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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리뷰 총점8.9 리뷰 51건 | 판매지수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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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84g | 135*210*19mm
ISBN13 9791190403979
ISBN10 119040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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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시신을 강철 문 뒤에 두고,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병실에 몰아넣는다. 죽음을 너무나 잘 숨기는 바람에, 우리가 죽지 않는 첫 세대라고 거의 믿어도 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며 우리도 그 사실을 안다. 위대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라는 동물을 따라다닌다.” 죽음이 두려워서 우리는 대성당을 세우고, 아이를 낳고, 전쟁을 선포하며, 새벽 3시에 고양이 동영상을 본다. 죽음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진 모든 창의적, 파괴적 충동의 원동력이 된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 p.21

시신들은 산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에 매여 있게 한다. 웨스트윈드에서 일하기 전까지, 나는 상대적으로 시신을 못 본 삶을 살아왔다. 이제 나는 화장장 냉장고에 쌓인 시신들을 수십 구씩 다룬다. 시신들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의 죽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우리의 선장이 되었다 해도, 그 배 밖으로 닻을 내려 우리를 끌어내리는 데는 단 한 구의 시신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영광스럽게 포장해도 시체는 우리가 먹고 싸고 끝내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시신이 될 사람들인 것이다.
--- p.240

움직여주지 않으면 환자는 아직 살아 있어도 산 채로 자신의 괴사한 조직에 먹혀 그야말로 부패하기 시작한다. 웨스트윈드의 화장 준비실에 들어왔던 특이한 시체를 나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아흔 살 먹은 흑인 할머니였는데, 자리보전하는 환자들이 칙칙한 우리 같은 곳에 누워 공허하게 벽만 응시하는, 그런 낙후된 양로원에서 가져온 시체였다. 그녀의 등을 씻기려고 돌려 눕히자, 등 아래쪽에 축구공만한 크기의, 섬뜩하게 놀라운 것이 나 있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상처가 곪아 있었던 것이다. 그건 곪아 터지려 하는 지옥의 쩍 벌어진 아가리와 비슷했다. 그런 상처를 보면 우리의 암울한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 p.313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미리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전의료의향서나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이라는 지시와 장례 계획을 통해 확실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러한 미래에, 그리고 이런 미래를 지닌 암울한 현재에 직접 힘을 보태주는 셈이다.
--- p.317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음의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는 잘 죽는 데 장애물이 된다.
--- p.323~324

이러한 부정은 여러 형태를 띤다. 젊음에 대한 집착, 몸이 자연스레 노화하는 것이 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파는 사람들이 굳이 쓰라고 강요하는 크림과 화학물질과 각종 해독 식이요법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어린이 500만 명 중에 310만 명이 굶주려 죽는데, 우리는 노화방지 상품을 만드느라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죽음에 대한 부정은 우리의 기술과 건축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우리가 도로에 치여 죽는 동물들보다는 맥북의 매끈한 선과 더 비슷한 점이 많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 p.235

역사적으로, 죽음 의례는 말할 것도 없이 종교적 신앙과 결부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세속적으로 변해간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종교는 ‘무교’로, 미국 인구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자신이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한때 강력했던 죽음 의례가 요즘은 편의 위주로 바뀌었고 그 의미가 덜해졌다고 느낀다. 이런 시대에 현대 생활에 관한 의례를 만들어내는 창조성에는 한계가 없다. 자유는 짜릿하지만 또한 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과 무관하게는 살 수가 없으며, 죽음을 마주하는 세속적 방법을 계발하는 것은 매년 더 중요해질 것이다.
--- p.301

우리 사회에서 구할 수 있는 ‘죽음의 기술’에 대한 교과서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그 책을 쓰기로 했다. 종교인만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 무신론자들, 불가지론자들, 그리고 막연히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볼 때 좋은 죽음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잘 정리하고, 전할 필요가 있는 좋고 나쁜 말을 전하고,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좋은 죽음이란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견딜 필요 없이 죽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죽음이란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죽을 시간이 왔을 때 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이지만, 전설적인 정신분석가 칼 융의 말대로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인간이 죽음과 맺는 관계는 오직 그 사람만의 것이다.
--- p.310

