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9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2쪽 | 312g | 207*224*15mm |
ISBN13 | 9788998751432 |
ISBN10 | 8998751437 |
KC인증 | ![]() 인증번호 : |
발행일 | 2019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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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2쪽 | 312g | 207*224*15mm |
ISBN13 | 9788998751432 |
ISBN10 | 8998751437 |
KC인증 | ![]() 인증번호 : |
최근의 일이다. 사랑하는 벗인 R교수님에게 큰 중책이 맡겨졌다. 그 분은 몸담고 있던 직장을 옮기려고 오랫동안 준비하고 계셨다. 함께 새로운 학교로 임용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었는데, 소속된 곳에서 갑자기 학과장을 맡게 되신 것이다. 벗어나고 싶은 조직에서 맡게 된 큰 중책. 며칠 밤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이 그림책이 생각났다. 부랴부랴 사진을 찍어 톡으로 보내 놓고 전화로 이 그림책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 후 R교수님은 바로 이 그림책을 구입하셨고 읽은 후 오랫동안 카톡 프로필로 이 그림책 사진을 올려두셨다. 이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보면서 너무 큰 위로가 됐노라고, 내게 고맙다고 하셨다. "이까짓 거!' 이렇게 되뇌이니 좀 마음이 평안해졌다는 고백까지.
나 역시, 그랬다.
직장을 그만두는 큰 결정을 하고 난 후, 앞으로 이처럼 큰 결정은 그다지 없을 것만 같았는데, 웬걸. 돈은 벌지 못해도 뭔 그리 중요한 결정이 많은지. 매번 모든 선택 앞에 최선의 결정을 하고 싶어 오래오래 생각했다.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당시에도 아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할까, 말까" 의 갈림길에서 "말자"에 더 큰 무게가 올려졌고, 그리 결정하려고 마음 먹던 차였다. 그 이유는 나이와 환경, 가족들의 우려 때문.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만두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눈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나의 마음과 꿈, 그리고 소망은 "할까"에 있었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에 잔뜩 먹구름이 끼더니 투둑. 한 두방울을 시작으로 쏴- 마음에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소개받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그림책 수다> 모임에 오수민 선생님을 초대한 날이었다. 고민하고 있던 문제와 걱정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슬쩍 앞에 내려 놓았다. 그러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알려주셨다! 어떤 일을 앞두고 걱정될 때 매번 반복해서 읽으시는 인생 그림책이라며.
노오란 표지의 이 책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 그림이 이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일단 그림에 먼저 반했다. 단순하지만 표정이 살아있어서 그림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그림책이었다.
무엇보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바로 <그림책 수다> 모임 도서로 선정해서 함께 읽고 토론하기로 했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어느 날,
다른 친구들은 우산이 있거나, 혹은 누군가가 마중을 나와 우산을 펼쳐준다. 그러나 주인공은(주인공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우산이 없고 올 사람이 없는데도 찾아올 사람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모두가 돌아간 그때 슬쩍 다가오는 친구 준호.
같이 뛰어오던 친구 준호는 자기의 목적지에 도착하자 인사하고 쓱 들어가 버린다. 매정한 친구. 그런데 우리 인생 그렇지 않은가! 각자의 길에서 잠깐 교집합을 만들지만 결국엔 또 각자의 길을 따라 헤어지게 되니까.
이제부터는 혼자다.
그렇지만~!
꼭 누가 우산을 씌워 준다고, 함께 걸을 누군가가 있다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비에 좀 젖지않을 뿐! 그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리고 혼자 비를 맞는다는 것이 그렇게 불행한가?!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걱정되는 일이 있다면,
두렵거나 미루고 싶은 말이 있다면,
뒤늦게 생각나 이불킥 하게 되는 실수나 창피한 일, 마음을 오랫동안 어지럽하는 감정이 있다면 아주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쳐보자!!
"이까짓 거!"
