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6월 08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48g | 135*200mm |
ISBN13 | 9788937437571 |
ISBN10 | 8937437570 |
발행일 | 2018년 06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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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48g | 135*200mm |
ISBN13 | 9788937437571 |
ISBN10 | 8937437570 |
프롤로그: 우리에게는 왜 축구할 기회가 없었을까? 7 인사이드킥: 축구는 대체 왜 팀 스포츠란 말인가 13 스텝오버: 어떤 여자가 축구를 하는가 30 로빙슛: 맨스플래인 VS 우먼스플레이 45 아웃사이드 드리블: 공만 보는 자의 슬픔 61 월패스: 너와 나의 시계가 맞춰지면 제3의 공간이 열리지 77 오버래핑: 어쩌자고 여기까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까지 93 시뮬레이션 액션: 시늉은 질색이지만 태양은 뜨겁다 110 오프더볼: 축구 근본주의자들의 다툼 125 대인 방어: 무엇이 축구 패션을 완성하는가 141 리바운드: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골이란 160 스로인: 양발을 땅에 붙이고 공을 던지면 경기는 계속된다 178 WK리그: 어딘가의 선수와 언젠가의 선수 199 킥앤러시: 나는 정말로 미안하고 싶습니다 217 리프팅: 저도 축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233 스토피지 타임: 축구팀에게는 꼭 이겨야만 하는 시합이 있다 249 에필로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267 감사의 말 274 추천의 말 275 |
축구 몰라요. 진짜 몰라요. 국가대항전도 BGM처럼 틀어만 놓는다. 그럼에도 재미있다길래, 마침 이 책을 여축국대가 좋은 성적을 거둔 뒤에 알게 되어서 도서목록에 추가시켰다. 그러고보니 시립도서관의 규모치고는 좋은 책이 꾸준히 들어온다. 신간도 놓치지 않고. 엊그제 보니 신간도서 서가가 확장되었다.
단지 여자축구라서 재미있다는 감상평 하나로 읽게된 나의 유일한 축구책. 읽기 시작하자마자 재미있음이 팍팍 느껴졌다. 책을 펴기 전에는 여자축구를 보는 이야기려나 했는데 전혀, 여축(WK리그)직관은 한 번 가고싹다 축구를 하는 이야기다. 축구뿐만 아니라 학교 운동장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공놀이에는 구역이 나눠져있다. 여자는 피구발야구, 남자는 축구. 축구는 메인 운동장에서 피구는 운동장 뒤, 건물 옆에서 진행된다. 체육 실기평가 이외에 난 축구공을 차본적이 없다. 그 실기 평가 이후에 내 앞으로 굴러온 공을 차준적이있구나. 배웠으니 이론대로 공을 반으로 나누고 그 아랫부분을 다시 반으로 나눈 지점을차서 줬다. 당연히 공은 떠서 도착했다. 이론대로. 여자도 공을 띄워서 찰 수 있는데 왜 여자는 축구를 안시켰지? 이 동네에도 여자들디 축구를 할까 궁금해져서 ◇◇여자 축구회를 검색하니 없길래 그냥 여자축구회를 검색했다. 네이버가 여자 축구화로 고쳐서 검색했다. 남자축구회도 축구화로 고쳐진다. 축구회 하나 검색 안해주는데 축구화는 사서 어디서쓰나요.