때때로 나는 죽음에 직접 맞닥뜨리는 체험을 했더라면 내 어린 시절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본다. 죽음이 있는 곳에 앉아 있으면서, 죽음과 악수를 한다. 죽음이 내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미치며 내게 “너는 언젠가 벌레에게 먹힐 몸이야.”라고 귀에 속삭인다. 그리고 우리는 친한 벗이 될 거라는 말을 듣는다. 그랬다면 죽음은 쭉 나의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말이지 나 같은 방년의 아가씨가 웨스트윈드처럼 섬뜩하고 오래된 화장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진실은, 내가 이 직업을 옛날에 여덟 살 먹은 나에게 일어났던 일을 치유하기 위한 방도로 본다는 것이다. 소녀 시절 나는 밤이면 공포에 질려 담요를 덮고 쪼그려 앉은 채, 죽음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데려갈 수도 없다고 믿었다.
--- p.68~69

나의 하루는 오전 8시 30분에 웨스트윈드의 두 ‘레토르트(화장로를 가리키는 업계 은어)’를 켜면서 시작된다.……레토르트의 벽돌 방 안의 온도가 화씨 1500도(섭씨 816도)에 이르면 화장로는 첫 번째 시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아침마다 마이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급된 화장허가서 여러 장을 내 책상 위에 쌓아놓고는, 오늘 화장할 사람은 누군지 내게 알려 준다. 허가서 두 장을 추린 다음 나는 내가 화장할 시신들을 ‘냉장 트럭’에서 찾아와야 한다. 냉장 트럭이란 시신들이 화장될 때까지 대기하는, 담당자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시신 냉장고를 말한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냉장고 속을 뚫고 들어가 나는 첩첩이 쌓인 시체 박스(고인의 이름, 죽은 날짜가 적힌 상자)에 인사했다. 냉장 트럭에서는 얼음에 재운 시체 냄새가 난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잊을 수 없는 냄새다.
--- p.41~42

마티네즈 씨가 안전하게 냉장 트럭 밖으로 나오자, 이제는 시체 박스를 열어야 할 시간이었다. 내가 발견한 바로는, 이것이 내 직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박스를 열 때마다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다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은 95세 할머니부터, 홈디포 가게 뒤의 쓰레기통에서 8일간 부패된 뒤에 찾아낸 30세 청년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발견할 수 있다. 한 구 한 구가 새로운 모험이다.
--- p.45

만약 박스에서 찾아낸 시체에 범상치 않은 면이 있다면(파드마의 얼굴에 난 곰팡이를 생각해보라.), 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금살금 탐사 취재를 해나갔다. 전자 사망등록 체계와 검시관의 수정안, 사망확인서 같은 필수 행정 서류에는 그 사람의 삶과, 더 중요하게는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삶과 작별하여 내가 있는 화장장으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 p.45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죽은 사람의 얼굴은 끔찍해 보인다. 어쨌든 우리가 가진 매우 협소한 문화적 기대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그들의 지친 두 눈은 흐리멍덩하게 허공을 응시한다. 입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절규」에 나오는 것처럼 쫙 벌어져 있다.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다. 이런 이미지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죽음의 과정을 반영하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가격표에 쓰여 있듯이, 장의업체라면 어디서나 보통 ‘모양을 만드는’ 비용으로 175~500달러를 가족에게 청구한다. 그래서 시신들은 ‘평화롭고’ ‘자연스럽고’ ‘편히 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p.172

