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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에게는 왜 축구할 기회가 없었을까? 7
인사이드킥: 축구는 대체 왜 팀 스포츠란 말인가 13 스텝오버: 어떤 여자가 축구를 하는가 30 로빙슛: 맨스플래인 VS 우먼스플레이 45 아웃사이드 드리블: 공만 보는 자의 슬픔 61 월패스: 너와 나의 시계가 맞춰지면 제3의 공간이 열리지 77 오버래핑: 어쩌자고 여기까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까지 93 시뮬레이션 액션: 시늉은 질색이지만 태양은 뜨겁다 110 오프더볼: 축구 근본주의자들의 다툼 125 대인 방어: 무엇이 축구 패션을 완성하는가 141 리바운드: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골이란 160 스로인: 양발을 땅에 붙이고 공을 던지면 경기는 계속된다 178 WK리그: 어딘가의 선수와 언젠가의 선수 199 킥앤러시: 나는 정말로 미안하고 싶습니다 217 리프팅: 저도 축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233 스토피지 타임: 축구팀에게는 꼭 이겨야만 하는 시합이 있다 249 에필로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267 감사의 말 274 추천의 말 275 |
저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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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의 팀들, 나의 동료들이자 내 마음속 최고의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뼈 한 조각, 인대 한 가닥 다치지 말고 오랫동안 함께 뜁시다.
-2018년 여름, 김혼비 나를 포함 , 대부분의 여자 축구 팬들 머릿속 검색창에 ‘축구’를 쳤을 때 뜨는 이미지들은 아마 몇 년도 무슨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터트린 역전골이라거나, 응원하는 팀이 우승했던 순간, 좋아하는 선수의 안타까운 부상, 이런 것들일 것이다. 반면 남의 축구는 거의 보지 않는 이 ‘축구하는 여자들’ 머릿속에 뜨는 것들은 본인이 넣었던 첫 골, 본인이 경기 중 저지른 뼈아픈 실책, 우리 팀이 역전승하던 날, 우리 팀 유니폼 같은 것들일 것 같다. 그 속에는 오직 나 자신, 내가 속한 팀만이 있다. 어느 프로 축구팀의 어느 유명 선수가 끼어들 틈 없이. ‘축구’와 관련해서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경험들로만 꽉 채워져 있는 여자들. 오, 생각해 보니 이건 이거대로 멋있잖아! --- p.44 “은진아, 달려! 달려!” 주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제 상대팀 골대로 전진하겠지 하는 순간, 그래서 남자팀 수비수 두 명이 그녀 앞으로 달려가는 순간, 그녀는 다시 몸을 틀어 공을 몰고 남자 2호 앞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페이크를 써서 또 한 번 그를 휙 제쳤다. 아까보다 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와, 세상에. 설마 했는데 굳이 다시 가서 그걸 또 하다니, 이런 무서운 여자. 도끼로이마까 깐데또까 같은 여자. 우리의 무서운 깐데또까는 이제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다른 수비수가 재빨리 주장에게 따라붙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그마저도 가볍게 따돌리고 골대 앞까지 간 후 직접 슈팅을 날렸다. 완벽한 슛이었다. 그것도 로빙슛(lobbing shoot), 완벽한 로빙슛이었다. --- p.58 그리고 이제 막 내 마음속에서도 오버래핑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목표 비슷한 게 생겼다. 열심히 인사이드킥을, 아웃사이드 드리블을, 턴을, 트래핑을, 리프팅을 연습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뿌듯했던 내게 ‘나도 저기서 뛰고 싶다.’, ‘나도 얼른 진짜 시합에 나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쳐간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연습 경기든 공식 경기든 축구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된 나에게는 우리 팀 일이면서도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저 자리에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된 것이다. --- p.108 “어머 , 혼비야! 웬일이니! 웬일이니! 야 , 너 종아리에 알 박였다! 너도 이제 축구 좀 했다고 다리에 근육이 막 잡히기 시작하는구나! 언니 , 쟤 다리 좀 봐!” “와 , 진짜다! 혼비 종아리에 알 생겼네!” 옆에서 그걸 또 받아 주는 윤자 언니와 그걸 듣고 굳이 내 종아리를 보러 오겠다는 팀원들 때문에 줄이 잠시 흐트러졌다. 그걸 통제해야 할 주장도 “어디, 어디” 하면서 같이 뛰어왔다. 아니, 이게 대체 뭐라고……. 누구보다 놀라서 봐야 할 사람은 나라고! --- p.156 이날은 조금 달랐다. 분명히 매직 타임이 끝나고 조명탑이 꺼졌는데도 어떤 세계가 내 마음 안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이어진 주장과 선출 트리오의 현역 시절 이야기들처럼. 이번에는 그들이 각종 시합에서 활약했던 무용담들을 들었다. 모두들 잔뜩 신나 있었다. 이야기 속 그녀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녀들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났다.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고, 올 때와 달리 돌아가는 길은 차가 거의 없어서 나는 조금 조바심이 났다. 그녀들이 그렇게 빛이 나기까지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이제 조금은 알기에 , 축구 경기의 여운에 취해서 자랑스레 앞다투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끝나기 전에 차 안에서 보내는 오늘 밤이 뚝 끊기지 않기를 11시 59분의 신데렐라 같은 기분으로 간절히 바랐다. --- p.216 |
