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는 이탈리아어로 키아로 Chiro=Light와 옹스쿠로 Oscuro=Dark 의 합성어입니다. 이는 빛과 그림자의 강한 명암 대조를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내는 조명 기법을 말합니다. 즉 하나의 광원에 의한 화면 내 빛을 받는 부분은 선명하게, 빛이 닿지 않는 부분은 짙은 그림자로 어둡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르네상스 Renaissance 회화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도입한 후 조명 효과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오늘날에는 사진이나 영화 촬영에서도 사용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입시 미술에서도 대부분 이 조명 기법을 토대로 합니다. 정물화를 그릴 때 빛이 한 방향에서 온다는 가정하에 물체에서 가장 밝은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가장 어두운 부분을 그림자로 하여 극적인 정서 장면을 설정합니다.
--- 「제1장. 빛의 색채 표현」 중에서
인상주의 Impressionism 의 어원을 탄생시킨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 ~1926 는 마네의 작품 속처럼 현장감을 포착하기 위해 쨍쨍한 태양광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이동식 이젤을 들고 휴대용 튜브 물감을 사용하여 실제로 보이는 것을 표현했기 때문에 생생한 색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오랜 시간 태양광을 직접 눈으로 본 탓에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 Cataract 을 앓게 됩니다. (…) 백내장에 의한 모네의 색 지각 변화는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일본풍 다리를 그린 두 장의 그림을 비교하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1899년 작품 속 다리는 형체가 또렷하고, 배경에는 높은 명도의 선명한 초록색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동일한 다리를 그린 두 번째 작품은 다리의 형체도 불분명해지고, 어두운 붉은색과 갈색이 주로 쓰였습니다. 이는 노화에 따른 수정체 황반 현상으로 초록색을 거의 볼 수 없게 된 것과 백내장으로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겹쳐져서 색 지각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렇게 모네는 사랑했던 일본풍 다리를 화폭에 남기고 1923년에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됩니다.
--- 「제2장. 눈의 구조와 색채」 중에서
영국에서 활동하던 일러스트레이터 노준구 盧俊九, Noh Jun Gu,b.1980 작가가 피부색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영국의 한 이발소가 마음에 들어 한동안 그 이발소를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그 이발소 주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본인이 그린 작품을 선물했는데, 받지 않겠다고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피부색이 너무 빨개서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색채 연구를 하는 미국인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을 기회가 있었는데, 핑크빛 피부색은 마치 돼지의 색과 같아 보여 싫어했던 것입니다. 반면, 동양인의 경우 붉은 기운이 있는 밝은 핑크빛 피부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이상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피부색을 ‘선호 피부색 Preferred Skin Color’라고 합니다. 이 선호 피부색은 사진을 시작으로 인쇄, 색 재현, 메이크업, 조명, 패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주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 「제3장. 피부색의 비밀」 중에서
‘기억색 Memory Color’이라는 개념은 1878년, 에발트 헤링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물체의 상태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여 기억하는 기억색은 색표를 가지고 단순히 색상이나 밝기를 기억하는 ‘색 기억 Color Memory’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기억색은 관찰자가 경험을 통해 얻은 물체의 색상이며, 색 기억은 색의 정보만을 기억하는 것으로 다른 물체나 어떠한 상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러한 기억색은 장기 기억 Long - term Memory, 색 기억은 단기 기억 Short - term Memory 에 해당합니다. (…) 모든 자연물 역시 썩으면 갈색으로 변합니다. 초록색의 싱싱한 이파리도, 빨간 사과도, 심지어 동물까지도 말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각각의 자연물을 갈색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색 감각은 색의 정보뿐만 아니라 높은 단계의 시각 기억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제4장. 뇌로 보는 색채」 중에서
2015년, 오르세미술관의 두 번째 방문은 변화된 전시 공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마침 당일이 무료 개방이었던 탓인지 엄청난 대기가 있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랜 시간 끝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눈으로 본 오르세미술관은 기존의 하얀 벽의 밝은 분위기와 상당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 먼저 인상파 작품이 전시된 공간의 벽은 회색 중에서도 파란 기미의 차콜 그레이가 선택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흐의 전시실 벽도 명도가 낮은 파란색 계열 색이 칠해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벽 색은 단순히 선택된 것이 아니라 작품 속 비중이 높은 색을 바탕으로 결정됩니다. 고흐의 작품 속 색을 추출하고 조화를 이루는 색, 군청을 벽 색으로 정했던 것이죠.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의 미셸 앨버트바닐 Michel Albert -Vanel 교수님은 자신이 개발한 ‘색의 행성계 Planetary System of Colors’를 응용하면 모자이크 Mosaic, 블러링 Blurring, 선형 시퀀스 Linear Sequences 기법을 통해 작품의 색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작품에 자주 사용된 색을 데이터화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데이터를 통해 전시실의 벽 색을 조화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제5장. 미술 색채」 중에서
런던 날씨는 이렇게 우중충하고 비가 자주 오는 것으로 유명하며 사람들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도 쓰지 않습니다. 잠깐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비가 그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런던에서는 쓰레기통을 찍어도 사진이 잘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존 시스템 Zone System’은 사진 속 완전한 흑색을 존 0, 완전한 백색을 존 10으로 하여 빛의 양이 많아질 때마다 1단계씩 총 10단계로 분류한 것입니다. 1930년대 후반 앤설 애덤스 Ansel Adams, 1902~1984 와 프레드 아처 Fred Archer, 1889 ~1963 에 의해 고안된 이 시스템은 피사체 사물에서 반사되어 방출되는 빛이 최종 인화에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흐린 날에는 구름도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합니다. 조명의 빛을 부드럽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회색 구름을 이용해 찍은 사진은 가장 밝은 하이라이트와 가장 어두운 섀도 사이의 중간 톤이 풍부해져서 존 시스템상의 수치가 많이 배열됩니다. 따라서 흐린 날에는 색을 추출하기 좋아 사진이 잘 나온다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제6장. 문화와 색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