한번은 화장로를 쓸어내는 동안 뜨거운 뼛조각 하나가 튀어올랐다. 나는 우연히 그걸 밟았는데, 신고 있던 장화의 고무바닥의 깊숙한 곳까지 타서 구멍이 났다. “이런 제길!” 난 소리쳤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홱 움직여 그 뼈를 화장로 저편까지 포물선 모양으로 높이 차 보내버렸다. 뼈는 시체 운반용 들것이 줄 지어 있는 곳 어딘가에 착지했다. 5분 뒤 두 손과 양 무릎으로 기어 다니면서 나는 그 숯덩이를 찾아 장화에 뼈 모양으로 난 구멍과 맞는지 그 조각을 맞춰보았다. 당신도 언젠가는 산산조각 날 것이다.
--- p.195

엔쿄 패트 오하라는 9?11 사태 당시 뉴욕시 선불교 센터의 수장이었다. 그는 세계무역 센터의 고층 건물들이 혼돈의 비명과 요란한 소리 속에 무너졌을 때 “그 냄새는 몇 주 동안 빠지지 않았고, 마치 우리가 숨 쉴 때 사람들을 들이마시는 것같이 느꼈다.”라며 “그건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해체시킨 온갖 것들의 냄새였다. 사람들과 전기로 된 것들과 돌덩이와 유리와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오하라는 사람들에게 이 이미지에서 도망치지 말라고 말한다. 이것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며, 지금 처음으로 그것을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라고 그는 조언한다. 웨스트윈드에서 나는 처음인 듯 느낀 것을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직면은 현실과 관계 맺는 일이었다. 그건 아주 소중했고, 나는 죽음을 직면하는 데 빠르게 중독되어 갔다.
--- p.49

홀로 내버려두면 인체는 썩고 부패하고 분해되어 영광스럽게 원래 나왔던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막기 위해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무거운 보호용 관을 사용하는 관습은, 불가피한 것을 모면해보려는 필사적 시도이며 우리가 명백하게 해체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 산업은 관과 시체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명목하에 방부처리를 광고하지만, 미국의 현재 죽음 관습은 곰과 코끼리 같은 커다란 동물들에게 작고 귀여운 옷을 입혀 춤추게 하는 것, 또는 에펠탑 복사본을 세우는 것, 그리고 베네치아의 운하가 사람 살기 힘든 미국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 p.228

장의업이 대중을 속여 가로채고 있었던 것은 돈보다는 ‘죽음’ 자체였다. 그러니까 죽음과의 실제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대면할 기회를 우리는 박탈당한 것이다.
--- p.169

웨스트윈드에서 부패란 무대 뒤에서조차 드문 일이다. 현대의 세속적 죽음의 해묵은 창고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우리 고객 대부분은 요양원이나 병원처럼 의학적인 환경에서 죽는다. 그리고 냉동은 아니지만 섭씨 4.4도 이하의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장의사의 냉장고로 이송된다. 주에서 발급되는 적절한 허가서가 작성되는 동안 시체들이 냉장고 안에서 며칠간 머물러야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신들은 부패해서 냄새를 풍기는 단계에 접어들기 한참 전에 화장된다.
--- p.232

서구 문화가 늘 이렇게 해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부패와 우리의 관계는 옛날에는 전반적으로 친밀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성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신자들이 교회 내부와 주변에 묻혀 성인과 가까이 있는 덕을 보겠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매장 관습은 로마부터 비잔티움까지 제국 전역에, 그리고 지금의 영국과 프랑스 땅까지 퍼졌다. 이렇게 시신들이 매장된 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도시들이 발달했다. 수요는 점점 많아졌고 교회는 이를 공급했다. 물론 유료였다.
--- p.228~230

가장 부유한 교회의 후원자들일수록 성인에 가장 가까운, 가장 좋은 자리를 원했다. 만약 교회 안에 시신을 묻을 만한 크기의 호젓한 땅이 있다면, 그 안에 시체가 묻혀 있을 게 확실했다. 과장이 아니라, 여기저기 어디에나 시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특히 선호하는 위치는 애프스 주위의 반원과 입구 현관이다. 그 핵심적인 위치 너머에 무한 경쟁이 있었다. 시신들은 복도의 판때기 밑이나 지붕 굴뚝, 처마 밑에 안치되거나, 심지어 벽 속에 차곡차곡 쌓이기도 했다. 교회의 출석자 수는 살아 있는 교구민 수를 넘어선, 벽 속의 시신들까지 의미했다.
--- p.231