"여자가 축구 같은 걸 너무 아는 척하면 남자들이 부담스러워서 싫어해. 남자 기도 좀 세워줘야지."같은 말과 "남자한테 인기 얻으려고 축구보는 거지?"같은 말을 동시에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제발 의견 통일이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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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보다는 형편이 낫지만 아직도 야구보는 여자들을 저렇게 보는 사람이 있다. 진짜 시대착오적이야. 아마 여전히 스포츠를 보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한번쯤은 겪어보거나 목격할 만한 상황. 맨스플레인. 이 책에서는 선출에게 조기축구회 아저씨가 시전한다. 맨스플레인. 물론 선출답게 경기력으로 우먼스플레인을 보여주는 것으로 되갚음. 사실 스포츠나 공놀이를 하나도 보지 않는 여성들까지 통쾌함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까지 읽고 '이정도 이야기라면 내일까지 다 읽겠다.'생각했다. 읽고도 남았지.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우연히 잘생기기까지 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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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지 않아도 딱히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카메라를 들고있으면 더. 사진만 찍으면 다 얼빠라고 지껄이지
이봐 나도 그 선수의 움직임이 훌륭해서,시야가 넓어서 좋아한다니까. 네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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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플레이를 담으려고 셔터를 누른다니까, 내 기억보다는 사진이 정확하니까. 나도, 여자도 남자들처럼 선수의 플레이에, 넒은 수비범위나 아니면 공격적인 피칭이나 한방이 있는 타자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선수 팬이 되기도 하고 경기 내용에 매료되기도 한다. 믿고싶지 않은가본데 여자도 스포츠의 순수한 재미를 아는 사람이다. 김혼비도 그런 사람이다. 축구를 좋아하던 사람. 그래서 좋아하니 한번 뛰어볼까. 하고 여자축구회를 찾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입단은 문제가 아니고 그냥 찾아지지가 않는다. 그러다 찾은 곳에 전화나 한번 해볼까, 하고 전화해서 곧장 입단. 축구단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한번 해볼까가 두번되고 세번되고 십년된 사람들.
축구를 위해 운동을하고 머리를 꽉 동여매고 (혹은 숏컷, 단발은 바람에 날려서 안됨) 운동장을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는 읽기만해도 긍정적 기운이 살아난다. 축구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동시에 원하는 일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런가보다. 약간 꿈을 이룬 사람들의 열정스토리를 읽으면 같이 뿌듯해지는 기분인데 이 책이 딱 그렇다. 그래서 덩달아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져볼까 하는 기분이 드는 책. 물론 여기선 아마추어 얘기만 했는데 난 내가 뛸 마음과 체력이 없어서... 신호등에서 버스정류장까지도 내리 달리지를 못해서 정차중인 버스따위 놓치는 체력이라 패스. 대신 상대적으로 지원과 기회가 부족한 환경을 이겨내고 프로가 된 여성들의 열정은 한번 보고싶어서 관심을 가져보려한다. 야구처럼 빠져들...면 안돼, 공놀이 좀 벗어나자, 여축은 올해 기준 월요일에 7시에 게임이 있다하니 가서 초밥 먹고 축구보면 될 것 같다. 내년 목표:: W K리그 직관가보기. 어느날 그라운드의 열정이나 잔디밭의 푸름이 보고싶은 월요일에 경기가 있길 바란다.
"여자가 ○○을 한다고?"라는 문장에서 ○○에 들어갈 단어의숫자를 줄이는 것 같은. 나와 우리팀과 수많은 여자 축구팀 동료들은 저기서 '축구'라는 단어 하나를 빼는 일을 하고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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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작가는 '다정소감'이라는 책으로 접한 작가이다.
그녀의 글의 소소하고 담담하고 그리고 예리하면서도 날카롭지는 않은 스타일이 좋아 다시 읽게 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이다.
여자가 축구하는 이야기로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은 정말 술술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여자로.. 살면서 생각해 봤으나 스쳐 지나갔을... 생각하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여자들의 삶과 인물과 그리고 몸과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너도 우리 나이 되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었다. 대부분 '너도 우리 나이되어봐~~ 다 이래~~ 힘들어~~ 아퍼~~'라는 식의 푸념과 포기가 아닌 '내 나이에 더 단단한 근육과 체력과 지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독려가 이토록 가슴 시리게 벅찰 일인가? 나도 마음근육과 몸 근육이 탄탄한 나로 나이들고 싶어졌다.
