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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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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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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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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7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522g | 135*200*30mm
ISBN13 9791159921810
ISBN10 115992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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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이야기들이 독특한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보통 쓰는 전략들이 하나도 의도한 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현명한지,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는지 등의 이야기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잘 다듬어진 농담이나 위트 있는 펀치라인들은 모스 무대에서 여지없이 박살나고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대신, 정말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의 아픈 곳을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과 정직함이다. 어렵고 고된 경험을 하던 순간에 자신이 인간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점과 그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를 알아야 하고, 가능한 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필요 없는 내용은 걷어내야 한다.
모스는 인간으로서 우리를 연결시켜준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품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미 이야기 모음일지도 모른다.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은 상대의 얼굴, 피부색, 성별, 인종 혹은 태도만 보고,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할 때, 우리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때까지 우리를 가르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허상이고 허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이의 벽은 주변 배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닐 게이먼, 추천의 글」중에서

어떤 이야기는 가볍고 재미있지만 어떤 이야기는 쉽지 않다. 소년 병사가 그나마 남아 있던 아동기의 조각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난민수용소에서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도록 내버려둬야 할지 결정해야만 하는 인도주의 단체 요원의 이야기, 아홉 살 난 아이의 눈으로 본 홀로코스트 이야기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외면하면 그 사람만 손해다. 거기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 자들만 볼 수 있는 경이로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한 걸음씩 세상을 이해해가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과감히 용기를 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타인’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우리’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가르는 차이점보다 언제나 훨씬 크기 때문이다. ---「들어가며」중에서

나는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서 오는 길이었다. 내가 열한 살 때 전쟁이 시작됐고, 열두 살 때 고아가 됐다. 부모님과 두 형제가 그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열세 살 때 나는 이미 병사가 되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전쟁터에서 싸운 지 3년이 지나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에서 빠져나와 재활 치료를 받았다. 전쟁의 기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경험을 안고 나는 미국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을 무서워하던 시절, 나를 자신의 삶에 품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양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가정에서 살기 위해서였다.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열한 살 이후 내가 배운 것은 오직 어떻게 살아남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삶을 사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때까지 내가 아는 것은 그야말로 몸부림치며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뿐이었다. 내 삶은 계속 그럴 것이라 생각했고, 행복 혹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인 일상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중에서

“니나는 어떻게 하셨어요? 앤디를 보러 갔나요?”
“아, 그 일은요.” 니나의 어머니가 말했다.
“모두 차에 타고 영안실로 갔어요. 차를 세우자마자 니나가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가로질러서 성큼성큼 빨리도 걸어가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따라가기도 바빴어요. 현관으로 들어가더니 장의사를 지나 멈추지도 않고 쏜살같이 갔지요. 결국 앤디 시신이 누워 있는 저온실 문 앞에서 아이를 멈춰 세웠어요.
우리가 말했죠. ‘니나, 알고 있지? 앤디가 너랑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거.’
‘응.’ 니나가 말했어요.
‘그리고 그것도 알지? 앤디는 움직이거나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아요, 알아.’”
문을 열고 니나가 들어갔다. 아이는 앤디의 시신이 누워 있는 곳으로 직진했다. 앤디는 아기 때 앤디 어머니가 만들어준 퀼트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니나는 앤디에게 바로 걸어간 다음, 앤디의 시신이 놓인 침대 주변을 돌면서 앤디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앤디가 상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머리를 앤디의 가슴에 살며시 대고 무슨 말인가 속삭였다.
10분쯤 지난 후,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니나의 부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니나, 이제 갈까?”
“아니요, 갈 때가 되면 말할게요.”
니나는 앤디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앤디의 장난감 피셔프라이스 망원경도 손에 쥐어줬다. 하늘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볼 수 있도록. 그러고는 이제 됐다고, 가도 된다고 했다.
“근데 앤디는 다시 안 일어날 거니까 내가 이불을 잘 덮어줘야 해.”
니나는 침대 주변을 다시 한번 빙 돌면서 퀼트 이불을 도닥이며 잘 덮어줬다.
그리고 앤디에게 손을 올린 다음 말했다. “사랑해, 앤디댄디, 안녕.”
인간은 슬픔에 강하다. 그게 내가 병아리 수렵감시관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다. ---「애도하는 이들의 집」중에서

