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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넘어선 선악의 경계_보르헤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저만 아는 거인 아서 새빌 경의 범죄 캔터빌 유령 작가 소개 오스카 와일드 |
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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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새빌 경의 범죄 - 오스카 와일드
모든 세대의 동시대인이었으며 미래의 세대들에게도 동시대인이 될 우아한 댄디 보르헤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열 살 때 읽고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들은 그림 형제 식의 순수한 동화가 아니라 안데르센 식의 감상적인 동화이다. 묘한 애잔함과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우울한 아이러니가 담겨 있는 동화들은 어린 보르헤스를 매혹시켰다. 보르헤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평탄치 못한 운명과 특유의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우아한 댄디로 정의한다. ‘그의 내적인 행복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가 슬픈 댄디로 기억되는 것을 막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에서 우아함을 느낀 보르헤스의 통찰은 탁견이다. 바벨의 도서관 오스카 와일드 작품집에는 [행복한 왕자]를 비롯한 동화 세 편과 우아한 댄디로서의 오스카 와일드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작품 두 편이 실려 있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저만 아는 거인]은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들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결혼 후 자녀들을 얻은 뒤 이 동화들을 썼다. 어린 자식들을 보며 행복한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 쓴 작품들이지만 여기에도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우울한 정조가 깃들어 있다. 세 편의 작품에는 전부 죽음이 등장한다. 이타적인 마음에서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몰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상대방에게 헌신하지만 그 결과는 [나이팅게일과 장미]처럼 허무한 결과로 끝나기도 하고 [행복한 와자]나 [저만 아는 거인]처럼 착한 행동의 보상을 받는다. [아서 새빌 경의 범죄]는 수상술사로부터 살인을 범해야만 결혼 생활이 행복할 것이라는 불길한 운명을 선고받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살인 계획을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아서 새빌은 계속된 살인의 실패로 우울에 빠져 있다가 어느 날 템즈 강 위의 다리에서 우연히 수상술사와 마주치고 그에게 불길한 운명을 예언한 수상술사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고 행복한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기발하면서도 재치 있는 이 작품은 선과 악의 경계를 아주 우아하게 넘어서는데 살인범의 이야기지만 [[천일야화]]의 환상적인 세계 못지않게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펼쳐진다. [캔터빌 유령]은 고딕소설에 속하지만 장르의 관습을 교묘하게 비튼 유쾌한 작품이다. 유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신대륙의 미국인들이 런던의 유령 붙은 집을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구입한다. 그 집에서 온갖 악행으로 악명을 떨치던 유령은 그 건방진 가족들을 혼내주려 하지만 가족들은 유령에게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유령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유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신세계 미국 사람들과 그런 미국 사람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구세계 영국 사람들의 대비가 절묘하게 연결된다. 바벨의 도서관을 펴내며 성서는 인류의 모든 혼돈의 기원을 바벨이라 명명한다. ‘바벨의 도서관’은 ‘혼돈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은유이지만 또한 보르헤스에게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 영원, 무한,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암호를 상징한다. 보르헤스는 ‘모든 책들의 암호임과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완전한 해석인’ 단 한 권의 ‘총체적인’ 책에 다가가고자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런 책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보르헤스가 그런 총체적인 책을 찾아 헤맨 흔적을 담은 여정이다. 장님 호메로스가 기억에만 의지해 [일리아드]를 후세에 남겼듯이 인생의 말년에 암흑의 미궁 속에 팽개쳐진 보르헤스 또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의 환상의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에 서문을 덧붙였다. 여기 보르헤스가 엄선한 스물아홉 권의 작품집은 혼돈(바벨)이 극에 달한 세상에서 인생과 우주의 의미를 찾아 떠나려는 모든 항해자들의 든든한 등대이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바벨의 도서관]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렸던 보르헤스가 선집한 독특한 세계문학 전집이다. 보르헤스가 이탈리아의 출판인 프랑코 마리아 리치와 손잡고 그를 행복하게 했던 작가 29명을 선정했고, 그들의 작품들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중단편들을 추려냈다. 각 작품집 앞에는 보르헤스가 직접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를 실었다. 보르헤스 특유의 어법이 유감없이 구사되는 그의 해제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문학에 대한 독특한 감상법과 그의 창작의 배경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는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새로운 장르의 회화를 창시했다는 찬사를 받는 툴리오 페리콜리가 그린 보르헤스를 비롯한 30명의 작가의 예술성 넘치는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이번 1차분 10권 출간을 시작으로 ‘바벨쟀 도서관’은 내년까지 총 29권의 작품집을 완간할 계획이다. 1. 