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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영화들

질문하는 영화들

: 〈기생충〉에서 〈어벤져스〉까지 우리가 열광한 영화 깊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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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02g | 138*205*20mm
ISBN13 9791189799144
ISBN10 1189799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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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소가 공포 영화의 배경이 됐다는 것은 그곳이 섬뜩한 두려움의 공간이라는 하나의 증표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끔찍한 경쟁의 장소로 묘사한 공포 영화는 없었습니다. 입시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만큼 회사 생활의 고통이 심하진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며 취업 문이 좁아졌고, 2000년대 들어 ‘저성장’ 국면이 길어지고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직장은 목숨 걸며 구하고 지켜야 될 대상이 되었습니다. 회사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지요. 이를 반영하듯 영화 [오피스]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직장 생활 자체가 하나의 비극이자 공포라고 웅변하고 있습니다.
--- p.39, 「1장: 직장이라는 이름의 잔혹한 전쟁터_ 오피스」중에서

[암살]은 이런 암울한 과거를 ‘대체 역사(alternative history)’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대체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실제의 역사와 다르게 전개된 것으로 가정해, 그 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창작 기법을 말합니다. … 대체 역사 기법으로 쓰인 가정된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역사를 뒤집어 봄으로써 현실의 부조리함을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현재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 영화 [암살]은 해방 직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친일파에 대한 단죄를 영화 속에서나마 실행합니다. 그럼으로써 친일파가 득세하고, 이들을 단죄하는 데 실패한 해방 이후의 정국이 옳은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 p.61~63, 「2장: 친일과 항일, 「역사 속 제자리 찾기_ 암살」중에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제시한 유명한 정의대로, 국가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근대사회에서는 집단의 질서 및 평화 유지를 조건으로, 「합법적 폭력 행사권을 국가에 위임했지요. 하지만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가속화되고 있는 전쟁의 민영화는 이러한 ‘폭력의 독점 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총을 든 용병들이 판을 치는 전쟁이 보편화된다면 어떨까요? 비공식적인 위치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을 우리는 통제할 수 있을까요? 전쟁에 수반되는 윤리적 책임을 용병들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책임져야 할 국가는 뒤로 숨고 ‘PMC 용병 간 대결’이 난무한 생지옥을 에이헵은 어렵사리 빠져나옵니다. [PMC: 더 벙커]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전쟁터의 모습을 비추며, 군사 민영화가 초래할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 p.111, 「3장: 21세기 유망 산업, 「전쟁 비즈니스의 일그러진 초상_ PMC: 더 벙커」중에서

토르가 끝내 아스가르드인들과 함께 행성을 떠나기로 결정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영토, 국민, 주권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제대로 된 국가의 형태를 갖췄다고 여기기 힘든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영토 없는 나라’와 ‘주권 없는 나라’는 드물지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몰타기사단이 그렇고, 쿠르드족이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몰타기사단은 변변한 영토 없이 ‘궁전’과 ‘대사관’이 전부이지만, 전 세계 106개국과 외교를 맺고 있는 독특한 국가입니다. 국제사회가 몰타기사단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르드족의 경우에도 자치권을 지닌 일부 지역(영토)과 주민(국민)이 있지만, 주권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이고요. 하지만 국민 없는 국가를 상상할 수 있나요? 국가 없는 국민은 있어도, 국민 없는 국가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 p.139, 「4장: 국민 없는 나라를 상상할 수 있을까_ 토르: 라그나로크」중에서

세상에는 양립하기 어려운 생각들이 함께 존재합니다. 다양한 사고방식과 규범들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며 긴장을 형성하고 있지요. 21세기에 맞게 현대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있는 반면, 19세기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여전히 있는 것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비동시성의 동시성(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화 [와즈다]를 보다 보면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줄곧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이질적인 요소와 가치관들을 생생히 보여 줍니다.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는 한 소녀와 그의 어머니가 겪는 슬픈 현실을 통해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볼까요?
--- pp.188~189, 「6장: 여성에게 자전거 타기를 허하라!_ 와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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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야무지게 파고드는 반가운 책”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고 나면 극장가 주변에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잘 만들었다”, “반전이 기막히다”, “그저 그렇다”, “지루하다”…. 관객들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돌리게 할 수도 있고, 매표소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게 할 수 있는, 짧지만 의외로 힘이 센 말들이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면 이런 단편적인 말들로는 부족하다. 왜 좋은지,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누군가와 걸쭉한 수다를 늘어놓고 싶지 않는가.

『질문하는 영화들』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야무지게 파고드는 반가운 책이다. 영화의 여운을 되살려 내는 섬세함은 기본이요, 스크린 너머를 꿰뚫어 보는 사회적 감수성은 덤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극장을 나오고서도 영화 이야기를 길게 이어 갔으면 한다.
- 이준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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