2011년 3월 11일은 아주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원자로 1호기 터빈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제공항 격납고 정도 크기의 거대한 직사각형 건물이었다.
오후 2시 46분, 젊은이 한 명이 크레인에 올라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열 명의 팀원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는 보호복을 입고 밀폐된 오염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망치로 그 큰 건물의 기초를 세게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지진이다!”
강력한 지진으로 땅이 크게 흔들리다가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땅이 흔들리면서 우리가 있던 건물 전체도 함께 엄청나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믿을 수 없는 마음의 안개」중에서

그날 저녁의 절정은 패티가 줄을 선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모두가 패티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가진 것이었다. 그 늘어선 인파들을 본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작별 인사를 하며 슬퍼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누구도 패티를 동정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티가 끝날 무렵, 패티가 나를 부르더니 자기 쪽으로 몸을 숙여달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내 볼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고맙다, 케빈. 내 웨딩샤워 파티보다 훨씬 나았어.”
나는 대답했다. “천만에요. 하지만 뭔들 그 웨딩샤워 파티보다 못하겠어요?”
그로부터 여드레 후, 내 손을 잡은 채 패티는 마지막 숨을 거뒀다. 내게 한 마지막 말은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찰리 브라운”이었다.
패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은 아주 많다. 특히 그 파티는 그녀에게뿐 아니라 내게도 큰 선물이었다. ---「대단히 중요한 사건」중에서

2005년 8월, RJ의 상태가 악화됐다. 처음에는 독감인 줄 알았다. 그는 아직 기뇌 조영 튜브를 위에 꼽고 있었는데 그게 빠졌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튜브가 빠지면 다시 꼽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꼽은 후 엑스레이로 튜브가 제대로 잘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RJ가 있던 시설에는 엑스레이 기계가 없었고, 직원들은 그냥 추측으로 일을 했다. 이번에는 그들의 추측이 틀렸던 것이다.
튜브로 주입하는 음식이 모두 아이의 복강으로 들어갔고, 결국 패혈증을 유발했다. 병원에서 외과의사가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수술을 해서 생명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의식불명에 빠져 다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거예요. 그 길 말고 다른 길은 아이를 그냥 놔주는 겁니다. 선택하셔야 해요.” ---「RJ와 함께 걷기」중에서

내 아들의 성전환 과정이 시작된 지 3년쯤 지났을 때 아이가 내게 와서 말했다. “있잖아요, 엄마. 다음 단계는 상반신 수술이에요.”
그 단계에서 나는 정말이지 크게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나는 내 아이의 몸에 애착을 느끼고 있었고, 누군가가 그것을 바꾼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와 만난 나는, 아들 세대는 성적으로 융통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 아이가 가진 몸으로도 그를 사랑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사를 설득하고자 애를 썼다.
그러자 의사는 아주 부드럽게 아들의 수술은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별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의사는 내 아들이 자기가 가진 여성의 가슴을 빠른 시일 내에 제거해야 할 사마귀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신체에 큰 애착을 가진 나로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내가 아이의 몸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나는 그것이 내 몸인 것처럼 느꼈다. 물론 내 몸은 아니지만 내 몸처럼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마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은 잠이 들었다. 여느 십 대들처럼. 그리고 나는 여성으로서 내가 나의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헤아려보았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연인으로서 내 가슴에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를. 그리고 나는 아들과 함께 앞을 향한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앞을 향한 도약」중에서

아홉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상황실 창문을 통해 엔지니어들을 바라보며 주컴퓨터가 잘 작동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미션업무팀장 앨리스 보우맨의 목소리가 인터콤을 통해 들려왔다.
“주컴퓨터가 성공적으로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보였다. 다들 너무도 기뻐했다. 나는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까지 숨을 참고 있었는지도 몰랐었다. 정말 꿈같았다.
우주탐사선을 다시 정상작동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도 여유 시간이 네 시간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우수한 성적이었다. 우리는 다시 본래 작동 시퀀스로 돌아가서 데이터를 수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정보들은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지는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명왕성의 세세한 모습들이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명왕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명왕성의 지형이 그렇게 기묘하리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질소와 일산화탄소 얼음으로 만들어진 하트 모양의 빙하가 보였다. 빙하 가장자리 쪽에는 커다란 산맥이 있었다. 로키산맥만큼이나 높았지만 물로 된 얼음으로 만들어진 산맥이었다. 명왕성은 카론Charon이라는 달을 가지고 있는데, 카론에는 그랜드캐니언보다도 더 깊은 골짜기가 있었다. 그 모든 경이로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왕성 근접 촬영에 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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