으세요?
인종차별 없는 우리나라
불법체류라는 죄
겨우 서른에서 ‘서른, 아홉’까지
이상한 나라의 휠체어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

에필로그_정 맞는 모난 돌들을 위하여

저자 소개1

한국일보 기자로 2014년 입사, 정치부와 정책사회부, 디지털콘텐츠부를 거쳐 어젠다기획부 마이너리티팀에서 기사를 쓴다.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곁을 내어준 이웃들을 늘 생각하며 글을 쓴다. 스스로 무뚝뚝한 성격을 제일 단점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명제를 마음에 새기며 일한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 장애인먼저운동실천본부 ‘좋은 기사상’,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한국여성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공저로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중간착취의 지옥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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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298g | 130*200*15mm
ISBN13
9791198194442

책 속으로

금융권의 성차별 채용 비리가 드러나자 해당 회사들은 “여자가 너무 많으면 곤란해 남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점수를) 올려준 것으로 조작이 아니라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합격자 대다수가 남자였을 때는 미처 느낀 적 없었던 ‘곤란함’일 테다.
너무 당연하기에 깨닫지 못했던 ‘가장 보통의 차별’이다. 혐오와 차별은 때론 자연스럽다. 당사자마저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게 어색할 정도로. 그러나 불합리함을 깨닫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깨달음은 언제가 됐든 늦지 않다. 고작 한 사람에게 울린 경종일지라도 이는 결국 세계를 바꾸는 시작이다.
--- 「가장 보통의 차별」 중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였다. 기운이 센 한자를 이름에 넣은 셋째 누나 덕에 태어난 막내 남동생은 누나들을 앉힌 채 엄중하게 말했다.
“내 주변엔 페미니즘 같은 이상한 소리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어.
막내 남동생은 ‘장남’인 자신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는 남성이 집을 마련해야 하므로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중략) 그러나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그는 어쩌면 누구보다 페미니스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이라는 성별에 부모 부양이나 결혼 시 주택 마련의 책임을 부여하는 건 가부장제의 신화다. 페미니즘은 오히려 이 짐을 성별에 관계없이 나누어 들자는 목소리다.
(중략)
대학에 진학한 누나들은 등록금을 비롯한 생활비를 스스로 번 반면, 남동생은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집에서 꼬박꼬박 받았다. 이런 ‘특혜’는 당연시하다가 자식의 의무만 나누자는 건 가부장제도 페미니즘도 아닌 그저 헛소리다.
---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가는 ‘딸 부잣집 셋째 딸’」 중에서

장관을 비롯한 여성 정치인의 업적을 떠나 이들을 보고 단 한 명의 여자아이라도 ‘나도 장관이 되겠다’라는 꿈을 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다. 미국 드라마 〈X-파일〉에는 법의학을 전공한 미 연방 수사국(FBI) 요원 스컬리 박사가 있다.〈X-파일〉을 보고 자란 여성들이 이공계로 진로를 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를 ‘스컬리 효과’라고 한다. 간호사와 비서, 영부인만 있던 세상에 의사와 사장, 대통령이란 진로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지기 마련이다.
--- 「여성 장관이 잘 되면 여성의 삶은 변한다」 중에서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노키즈존에 찬성하기도 한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응답자 중 70%가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도 ‘노키즈존은 어쩔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친구는 “노키즈존이 생기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외출이 불편해지긴 했지만 왜 생겼는지 이해는 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심지어 당사자마저 차별이 아니라 하니 노키즈존은 더 이상 차별이 아닐까. 당연하게도 인권은 ‘다수결’로 정해지지 않는다. 만약 다수결로 혐오나 차별의 허용 여부가 갈린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엉망진창인 디스토피아가 됐으리라.
(중략)
“어린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어디서 배워야 할까? 당연하게도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한다”라고 썼다. 공공장소에 머무를 기회조차, 에티켓을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어린이가 공공장소에서 예의 바르게 굴길 바라는 일은 지나친 욕심이자 일종의 환상이다.
--- 「차별은 다수결이 아닙니다」 중에서

노숙을 하면서 사람과 자주 이야기를 하지 않은 탓인지 대화가 어려워 비슷한 질문을 몇 번이나 던졌다. 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하는 기자에게 싫증이 날 만도 한데 진지한 태도로 계속 답을 해줬다.
인터뷰를 마치며 의례적으로 노숙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일자리나 주거지원, 생계비 등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언론사가 노숙인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좀 보여주면, 매일 신문에 나올 순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요. 나라님도 가난을 해결할 순 없다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져야 하잖아요, 언론사는요.” 노숙인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달라진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켜보는 일’을 언론이 해달라는 말이었다.
--- 「기자 없는 기자회견」 중에서

