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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아침달 시집-01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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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12g | 125*190*20mm
ISBN13 9791189467227
ISBN10 118946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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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식은 총구 안에 팔월의 태양을 장전시킨 후였습니다
아무도, 고아의 난잡한 연애 감정이나 해변의 낮잠이 휴식이 아니라 기절의 형식이란 건 몰라요

덧칠하지 않아도 이미 위협적인
무더위를 형광펜으로 죽죽, 눈부시게 중언부언 중입니다
슬픈 외국어를 강조합니다
---「이방인」중에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어떤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단다
벌집의 소음처럼 질투에 눈이 멀게 한단다 그 질투가
그들의 영혼까지 상하게 한단다
상온의 우유 한 컵이 상하듯이, 창백하고 부드럽게
붉은 사과 한 알이 썩어가듯이, 천천히 치명적으로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쓴 악필의 편지」중에서

내 눈에는 내 귀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심장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다
벼랑과 절벽이 다정히, 깊은 소용돌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이 8자를 그리며 내리는 동안
그 호기심을 엿들었다 문고리 빠진 문처럼 벌컥 열리려는 숨을 가지런히 붙잡으며
---「8」중에서

산불이 나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줄 알았다

안식일용 촛대에 촛농이 쌓이는 동안
앞뜰의 벽돌이 간처럼 붉어진다

건물이 무너지는 꿈,
신경과 병동의 이음새가 헐거워져 있었다

흰 벽의 특성은 독백만 받아 적는다는 것
때문에 3월에 내리는 눈이 너를 닮는다
---「면역」중에서

사랑에 빠진 짐승의 모습은 왜 불쌍할까 분노하는 사냥꾼의 모습은 왜 아름다울까
서리에 뒤덮인 사슴을 보고 돌아온 날에는 맥발이 눈가에서 뛰었다
단순한 밤 속에서 도끼가 도끼를 자르고
나무가 나무에게 잘리는 동안

주머니 속 손거울을 뒤집자 몽돌이 툭하고 바닥 위로 떨어졌다
---「사냥꾼의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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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의외로 격렬하고 뜨거운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쓴” 시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남아도는 뿔과 부족한 손가락”으로 쓴 시집이라고 해도 좋을까요. 언어와 의미가 매력적으로 어긋나고 미끄러지며 이루는 마음의 풍경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물론 이건 출발점일 뿐입니다. 여기서부터 이 시인 특유의 마음의 서사, 마음의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시인의 유려한 구어체 문장들은 의외로 격렬하고 뜨거운 성숙과 사랑의 서사를 이루어갑니다. 그 서사들은 “둥지에서 부화한 새에게 자아가 생기듯” 우리 모두가 겪어가는 정신적 성장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시집을 ‘성장소설’에 빗대어 ‘성장-시’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합니다. 고통스러운 시행착오 및 부당한 입사의례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인은 권유합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라고. “여기서부터 다시 사랑해.”라고.
- 이장욱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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