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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없는 시간

나이 없는 시간

: 나이 듦과 자기의 민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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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3g | 122*190*11mm
ISBN13 9791196166083
ISBN10 1196166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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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맺는 관계는 사회적 불평등을 표현한다. 이런 관점에서 의존이라는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법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교육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하나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인생의 모든 우연을 해소해 주지는 않더라도 대다수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실행할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 p.24

만약 다소간의 환멸조로 “아, 이런, 너무 늙어 버렸군. 이젠 더 이상 젊어 보이지 않아……”라고 자신에게 말한다면, 이는 스스로에 대한 동일시 없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한쪽으로 밀어 두는 것이다. 마치 자신에게서 조금은 빠져나왔지만 스스로를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은 등장인물을 그려 낸 작가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 p.59

따라서 문제가 되는 건 물질로서의 시간이요, 우리가 기꺼이 다듬으면서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이며,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함께 노는 시간이다. 나이 든 친구들이 다시 만나 기억을 나눌 때 이들은 지난날의 운치를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게다가 이건 좋은 일이기도 한데, 예전의 기억들은 사실 따분하고 지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억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화와 흘러가는 시간으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을 수 있는 즐거운 무언가를 재발견한다. --- p.61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을 보면서 내가 나이 들었음을 깨닫는 갑작스런 인식의 순간, 설령 그때 내 모습을 추궁?거울 속 나를 ‘너’라고 부르며?한다고 해도, 그 순간에 나는 내 몸과 내 다양한 자아를 모아 재조합에 나서게 된다. 거울 단계로의 회귀는 역설적이게도 성찰적 의식이 처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서 나를 해방시킨다. 나는 나이를 먹는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간다. 나는 노화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p.105

가끔 우리는 삶을 즐기는 법을 익히기 위해 끝까지 기다려 온 것만 같은 노인들이 들려주는 멋진 유머에 놀랄 때가 있다. 당연한 일을 가리킬 때 고전적인 예시로 자주 인용되는 격언이 이를 요약해 준다. “죽기 5분 전까지만 해도 라 팔리스 씨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렇다, 바로 그거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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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이란 무엇일까? 『비장소』로 공간에 관한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나이 없는 시간』에서 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제안한다. 답변의 실마리를 찾고자 그가 탐구하는 대상은 바로 여든 살의 자기 자신! 오제는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가장 친숙한 듯하면서도 영원히 낯선 지대로 남아 있는 ‘자기’를, 노련한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구석구석 답사한다. 그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몸’과 ‘언어’와 ‘기억’의 미세한 굴곡들. 노학자는 거기서 사회적 제약인 ‘나이’의 저 너머에 있는, 인간적 자유의 가능성으로서 ‘시간’을 발견한다. ‘고양이의 지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이상길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노년을 이질적 타자로 간주하는 연령주의적 풍토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뢰밭을 건너는 일과 같다. 마르크 오제는 나이 듦과 노년에 대한 우리의 느낌, 인식, 욕망, 두려움의 정체를 꼼꼼히 살피고, 이를 토대로 나이라는 제약에 묶이지 않고 시간을 자유의 가능성으로 향유할 수 있는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나이 듦, 시간, 기억에 대한 지은이의 폭넓은 지적 통찰은 문화가 억누르고 있던 노년의 가능성을 다시 꿈꾸게 한다.
- 정진웅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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