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한강 세트
전10권, 완결, 양장, 개정판
조정래
해냄 2020.11.30.
가격
175,000
10 157,500
YES포인트?
8,75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이 상품의 시리즈 11

이 상품의 시리즈 알림신청
뷰타입 변경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개정판

이 상품의 태그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제1부 격랑시대

『1권』


1. 산비탈 까치집| 분노와 비애|3. 움막촌 사람들|4. 반고아|5. 만남의 길목|6. 서러운 우정|7. 하늘이여, 하늘이여|8. 처음 한 짓|9. 나라 아닌 나라|10. 어떤 출세의 길|11. 이상한 일|12. 자멸의 전야제|13. 더불어 한 덩어리|14. 수수께끼의 삶|15. 산 자와 죽은 자|16. 전쟁의 그림자

『2권』

17. 희생이 남긴 것|18. 그 험난한 길|19. 그냥 그리움이게|20. 고단한 삶|21. 배신과 불신|22. 북풍이 부는 계절|23. 겨울 밤벌이|24. 징검다리|25. 먼 불빛을 향하여|26. 어머니의 눈물|27. 포구의 바람|28. 빈손의 보은|29. 그날 그 아침|30. 굽이치는 시간|31. 무정한 임아|32. 산골 여행|33. 아버지, 그 사슬|34. 이유 없는 피신

『3권』

35. 가을빛은 오는데|36. 빛과 그림자|37. 눈을 부릅뜨며|38. 눈보라의 세월|39. 먼 그곳|40. 슬픈 구원|41. 까마귀떼|42. 거기도 지옥|43. 산다는 것|44. 산 넘고 강 건너|45. 서울로 가자|46. 되받은 보복|47. 정치를 아시나요|48. 핏줄이라는 끈|49. 꽃빛 모정|50. 새로 넘기는 세월의 책장|51. 양지식물|52. 건너서는 안 될 강|53. 객지의 파도|54. 알다가도 모를 일

제2부 유형시대

『4권』


1. 욕망의 열차|2. 또 하나의 장벽|3. 경영 수업|4. 먼지 지옥|5. 밤에 핀 수선화|6. 운명이고, 뻘밭이고|7. 그리고 또 장벽|8. 똥 퍼 아저씨|9. 허깨비의 춤|10. 처녀 딱지|11. 영원히 비밀로|12. 인간 담보|13. 월남바람|14. 미국이라는 나라|15. 답답한 여자|16. 꿈꾸는 날개|17. 분단 속의 젊은이들|18. 우리들의 모습|19. 선망과 환상

『5권』

20. 월남 가는 사람들|21. 떨어진 꽃잎|22. 군번 없는 군인|23. 세상살이 물결|24. 정글로 간 까닭|25. 고향 그리워|26. 폐품 처리|27. 인간 사슬|28.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29. 기묘한 탁구시합|30. 그 이름 산업전사들|31. 어찌 차마……|32. 이삭줍기|33. 쇠기둥과의 씨름|34. 나는 누구냐|35. 복수하게 만드는 사회|36. 군대식 날림|37. 나를 죽이고 가마|38. 저 길고 긴 길

『6권』

39. 검은 머리카락|40.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41. 구원의 길|42. 열대에 뿌린 죄|43. 10년 세월|44. 서로 다른 길|45. 이히 리베 디히|46. 그 밑뿌리|47. 정치라는 탁류|48. 아름다운 폭력|49. 고단해라, 인생길|50. 천국이 만든 지옥|51. 지식인, 그대들!|52. 어린 양들을 위하여|53. 기름밥 친구|54. 사람답게 살아보자|55. 수상하잖아?

제3부 불신시대

『7권』


1. 숨은 그림 찾기|2. 우리들의 태양|3. 받을 수 없는 고마움|4. 태평양 저 너머|5. 어둠 저편의 빛 |6. 어머니의 갈망|7. 어리석은 도박|8. 돈은 돌고 돌아|9. 거미줄의 유혹|10. 그 슬픈 넋|11. 우정도 정치|12. 현실을 작게 보라|13. 세상살이라는 것|14. 길을 바꾼 불기둥|15. 아부지럴 원망 말그라

『8권』

16. 마침내 시작된 싸움|17. 삶의 굽이굽이|18. 여자에게도 꿈이|19. 서로 내민 손|20. 속임수 세월|21. 거룩한 장난|22. 맞물린 톱니바퀴|23. 민중이란 수수께끼|24. 이런 사연 저런 사연|25. 집을 떠나갑니다 |26. 다혈질, 돈키호테들|27. 범죄 위의 범죄|28. 남의 밥그릇|29. 밟힌 꼬리