표지에 힘차게 달려가는 여자아이가 있다. 가방을 두 어깨에 걸고 두 주먹을 얼굴 높이에 오를 만큼 힘차게 저으며 달려가는 여자아이의 붉은색 상의가 마음이 한껏 상기되었음을 나타내는 듯하다. 아이의 얼굴도 발그레 물들었고 하다못해 그림자마저 붉은 기운을 띠고 있다. 비가 오는데, 세로로 좍좍 그어지는 빗줄기가 세찬데, 무슨 그림자람. 어떻게 붉은 그림자람. 그렇더라도, 그렇기에 더, 여자아이의 달리기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앞 면지를 열면 창으로 교실이 보인다. 모두가 수업을 듣고 있는데 붉은색 상의릉 입은 여자아이가 걱정스레 창밖을 내다본다. 우산을 안 가져온 까닭일 게다. 우산을 갖고 올 식구마저 없겠지. 그러니 걱정 가득한 눈으로 비가 그치기를 바라겠지. 그러나 좋은 일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랑 교실을 빠져나온다. 우산이 있거나 우산을 갖고 올 식구가 있는 아이들은 시끌벅적 장난도 치며 교실을 빠져나간다. 여자아이는 걱정 가득하다. 학교 건물 밖에는 이미 식구들이 여럿 와 있다. 아저씨 한 명이 마중 올 사람 없냐고 묻는다. 엉겹결에 엄마가 오실 거라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건물 안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데 준호가 온다. 작년에 같은 반을 했던 아이다. 준호는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가며 너는 안 가냐고 묻는다. 여자아이는 준호처럼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달린다. 준호랑 문방구까지 달린다. 문방구에서 비를 피하며 서 있는데 준호가 편의점까지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한다. 지는 사람이 음료수 사 주기란다. 여자아이가 돈이 없다고 말할 새도 없이 준호가 “준비, 땅!” 소리치고 달리기 시작한다.
준호가 이겼다.
음료수도 준호가 샀다.
“다음에 갚아.”
“그래. 이번엔 미미분식까지, 어때?”
내가 먼저 말했다.
여자아이의 마음이 이전과 다름을 알 수 있다. 비를 한걱정하며 바라보던 학교에 있던 여자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미미분식까지 하는 달리기는 여자아이가 이긴다. 다음은 피아노학원까지다. 다시 한 번 함께 뛰려고 하는데 준호가 피아노학원으로 들어가 버린다. 같이 뛸 동무가 없다. 그러나, 상관없다. 이미 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여자아이가 되었으니 혼자 뛰어가면 그만이다. 아무리 비가 와도, 함께할 동무나 식구가 없어도, 이까짓 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37
《이까짓 거!》
박현주
이야기꽃
2019.9.25.
어릴 적에 “아, 비 오네. 우산 없는데.” 하면 우리 언니는 “비가 와서 뭐가 어떤데? 맞으면 되지.” 하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언제나 씩씩했고, 저는 늘 힘알이 없는 동생이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비를 맞이하는 언니를 바라보면서 ‘나는 뭘 걱정하고 뭘 생각했을까?’ 하고 돌아보곤 했어요. 예전에는 등짐이며 신주머니는 비막이가 안 됐습니다. 비가 오면 쫄딱 젖어요. 이때 언니는 “젖으면 말리면 되지, 뭘 걱정해?” 했지요. 그래요. 말리면 되지요. 돌이키면, 동무들하고 놀 적에 비가 오든 말든 대수롭지 않았고, 비가 오면 혀를 낼름 내밀면서 비를 먹는 놀이를 했어요. 소나기가 퍼부으면 “이야, 머리 감자!” 하면서 깔깔깔 뛰놀았습니다. 《이까짓 거!》에 나오는 두 아이는 비가 오는 날 비를 그으면서 달리기 내기를 합니다. 배움터를 다니는 아이들로서는 아무래도 ‘내기·겨루기’가 흔하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몸짓일 테지요. 그러나 비에 온몸을 옴팡 씻고 나면 옷이고 등짐이고 내려놓고서 까르르 춤을 추면서 새로운 놀이를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온몸을 맡겨 앙금을 씻어요. 두 팔을 벌려 하늘은 안아요. 빗물은 사랑입니다.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