한국 사회의 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이 차별을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실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 세계 가치관조사(WVS)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인 1,2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93%가 “우리 사회에 인종차별이 없거나 매우 적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인종차별이 없거나 매우 적은 훌륭한 한국 사회를 두고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 박노자 교수는 ‘지디피(GDP) 인종주의’라고 말했다. 출신 국가의 GDP에 따라 외국인을 다르게 대하는 한국인의 행태를 지적하는 단어다. 선진국 출신 백인을 떠받들면서 후진국 출신이나 유색인종은 깔보고 차별한다는 것이다.
--- 「인종차별 없는 우리나라」 중에서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고기를 먹지 않거나 줄이려고 한다. 한 끼 채식을 시도하고 나서야 매일 매 끼니마다 육식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위해 남의 살을 먹는 경험을 줄이고 있다.
비건을 지향하는 ‘플렉시테리언’이라 칭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소소한 실천이 과연 세상에 영향을 끼칠까. 정답을 알 순 없겠지만 누군가의 소망을 조롱하고 비아냥대기보다는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명의 완벽한 채식주의자보다 100명의 채식주의 지향이 더 의미 있다”라는 말이 주저하던 내 등을 떠밀었듯이.
---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중에서

종일 쌓였던 불만을 숨길 수 없던 나와 달리 휠체어에 탄 그는 “이런 일은 일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고 했다.“휠체어는 다음에 타라”며 밀쳐지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몇 대 보내고도 도저히 자리가 나지 않아 “먼저 탈 수 있겠냐”고 물었다가 “난 바쁜 사람이다”라며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략)
수많은 장애인의 희생 후에야 지하철에는 하나둘씩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저상버스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희생을, 대중은 정작 까맣게 잊고 살면서 장애인에게 “이기적인 요구를 한다”라고 손가락질한다. 모두를 위한 이동권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언젠가의 순간, 장애인의 요구를 외면했던 과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궁금해진다.
--- 「이상한 나라의 휠체어」 중에서

아무리 미워해도 소용없다.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우리는 사실 모난 돌이 아닌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쇳덩이니까. 이 쇳덩이들은 결국 우리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 아주 산산조각.

--- 「에필로그 정 맞는 모난 돌들을 위하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일일이 지적하기도 애매한, 일상이 되어버린 가장 보통의 차별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차별과 불평등, 배제를 내세우는 아파트 광고 문구가 어느 날 등장했다. 10년 전, 노키즈 존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아이가 있는 부모들도 노키즈존에 일부 찬성한다.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번 허용된 차별은 누그러지기는커녕 기세를 더해간다. 아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별은 다수결이 아니다. 차별하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매일 ‘보통의 차별’을 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노숙인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히 여기는 차별의 대상 중 하나이다. 숭례문 화재 발생 당시나 지하철 6호선 방화사건 때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 간담회에서는 모든 출입 절차를 밟았음에도 행색을 근거로 출입을 제지당한 노숙인도 있다. 중국 동포나 ‘외국인 노동자’로 싸잡히는 동남아 출신 이주민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냉혹하게 배재당하는 사람들이다. 난민은 또 어떠한가? 10년 동안 한국에 온 난민 신청자의 2%만이 난민 인정을 받는다. 이는 OECD 37개국 평균 난민 인정률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휴전국인 우리가 훗날 위기에 처했을 때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는 과연 2%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이들은 “차별하지 않을 테니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고 말다. 저자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인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국회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가 오히려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흑인 분장을 한 한국 고등학생들을 지적한 샘 오취리 역시 오히려 반격을 당한다. 고등학생들은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으므로 그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항변한다. 아시아인이 외국에서 더 차별 받는다면서 역으로 그를 몰아세운다. 차별을 분명히 했지만 자신들은 차별한 적이 없다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는 한마디면 차별은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차별이 아니라 오해라고 주장하는 이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들 속에서 차별한 사람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오늘도 차별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보통의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차별과 혐오의 타성에 젖는 일은 쉽고 편리하다. 하지만 이에 저항하고 지적하려면 매사를 깐깐하게 바라봐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두가 자신의 촉수를 세워야 할 문제다. 그러나 모두가 말한다. 이런 차별은 나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차별이란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고, 그저 특별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을 거라서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없고 전세에 살지 않을 거라서 부동산으로 갈라지는 계급 전쟁에서 나 몰라라한다. 또한 내 주변에 동성애자가 없으니 젠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지방 출신이 아니라서 지역 차별 같은 건 2023년엔 아예 없다고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해 버린다.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안온한 일상이 곧 차별의 증표라고.

저자는 현실이 고달프고 팍팍해도 절망 속에서 희망을 택하고 차별에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일상적으로 퍼져 있는 차별을 곱씹어 보고 약자와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모난 돌이 아닌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쇳덩이가 되어 보자고 한다. ‘차별하지 말자’가 아니라 한 번이라도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한 순간들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이 이야기의 효용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 소수자가 될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다정을 행하려는 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차별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해도 때론 실패하고 또 좌절하기도 하는 우리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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