『9권』

30. 또 새로운 나라로|시멘트 시대|32. 새 길을 찾아서|33. 형제간|34. 가난이 힘|35.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36. 땅이 있는 곳으로|37. 끝없는 곡예|38. 사약이 된 술|39. 타국의 하늘 아래서|40. 블랙리스트 [1]|41. 먹이 사슬|42. 세파에 뜬 조각배

『10권』

43. 블랙리스트 [2]|44. 먹구름|45. 피신하라|46. 피땀으로 뭉친 돈|47. 싱거운 친구|48. 붉은 모래언덕|49. 고생의 뒤끝|50. 보이지 않는 손들|51. 홀로 푸르른 나무|52. 동행에 심은 뜻|53. 제 발등 찍기|54. 업어치기|55. 한낮의 어둠|56. 운명적 좌절|57. 광주를 향하여

『한강』을 마치며

저자 소개1

Jo, Jung Rae,趙廷來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광주 서중학교를 거쳐 서울 보성고등학교 당시, 농촌 사회활동에 뜻이 있어 이과반에 적을 두고 있던 조정래는 3학년에 이르러 국문과로 진학 목표를 세우고 동국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한다. 이 무렵 같은 과 동기인 김초혜를 만난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중편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인간 연습』, 『사람의 탈』,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광주 서중학교를 거쳐 서울 보성고등학교 당시, 농촌 사회활동에 뜻이 있어 이과반에 적을 두고 있던 조정래는 3학년에 이르러 국문과로 진학 목표를 세우고 동국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한다. 이 무렵 같은 과 동기인 김초혜를 만난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중편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인간 연습』, 『사람의 탈』,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 등을 출간하였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학상, 동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동리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 · 프랑스어 · 독일어 · 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중국어 · 스웨덴어 번역 중), 영화와 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제작되고 있다.

『조정래 문학전집』의 1권 「대장경」에서부터 부패한 권력에 대한 비판, 민중에 대한 신뢰, 예술적 완성을 향한 집념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직접 체험을 소설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소설 원칙을 철회하는 것과 아울러 갑오농민전쟁과 3.1운동 광주민중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중 항쟁의 역사를 대하소설로 풀어낼 계획을 세우고 「태백산맥」집필 준비에 들어간다.

고초 끝에 1만 6천 5백장 분량으로 6년간 연재된 태백산맥은 좌익운동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파헤치며 우리 민족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뤄 젊은 세대의 공감과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태백산맥은 완간 되자마자 문학담당기자와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1980년대 최고의 작품’, ‘1980년대 최대의 문제작’으로 꼽힌다.

태백산맥을 마치고 다시 1년쯤의 취재와 자료 정리기간을 거쳐 1990년 12월 아리랑 집필에 착수하고 1995년 7월에 2만장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다. 아리랑은 일제의 식민지배체제에서 왜곡된 민족의식을 바로 세우려는 작가의 집념이 서려 있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사 3부작의 말미를 장식하는 대하소설 「한강」을 마치고 ‘20년 글감옥’ 에서 출옥했다. 한강은 현대한국사회의 풍경화를 그려나간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3부작은 전 32권 5만3천여장의 원고지에 높이가 5m50㎝에 이르며 그간 조정래의 책은 1000만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그의 대하소설『태백산맥』은 원고지 1만 6천 5백장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 60명이 넘는 주인공들이 등장해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남기는 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이다. 그 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왔던 해방직후의 역사적 진실을 현미경 들이대듯 파헤치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아리랑』은 식민지시대를 깊은 역사 인식으로 탐구한 대하소설로 김제 출신의 인물들이 군산, 하와이, 동경, 만주, 블라디보스톡 등지로 옮겨서 40여 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제시대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일제의 폭압에 맞선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과 승리의 역사를 부각 시키고 있어 민족적 긍지와 자긍심, 자존심을 회복케 하는 역작이다.

