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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만가만 빛난다
그물 / 북돋우기 / 멍 / 월식 / 실 전화기 / 가을 거미 / 공유 / 부부 / 밤하늘 / 콩나물무침 한 젓가락 집을 때 / 카톡 수다방 / 탯줄 / 큰누나 / 거조암에서 / 봉정사 영산암에 앉아서 / 소망등 / 연꽃 / 영남소리사 1 / 영남소리사 2 / 고창 청보리밭에서 2부 하늘 학교에서 나는 뿌리 내리기 / 돌아와라 / 밝은 달 / 태양이 하는 일 / 운동장 수업 / 지렁이 형님 / 열다섯 봄꽃들을 응원함 / 괄호 밖 / 미리 찍는 졸업 사진 / 8월 / 먼저 인간이 되어라 / 하늘 학교에서 나는 / 이 엄청난 수업 자료 / 불신 / 진공의 교실 3부 유족의 나라 우리가 만든 세상 / 유족의 나라 1 / 하얀 민들레 / 유족의 나라 2 / 나비 집 / 청도 삼평리에 사는 시지프스 / 원형선회의 나라 / 유족의 나라 3 / 유족의 나라 4 / 동백꽃 보러 가자 / 소성리 언니야들 / 유족의 나라 5 / 유족의 나라 6 / 火요일의 연속 / 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 / 거북아 거북아 / 유족의 나라 7 / 어디까지 왔니 발문 · 정대호 시인의 말 |
이정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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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임형 엄마인 나 역시 / 산부인과 가위로는 어쩌지 못하는 / 탯줄 한 가닥 움켜쥐고 있었구나 / 내가 바라는 내 아들의 모습에서 /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 낯설어 야단을 치면 / 맞받아 자기 할 말 다하는 / 여전히 나와 똑같은 이 아이가 / 엄마품보다 훨씬 넓어 / 나는 이제 가늠도 되지 않는 / 두근두근거리는 자신의 길을 따라 / 집을 나선다
--- 「탯줄」중에서 내가 만약 꽃이라면 / 연잎 사이로 얼굴 내민 / 연꽃이고 싶네 --- 「연꽃」중에서 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며, 편안한 이웃이기도 한 이정연의 노래는 아름다운 서정시가 된다. 또한 교사로 교실과 운동장에서 만나는 일상은 “즐겁고 때로는 침통한 전투일지”이다. 스치기만 해도 / 생채기가 생기는 꽃잎들 / 교실이라는 사각 링에서 / 은밀하게 치고받으며 / 관계의 맷집을 키운다 --- 「열다섯 봄꽃들을 응원함」중에서 이정연 시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지점은 “은폐된 역사의 비극”이다.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지표 아래” 묻혀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함”을 그는 외면하지 못한다. 일상의 따뜻함과 서정을 노래하던 그의 시는 역사 앞에서 “유리구슬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유족의 나라’를 지키는 불침번이 되고자” 한다. 어린아이 정강이뼈 아래서 발견된 / 유리구슬 하나 /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 / 육십칠 년 동안 무얼 지켜보고 있었나 --- 「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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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의 시들은 세 개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하나의 중심을 향한다. 맨 안쪽에 있는 것은 개인 이정연의 사적(私的) 세계이다. 거기서 그는 딸이자 아내이고 “자유방임형 엄마”(「탯줄」)이자 “동네 카페에서 만난 네 여자”(「큰누나」)의 벗이다. “내가 만약 꽃이라면/연잎 사이로 얼굴 내민/연꽃이고 싶네”(「연꽃」)라고 시작하는 아름다운 서정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두 번째 동심원에서 이정연은 열성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털어놓고 말하면 나는 그가 시인의 호칭을 얻기 전부터 페이스북에 올려지는 글을 통해 그가 어떻게 오늘의 열악한 교육현실을 뚫고 나가는지 눈여겨보아왔다. 그런 면에서 그의 시는 교실과 운동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사회적 심층모순과의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침통한 전투일지이다. “스치기만 해도/생채기가 생기는 꽃잎들/교실이라는 사각 링에서/은밀하게 치고받으며/관계의 맷집을 키운다”(「열다섯 봄꽃들을 응원함」)와 같은 구절에서는 교사와 엄마의 역할에 시인의 감성이 겹쳐짐을 느낀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의 의식이 언젠가 반드시 가 닿는 곳, 이정연 시의 동심원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지점은 은폐된 역사의 비극이다. 그의 시들이 증언하는 바와 같이,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지표 아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함이 묻혀 있었던 것이다. “어린아이 정강이뼈 아래서 발견된/유리구슬 하나/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육십칠 년 동안 무얼 지켜보고 있었나”(「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 ― 이제 그의 시는 유리구슬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유족의 나라’를 지키는 불침번이 되고자 한다. - 염무웅 (문학평론가) |