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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문학 기행-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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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58g | 148*200*20mm
ISBN13 9791187949121
ISBN10 118794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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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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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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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천明川 태가太哥가 비로소 잡아 팔았대서 왈 명태明太요, 본명은 북어北魚요, 혹 입이 험한 사람은 원산元山말뚝이라고도 칭한다. 빼빼 마르고 기다란 몸瘦軀長身, 피골이 상접, 한 3년 벽곡?穀이라도 하고 온 친구의 형용이다. 배를 따고 내장을 싹싹 긁어내어 싸리로 목줄띠를 꿰어 쇳소리가 나도록 바싹 말랐다. 눈을 모조리 빼었다. 천하에 이에서 더한 악형惡刑도 있을까. 모름지기 명태 신세는 되지 말 일이다. --- p.21

겨우 젖이 떨어졌을까 말까 한 도야지 새끼를 속만 그러내고 통으로 푹신 고아 육개장 하듯이 괴어서 국물에 먹는데,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입을 대기는 비로소 처음이고, 처음이라 그런지 좀 애색했다. --- p.24

두어 고팽이 ‘복도’를 지나 으슥한 뒷방으로 들어서거든, 썩 들어서자 첫눈에 뜨인 것이 신선로. 신선로에선 김이 무엿무엿 나는데, 신선로를 둘러 접시, 쟁반, 탕기 등 크고 작은 그릇들이 각기 진미를 받들고 옹위해 선 것이 아니라, 앉았단 말일세. 이것은 소위 교자라. 에헴, ‘안석’을 등지고 ‘베개’을 괴고, 무엇을 먹을고 우선 총검열을 하겄다. 다 그럴 듯한데, 급할수록 모름지기 여유가 필요하니 서서히 차려보자. ‘달걀저냐’를 하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다음으로 어회魚膾, 또 다음으로 김치, 이러다 보니, ‘게장’과 ‘어리굴젓’이 빠졌구나. --- p.49

근 십년 전 조선 내에서 요리라 하는 이름을 알지 못하던 때, 소위 별별 약주가藥酒家 외에 전골 집, 냉면 집, 장국밥 집, 설 렁탕 집, 비빔밥 집, 강정 집, 숙수 집 등속만 있어, 먼지가 수북한 망가진 식탁 위에 전라도 대죽을 잘게 자른 긴 젓가락, 세 척하지 아니하여 자연 흑칠이 된 아현阿峴 놋쇠 숟가락, 순舜 임금 때도 모양이 찌그러져 사용할 수 없던 길고, 크고, 둥글고, 모나고, 깊고, 얕고, 흑색, 갈색, 천태만상의 질그릇에, 먹기 어려운 고기, 생선, 채소, 과일 등을 신사, 노동자, 노소남녀가 한 식탁에 늘어서거나 혹은 섞여 앉아서 먹고, 마시고, 먹고, 게워내고 할 때에, 한 신식 파천황적 청결하고 완전한 요리점이 황토현黃土峴에 탄생하니, 즉 조선 요리점의 비조 명월관이 이것이다. --- p.165

구수한 냄새와 푸근한 더운 김이 쏟아져 나오는 목로 안으로 들어서 개다리상 같은 걸상에 걸어앉는다. 먼저 틉틉한 탁백이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탁백이국 그놈 한 주발에 밥 한
술을 넣어 훌훌 마신다. 산해진미와도 바꿀 수 없는 구수한 맛에 속이 후련하다. 더구나 그 전날 밤에 한 잔 톡톡히 먹고 속이 몹시 쓰린 판에는 이 탁백이국을 덮어 먹을 것이 없다. 그런데 그것이 기가 막히게 헐해서 탁백이 한 잔, 국 한 주발, 밥 한 덩이, 세 가지를 합해서 일금 5전이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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