『한강』은 1959년 이후의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저한 고증과 조사를 바탕으로, 한없이 세밀한 현미경의 시선과 한 번에 굽어보는 망원경의 시선이 교차하는 조정래 문학의 완결판이다. 4.19, 5.16, 10월 유신과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격동의 세월을 10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술에 들어가면 어느 작가보다도 근면하고 규칙적으로 원고지를 채워나간다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조정래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00쪽 | 5750g | 139*204*80mm
ISBN13
9788965744665

책 속으로

새벽 어스름이 스러져가고 있는 한겨울 들판을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밤새 무성하게 돋아난 서릿발로 세상은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발가벗은 미루나무의 앙상한 잔가지들이 바람에 쓸리며 춥게 떨고, 벼 그루터기들만 남은 들녘은 폐허처럼 황량하기만 했다. 어스름 저편으로 아슴푸레하게 먼 야산도 추위에 웅크린 듯 초라했고, 그 품에 보듬긴 마을은 인적 없이 깊은 적막에 묻혀 있었다. 그 추위 속에서 몇 마리의 새가 낮게 날고 있었다. 새들은 거센 바람에 밀리듯 허약한 날갯짓을 하다가 내려앉고 다시 조금 날아가다가 내려앉고 했다. 검불만 날리고 있는 얼어붙은 들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새들은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굶주림에 쫓겨 따스한 둥지를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들은 한 군데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고달프고 힘겨운 날갯짓을 계속하며 자리를 옮기고 또 옮기고 있었다.

먹이 귀한 황량한 겨울 들녘에서 그 새들은 너무 미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 살벌한 삶의 터전에서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시달리며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얼어죽기도 하고 굶어죽기도 할 것이다. 또, 근근이 연명해 가다가 어떤 큰 새에게 잡혀 먹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차는 그까짓 새들은 아랑곳없이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북쪽으로 맹렬하게 달리고 있었다. 기차는 연기만 검게 토해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대가리에서부터 꼬리까지 몸체 전부가 까만색이라서 육중하고 우람해 보이는 한편 무슨 괴물이 내닫고 있는 것처럼 흉물스럽기도 했다. “어허 참, 올 농새가 흉년 들라구 그라나 어쩔라나 어찌 한겨울개 눈이 통 안 온대여.” 기차 유리창에 낀 성에를 소매 끝으로 더 넓게 닦아내며 충청도 남자가 중얼거렸다.
---「산비탈 까치집」 중에서

남천장학사의 설은 언제나 음력설로부터 닷새 뒤였다. 그날이 남천장학사의 운영주이며 국회의원인 강기수에게 기숙생들이 단체로 세배를 올리는 날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게 정부가 음력과세 완전폐지를 실시해 온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고, 국민들은 약을 올리기라도 하는 듯 그 외침을 귓등으로 들어넘기며 그저 음력설을 쇨 뿐이었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화풀이라도 하듯이 음력설에 문을 닫는 상점들은 모두 처벌한다는 으름장을 놓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지엄한 처벌령을 한갓 엄포나 허풍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전국의 상점 주인들이었다. 죽이든 살리든 어디 맘대로 해봐라 하는 식으로 모두가 문을 닫아거는 판이니 그런 배짱들 앞에서 처벌의 칼이 휘어질 도리밖에 없었다.

“음력설을 쇤다고 나라가 망하기를 하나, 양력설을 쇤다고 나라가 흥하기를 하나. 내 원 참, 빌어먹을…….” “두말하면 잔소리지. 배곯는 국민 잘살릴 궁리는 안 하고 왜 설 가지고 이리 시비야, 시비가. 도대체가 이율 모르겠다니까.” “아니, 따지고 보면 양력설이란 게 왜놈들 설 아니냔 말야. 왜색 없앤다고 떠들어대면서 설은 왜 왜놈들 설을 쇠라고 이 난리판굿이야 그래.” 어느 도시 어느 지방에서나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야유하고 이죽거렸다. 그 비아냥거림에는 단순히 음력설을 못 쇠게 하는 데 대한 불만만이 아니라 정권을 불신하고 비난하는 민심이 실려 있었다. 사실 정부는 음력설을 폐지하고 양력설을 쇠게 하는 데 있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명분이나 이유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민의(民意)에 충실히 호응이라도 하듯 강기수는 국회의원 신분이면서도 꼬박꼬박 음력설을 쇠고 있었다. 그는 음력설이면 꼭 고향 행차를 했다. 거기서 사흘을 머무는 동안 한껏 위세를 과시하며 유지들을 두루 접견하고, 자기 사업장을 순시하고, 지역구의 조직장들을 독려한 다음 나흘째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면 닷새째 점심나절에 남천장학사의 기숙생들은 줄지어 그의 집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었다.
---「분노와 비애」 중에서

