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0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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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02쪽 | 190g | 113*180*11mm |
ISBN13 | 9788934992097 |
ISBN10 | 8934992093 |
마티스 접시 & 테이블 매트 세트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0년 10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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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02쪽 | 190g | 113*180*11mm |
ISBN13 | 9788934992097 |
ISBN10 | 8934992093 |
MD 한마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랜 시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을 시작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 과거를 되짚어간다. 아버지의 시간으로부터 이어져온 작가 하루키와 하루키 문학의 궤적을 좇는 단 하나의 서사. - 에세이 MD 김태희
고양이를 버리다 9 작가 후기 96 |
무라카미 하루키는 쉬지 않고 쓴다.
아버지와 같이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이야기
그의 글은 소설, 에세이, 어떤 형태이든 집중하게 만든다.
담담한데 마음을 흔든다.
세월을 벼려 단단해진 글이 마음을 뚫는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 세대의 공기를 숨쉬며 그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의 경향안에서 성장해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되고 싶은 것이 되지 못한,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으른 나에게 하루키의 말은 위로다. 못하고 안했던 이유가 오직 게으름뿐이지만 그가 말한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의 영향 하에서 범위 내에서 범주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자연의 섭리라는 말이 나의 핑계에 맞춤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책은 위로다. 휴식이다. 살아가는 양식이다.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조그만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 살아가면 된다.
살아갈수록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데
날마다 읽을 책이 있어 날마다 책을 읽어서
내가 나로 살게끔, 나를 뒤돌아보게끔,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 같다.
웬만한 신보다 낫다.
처음에, 이 책의 가제본을 읽었을때는 하루키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나 그의 생각들을 다 드러내지 않아 답답한 면이 컸다. 그의 글에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했음을, 말을 아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종종 이러한 불편한 관계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이기고 비로소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어쩐지 미진한 면이 없잖았다. 책을 다시 읽으니 비로소 알겠다. 그가 그간 꾹꾹 눌어왔을 감정들을 나름의 방식대로 토해낸 것임을. 우리 또한 사적인 감정들을 다 내비치지는 않지 않는가. 감춰두고 싶은 것을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일본의 난징대학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사건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하루키는 아버지가 그 기간에 복무하였던 것을 큰 마음의 짐으로 생각하였던 듯하다.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작가는 아버지가 세 번의 참전으로 같은 시기에 있었던 난징 대학살 사건에 참여했을 거라는 기억에 일부러 관련 서류를 찾아보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비로소 찾아 보았고, 같은 부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그의 안도감이 조금쯤은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와의 생각이 달라 오랜 시간을 보지 않고 살았던 하루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비로소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기기로 했다. 아주 개인적인 일들을 이야기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그가 왜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들을 줄곧 썼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하루키의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는 절집의 차남으로 태어났다.어려운 시절이라 어느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져 그 집의 양자가 되기로 하였지만 그곳에 적응을 못하였던지 다시 교토로 돌아왔다. 불교 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에 다니다가 전쟁이 터져 참전을 세 번 하였다. 돌아와서는 교토 대학 문학부에 들어가 나중에 교사 생활을 하였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아버지가 참전하게 된 상황을 그렸다. 그리고 초병들을 군인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포로인 중국 병사를 죽이게 했다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직접 가담했는지, 지켜보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고백을 들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이 이야기를 듣고 작가는 충격이 컸었던 것 같다. 진로때문에 아버지와 소원해졌고 굳이 관련서류를 찾아보지 않았던 것 또한 역사적 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점이 컸을 것 같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야 할테지만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고 했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고양이를 박스에 넣어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고 해변으로 달려가 고양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왔더니 그 고양이가 그들보다 더빨리 집으로 돌아와있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던 기억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장소라 바람같이 달려왔을 고양이를 생각하니 애틋한 면이 없잖았다. 그에 대한 일화는 우리 시부모님에게도 일어난 일이 있다. 새끼를 하도 많이 나아 성가셔진 들고양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30분을 가 먼 곳에 버리고 왔더니 한 달만에 다시 집에 찾아와 할 수 없이 밥을 주었다는 말씀이셨다. 노란색 줄무늬를 가진 고양이는 우리가 그 집을 방문했을때 얼굴을 비추지 않다가 한밤중이면 담 사이를 걸어다니곤 했다. 이처럼 고양이에 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작가는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듯하다.
