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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008
1부 누가 물의 옷을 짜고 있나 / 숲은 비밀이 / 강가 왕버들 가지에 / 안녕은 무한리필 / 무지개 위에 걸터앉아 / 가을 여행 / 가을엔 편지를 / 차가운 회색 하늘 돌돌 말아서 / 하늘도 공휴일처럼 / 눈여겨보았던 땡감이 / 새벽이 어둠 속에서 / 오후가 바라본 저녁 / 내일은 없다지요 / 로봇, 니가 왜 거기서 나와요 / 11월이 스위치를 / 알면서도 사랑은 / 휴일의 창문을 열면 / 저기압은 눈구름을 불러 2부 도시락 / 지구 / 돼지 / 코로나 / 강물 / 숯 / 북 / 달팽이 / 시계 / 돌 / 첫눈 / 꽃바구니 / 침묵 / 사랑 / 죽음 / 술잔 / 냄비 / 거짓말 / 산 / 구석 / 혀 / 불 / 침대 / 뜨겁게 날고 싶은 마음을 다 새해라 부르죠 / 겨울은 야생화처럼 / 좋아지고 싶어서 / 거울의 말 / 아름다운 여행으로 나아가요 / 다리(橋)의 말 / 하얀 계곡에 악보를 걸고 / 뒷모습 / 코로나 시대의 설 풍경 / 겨울 바다 / 어디쯤 / 소식 / 봄비 / 아침 / 꽃을 보면서 / 확진자 / 휴지 / 하늘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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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라는 암울한 시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시인들은 어떤 형태와 부피와 밀도로 이 시대를 노래하고 있을까요?
칠곡문협 시창작아카데미 수료생들은 몇 달째 대면조차 할 수 없는 절망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한 땀 한 땀 자신만의 색깔로 조각보를 만들듯 손 전화기에서 함께 시를 만들어 갔습니다. 이번 시들은 여러 사람이 언어를 이어 가는 놀이를 하면서 장난처럼 우리 곁에 왔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소통의 시도였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힘을 빼고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보니 어느새 글쓰기는 즐거운 여행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펼치는 표현의 즐거움과 새로움의 이적…. 우리는 이 글을 ‘퀼트 시’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씨줄 날줄 말의 무늬로 쓴 이 시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론적 소망과 자유의지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우리들의 시 쓰기는 긍정과 풍성한 상상으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삶을 풍요롭게 생성해 나가는 작업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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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문협에서 주관하는 시창작아카데미에 강사로 초대되어 회원들과 몇 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엄숙하고 무거운 말들에는 명랑이 없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시까지 무거우면 되겠나 싶었다. 어느 날 장난처럼 한 줄씩 이어 붙여서 시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수업에 참가한 분들이 열심히 시를 한 줄씩 보탰다. 어떤 시는 30분도 안 되어서 완성되었다. 그렇게 이어 붙인 그 시를 ‘퀼트 시’라고 불러 보았다. 대상이 되어서 대상이 하는 말을 받아쓴 시편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업에 참가한 열일곱 회원들이 자기 색깔을 입혀서 완성한 시편들이 세상에 나왔다. 이불을 만들고 난 뒤에 남은 조각 천으로 어머니는 밥상보를 만들었다. 알록달록한 조각보 안에는 어머니의 밥상이 차려 있었다. 단출하지만 맛있는 어머니의 밥상 같은 ‘퀼트 시’가 독자들에게 작은 위안과 재미를 주었으면 좋겠다. 시는 모르는 힘으로 나아간다. 시의 종착지는 반짝이는 곳이다. 열 줄 가운데 한 줄이라도 반짝이면 된다. 시는 찰나에 삶을 뒤집는다. 뒤집히는 순간에 시는 반짝인다. 상투어들만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 시들도 잠시 잠깐 그렇게 반짝였으면 좋겠다. - 김수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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