“니기럴, 요놈으 시상이 워찌 이러냐. 우리 아부지도 나도 죄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디……. 또 하로가 샜응께 나가는 봐야제.” 천두만은 불 꺼진 꽁초를 물고 커다란 바위를 밀어올리듯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밤새도록 추위에 시달린 몸은 아침마다 그렇게 무겁고 뻑뻑했다. 움막을 벗어난 천두만은 눈을 비비며 새끼줄부터 살폈다. 움막보다 다섯 배쯤의 넓이로 둘러쳐진 새끼줄은 누가 손댄 흔적 없이 팽팽했다. “요 땅을 목심 걸고 잘 지켜야 써. 돈 벌어 여그다 판잣집 세와야 헐 것잉께. 어리빙허다가 요 땅 뺏게부는 날에는 참말로 알거지 되는 판잉께. 안직 초장이라 이만헌 땅이라도 차지허는 것이제 2~3년, 아니시, 1년만 지내면 저 꼭대기꺼정 한 치 땅도 안 남을 것이여. 항, 나가 여그 오기 2년 전만 혀도 200호 남짓이었는디 그간에 500호가 넘었단 마시. 무신 말인지 알아묵겄제?” 움막을 치던 날 나삼득이 힘 꽁꽁 쓰며 한 말이었다.

그날 이후로 천두만은 아침저녁으로 거르지 않고 새끼줄을 살폈다. 나삼득의 말은 틀리지 않아 두어 달 사이에 벌써 자신의 움막 위로 스무 개가 넘는 움막들이 생겨나 있었다. 그런데 새끼줄도 제 욕심껏 넓게 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동네 초입에서 구멍가게에다 연탄장사까지 하고 있는 최 씨가 금을 그어주었다. 산동네에서 제일 부자라는 그는 통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새끼줄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가끔 이동을 해 쌈박질이 벌어지고는 했다. 더러 욕심 많은 사람들이 부실하게 박혀 있는 각구목이나 막대기를 밤새 살짝 옮겨 박고는 했던 것이다. 천두만은 새끼줄을 따라 걸으며 기지개를 켰다. 안개가 끼어 한강은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했다. 이 산동네에 사는 유일한 맛이 있다면 아침마다 한강을 한눈에 바라보는 거였다. 그는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기차로 처음 한강을 건널 때의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는 했다. 그려, 기연시 성공얼 혀야제. 당당허니 고향에 내래가게 돈 많이 벌어야제.

---「움막촌 사람들」 중에서

줄거리

“이 시대의 모든 비탈에 선 삶의 애환을 아울러 노래하는 장구한 합창” 서울의 일류대학과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한 유일민과 일표 형제. 고향 강진에 남아 있는 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은 정부의 끊이지 않는 감시 속에 살게 한 월북한 남편에 대한 원망스러움, 그리고 빈곤한 가정 형편 때문에 요정에 나간 큰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에 대한 한스러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 비극에는 대를 이은 친일파 강기수 집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 4·19혁명에 뒤이어 찾아온 5·16쿠데타는 구 정치인인 강기수에게 심각한 위기로 여겨지나, 그는 특유의 처세술과 기회주의적 능력으로 군부의 끈을 잡는다. 그러나 지방 유지의 아들 한인곤 의원은 쿠데타정권의 부당성에 대한 분노를 표하며 그 세력에 반대한다. 같은 군인 출신으로 한인곤의 참모인 강직한 인물 남재구는 한인곤에게서 등을 돌리고 박정희가 만든 신당에 가담하게 된다. 또한 5·16 이후 국토건설대에 소집되었다가 풀려난 일민의 고향 친구 서동철은 세븐클럽을 만들어 주먹계의 새로운 신화를 꿈꾼다.

월남한 임상천의 딸 임채옥은 가정교사 일민에게 연정을 품는다. 한편 이규백과 김선오는 각각 차례로 고시에 합격하자 강 의원은 둘 중 한 사람을 사위로 삼으려 하지만 딸 숙자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규백은 선배 검사의 소개로 부잣집 딸과 중매결혼을 하고, 김선오는 자신을 억누르는 가난한 현실과 2년 동안 사귀어온 연인 영자와의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놓고 고민한다. 경제성장 논리를 앞세운 박정희정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박영자의 오빠 박준서는 아버지 박부길 사장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한편 제대한 일민과의 사랑을 남몰래 키워가던 채옥은 연애사실이 발각되면서 부모로부터 헤어질 것을 강요당하는데…….

