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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포장 / 유령진동증후군 / 안녕을 해석하려고 했어 / 슬픔은 네 발로 걷는다 / 휘발성 메모리 / 볼륨 zero / 이명 / 황홀 / 엔트로피 / 시그니처 / 이방인 / 네 시의 단풍 2부 1m를 흘러간 물 / 화요일의 액자 / 공갈빵 / 당신의 바깥 / 큐브 / 디미누엔도 / high angle / 안녕의 무게 / 고비 / 죽음을 빨고 다니는 사탕이 있었다 / 영화의 한 장면처럼 / 구름의 누수 / 오후 다섯 시의 꽃집에서 만나요 3부 사월 / 난독 / 새들은 창문의 속력으로 날아와 죽는다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안개 / 환생 / 연의 비문 / 그루밍 / 녹 / 유월의 나뭇잎 / 의자의 자세 / 고운사 천년 송림 4부 연리지 / 수국 / 카페 노랑나븨 / 아이섀도 블루 / 아다지오 / 착각 / 장마철 / 모든 왼쪽 / 백양세탁소에서 겨울잠을 자고 왔다 / 눈의 카페테리아 / XX의 주문 / 폭설 / 역류성 식도염 발문 · 박승민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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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은 ‘슬픔’의 시인이다. 그녀의 슬픔은 ‘세상의 심연’을 더듬고 부대끼며 할퀴거나 찢긴 상처 의식으로 되새겨진다. 자신의 슬픔을 “출처 불명”(「슬픔은 네 발로 걷는다」)이라 하지만, 그 슬픔의 상류를 거슬러 오르면 때로 “한 번도 방류된 적 없는”(「볼륨 zero」) 수원지인 ‘당신’을 만난다. 그럴 때 그녀의 ‘슬픔’은 사랑하는 이에게서?또는 세상에 대한 사랑에서?비롯된 거라고 이해된다. 그녀가 꿈꾸는 사랑은 세상을 살아가는 아픔과 상처를 거쳐서 닿는다는 점에서 애틋하다. 그러면서 “검은 뿌리로부터 흘러나오는 연둣빛”을 생산하는, 적극적이고도 낙관적인 전망과 닿아 있다. 그렇게 합쳐진 “우리의 몸”을 꿈꾸는 만큼 그녀의 사랑은 언제나 “어둠 속에 나란히 뿌리를 내리고 있”(「연리지」)다. - 이하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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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만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만난 것은 감각적인 이미지들의 우발적인 마주침에서 오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시라는 것이 그 어떤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포장하는 일만이 아니라면, 말들이 품고 있는 감각의 까칠함을 느낄 때의 즐거움이야말로 시를 읽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김연진의 시들은 그런 의미에서 탁월하다. 해서 나는 그의 시들이 가진 튀어 오르는 가벼움에 어떤 무게를 성급하게 기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 무거움은 스스로 장착하게 될 것이므로. 오랜만에 우리가 기대해도 좋을 시인을 만났다. - 노태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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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 시인을 만나려면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으로 가면 된다. 퇴계 선생과 육사(陸史) 시인의 문기(文氣)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그곳에서 김연진 시인은 문학관 해설사로 일한다. 그녀는 늘 웃는다. 문학관 내 북카페에서 그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도산면 원천리 일대는 낮은 들판과 낙동강이 어우러진 탁 트인 ‘작은 광야’다.
어떤 점에서 시인 김연진은 퇴계 선생과 육사의 시 정신이랄까, 문기(文氣), 여기에 더해 자연의 지기(地氣)까지도 동시 호흡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 받은 시인이다. 더군다나 김연진 시인이 태어난 영양 또한 조지훈, 오일도 등 한국 시문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문사들이 배출된 곳이기도 해서 그녀에게는 자연발생적으로 ‘시의 혈맥’이 흐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에서 문학을, 그것도 시를 쓴다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녹록은커녕 “발 닿는 곳마다 어둠”(「연의 비문」)인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자 ‘검붉은 정맥의 피로’ 원고지 칸을 메우는 “11포인트는 정맥을 닮았다/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려는 검붉은 피가 섞여 있”(「녹」)는 상태이기 쉽다. 그럼에도 김연진 시인은 영양과 안동을 근거지로 묵묵히 ‘시의 날’을 갈아온, 이른바 변방 문학에서 잔뼈와 통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신뢰감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문학은 “살아 있음으로 이방인”(「고운사 천년 송림」)인 고립무원 속에서 문장을 갈고 엎고 뒤집는 수많은 쟁기질 속에서 개안開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박승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