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장의 열기로 여전히 새빨간 볼을 한 우리는 조금 욕심을 부려 각자 두 가지 맛을 골랐다. 나는 딸기와 바닐라 맛을 선택했다. 까르르 웃으며 방으로 올라가는 그 순간, 소녀가 된 듯이 얼마나 신나던지. 개운해진 몸으로 푹신한 침대에 누워 먹는 아이스크림이란! 아이스크림으로 순식간에 공기가 달라졌다. 여행을 올 때 두고 오려고 했지만 결국 딸려 온 이런저런 걱정거리, 하루의 피로, 이유 모를 불안이 다 날아갔다. 그리고 행복해졌다. “언니, 나도 대욕장 앞의 프리 아이스크림 같은 사람이 될래요.”
---「대욕장 앞의 프리 아이스크림처럼」중에서
나는 왜 판다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좋아하는 게 많은 나다. 동물이라면 강아지부터 고양이, 다람쥐, 카피바라, 쿼카 등 재미있고 흥미로우면 종을 가리지 않고 마음에 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푸바오와 바오 가족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 같다. 왜일까? 음…. 그건 푸바오가 대나무와 댓잎을 잡는 손 모양이 귀여워서다! 저 동글한 귀와 몸이 귀여워서다. 아, 아장거리는 다리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꼭 하나를 꼽자면, 너무 어렵지만 아마도 푸바오의 눈 때문인 듯하다.
---「까만 보석이 있다면 그건 푸바오의 눈」중에서
아빠는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돌멩이 옆면을 감싸듯 쥐라고 했다. 그다음 던질 때는 최대한 팔을 빠르게 확 펴야 한다며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그래도 어렵기만 했다. 잘 하지도 못했던 물수제비가 왜 이리도 좋은 기억일까? 돌이켜 생각하니 돌이 통, 통, 통 튕겨 나갈 때마다 아빠의 표정도 점, 점, 점 밝아졌던 기억 때문이다. 눈을 감는다. 스톱 모션처럼 환하게 밝아지던 아빠의 표정과 그 옆에 있던 꼬마 시절의 내가 그려진다. 윤슬만큼 빛났던 우리.
---「통, 통, 통」중에서
엄마가 끓여 준 된장찌개를 먹고 서울로 왔다. 가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려다가도 입이 안 떨어져서 괜히 쑥스러워서 숨기고야 만다. 며칠이 지나면, 아니 몇 시간만 지나도 입술 끝까지 나왔던 말이 사그라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래, 좋은 건 오래 두면 안 돼.’
---「좋은 건 오래 두면 안 돼」중에서
선이는 꽤 오래 팔을 빼는 연습을 한 다음에야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며 완벽히 뒤집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걸 연습했다. 기고, 안고, 잡고, 서고. 그런 관문을 차례로 넘으니 선이가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터질 듯 통통했던 다리 살이 왕창 빠졌다. 선이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생겨서 나는 우찌 이리 귀엽냐고 조물락거렸는데 걷고부터 얇아진 다리를 보니 보통 애쓴 게 아니구나 싶어 코끝이 찡해졌다. 선이가 자라고 있구나!
---「처음을 견딘 우리」중에서
나는 마지막까지 귀엽게 살련다. 애교도 팍팍 부리고, 가끔은 어린이처럼 입도 삐쭉거리고, 좋은 사람들에게는 팔짱도 먼저 끼고, 또 눈치 보지 않고 포옹도 해 주면서. 재테크도 정치도 기계도 어디 하나 빠삭하지 않아도 상추 쌈을 잘 싸는 사람, 값비싼 액세서리는 못 하지만 엽서에 손으로 그림을 그려 사랑하는 이에게 보낼 수 있는 푸근한 사람.
나는 그렇게 살 거다, 아이바오처럼.
---「아이바오처럼」중에서
강바오가 푸바오를 “공주님”이라고 다정히 부르면 자석처럼 끌린다. 내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 아니던가! 강바오가 언제고 느닷없이 푸바오를 공주라고 부르는 따뜻한 음성이 좋다. 어렸을 때 희망했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무엇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마음이리라. 내가 받고 싶었던 애정의 모양, 눈빛의 형태, 관계의 안정 등. 바오 패밀리와 사육사들을 보면 그것이 채워진다. 이들을 통해 나처럼 치유의 과정을 발견한 이도 있을 테고 어떤 이는 추억을 회상하기도 할 테고 또 사랑과 관계를 배우기도 할 것이다. 한껏 울고 아파하고 행복해하며 바오 패밀리에게 푹 빠져들었으리라 가늠해 본다.
---「‘푸’, 나의 공주에게」중에서
그가 마음을 연 것은 우연한 사고 때문이었다. 아기 푸바오가 송바오 옆에 있는 나무에 올라갔는데 힘 조절이 되지 않아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나무에서 떨어진 판다는 부끄럽고 불안하고 복합적인 마음이 든다고 한다. 예민한 상황에서 푸바오는 송바오에게 안겼다. 푸바오가 자신을 깊이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걸 안 송바오는 그때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했다. 다시 힘껏 사랑할 용기가 생겼다고 말이다.
---「다시, 너를 지킬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