『죽음 앞의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1000년간의 서양의 죽음에 대해 훌륭하고 광범위한 저서를 쓴 역사학자 필립 아리에스는 “죽은 자는 무서움을 자아내기를 완전히 중단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러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아리에스가 과장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중세의 유럽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했다고 해도 그들은 죽음을 받아들였다. 성인들의 주변에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숭고함 덕분이다. 이들의 존재는 부적절한 풍경과 냄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의 결함을 압도할 만큼 컸다.
--- p.231

티베트 고산 지대에서는 땅에 바위가 너무 많아 매장을 하지 못하는 데다 나무마저 드물어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만들 수 없다. 티베트인들은 망자를 처리하는 색다른 방식을 발달시켰다. 직업적인 로규빠(시신을 부수는 사람)가 시신에서 살을 잘게 자르고, 남은 뼈는 보리 가루와 야크 버터와 함께 빻는다. 시체는 높고 평평한 바위 위에 놓아두어 독수리들이 먹도록 한다. 새들이 날아 들어 그 시체를 파먹고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팔방으로 실어 나른다. 이렇게 남은 살을 다른 짐승들이 먹도록 놔두는 것은 시체를 처리하는 너그러운 방식이다.
--- p.130

문화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충격적이고 우리의 개인적인 의미망에 도전하는 힘을 지닌 죽음 의례가 있다. 와리족이 동족의 살을 구워먹는 풍습부터 티베트 승려가 죽어서 독수리 부리에 갈기갈기 찢기는 것, 클리프의 긴 은빛 투관침으로 내장을 뚫는 것까지 말이다. 하지만 와리족의 행동과 티베트인이 고인의 시신을 갖고 한 일을 브루스가 클리프에게 한 일과 비교해보면, 그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믿음이다. 와리족은 신체를 온전히 없애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티베트인들에게는 한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떠난 다음에는 그 몸이 다른 존재들을 지탱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북미 사람들은 시체에 방부처리를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어떤 믿음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의례가 아니라, 장례 비용 청구서에 가욋돈 900달러를 얹는 짓일 뿐이다.
--- p.130

자연 매장은 환경보호적으로 사멸하는 가장 건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산산조각 나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두려움을 갑절은 감소시킨다. 자연 매장을 택한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유기물질로 이뤄진, 무력하고 조각조각 모인 덩어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경축하노라. 해체 만세!” 웨스트윈드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이미 내 몸을 녹색 매장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일종의 우주의 대출 프로그램에서 내 심장이며 발톱, 간과 뇌를 이루는 원자들을 부여받은 것으로 이해했다. 언젠가는 내가 이 원자들을 돌려줘야 할 때가 올 것이며, 내 미래의 시신을 화학적으로 보존함으로써 그 원자에 매달리려는 시도를 하고 싶지 않다.
--- p.236

피가 내 혈관 속을 돌아 그 밑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 위로 흐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있을 수도 있는 많은 내일을 품은 채로. 그렇다, 지금 세운 여러 계획들은 내가 죽고 나면 산산조각 나버리거나 미완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든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스르르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 그래서 내 몸을 이루는 원자가 나무들을 가린, 바로 그 안개가 되도록 말이다. 죽음과 묘지의 정적은 형벌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삶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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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저자 케이틀린 도티가 20대 초반에 화장장에 취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의업계에서 일한 6년간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가 작정하고 써내려 간 죽음과 시체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들을 읽으면서 ‘죽음’을 구체적으로 감각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가 인문학적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독창하고 세밀한 방식으로 ‘좋은 죽음’이라는 결론에 가닿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다.
-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저자)