그 자신 또한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실'이 그의 마음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그마나 어린 시절의 고양이를 떠올려서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십 년쯤 아버지를 보지 않았다면 어릴적의 다정한 기억들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을테니.
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 가령 그 한 방울이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 개체로서의 윤곽을 잃고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 사라져간다 해도.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93~95 페이지)
꽤 짧은 글이다. 아버지에 관한 개인적인 일들이므로 굳이 다른 책과 엮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타이완의 일러스트레이터 가오 옌의 일러스트와 함께 얇지만 묵직한 책 한권이 되었다. 많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쓴 글이었다. 번역자 김난주는 이 글에서 머뭇거림을 보았다고 했다. 나 또한 그가 많이 머뭇거렸음을, 말을 아꼈다는 것을 느꼈다. 머뭇거림에서 깊게 배어있는 묵직한 감정들이 느껴지는 글이다. 다 담아내지 못해 애써 갈무리한 글이다.
더불어 가오 옌의 일러스트는 하루키가 가졌을 그 모든 마음들을 어루만져주는 듯 하다.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위안(慰安)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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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직장을 그만 둘 때 같이 근무하던 분이 주신 책입니다. 얄팍하지만 무게감이 적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책을 받았을 때는 고양이를 버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야기는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성장해서 기억하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일상적인, 엄하셨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작가 역시 ‘아주 평범한 일상의 흔한 풍경이 가장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했습니다.
작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무렵 집에서 키우던 암고양이가 임신을 하자 버리기로 했던 모양입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따라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북적거리는 해수욕장에 고양이를 버리고 왔다고 적었습니다. 고양이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집에 돌아온 고양이가 반기는 바람에 놀랐다고 합니다. 결국 고양이를 계속 키우게 되었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꼬투리로 하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사의 한 조각’이라는 작가의 후기를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글로 정리해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실 무렵의 일을 글로 정리해보려는 생각을 수십 년째 하고 있지만 막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어 충분히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가족과 관련된 일을 줄줄 풀어놓았던 고 최인호작가님은 참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는 부제를 단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다보면 고양이를 버리러 해변에 갔던 일에서 시작한 작가의 아버지에 관한 일은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지난한 세월을 살아야 했던 선친의 발자취를 뒤쫓는 일이었습니다. 하루키의 선친은 동자승으로 시작하여 장성한 뒤에는 주지승이 되어 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1917년 12월 1일에 태어났으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했을 터인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해야 할지....’라고 표현합니다.
참전 군인들의 경우는 전쟁터에서의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가 역시 선친의 생전에 전쟁중의 일을 자세하게 묻지 않았고, 선친 역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족적을 뒤쫓는 일이 수월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루키의 선친은 일본군 보병 16사단의 16연대에서 치중병으로 참전했는데, 16사단 20연대 소속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20연대는 난징전투의 선봉에 섰던 부대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20연대에 배속된 사람들은 난징전투에서 참혹한 일들이 있었다고 증언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난징전투는 일본군이 30만명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중국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하여 작가는 선친이 난징대학살에 관여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시작한 본격적인 취재를 5년 만에 마치고 보니 하루키의 선친은 전투병이 아나리 치중병이었고, 전쟁 중에 소집이 해제되어 대학에 다녔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의 선친은 전쟁 중에 포로를 살해하는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가는 결국 ‘전쟁이 한 인간-아주 평범한 이름도 없는 한 시민이다-의 삶과 정신을 얼마나 크고 깊게 바꿔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쓰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굴러갔기 때문에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역시 선친께서 참전했던 6.25 동란의 종전을 전후하여 수태되었던 터인데, 전쟁 기간 중의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제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줄 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