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3월 14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740g | 189*246*20mm |
ISBN13 | 9788934980858 |
ISBN10 | 8934980850 |
발행일 | 2018년 03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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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740g | 189*246*20mm |
ISBN13 | 9788934980858 |
ISBN10 | 8934980850 |
서문 빨강RED 주황ORANGE 갈색BROWN 노랑YELLOW 초록GREEN 파랑BLUE 보라PURPLE 분홍PINK 흰색WHITE 검정BLACK 금색GOLD 후기 감사의 말 참고문헌 사진 출처 |
"빨강이 대담하고 극적이면서 위험하다면 파랑은 어쩔 수 없이 슬프면서도 풍부하고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파랑은 어두운 파랑에 필요한 빛의 근원이 될 수 있고, 여러 가지 파랑이 함께 있으면 아주 멋질 수 있다. 노랑은 굉장히 밝고 행복하고 희망을 주는 색이지만 흰색 옆에 있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주황 또한 행복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기본색으로서도 입지가 강하다. 보라는 범위가 매우 넓다. 나는 그 고적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이 색은 다른 대부분의 색과도 잘 어울린다. 분홍은 내가 아주 많이 사용하는 색으로, 부드러우면서 다정하고 행복한 느낌을 준다. 초록은 누가 봐도 자연의 색이지만 '여기 초록색 나무가 있네' 하는 식으로 사용하고 싶진 않다. 갈색은 주변에 자기보다 좀 더 밝은 색을 필요로 한다. 검정은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지만 무겁고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반면 회색을 다른 색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 그러나 예술에서 색의 의미는 무엇보다 색들의 결합과 그 색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컬러 인문학은 역사 속에서 컬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역사 속의 컬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일반적인 컬러의 의미부터 이면에 담겨진 컬러의 숨겨진 의미까지 다양한 해설이 볼거리다. 특히, 박스에 나오는 단편정보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 택시는 왜 노란색일까?
존 허츠는 시카고대학에 눈에 가장 잘 띄는 색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 작업을 의뢰했다. 단연 노란색이었다. 그는 1914년 시카고에서 노란색택시회사를 차리고 회사 소속 택시를 모두 노란색으로 칠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1909년 맨해튼에서 주황색을 띤 노락 택시가 등장했고 볼티모어에서도 노란택시회사가 설립되었다. 곧이어 노란 택시는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루마니아, 우루과이, 필리핀을 비롯해 다른 도시와 나라로 퍼져나갔다." -p.76 (노랑)
외과의사들은 왜 초록색 수술복을 입을까?
한때 외과의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수술했지만 청결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로 하얀 앞치마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흰 앞치마는 다른 어떤 색보다도 피가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였고, 그 때문에 수술장은 마치 푸줏간처럼 보였다. 빨강과 흰색은 서로 대비되는 색깔이라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데다 눈도 피곤했다. 해결책은 청록색 '수술복'이었다. 청록색은 빨강의 보색이기 때문에 피가 덜 보였고, 그 결과 눈이 받는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다. - p. 015 (초록)
이와 같은 정보들이 많은데, 상식적으로 알던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컬러에 이렇게 많은 역사가 숨어 있었다니.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역사에 담긴 컬러, 컬러에 담긴 역사를 설명한다. 모두 다 소개할 수는 없으니, 그 중 한 부분만 보면,
"유럽에서 보라는 계속해서 왕족에게만 국한되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 보라는 여왕과 그녀의 친척들만 입을 수 있었지만 공작과 백작, 후작도 비록 망토 안감에 한해 보라를 사용할 수 있었다. 17세기 들어 유럽 전역에서 사치 금지법sumpturary laws이 폐지되자 주교와 대학 교수, 박사 학위 소지자를 비록해 다른 귀족들도 보라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 p.144 (보라)
이처럼 역사 속에 존재하는 컬러는 인문학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알려진 역사가 아닌, 숨어 있는 역사를 보는 재미라고나 할까. 마지막 금빛에서는 컬러가 단순한 컬러가 아닌, 의미를 지닌, 가치를 지닌 컬러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금색은 무지개 끝에서 찾은 상이요 경이와 기쁨과 풍요의 원천이다. 금은 완벽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는 세상 모든 것에 부여하는 이름이다. 승리가 보상을 받을 때마다 늘 금색이 따라다닌다. 육상대회 승리자에게 주어지는 금메달이나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남녀에게 주어지는 금도금 조각상처럼. 침묵을 포함해 우리가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 금빛으로 반짝인다."
침묵은 언제 금빛을 띠게 됐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모든 걸 말해버리면, 이 글 짤릴지도 모르니까, 살짝 궁금증을 남겨두어야겠다. 컬러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된 컬러 인문학. 한번 읽고는 모든 걸 다 내것으로 소화할 수 없었지만, 책의 재미, 책의 가치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예감이 나의 착각은 아니겠지. 비 내리는 휴일날 저녁, 컬러 인문학의 검은 긍정이 내게 다가온다.
1.
미뤄 둔 독서를 끝냅니다. 개빈 에번스의 <컬러 인문학>입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예요. 글이 굉장히 유려하고 재밌습니다. 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빨강, 파랑, 등등...총 11가지의 색깔로 이뤄져요. 그러니까 분홍이라는 테마에서는 이런 걸 묻습니다. 분홍은 과연 여자의 색인가. 혹은 오드리 헵번의 유명한 미니 블랙 드레스. 그 칵테일 드레스가 시대를 점유한 아이콘이 되었던 배후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지요.
2.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석황을 특히 좋아해 그의 유명한 해바라기와 노란 금잔화, 별과 가로등을 그리면서 석황을 사용했다. 짧은 생애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시절 그의 정신병적 증상 중에는 튜브에서 노란 물감을 짜서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는 증거도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행동은 납 중독을 초래했을 테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와 더불어 공격적인 행동, 망상, 기억 상실, 불면증, 심신 미약 등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결국 자살로 이어진 정신적 상태를 가속화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반 고흐의 노랑을 향한 사랑이 결국 그를 죽였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그러니까 책은 얼핏 굉장히 정갈하게 보이지만 내용은 색깔이라는 중심 외에는 종종 내용들이 발산합니다. 그러니까 반 고흐 얘기를 하다가 산타 얘기를 하다가 다시 정치 얘기를 하다가 우울한 기분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그야말로 알아두면 쓸데많은 지식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요. 이런 식의 방식은 우선 책이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겠죠. 또한, 본인이 좋아하는 색깔이 있다면 그 색에 얽힌 수많은 문화사, 세계사를 한 눈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정치'라는 테마로 묶는다면 상당히 지루한 책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이처럼 편집만으로 책은 굉장한 구심력을 갖게 됩니다. 한마디로 11가지 색깔이 들려주는 인류 문화 오디세이랄까요.
3.
컬러를 소재로 한 책이기에 편집과 지면에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그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고 책의 두께도 얇은 편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책 자체가 굉장히 재밌습니다. 다채로운 사진 사료를 담고 있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요. 박물관을 거니는 듯, 큐레이터의 해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색깔의 상징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주해왔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책으로 많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