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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똥벌레
2. 헛간을 태우다 3. 춤추는 난쟁이 4.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5. 세 가지의 독일 환상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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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껍질 까기'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에 만났을 때 그녀는 내게 팬터마임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하고 말했다. 그러냐고 했다.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요즘 젊은 여자아이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무엇인가에 진지하게 파고들어 재능을 갈고 닦아 갈 타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귤껍질 까기'를 했다. '귤껍질 까기'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귤껍질을 까는 것이다.
그녀의 왼쪽에 귤이 가득 든 통이 있고, 오른쪽에는 귤껍질을 넣는 통이 있다고 설정한다.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그녀는 그 상상의 귤을 하나 들고 천천히 껍질을 벗겨 한 알씩 입에 넣고 씹다가 찌꺼기를 뱉어내고, 한 개를 다 먹으면 찌꺼기를 모아 껍질로 싸서 오른쪽 통에 넣는다. 그 동작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면 별로 대단치 않다. 그러나 실제로 눈앞에서 10분이고 20분이고 그렇게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나와 그녀는 바의 스탠드에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귤껍질 까기'를 계속하고 있었다-점점 내 주변에서 현실감이 흡수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은 극히 묘한 기분이다. 옛날에 아이히만이 이스라엘의 법정에 섰을 때, 사람들은 밀실에 가두어 조금씩 공기를 빼는 형벌이 그에게 어울릴 거라고 했다고 한다. 어떤 처형 방법을 택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나는 문득 그 생각이 났다. '제법 재능이 있어 보이는 걸.' 하고 나는 말했다. '어머나, 이런 건 간단해요. 재능이고 뭐고 할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요, 거기에 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어버리면 되는 거예요. 그것 뿐이에요.' '마치 선(禪)을 하는 것 같구나.' 나는 그래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헛간을 태우다'중 --- pp.5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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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는 힘이 빠져 죽어 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병 주둥이를 쥐고 몇 번인가 흔들어 보았다. 개똥벌레는 유리벽에 몸을 부딪히자 아주 조금 날았다. 그러나 그 빛은 여전히 뿌옇기만 했다.
아마 내 기억이 잘못됐을 것이다. 개똥불은 실제로는 그리 선명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저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뿐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때 나를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너무나 깊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개똥벌레를 본 것이 언제였는지조차 기억 할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밤의 어두운 물소리뿐이었다. 벽돌로 만든 낡은 수문도 있었다. 핸들을 빙빙 돌려서 열고 닫는 수문이었다. 강가의 물풀들이 수면을 다 덮어 버릴 듯한 조그마한 개울이었다. 주위는 캄캄하고, 웅덩이 위를 몇 백 마리의 개똥벌레들이 날아다녔다. 그 노란 빛 덩어리가 마치 불타오르는 불똥처럼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 언제의 기억이지? 그리고 대체 어디에서 보았던 거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제와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앞뒤 없이 마구 뒤섞여 버렸다. ---p. 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