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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현실에 대한 몽상적 묘사_ 보르헤스
베라 이자보 여왕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체일라의 모험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어떤 내기 작가 소개. 빌리에 드 릴아당 |
Villiers de l'Isle-A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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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자의 거침없는 상상력이 빚어낸 몽롱한 환상과 잔혹한 풍자
《미래의 이브》로 공상과학소설의 단서를 제공한 빌리에 드 릴아당은 거침없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대와 인간을 대담하게 풍자하면서 프랑스 문학사에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남겼다. 빌리에 드 릴아당의 단편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베라〉는 죽은 부인을 잊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갇혀 버린 한 백작의 이야기이다.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환상을 보기 시작한 그는 침실에서 아내의 숨결을 느끼고 아내가 쓰던 보석에서 생기를 발견한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영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죽은 아내의 환영과 즐기던 황홀경의 순간에 그는 운명적 영감이 머리를 때린 것처럼 아내의 죽음을 깨닫게 된다. 현실을 직시한 후 절망감에 빠진 그의 곁에 아내가 잠들어 있는 무덤의 열쇠가 지상의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 그 불가사의한 힘을 환상적, 몽환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자보 여왕〉은 프랑스 샤를 6세의 부인 이자보 여왕과 그의 정부 드 몰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시 술과 도박에 취해 방탕한 생활을 하던 권력자들 주변에는 우스운 소문들이 끊이질 않았고, 이자보 여왕의 정부이자 치기 어린 귀족이었던 드 몰은 재정관의 딸을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후에 드 몰은 재정관의 딸을 납치하고 그 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의 누명을 쓰고 체포된다. 드 몰을 도우려는 변호사가 나타났지만 결국엔 둘 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는 어느 연극계의 거장이 만찬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한 실화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소설 같은 이 실화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며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야기를 마친 그에게 갈채가 쏟아지고, 주인공인 ‘나’는 이것을 소설로 쓰기로 한다. 이 작품은 우리 삶의 사실이 허구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문학 작품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은 두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그들의 파티에 한 남자를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이 낯선 남자의 정체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신사같이 정중하던 낯선 남자는 뇌물을 주면서까지 사형 집행관이 되어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즐기는 광기 어린 사람이었다. 낯선 남자의 끔찍한 정체를 알고 나면 다시 첫 문장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낯선 자는 맹수를 감추고 있는 법이다.’ 〈체일라의 모험〉은 꾀 많은 청년 체일라가 탐욕적이고 사나운 왕을 찾아가 거짓 능력으로 왕을 꾀어내 그의 딸을 얻어내려는 이야기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군주는 체일라의 대담한 꾀와 거짓말에 속아 어쩔 수 없이 딸과 재물을 내주기로 한다. 청년의 간계와 권위자의 잔혹함을 짧은 단편 속에 강렬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은 사형 집행일 전날 독방의 문이 열린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하는 어느 죄수의 이야기이다. 밤하늘의 별과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도망치던 죄수에게 결국은 대재판관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것 또한 미리 계획된 형벌 즉,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이었던 것이다. 탈출 과정 속 죄수의 체념과 간절함, 공포와 희열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인간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고, 희망 고문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 질 수 있는지를 잔혹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어떤 내기〉는 ‘발밑을 조심할 것-모두가 아는 속담’으로 서두를 연다. 이 작품은 모두가 아는 말을 유쾌하게 이용한 어느 타락한 성당 부사제의 이야기이다. 카드 게임을 즐기던 부사제는 모든 돈을 탕진하자 돈 대신 종교적 비밀을 걸고 게임을 계속한다. 부사제는 덤덤한 반면 게임이 이어질수록 삶의 공허함과 절망을 느끼던 사람들은 그 비밀을 듣고 싶지 않아 한다. 결국 게임에서 진 부사제는 ‘연옥은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바벨의 도서관을 펴내며 성서는 인류의 모든 혼돈의 기원을 바벨이라 명명한다. ‘바벨의 도서관’은 ‘혼돈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은유이지만 또한 보르헤스에게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 영원, 무한,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암호를 상징한다. 보르헤스는 ‘모든 책들의 암호임과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완전한 해석인’ 단 한 권의 ‘총체적인’ 책에 다가가고자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런 책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보르헤스가 그런 총체적인 책을 찾아 헤맨 흔적을 담은 여정이다. 장님 호메로스가 기억에만 의지해 《일리아드》를 후세에 남겼듯이 인생의 말년에 암흑의 미궁 속에 팽개쳐진 보르헤스 또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의 환상의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에 서문을 덧붙였다. 여기 보르헤스가 엄선한 스낹아홉 권의 작품집은 혼돈(바벨)이 극에 달한 세상에서 인생과 우주의 의미를 찾아 떠나려는 모든 항해자들의 든든한 등대이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바다출판사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