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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제시 버튼
관심작가 알림신청Jessie Burton
역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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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아센덜프트에서 치러진 결혼식 이후, 두 사람의 이름이 교회 명부에 기재되었고 요하네스는 오트만의 집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뒤 떠났다. 베네치아에 배로 물건을 실어보내야 하는데 자기가 직접 해야 한다면서. 넬라와 그녀의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권력을 암시하듯 삐딱하게 미소 짓는 요하네스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결혼식을 치르던 날 밤, 새 신부 넬라는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뒤척이는 여동생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엉킨 채 잤다. (…) 아센덜프트의 타오르는 불꽃에서 새로운 여자로 솟아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아내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다가올 모든 것을…….
--- p.34 거실의 타일 바닥 한복판에 캐비닛이 하나 놓여 있다. 크고 웅장한 그 물건은 요하네스의 키 절반 정도 높이다. 짤막하게 구부러진 여덟 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고 한 벌의 겨자색 벨벳 커튼이 앞쪽에 드리워져 있다. 요하네스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성경 독서대를 옆으로 치워놓고 캐비닛 옆에 서 있다. 그는 한 손을 캐비닛 위에 올려놓고 반짝이는 목재를 천천히 살펴본다. 미소가 잦아들 줄 모른다. 그는 싱그러워 보이고 그 어느 때보다 미남으로 보인다. --- p.64 캐비닛 집의 정교함이 놀랍다. 마치 실제 집이 줄어든 것 같다. 실제 집을 반으로 잘라 내부를 드러낸 것 같다. 아홉 칸의 방, 작업용 부엌, 응접실, 습기를 피해 석탄과 장작을 보관하는 고미 다락방까지. 완벽한 복제품이다. “비밀 창고도 있어요.” 작업용 부엌과 전시용 부엌 사이의 마룻바닥을 들어 빈 공간을 드러내 보이며 요하네스가 말한다. 전시용 부엌의 천장에도 똑같은 눈속임 페인트를 칠했다. 넬라는 오토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넘치기 시작할 거예요. 가짜 유리 지붕을 가리키며 오타가 말했지. (…) 백랍이 마치 금속 혈관처럼 목재에 퍼져 있다. 캐비닛의 표면 전체에, 심지어 다리까지 섬세하게 물 흐르듯 박혀 있다. 나무와 등딱지 속에 묘한 전율이 있다. --- p.66-67 넬라의 처녀 시절 이름을 조심스럽게 발음하면서 남자가 요하네스와 눈을 맞춘다. 넬라는 남편이 긴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젊은 남자가 소포를 높이 들어 보인다. 넬라는 소포에 그려진 태양 표시를 알아본다. 미니어처리스트가 벌써 물건을 다 만들었나? 궁금해진 넬라는 소포를 빼앗아 위층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누른다. “당신네 선생님께서는 일처리가 빠르시군요.” 조금이라도 평정을 지켜보려는 마음에 그녀가 말한다. 이건 나한테 온 물건이라고, 넬라는 생각한다. 남편한테 온 게 아니고. “누가 자네한테 이 일의 대가를 지불하나?” 요하네스가 묻는다. “이 도시의 모든 사람이 저에게 배달을 시키고 대가를 지불합니다, 시뇨르.” “이번에는 누가 지불했나.” 잭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부인 되시는 분입니다, 시뇨르.” 그가 말한다. “부인께서 하셨습니다.” 그가 넬라에게 인사를 한 다음 호기롭게 계단을 내려간다. --- p.98-99 어둑어둑한 배 안에서 넬라는 손을 들어 결혼반지를, 분홍색 조개껍데기 같은 손톱들을 바라본다. 아센덜프트에는 시내 광장이 딱 한 곳뿐이었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여기서 그녀는 인형일 뿐이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는 대상일 뿐이다. 그녀가 결혼한 남편만 그런 게 아니다. 온 세상이 그렇다. 은세공업자들, 시누이, 이상한 이웃들,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집, 그녀를 두렵게 하는 그 작은 집. 겉으로는 모든 게 넘쳐나지만 넬라는 왠지 뭔가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다. --- p.135 |
세계 36개국 출간, 영국에서만 100만 부 판매!
