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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영웅, 신비로운 능력을 보여주는 아이의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이 있다. 아이가 학교의 괴팍하고 비현실적인 교장 선생님과 사이에서 신비한 능력으로 대항해 나가는 얘기였다고 생각된다. 조금의 위트도 섞여 있으면서 부당한 악을 징계해 나가는 내용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독자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 교장은 폭력적이고 신체가 장대했다고 기억된다. 거기에 균형이 맞지 않게 아주 작은 아이들 등장시켜 문제를 풀어나가는 재미있는 영화였다는 기억이 있다. 그 작품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구입했는데, 생각했던 바와 같은 내용이었다. 화면이 언어로 바뀌었을 따름이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과 너무도 어긋나는 인적인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5살의 마틸다는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숫자를 셈하는 것도 그렇고 언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다. 혼자서 책도 많이 읽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5살의 아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넘고 있는 인물 설정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범주를 뛰어넘는 인물이다. 상대역이 되는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머리칼을 잡고 해머처럼 던지기를 한다든지, 어린 아이를 높이 들어 올려 그대로 놓아버린다든지 하는 행위는 지각 있는 사람으로서, 학교의 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런 인물들의 제시로 이야기를 희화화시키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마틸다의 부모님들도 그렇다. 자식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자식을 귀찮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자식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또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을 하고 있다. 중고 자동차 판매상을 하는데, 불법적으로 차의 상태를 속여 판매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범죄를 통해 돈을 벌면서,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아내도 그것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가정생활을 바르게 이끌어 가지 않는다. 그것이 마틸다가 5살에 혼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 억눌리면서 마틸다는 적당한 방법으로 부모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도 한다. 아버지의 모자에 강력접착제를 붙여 아버지가 모자를 하루 동안 벗지 못하게 만든 일이라든지, 엄마의 염색약으로 아버지가 염색하도록 만들어 곤란하게 만든 일 등은 비상한 마틸다의 능력으로 보여준다. 그러다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어린아이들은 예쁜 하니 선생님을 만난다. 하니 선생님과 만남은 마틸다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또 병적으로 행동하는 교장 선생님도 만나게 된다. 교장 선생님에게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틸다는 자신에게 큰 능력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즉 초능력으로, 눈을 통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니 선생님은 마틸다의 지적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월반시키고자 하나 교장 선생님의 반대로 무산된다. 그런 가운데 하니 선생님이 마틸다의 초능력을 알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데리고 간다. 그 집에서 마틸다는 하니 선생님이 너무 검소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그 이유를 묻는 가운데, 마틸다와 교장 선생님의 관계를 알게 된다. 교장 선생님은 하니 선생님의 이모고 선생님의 부모들이 죽고 난 뒤 집과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교사 생활을 하면서 나오는 월급도 키워준 값이라면서 빼앗아 감을 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마틸다는 초능력으로 그것을 회복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초능력을 지속적으로 연습하여 숙달되도록 한다.
그리고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교장 선생님의 수업시간을 이용해 분필로 유령놀이를 한다. 즉 칠판에 분필이 혼자 글을 쓰게 만들어, 교장 선생님을 몰아간다. 즉 하니 선생님의 아버지 이름으로 자신이 빼앗은 집을 하니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시에는 징치하겠다는 협박의 글을 칠판에 적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은 너무나 놀라 기절하게 되고, 깨어나 그날로 짐을 정리해 도망을 가버린다. 그 후 학교는 교감이 교장이 되고,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하니 선생님은 부모가 남긴 돈과 찾고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리고 마틸다는 월반을 하게 되고 둘은 많은 시간 하니 선생님의 집에서 같이 생활한다. 그런 가운데 불법으로 차를 팔던 것이 들통 난 마틸다의 부모들은 도망가는 이민을 가기 위해 서두른다. 그리고 마틸다에게도 빨리 준비하라고 한다. 마틸다는 하니 선생님을 찾게 되고, 부모의 허락을 얻으면서 같이 살게 된다.
이야기는 어찌 보면 황당하다. 하지만 상징적으로 보면 되리라.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를 떠올려 보면서 즐겁게 읽었다. 영화의 내용과 조금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 글은 어른들의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해 나가는 글이라 생각이 든다. 부모의 삶을 통해 불법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교장 선생님을 통해 억압과 폭력의 세계에 대한 통쾌한 징치를 하고 있다. 하니 선생님을 통해 참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재미도 재미지만 흥미롭게 읽혀지는 영화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동화다.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다.