196p 애도의 진심에서 형식적이든 가식적이든 애도의 행위로 옮겨 간 것 갔다.
시니어 축구팀원의 죽음으로 갈라진 의견들.. 애도의 마음과 애도의 형식!
그 언젠가 누군가가 형식이 있어야 마음도 있는 것이다. 형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애도의 형식! 애도할 일들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전통적인 애도의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하는 면이 있는 나이지만 애도의 형식과 애도의 마음 중에서 고민을 한다면 애도의 형식의 없는 애도?? 어렵지 싶다
249p 역할의 가시성이 두드러져서 그 역할 뒤의 '사람'은 안 보이기 쉬운 공간. 그런 곳에서 각자의 역할에 파묻혀 있던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발견된 것이다.
'역할의 가시성' 그 뒤에 있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기는 할까? 사건이 아닌 사람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라는 어느 기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많은 사건들에 초점을 두고 그 뒤의 사람들에게는 마음대로 해석하고 단정짓는 경향이 있어보인다.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마음도 관심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누군가의 진짜를 보는 모임... 시간..... 나누는 시간들이 소중할 것 같다.
276p 일 나가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어떻게든 일상에 축구를 밀어 넣는 이 여정 자체가 어떻게든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어야 하는 하나의 축구 경기다. 기울러진 축구장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모두들 최대한 모두의 일상에 축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몰아주고 공간을 터 주고 리듬을 맞춰 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팀이다.
삶이 곧 축구다.. 피식 웃게 된다. 그래 맞는 말 같다. 틈 없이 돌아가는 삶의 쳇바퀴에 '나'를 위한 일들을 하고 싶어서 끼어 넣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정말 축구 같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살아가는 틈에 나의 건강과 나의 체력을 위해 어떻게든 나의 운동 시간을 확보하고자 애쓰는 모습.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한 느낌..
같이 하는 모임이 불편하고 사람이 모이면 불필요한 잡음과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 싫다고 생각하는 나임에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땀흘리며 운동하는 모임의 끈끈함과 그 안의 세계가 참 부럽다.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오는 날이 있을까??
“응원하러 꼭 와라!”
“네! 근데 선배님은 어느 종목 뛰시는데요?”
“나야 당연히 축구지!”
순간 과 대항 체육대회를 준비하던 선배의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듯 보였는데(게다가 왜 당연한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동시에 내 어깨도 움찔해졌던 것은 기억한다. 내게 있어 축구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그 작은 공 하나에 스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나지만 골키퍼 포함 11명이라는 것, 그리고 골키퍼들은 골대를 지켜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다) 우르르 쫓아다닌다는 말인가.
거기에 주변인들의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역시 내 움찔함에 한 몫 했는데, 군대에서는 모두 손흥민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들은 그라운드를 훨훨 날아 다녔으며,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사명이라도 있는 듯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축구’는 내 일상에 있어 아주 먼 대척점에 위치한 운동이다. 거기에 여자 축구라니, 워낙에 유명한 지소연 선수 외에 입력된 데이터가 없는 내게는 지구에서 토성을 바라보는 정도의 심적 거리가 아닐까 싶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었다. 갑자기 축구에 대한, 그것도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나면 그것은 아니다. 김혼비 작가의 글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아무튼 술>을 읽고 난 그녀의 팬이 되었다).
