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아니다. 윤희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달라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삶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윤희의 삶은 괴롭다거나 힘든 것이라기보다 버거운 채로 견디는 삶이었다. 앞으로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아 있다는 비관적인 생각조차 윤희는 하지 못했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더욱 성실히 살아 보려 노력해야 했을까? ---「윤희의 휴일」중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양말을 던져 두지 말고 세탁기 안에 넣으라고 했다가 맞은 적이 있고 김대중보단 김영삼이 더 잘생기지 않았느냐고 했다가 맞은 적이 있다. 열 살도 안 된 나를…… 아버지는 왜 우리 집 가족들만 팼을까? ---「모두 다른 아버지」중에서
나는 불우한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나만큼 불우한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하고 화목하게 지낸 사람들도 내 마음을 다 안다고 말하곤 한다. 나는 어릴 적에 그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어디 가서 한순간이라도 진짜 위로라는 것을 받으려면 내가 살아온 삶보다 몇 배는 더 불우해야 했을 것이다. ---「몇 개의 선」중에서
얼마 전에 나는 서른한 살이 되었는데 그냥 스물한 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 맞게 나이를 정했으면 좋겠다. 나는 뭐 하나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가 뭘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그에게, 오빠 얘기도 조금 들어가. 라고 말하자 그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나는 오직 그의 이야기만을 써야지 하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