새롭고 다채로운 세계문학전집 ‘바벨의 도서관’은 매우 주관적인 세계문학전집이다.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장르의 태동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우리 독자들에게는 낯선 C. H. 힌턴 같은 작가가 들어 있다는 것으로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악어]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카프카의 단편들이나 카뮈의 [[이방인]] 같은 부조리한 소설의 기원이 의외로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처럼 널리 알려진 톨스토이의 걸작도 보르헤스의 안목으로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의미 속에 놓이게 된다. ‘바벨의 도서관’은 무엇보다도 발견의 즐거움을 준다. 루고네스, 힌턴, 벡퍼드, 로드 던세이니, 매켄, 파피니, 빌리에 드 릴아당, 레옹 블루아 등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익히 알려진 작가들도 ‘바벨의 도서관’에서는 보르헤스가 엄선한 단편들로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보르헤스가 선정한 환상적인 단편들이라는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컨셉은 독자들에게 세계문학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시각을 교정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문학이라는 거대한 대하를 큰 지류 몇 개만 대강 흩어보고서 판단해 왔던 것일 수 있다. 세계문학 출간 붐이라 할 수 있는 현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큰 지류들 몇 개만 반복적으로 탐험할 수밖에 없었다.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대표작들 위주로 한 세계문학 전집의 구성은 필연적으로 중복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짓수는 많은 것 같지만 똑같은 재료를 써서 만든 요리만 죽 차려져 있다면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바벨의 도서관’은 세계문학이라는 대하를 이루는 작지만 흥미 있는 지류들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전인미답의 그 지류를 안내하는 사람이 바로 보르헤스라면 이 탐험은 분명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바벨의 도서관’은 개별 작품 자체의 의의를 넘어서 세계문학을 다시 한 번 조망할 수 있는 계기를 세계문학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보르헤스 창작의 원천 20세기 중반 이후 문학뿐 아니라 현대철학 전반에 걸쳐 보르헤스보다 더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서구 지성계를 통틀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에 비견되는 사람조차 꼽기 힘들 정도로 보르헤스의 존재감은 우뚝하다. 이탈로 칼비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20세기의 대문호들이 보르헤스에게 아낌없이 찬사를 바쳤다. 또 시간과 무한과 거울과 미로와 도서관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보르헤스의 단편들은 포스트모더니즘, 구조주의, 해체주의 등 모더니즘 이후 새로운 철학사조를 고민했던 사상가들을 자극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려진 1960년대 이후 서구 지성계에서 근대성에 대한 고민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보르헤스의 영향이 아주 직접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을 강력히 입증한다. 보르헤스는 1970년도에 문학계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수상의 영광은 솔제니친에게 돌아갔다. 그 결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노벨문학상의 안목에 의심을 갖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프루스트, 조이스 등과 더불어) 중 하나로 꼽힌다. 바벨의 도서관은 그런 보르헤스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직접적인 단서가 된다. 어린 보르헤스를 매혹시켰던 오스카 와일드(보르헤스는 열 살 때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발표했다)부터 보르헤스가 애정을 담아 ‘아마추어’ 작가라고 한 벡퍼드, 4차원의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했던 힌턴에 이르기까지 그가 인생의 말년에 행복한 추억에 젖어 회상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은 보르헤스가 어떤 독서 편력을 거쳐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각 작가들이 보르헤스한테 끼친 영향은 작품집 앞에 실린 애정이 듬뿍 담긴 보르헤스의 해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해제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대문호의 독서 편력을 엿보고자 하는 호사가들의 호기심도 충족시킨다. 3. 환상 [바벨의 도서관]을 선정하면서 보르헤스는 ‘환상’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작품 목록을 추렸다. 보르헤스의 작품 세계와 그가 여러 차례 환상문학 선집을 펴냈던 걸 감안하면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기획하면서 환상문학을 염두에 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보르헤스의 환상문학은 국내에서 통용되는 판타지 문학의 정의와는 궤를 달리한다. 멀리 [[요재지이]]나 [[천일야화]]부터(당연히 이 작품들도 ‘바벨의 도서관’ 안에 들어 있다. 게다가 [[천일야화]]는 버턴 판과 갈랑 판 두 개가 들어 있다) 각국에서 환상문학의 원조로 간주되는 카조트나 벡퍼드를 거쳐 현대의 카프카나 H. G. 웰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 도스토옙스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잭 런던,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작품들 중에서 환상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을 이 ‘바벨의 도서관’ 안에 포함시켰다. 환상이라는 키워드로 익히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보면서 독자들은 낯익은 새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 환상에는 보르헤스 작품의 아우라와 보르헤스가 감상했던 환상이 중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