월남에서 제대한 이상재는 박부길 사장의 첩이 되어 있는 허진의 동생 허미경의 모습에 망연자실하고, 일민은 채옥이 생명처럼 모아온 거금의 송금환을 받고 서동철의 제안에 따라 작은 술 도매상을 시작한다. 경제발전의 물결을 타고 번창일로에 있는 일류회사에 입사한 허진, 고등고시를 포기하고 햇병아리 기자가 된 이상재,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최주한 등 일표의 친구들은 각자의 생계를 찾아 자리를 잡는데, 일표는 넝마주이들과 함께 재건대에서 생활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기업 사채 긴급 동결령’인 8·3조치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무렵 임상천 사장은 동업자인 정동진을 배신하고 비밀리에 공장을 처분하는 등 이민 준비에 열을 올린다. 임상천에게 배신당한 정동진은 최악의 상황에 몰리자 급기야 임채옥의 아들을 유괴하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술상무로 일하던 임채옥의 남편은 급기야 간암으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하고, 곁에서 오래도록 그녀를 지켜보던 일민은 이윽고 용기를 내어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한편 도시산업선교회에 몸담은 유일표는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몸을 피하던 중, 박정희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소식을 접하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을 향해 군부대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세간에는 계엄군인 공수부대가 광주에서 저지른 잔인한 짓들이 소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뜻을 모은 유일표와 이상재, 그리고 원병균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고 의문에 휩싸인 광주로 향하는데…….

출판사 리뷰

반세기 문학영토를 함께 지켜온 독자들께 드리는 작가의 선물, 대하소설 3부작 개정판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일생을 오롯이 글쓰기에 바친 작가 조정래. 세상의 어둠과 혼미 속에서 자신만의 작가정신을 지키며 예술세계를 일궈온 그의 문학인생이 반세기를 맞았다. 수십 번 죽음과 맞닥뜨리고 심각한 사회적 음해와 탄압도 이겨내야 했던 그 길 없는 길을 홀로 걸으며 마침내 이른 등단 50주년, 이는 소설로서 사회적?역사적 삶을 살고자 각오한 한 작가의 영광의 승리이자, 우리 문학사에도 빛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작가 조정래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을 개정

출간한다. 작가는 초판 출간 후 31년 만에 다시 책을 펼쳐 전편을 손수 퇴고함으로써 새로운 ‘정본(定本)’을 완성했다. “다시금 ‘퇴고’를 하는 마음으로 손질”했으며, “그 작업의 결실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짤막한 소회를 밝힌 [작가의 말]에 남다른 애정과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조정래 작가의 대표작이자 ‘치열한 작가의식의 결정체’라 불리는 대하소설 3부작은 ‘한국문학사의 최대 문제작’이자 ‘한국인의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로 불려왔다. 일제강점기부터 6?25를 거쳐 경제개발 시대까지 장장 1세기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민족사를 엮어내기 위해 한 장 한 장 손으로 써 내려간 원고지가 5만 1,500매, 등장인물만 1,200여 명에 이른다.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도는 수많은 취재여행과 자료 조사를 거치며 탄생한 작품들은 발표 후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문학적 완성을 향한 작가의 열정과 현대 독자들을 고려한 새로운 편집

‘고막’이 ‘꼬막’으로 사전에 수정 등재될 만큼 우리말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답게 이번 개정판에서도 전체적으로 문장이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어휘부터 조사, 어미, 문장부호까지 하나하나 손보았다. 몇몇 장면은 상황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히 살리기 위해 묘사를 강화했다. 한편 서술에서 불필요한 수식이나 쉼표 등을 삭제하여 속도감과 리듬을 더했고, 주인공을 제외한 몇몇 인물은 성(姓)이나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현대 독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하고 대하소설 읽기에 중요한 가독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편집에서도 변화를 시도하였다. 기존 책에 담겨 있던 상징적인 요소는 지키되 책의 장정과 만듦새를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새단장했다. 본문의 판형과 글자 크기를 줄이고 새 표지를 선보인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은 오랫동안 소장해 두고 아껴 읽는 애독자가 많은 만큼 사철 양장본으로 튼튼하게 제작했다.