나는 정말 축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것은 두렵고 싫었다. 축구는 대체 왜 팀 스포츠인가. 한 팀에 열한 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할 필요가 있을까. 난 이런 성격인 주제에 왜 하필 축구를 좋아하는 걸까. p.17
축구를 좋아하지만 팀 스포츠에 다소 주저하던 저자가 그 마음을 넘어서 아마추어 축구팀에 가입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말 그대로 ‘여자가 축구하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축구’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다. 학교 다닐적 남자아이들이 ‘축구’, ‘야구’와 같은 뭔가 공식적인 룰이 있는 운동을 할 때 ‘발야구’, ‘피구’처럼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룰을 가진 운동을 해야 했던 (물론 피구왕 통키도 있고, 피구 국제대회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지만)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그 안에서 부대끼는, 결국은 ‘축구’를 소재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발야구나 피구라니, 생각할수록 참으로 애매한 운동 아닌가. 단지 올림픽 공식 종목에 포함되지 않는 스포츠라서가 아니라 게임 방식이나 룰을 따져 봐도 그렇다. 축구가 바둑이라면 발야구는 오목 정도의 느낌이고 피구는 알까기 정도? 공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러 사건들 중 던져서 사람 맞춰 내보내기라니. 바둑알 튕겨 맞춰 내보내는 알까기의 정신과 다를 게 뭔가. p.31
게다가 당사자가 좋아서 한다는데 왜 이리 간섭과 편견이 많은지, 예상했듯 ‘남자’들이 주를 이룬 ‘축구 세상’은 녹록치 않다.
축구를 주제로 한 심층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감히 남자의 영역으로 겁 없이 들어온 이 여자가 대체 여기가 어딘지 제대로 알고는 들어왔는지, 진짜로 들어와 있기는 한 건지 일종의 호구 조사를 펼치는 것이다. pp.47-48
“그냥 스친 건데 혼자 나가떨어진 거예요! 진짜 여자들 엄살 더러워서 시합 못해 먹겠네!”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치사하게 팔꿈치 쓰는 걸 내가 똑똑히 봤는데 도리어 지가 항의를 하다니. p.57
이렇듯 (아직까지는) 축구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자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이 축구를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무언가 도전적이고 모험 가득한 사연을 기대한 (그런 생각에 내심 설레기까지)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녀들의 이유는 단순했다. 좋으니까,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때 식당에서 본 축구팀에도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언니들이 여럿있던데 나라고 왜 못할까 싶고. 늦은 것 같아도 지금 시작해 놓으면 적어도 그 언니들 나이까지는 할 수 있다는 거잖아? 10년은 하겠네? 게다가 난 이렇게 일만 하면서 늙는 동안 어딘가에서 내 또래 다른 여자들은 그렇게 재밌게 축구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그것도 또 속상하대? 아, 이거 안 하면 한이 되겠구나 싶더라고. 말리는 남편이랑 아들 새끼도 밉고. 그래서 당장 나가서 축구화부터 덜컥 사 버렸어. 그거 사서 집에 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정말 신났지!” p.239
‘그냥 얼결에(모두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얼결에!) 아무 운동이나 하게 됐는데 그게 축구였네?’라니. 아, 평범해. 아, 시시해! p.42
그러게? 좋으니까 하는 거지, 친구 따라 갔다가 시작했는데 재미있으니 계속 하는 거지, 그녀들에게 뭔가 특별한 사연을 기대한 나 역시 어쩌면 여자 축구에 편견이 있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은 오늘도 피치에 올라 치열하게 뛰고 있다.
다들 정말 못 말리겠다. 아마추어 여자 축구가 있는지 없는지, 여자들이 축구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전혀 관심 없는 세상의 곳곳에서 축구에 푹 빠진 여자들이 축구를 시작하고, 축구를 시작하게 끌어 주고 축구를 하다가 다치고, 힘겹게 재활하고, 그래 놓고 또 기어들어 오고, 축구를 못 해서 병이 나고, 축구를 공부하다 못해 심판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축구를 좀 더 잘해보겠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매일매일 연습을 한다. 247
아, 물론 이론과는 달리 시합 중 뻥축구를 강조하는 코치님의 응원과 함께 말이다.