우아하게 로빙슛
초개인주의자 김혼비 씨는 어느 날 얼결에, 어쩌다 보니, 축구화 끈을 조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발만 빠르고 생각은 많은 왕초보 김혼비. 역시나 얼결에 입단 첫날부터 연습 경기에 투입되고 마는데…… 신입의 대인 마크에 막혀 화가 난 시니어 팀 할아버지의 욱하는 저주(다리 한 짝이 분질러질 것이다.)에서부터, “치사하게 신입한테 시비 걸 거예요? 이렇게 치사하게 살다 갈 거야?”라고 당사자인 혼비 대신 받아치는 주장의 서슬까지. 혼비 씨는 모든 것이 새롭고 놀랍고 굉장합니다. 발야구나 피구밖에 허용되지 않았던 여자들이 각각의 이유로 우연히 모여 킥 연습을 하고 패스를 주고받고 골을 넣고 뒤풀이를 합니다. 축구가 재미있고,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여자가 축구를 하는 게 여전히 이상한 모양입니다. 상대가 여자라면, 그가 국가대표 출신이라 해도 불구하고 굳이 축구를 가르치려는 꼭 남자가 있을 거라는 상상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냥 한 번만 꺾어도 될 건데, 왜 굳이 두 번 세 번 꺾어?”라고 말하는 남자 1호와 그 옆의 2호 앞에서 우리의 여자 축구팀 선수 출신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설마…… 두 번 세 번 꺾은 후에 로빙슛을? 호쾌하게 오버래핑 초개인주의자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김혼비 씨는 어느새 축구팀의 일원이 되어 언니들의 눈치도 살피고, 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욱 당당한 일원이 되기 위해 연습 또 연습에 매진하죠. 묵묵히 인사이드킥을 익히고 전방을 본 채 드리블을 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감독의 지시를 따릅니다. 그런 그도 축구의 결정물, ‘골’에 대한 욕심은 굳이 숨기지 않는데요. 아직 부족한 실력 아래에서 혼비 씨가 찾은 방법은 바로 리바운드! ‘주워 먹기’라고도 부르죠. 치차리토와 인자기가 잘한다는 그것. 맨유 시절 박지성도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 덕을 몇 번 보았다는 그것. 마음을 먹은 김혼비 씨는 코너킥마다 공격 진영까지 올라가 리바운드를 노립니다. 호쾌하게 오버래핑할 수 있을 그날을 꿈꾸며 축구화를 동여매죠. 한번은 골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팀 사정으로 혼비 씨는 골키퍼를 맡게 되는데…… 이 책의 마지막을 골 넣는 장면으로 장식하고 싶다는 지은이의 소(욕)망은 충족될까요? 설마…… 데뷔 첫 골이 자책골은 아니겠죠? |
여자에겐 언제나 운동장의 9분의 1쯤만이 허락되어 왔다. 그 한 모퉁이로는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아 피구와 발야구 정도가 가능했다. 어느 날 운동장을 통째로 쓰며 축구가 하고 싶다는 걸 깨달은 여자들이 여기 있다. 마음속에서 반짝 조명탑이 켜졌고, 그들은 끈을 단단히 잡아당겨 축구화를 신었다. 서로가 서로를 발견해서 팀을 이뤘다.
어떤 대상이든 본격적으로 사랑하는 행위는 아름답다. 결과를 가늠하지 않고 가진 모든 것을 다해서 부딪치는 그 행위는 때로 단단한 벽에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은 열린 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에세이는 오로지 축구에 대한 에세이면서 동시에, 축구를 비유로 하여 여성의 온몸과 온 삶과 온 세계에 대해 엮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하나하나 축구의 기술들을 익힐 때, 단계 단계 성장해 나갈 때 이제껏 몰랐던 낯선 영역이 열리고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달리고 싶고, 강해지고 싶고, 허락되지 않았던 것을 가지고 싶다. 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새롭고 놀라운 목소리를 발견한 것이 역시 가장 큰 기쁨이다. 진지하고 건강한데 폭발력 있게 유머러스하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개인주의자가 어쩌다 팀 스포츠에 빠져 이 모든 것을 경험했는가, 책을 읽으며 네 번쯤 크게 웃었고 세 번쯤 눈물이 났다. 마음이 축구공처럼 이리저리 구르고 날았지만, 믿고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혼비가 다음으로 도전할 주제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어디를 향하게 되든 전속력으로 달려갈 이 체육계 에세이스트를 응원하고 싶다. - 정세랑 (소설가) |
숨이 가쁜 이유가 웃어서인지, 마음속으로 따라 뛰어서인지, 분간을 못하겠다. “김혼비 씨! 이번 게임은 혼비 씨도 뛰어요.” 느닷없는 첫 출전 지시를 받은 혼비 씨의 가슴처럼 내 가슴도 쿵쾅거렸다. 힘껏 달리고, 공을 패스하고, 넘어지고, 슛을 날리고 싶다! 내가 선수로 참가한 마지막 축구 시합은 거의 20년 전이었다. 힘들어서 욕한 기억만 있는데, 김혼비 씨 덕분에 울고 웃는다, 그리고 후회한다. 얼굴에 잡티 생길 일이나 뛰는 모습 흉할 일, 무릎에 상처가 남을 일을 걱정하느라 몸을 단련하고 쓰는 즐거움을 버려두었구나. 국가대표 컬링 선수들처럼 ‘어쩌다 보니’ 축구를 하게 된 여자 축구 선수들 뒷사연, WK리그가 전 경기 무료인 이유 등을 읽다 보면, 나가서 뛰고 싶어진다. 소리치고 싶어진다. 우리 여기 다 있다! - 이다혜 (에세이스트 ,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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