전세계를 뒤흔든 꿈의 대작, 드디어 한국 출간!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문학적 센세이션!”_[선데이타임스] 골든에이지를 구가하던 화려한 도시, 1686년의 암스테르담. 소설은 열여덟 살 시골 소녀 넬라 오트만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성공한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의 대저택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된다. 넬라는 요하네스와 결혼해 그의 집으로 온 것. 화려하고 풍족한 생활, 사랑이 가득한 신혼을 꿈꿨지만, 그녀가 마주한 건 냉담하고 차가운 집안사람뿐이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밝히지 못할 비밀을 감춘 듯, 매일 밤 집 안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요하네스는 결혼 선물이라며 미니어처 하우스를 선물한다. 화려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당시 가치로 실제 대저택과 동일한 값어치의 선물이었다. 집과 집안사람을 그대로 축소한 듯 정교한 인형의 집에는 넬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들이 예언처럼 미리 새겨져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문을 열 때마다 드러나는 진실. 두려워진 넬라는 이 모든 일을 예견한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나서는데……. 영국 최대 서점 체인 워터스톤이 꼽은 ‘올해의 책’, [선데이타임스]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옵저버] 선정 ‘최고의 소설’.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의 신작을 누르고 단기간에 영국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소설이자 연말의 긴 휴가를 앞두고 읽을 책을 찾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린 책, 내셔널북어워드 ‘올해의 책’과 ‘올해의 신인 작가’ 선정…… 한 명의 작가가 평생 동안 누려도 모자라지 않을 명예를 하나의 작품으로 모두 누린 《미니어처리스트》가 마침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첫 번째 매혹 :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탄생한 환상의 스토리텔링! “다 읽자마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_한나 켄트(소설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여자와 결혼이라는 형식이 필요했던 남자. 가져선 안 되는 것을 갈망하는 남자와 그 갈망에 흔들리는 여자. 더구나 종교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대였기에 모두 자기 감정을 억제하거나 숨기던 17세기. 제시 버튼은 이처럼 다양한 관계와 억압적 시대상황을 통해, 은밀하고 애틋한 형태의 로맨스를 완성해낸다. 이 작품이 단순히 중세 배경의 로맨스였다면 그토록 주목받고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었을지 모른다. 제시 버튼은 화려함과 신비로움, 고급과 저속이 공존하는 배경에 매혹적인 미스터리를 융합함으로써 독자를 유혹한다. 밤마다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시누이 마린 브란트와 도시에 한 명뿐인, 정체 모를 흑인 하인 오토 등 등장인물은 누구나 오래고 깊은 비밀을 지니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드러난 진실은 또 다른 폭로로 이어진다. 《미니어처리스트》는 로맨스와 미스터리, 두 갈래 뼈대를 바탕으로 ‘이야기’라는 소설 본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욕망과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고 싶은 욕망.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은 그늘진 마음. 이야기에 ‘비밀’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 때문이리라. 이러한 본질을 잘 알고 있는 듯, 작가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는 이의 욕망을 쥐락펴락하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환상적 스토리텔링을 뽐낸다. 작가 자신이 배우로도 활동했기에 인물의 감정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을 터이고, 그 결과 탄생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는 생생한 현장감을 자아낸다. 소설가 S. J. 왓슨의 “인간은 왜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안”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두 번째 매혹 : 이국적 화려함으로 가득한, 문학적 센세이션! “세심한 고증으로 빚어낸 17세기 암스테르담이 화려하게 꽃핀다.”_엔터테인먼트위클리 《미니어처리스트》의 출간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17세기 암스테르담의 문학적 환생’이라 극찬했다. 이국적 시공간을 그려내기 위해 제시 버튼은 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묘사와 더불어 삼백 년 전의 먼 나라를 빈틈없이 재현해낸 배경에는 치열한 취재가 있었던 것. 휘츠폿, 마지팬 같은 생소한 음식도 침샘을 자극할 듯 생생할 뿐만 아니라, 실내장식이나 옷차림 등 당시 부유층의 생활에 대한 묘사 또한 책 어느 부분을 펼쳐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정향이나 육두구 향기 같은 후각적 요소, 깊은 밤 쿵쿵대는 발소리 같은 청각적 요소까지 활용하는 영특함까지 발휘한다. 읽는 이의 머릿속에 중세 암스테르담을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재현하는 이 작품을 향해 소설가 나오미 우드는 “모든 페이지가, 문장 하나하나가 반짝인다”라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러한 외피만 보아서는 자칫 ‘역사 소설’로 분류될 법도 해 보이는 《미니어처리스트》는 그러나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바라는 만큼만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라고 밝혔듯, 이 로맨틱한 미스터리의 바탕에 담긴 진실의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누구나 자신의 의지로 진실을 갈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와 아픔은 또 다른 성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