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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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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134*200*20mm
ISBN13 9788998204495
ISBN10 8998204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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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렀다. 그날의 기억도 세월 속에 묻히는 듯했다. 그런데 정희가 고등학교 이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 그 사건이 다시 마을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어른들 가운데 슬기롭지 못한 어떤 자가 술김에 금기를 깨뜨렸다. 그날의 사건에 대한 얘기들이 들불처럼 온 마을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동안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어도 비좁은 지방마을의, 주민 대부분이 토착민이던 그들의 가슴에 예전의 그 사건은 낙인으로 찍혀서 살아있었던 것이다. 일곱 살 어린아이를 마을주민이, 그것도 피해아이 아버지의 친구 가운데 하나가 성폭행을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끝내 범인을 색출하지 못했다. 아니 색출하지 않았다.
--- 「정희의 시간」 중에서

노력했지만 밑바닥 인생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남자의 부모는 아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삶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남자의 아들에게까지 이어지게 될 판이었다. 남자의 아들은 이미 제 엄마를 잃었고 아버지와도 생이별했다. 장래를 알 수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남자의 아이도 남자처럼 살게 되기 십상이다.
---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중에서

‘내 인생을 살라고? 내 나이 쉰인데?’
미옥은 목구멍까지 치받고 올라오는 말을 꿀꺽 삼켰다.
그로부터 이 년 후 엄마는 다시 미옥에게 인도되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엄마가 외국에서 살기 싫다고 하잖아.”
돌아온 엄마의 행동에서 수상쩍음을 인지하던 순간 동생 내외의 이민이 엄마와 헤어지기 위한 방편으로 결정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 「노래방 여자」 중에서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링 속의 세상과 완전히 결별하게 됐을 때 아버진 심각한 후유증을 보였다. 멍하니 걷다가 자동차 백미러에 부닥치기도 하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은 채 가게를 나서기도 했다. 음식점 같은 데서 남의 구두를 신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뒤처리를 감당하곤 했는데, 다행히 얼마 후 자연스럽게 치유되었다.
--- 「반칙왕」 중에서

혹시 아내는 스스로의 힘으로만 사랑초를 꽃피우고 싶었던 것일까. 심지어는 자연광의 도움조차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래서 자신이 집에 없을 때엔 꽃잎이 만개하는 것조차 허락하기 싫어 보자기를 덮어 씌어놓고 나간 것일까. 입양아를 들일 때도, 시추를 기를 때도 아내로 하여금 수동적인 역할을 하게 만들어서 그를 원망하고 있는 것일까. --- 「아내의 방」 중에서

결혼은 쇼핑과 다르지 않아. 불량품을 사게 되면 반품처리를 하거나 교환해야 하잖아. 그러니 애초에 쇼핑을 잘 해야 하는 거야.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드는데, 단지 단추모양에만 하자가 있다면 눈 딱 감고 소유하는 지혜도 필요하지.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니. 그런 거 찾아 헤매다가는 단추 정도가 아니라 사이즈까지 맞지 않는 제품을 갖게 되기 십상이야. 어리석은 일이지.
--- 「묘화는 행복할까」 중에서

현우는 숱한 갈등 끝에 어렵게 세상에 내놓은 생명이었다. 무기력과 심한 권태에 빠져들던 당시, 소영은 아이가 아니라 사회복귀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자리 잡은 생명은 소영에게 기쁨이라기보다 부담스러운 존재였으나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직장은 두 아이 모두 키우고 난 후에 하는 게 좋겠어. 말투가 강하지는 않았으나 냉정하고 단호했다. 책을 쓰라 해도 쓸 수 있을 만큼 남편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소영으로선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기를 포기한다면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라는 말과 동의어였다. 소영의 고민은 깊었다. 일과 가정 둘 다 소중했으니까. 오랜 시간에 걸쳐 공들여 남편을 설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괜찮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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