(언젠가 김혼비 작가가 팀원들과 함께 짧게 짧게 패스하고, 세트피스 플레이도 하며 만들어낸 멋진 한 골을 기대해본다)
“짧게 짧게 패스해서 조직적인 어떤 걸 만들어 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우리 팀 그럴 능력 없잖아, 솔직히. 무조건 앞으로 뻥뻥 길게 차! 하프라인 넘어가는 게 제일 중요해. 하프라인 넘은 공을 받잖아? 마찬가지예요. 세트피스고 뭐고 뭘 만들어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마요. 무조건 골대로 슛 쏘세요. 일단 골대로 뻥 차 놔야 공이 바운드가 돼서 들어가든, 골대를 맞든, 수비수를 맞든, 뭘 하든 들어갈 확률이라는 게 생기니까요. 알았죠? 뭐 만들려고 괜히 공 끌지 말아요!” p.253
*기억에 남는 문장
“야! 내가 안남시에서 한 시간 50분 걸려 꼴랑 두 시간 축구하러 오는데 말이야! 너 때문에 공 한 번 못 잡아 보고 다시 한 시간 50분 걸려 집에 가야겠냐? 어?”
(중략)
“야! 저기 8번 안 보여? 가서 쟤를 막아야지. 나를 막고 있으니까 쟤를 놓쳐서 쟤가 지금 찬스 다 만들고 있잖아! 당장 가서 쟬 막아!”
(중략)
“야! 8번 안 막고 왜 자꾸 나를 막아? 내가 쟤보다 만만해 보이냐? 내가 우습게 보여?” p.25
*아, 할아버지! 이러시면 안돼요! (저자에게 쏟아지던 상대팀 할아버지의 불평의 순간)
“나의 킥은 느리고 우아하게 너희들의 ‘코칭’을 넘어가지.” 느리고 우아하고 통쾌했던, 잊지 못할 로빙슛! 러빙슛! p.66
*남자팀과의 시합에서 그들의 ‘코칭’(이라 쓰고 필요없는 ‘간섭’과 ‘편견’이라 읽는)을 넘어 슛을 넣던 장면!
너와 나의 시계가 맞춰지면 제3의 공간이 열리지 p.77
두 트리오가 함께 시합 뛰는 것을 보면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특히 월패스(wall pass)처럼 서로 사인, 패스의 강약,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춰야 하는 콤비 플레이에서는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다.’ p.86
하지만 언제까지나 같은 길만 걸을 수는 없잖아? 어쩌면 이 시간들이 그동안의 2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그들 앞에 펼쳐질 200년을 함께 잘 보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혀 줄지 모른다. ‘같아서’가 아니라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관계로의 도약. p.91
아름다운 방식으로 승리하고자 하는 투지가 결여된 승리는 결국 축구의 아름다움을 해친다고 믿는다. p.113
축구라는 운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골’로 한정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축구를 대할 때 지나치게 결과 중심적인 경향이 있다.) 막상 쓰다 보니 모든 좋은 드라마에는 그럴싸한 엔딩이 있듯이 이 책의 가장 그럴싸한 엔딩이 있다면 역시 골, 나의 골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따. 심지어 엔딩에 쓸 마지막 문장도 이미 생각해 두었다. pp.160-161
*그래서 저자는 미리 ‘생각해 둔’ 그 문장을 이 책에 쓸 수 있었을까요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부재를 누군가에게 미안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강자라는 것을. 미안할 수 없는, 누구도 그 미안함이 필요 없는 입장도 어딘가에는 늘 있으니까. p.220
공이 조금이라도 내 가까이에 오면 상대선수들이 좀비 떼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에 감독님 지시가 아니었어도 공을 받자마자 가능한 멀리 차 버릴 수밖에 없었다. 으, 무서우니까 공 따라 다 저리로 가 버려! 뻥! p.229
*책을 읽다가 이 장면이 상상돼 혼자서 얼마나 키득거렸던지ㅎㅎ
‘초개인주의자’인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그렇다. 인간은 모일수록 좋은 것 같다. 적어도 축구공 앞에서, 특히 여자들은. 무엇보다 축구는 재미있으니까. 너무 재미있으니까. 뭐가 됐든 재미있으면 일단 된 것 아닌가. 정말이지, 이거, 기절한다.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