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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생활

너라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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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10g | 133*200*15mm
ISBN13 9788954674805
ISBN10 895467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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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딸에 대하여』 김혜진 소설집] 『너라는 생활』 속 단편들은 '너'를 말하는 것으로 '나'를 이야기한다. 이해할 수 없는 '너'를 속속 꺼내어보는 중에 떠오르는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의문. 책은 그렇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계급과 젠더, ‘보통’에 닿지 못하는 무엇에 대하여.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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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너는 길고양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요령 있게 집을 사고팔며 차익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고 내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고, 누구나 관심 있어 하고 궁금해할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하는 사람이고 낡고 오래된 것들은 말끔히 부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몇 날 며칠씩 오지 않는 고양이를 기다리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결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p.34~35, 「3구역, 1구역」중에서

시간이든, 마음이든, 감정이든 선생님과 관계된 그 어떤 것도 훼손하거나 망가뜨리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날 너와 함께 좋은 시절의 이야기를 즐겁게 떠들어댈 수 있었더라면. 아니, 네가 끝까지 좋은 사람이길 포기했더라면 뭔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내 것이었고 내 것이 될 수 있었던 어떤 추억에 대해. 관계를 망가뜨린 것에 대해. 내가 깨부수지 않아도 좋았을 어떤 신뢰와 믿음에 대해. 시간이 더 지나면 지금 이 순간도 불쾌한 기억으로 남게 될지 몰랐다. 그래서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면 내 안의 무언가가 이날의 기억을 말끔히 지워버릴지도 몰랐다.
--- p.62, 「다른 기억」중에서

함께 지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그때마다 감수하고 포기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네가 설명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나와 사는 동안 네가 포기한 건 뭘까. 뭘 얼마나 양보했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너와 함께하는 동안 내가 포기한 것들, 앞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들을 가늠해보고 있다. 아니, 지금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수많은 일을 감당해야 한다면, 뭔가를 무릅써야 한다면, 그건 너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내일은, 주말에는, 틀림없이 너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p.116, 「자정 무렵」중에서

너와의 관계는 왜 이렇게 계속 이어져온 것일까. 완전히 연락이 끊어지고 그래서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처럼 서로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서로에 대해 편안한 기억만을 나눠 가질 수 있었는데. 나는 왜 겁도 없이 네 연락을 받고, 안부를 듣고, 네 삶에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서는 걸 포기하지 못한 것일까.
--- p.171, 「우리는」중에서

너는 내 의견을 먼저 물었고 뭐든 내가 좋은 대로 하라고 했다. 말하자면 너의 그런 태도가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쪽으로 이끌었다. 멀리서 보면 나무랄 데 없이 선하고 이타적인 모습이었지만 내겐 한없이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런 네 모습이 내내 나를 두렵게 했다는 이야기는 끝내 하지 못했다.
--- p.228, 「팔복광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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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소설가는 ‘지금, 여기’의 중대 지점에 착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너라는 생활』을 단숨에 읽고, 최근의 ‘나’를 실연(實演)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신자유주의와 팬데믹 시대의 두 가지 화두, ‘집’과 ‘인간관계’를 이처럼 탐구한 예술이 있었던가. 이 작품집의 공간, 개인, 친밀성의 정치경제학이 나를 사로잡는다. 동시에 김혜진은 모든 재현 행위의 정석, 즉 대상(너)에 대해 쓰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해 쓰는 행위임을 증명한다. 몹시 윤리적이고 총명한 작가를 만나 행복하다.
『너라는 생활』은 당대 한국사회의 피로감과 절망감을 새로운 방식으로 직면한다. 밀착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의 독자들은 그라운드제로에서 작가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저자『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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