현재의 거울, 미래를 위한 통찰이 되어주는 조정래 대하소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도약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가 건너온 지난 1세기의 과오와 결과를 풀어낸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문제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 그 뿌리를 찬찬히 톺아볼 수 있고, 미래를 위한 질문과 통찰을 얻어갈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개정판 출간의 의미는 단순히 ‘기념’과 ‘회고’에 있지 않다. 우리 앞에 산적한 여러 갈등과 문제의 시원을 바로 알기 위한 ‘환기’이며, 불행이 반복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다짐’이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이 되었다. 반세기 동안 글을 써온 그 세월이 언뜻 실감이 되지 않았다. 흘러간 세월 앞에서 으레껏 느끼게 되는 무상감이었다. 『태백산맥』부터 펼쳐 읽기 시작했다. 완간 후 31년 만의 일이었다. 『아리랑』도, 『한강』도 다시 읽기는 역시 처음이었다.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감회는 낯선 듯 새롭고, 경이롭기도 했다. 다시금 ‘퇴고’를 하는 마음으로 손질을 했다. 그 작업의 결실이 독자 여러분들께 드리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 개정판 「작가의 말」중에서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곡절과 아픔의 현대사를 헤치며 오늘에 이르러 있다.
그런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우리의 현대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낸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강화와 경제의 발전, 그 두 가지는 충돌을 면할 수 없는 절대모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오늘에 이르러 있다. 그런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오늘의 경제적 성취가 크면 클수록 그 아래서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고통당하고 인내해 온 이름 없는 우리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인간의 탑을 만들며 떠받쳐왔음을 본다. 그 기둥들은 고통과 아픔과 외로움과 눈물이 점철된 거대한 인간의 탑이다. 그건 숨김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 노역들은 단순히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땅의 비극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음을 감지케 하기도 한다.

추천평

내게 있어서 『한강』은 삶을 다시 사는 감동이었다. 한 개인의 삶에 갇혀 있던 나 자신의 협소한 삶을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 속으로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한강』은 이제 숱한 통곡을 잠재우고 잔잔한 물결로 반짝이며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모든 삶을 ‘받아’들이는 평화의 바다가 될 것이다. - 신영복 (前 성공회대 교수)
우리는 이 거장의 언어 속에서 민족의 현실이 어떠한 소설적 구도를 통해 총체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된다. 『한강』은 도도한 흐름 속에서 민족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비춰준다.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진정한 문학정신을 이같이 감격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 권영민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역사의식이 가장 투철한 작가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조정래를 첫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태백산맥』 『아리랑』에 이어 『한강』으로 조정래는 이제 ‘한국의 20세기 역사’를 관통하는 한국인의 삶과 한(恨), 끈질긴 생명력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위대한 업적은 우리나라 출판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 윤청광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역사 같은 소설, 읽어서 역사를 체득하게 하는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의식의 밑바닥에는 당연히 투철한 역사의식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조정래의 세 번째 대작 『한강』은 명암이 심하게 교착된 1960년대 이후의 우리 현대사를 소설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읽어서 격동의 현대사 속에 다시 한 번 들어가보기 바란다. - 강만길 (역사학자, 고려대 명예교수)
한 많은 『아리랑』 눈물 고개를 넘어, 피 맺힌 『태백산맥』을 포복한 뒤 드디어 악다구니 같은 삶의 현장 『한강』에 이르렀다. 이 유장한 민족사 1세기가 도도히 흐르는 대서사시, 세계 어느 작가도 도전하지 못했던 웅휘한 역사문학의 승리. 이것으로 한 작가가 고난당하는 한 민족을 위하여 바칠 것은 다 바쳤다. 한국문학의 자랑으로 민족문학의 성과 운운할 계제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문학으로 껑충 도약하여 승화해 버렸다 - 임헌영 (문학평론가)
『한강』은 영원히 묻혀버리거나 왜곡될 법한 정치사적 진실을 두루 파헤쳐내고 있어 우리 소설사에서는 보기 드문 정치소설의 정전으로 나아가게 된다. - 조남현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조정래의 작품에 이념이니 제도니 계급이니 따위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거기서 항상 ‘인간’과 그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역사를 읽는다. 그래서 그의 책을 덮은 뒤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곤혹스런 질문이다. - 정운영 (前 경기대 교수)
조정래는 과감히 몸을 돌려 우리 근대사의 가시밭길을 혼자서 다시 걸었다. 이 고독한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한강』은 ‘강철군화’ 밑에서 이루어진 근대화의 짙은 그늘을 샅샅이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분단이데올로기에 찢기고 천민자본주의에 시달리면서도 자기 길을 걸으며 역사의 빛을 만들어낸 이들의 삶을 뼈아프게 확인한다. - 황광수 (문학평론가)

리뷰/한줄평7

리뷰

10.0 리뷰 총점

한줄평

10.0 한줄평 총점
선택한 상품
157,500
1 15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