애인이 군대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다. 우리는 소란하고 북적스러운 극장 안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그 시간에(한낮이었다. 그래 한낮이니까 그렇겠지.) 어디에서 아이들이 나타난 것일까. 아마도 유치원 단체 관람이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과 부모들이 함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과자와 음료수를 든 아이들이 일렬로 앉아 있었고 우리는 뒷자리에 구겨져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로알드 달과 조니 뎁을 알았다. 이후 애인이 없는 시간에 로알드 달을 읽고 조니 뎁의 출연 영화들을 하나씩 보았다. 그래도 시간이 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대체로 폭소했고 나 역시 어떤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윌리 웡카가 만들어낸 큼직한 초콜릿을 먹고 싶었다. 그 안에 황금 티켓이 있으면 더 좋고. 시간이 흘러도 보면 볼수록 좋은 영화가 있는데 그중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포함된다. 화려한 색감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교훈적인 결말이라서 세속의 때에 찌든 나의 영혼을 목욕 시켜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틸다』를 아직 안 읽었다니. 도대체 왜. 로알드 달의 대표작인데. 가끔 이렇다. 중요한 걸 놓치고서 중요한 일을 했다는 착각을 이어간다. 『마틸다』를 읽지 않고서 로알드 달을 읽었다고 잘난 척을 해댔다. 한국어판 『마틸다』 뒤표지에는 '독서 레벨 3 권장 연령 초등학교 5학년 이상'으로 쓰여 있다. 요즘 5학년은 생각의 깊이가 넓으니 『마틸다』를 충분히 읽을 수 있으리라. 2021년에 읽어도 문제작인 이 소설을.
설명해 무엇하랴. 마틸다는 태어날 때부터 비범했다. 스스로 글을 깨치고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였다. 다만 부모만이 몰랐을 뿐이다. 사기로 중고차 사업을 하는 아버지. 종일 빙고 게임에 빠져 있는 어머니. 평범한 소년인 오빠 마이클. 마틸다는 아버지에게 책을 사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텔레비전이나 보라는 것이었다. 세 살이 된 마틸다는 집에 요리책밖에 없다는 걸 안타까워한다. 스스로 걸어가 공공 도서관에 간다. 그곳에서 펠프스 여사를 만나고 마틸다의 체계적인 독서가 시작된다.
얼마나 다행인지. 소설이지만 마틸다가 책을 읽지 못하는 이야기로 계속 가면 나 책 안 읽을 뻔했어. 다섯 살이 된 마틸다는 학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엄청난 모험을 한다. 첫눈에 마틸다가 천재임을 알아본 하니 선생님과 함께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용이지만 『마틸다』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읽어야 할 소설이다.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은 아동용이라고 해서 평범한 이야기를 써내지 않았다. 여성의 교육, 가혹한 학교 수업과 체벌, 방임을 일삼는 부모.
시공간을 초월해 읽는 『마틸다』에는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하니 선생님의 놀라운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다. 문제가 있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전부를 바꿀 수 없다면 일부를 바꾸며 살아가는 것이 근사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천재 소년 마틸다와 세상을 다정하게 이해하려는 하니 선생님의 우정은 경이롭다. 요즘 뜨고 있는 대안 가족의 형태도 로알드 달은 무리 없이 그려낸다.
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을 힘들지 않고 살아가는 게 어렵다는 것을. 내가 그 경우다. 삶을 책으로 배웠어요의 표본이다, 내가. 빈 방에서 드러누워서 책만을 읽던 내가 뒤늦게 사람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성격과 행동의 사람들. 서툴러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책을 읽었는데. 역시 이론은 실전과 다르다. 마틸다처럼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다만 나는 하지 못하는 그 일들을 해내는 마틸다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
어린이는 어른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고 몸집이 커졌을 뿐 세상을 대하는 건 여전히 힘들다. 어린이 적 읽은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세계가 펼쳐지는 책을 읽은 어른이는 좀 다를 수 있다. 유해보다는 무해의 방식으로 자신을 다독일 수 있다. 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할 순 없지만 죽지 않고 버티면 나아질 수 있음을 안다. 소설의 방식 대로. 이상 월요일이 두려운 일요일의 어른이가 쓴 마틸다 독후감이었습니다. 다들 마틸다 읽으셨죠. 또 나만 안 읽고 뒷북 날리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