나처럼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저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뜬 채 직관한 이 죽음의 기록은 차라리 유쾌하고 신랄한 생존 증명서 같다. 그녀를 따라 화장터를 거닐면 어둑한 먹구름이 걷히고 어느새 선명해진 산책 길이 펼쳐진다. 이 마법처럼 재미난 전언을 나는 오래도록 머리맡에 두고 싶다. 삶과 등을 맞댄 죽음이 있기에, 오늘 내 하루가 더 절실하고 뜻 깊다.
- 김완 (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하드웍스 대표)

결혼식과 장례식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결혼식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만큼, 죽음이란 문화에 대해서는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화장장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에 일침을 가하며, ‘죽음을 통해 깨닫는 삶의 소중함’ 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나 역시 장례지도사로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백 퍼센트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렇기에 죽음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 심은이 (한국의 첫 번째 여성 장례지도사, 『아름다운 배웅』 저자)

죽음학과 관련해서 이 책은 대단히 희귀한 책이다. 나는 장의사에 대해서 이렇게 생생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다.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최준식 (한국죽음학회 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저자는 20대에 화장장에 취업해 죽음에 매혹되어 이를 일생의 업으로 받아들인다. 갖가지 피부색과 형태, 괴로움을 지닌 시체들을 관리하며, 그녀는 용감무쌍하게 죽음의 세계를 탐험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문화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솔직하고, 철학적이며, 참여적이고, 사악하기까지 하다.
- 나탈리 쿠즈, [뉴욕 타임스]

뻔뻔함과 으스스한 유머로 가득한 이 책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삶의 한 가지 사실에 눈뜨게 한다.
- 반스 앤 노블, 편집자가 추천하는 책

그녀는 책을 읽는 내내 우리를 웃게 만드는, 믿을 수 있는 안내자다.
- 레이철 러비츠, [워싱턴 포스트]

도티는 죽음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강력하고도 유창하게 주장한다.
- [북페이지], 2014년 최고의 책 선정의 변

이 책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구절이 가득하다. 우리가 저자를 따라 미국의 이상한 죽음 의례를 관통할 때 꼭 필요한 웃음 말이다. 대단한 책.
- 전미서점협회

경이롭고, 민망하며, 종종 웃기고, 때때로 잊을 수 없는, 통찰로 가득한 책.
- 데이비드 이글먼

화장장에서 일했던 경험과 ‘죽음 산업’에 대해 쓴, 감동적이고도 유머러스한 이 회고록에서, 저자는 우리가 죽음의 세부 사항에 직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제시카 페리, [데일리 비스트]

가슴 아프면서도 유쾌하고, 매혹적이면서도 기이하고, 생생하면서도 병적인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위트 있고 예리하게 묘사하며 깊은 감동을 준다. 독이 든 칵테일 같은 도티의 이 회고록은 세상에서 잊히는 것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부추기면서도 독자들을 취하게 하고 매혹한다. 그녀는 삶을 호흡하여 죽음으로 만든다.
- 도다이 스튜어트([제제벨 닷컴] 부편집장)

케이틀린 도티는 문학적이고, 세속적이며, 고전적이고, 합의된 전문가들로 이뤄진 믿을 만한 증인들의 깊은 맥을 발굴해냈다. 그리고 그녀가 만들어낸 중대한 질문에 대한 그들의 최선의 답변을 추가한다.
- 토머스 린치, [크리스천 센추리]

소름끼치고, 기가 막히고, 종종 웃긴다.
- 에드워드 M. 에벨드, [캔자스시티 스타]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며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흥미롭고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혁명적이다. 당신의 (다음)생을 바꿀 수도 있는 책이다.
- 토냐 헐리(블로그 ‘병적인 해부 박물관’)

죽음을 바꿔놓는 책. 케이틀린 도티가 전하는 어려우면서도 깊은 메시지는 피투성이 것들에 실려 전해진다.
- 헬렌 럼빌로우, [타임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마음이 활짝 열릴 것이다.
- 엘리자베스 도널리, [플레이버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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